내게 책이 온 지 겨우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장바구니를 채우게 만드는, 작가들! 밉다, 미워! 아니 출판사를 미워해야 하는 건가?(ㅠ_ㅠ)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 이번엔 노래다. 『모든 게 노래』 그래, 모든 게 노래란다. 어쩐지 읽어보면 내가 다 알 것 같은 노래다. 나는 김추자도 알고 비틀즈도 알고 벨벳 언더그라운드도 알고 팻 매스니도 알고(그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뭐, 암튼 다 안단 말이다)... 김중혁도 아니까 ㅋ 샛노란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예쁘고 김중혁도 예...암튼 사야 한단 소리다. 근데 말입니다, 예판 끝나고 작가가 그린 엽서 혹은 작가의 사인이 들어 있는 책, 뭐...이런 이벤트 하지 않겠죠????? 하면 미워할 거예요!!!!(-.-)->(근데 줌파 라히리 책은 언제 나오죠?^^;;)

 

『제7일』 무심코 넘겼는데 위화의 소설이다!!!!!!! 책소개를 보니 확, 당긴다. 당장 질러야 한다. 이런 책은!  표지가 삼삼(!)하다. 마치 잡지 같다, 라고 생각하고 미리보기를 했더니 엉? 그 글씨들은 다 어디로 갔지? 천천히 사려고 했는데, 책소개를 보니 궁금해서 당장 사야겠다.

 

 

 

『도자기 박물관』 윤대녕 작가의 소설집도 나왔다!! 건재하고 있는 작가들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다. 책소개에 나온 "동요 '반달'의 가사를 차용하여 캄캄한 밤하늘과도 같은 삶을 헤맬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그려낸 '반달'은 윤대녕의 소설세계가 이전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졌음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그리고 어느 봄날의 아름다운 편지 '상춘곡'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소설집의 첫머리에 실린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는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글을 읽으니 당장 읽어보고 싶다. 아, 이러니 자꾸 책을 사지 ㅠ_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숲』 『달고 차가운』, 민음사에서 나오는 '오늘의 젊은작가'시리즈는 얇고 예뻐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올 때마다 사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조금 걱정이 된다. 민음사 카페에서 책 표지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처음 표지였다면 나도 사 모을 생각 안 했을 거 같다 ㅋ

 

 

『불멸의 작가들』 목차를 보니 익숙한 이름의 작가들이 많이 보인다. 호기심은 동하나 작가 인명 사전 같은 책일세. 현존하는 작가들이 많아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든다. 한 권 정도 있어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했다.

 

 

 

『백일야화』, 중세 아랍의 이야기 모음집이란다.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를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궁금해진다. "인도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라비아, 이집트 등의 갖가지 설화가 한데 어우러져 세상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우리의 밤을 매혹"한단다.

 

 

 

『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 제목이 재미있네. 낚싯대, 라는 단어를 보니 낚시하고 싶어진다. "낚시밖에 모르던 스무 살의 외골수 청년 거스 오비스턴이 홀로 강 옆에서 살며 자연과 인생의 법칙을 깨닫는 과정을 매혹적으로 그리고 있는 유쾌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청춘 이야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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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2013-09-0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음산책입니다. 쨘! 여기로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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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13-09-09 18:08   좋아요 0 | URL
넵! 이미 응모를 했는데, 될 수 있으려나요? ㅎㅎㅎ

2013-09-09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9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매일 신간을 주목하고, 한두 권씩 장바구니에 넣어 적은 금액으로(적립금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는 항상 두세 권만 구입한다) 구매를 한다. 그러고선 나는 책을 많이 구매하지 않아요, 라고 지인들에게 말했다. 매번 5만원 이상 구매해대는 친구들을 보면서. 한데 언제부터인가 '고객님의 알라딘 멤버십 플래티넘 등급의 유효기간이 연장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무심결에 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난 정말 책을 많이 구입하지 않았는데 이게 웬일?(ㅠ_ㅠ) 

 

장바구니 구매욕구는 어느날 갑자기 똑똑, 문을 두드리며 나타난다. 문을 두드리면 열지 않을 수가 없다. 에트가르 케레트의 표제작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그렇게 지난 주에 사모은, 내 맘에 들어온 외국문학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의 소설. 추천사가 장난 아니다. 띠지의 김영하는 둘째치고,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추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 책을 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끝내주게 재미있고 어둡고도 통렬하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카프카적이라 하고 싶지만 실은 가장 그다운 작품이다." 카프카적? 이 작가는 처음 본 작가다. 그러니 그의 작품을 두고 카프카적, 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동안 카프카와 비슷한 문체를 써왔다는 뜻일까? 그건 읽어보면 알겠지. 에트가르 케레트, 그는 이스라엘 작가다. 단편을 중심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이스라엘 문학의 기수! 란다. 

 

짧은 이야기를 써온 작가의 글을 그동안 몇 권 읽은 것 같다. 환상적인 얘길 들려주는 일본 작가도 있었고, 풍자와 웃음을 주는 터키 작가도 있었다. 소설은 장편보다 단편, 그것도 짧은 글로 써내기가 더 힘들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내가 읽은 짧은 소설들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적으로 끌리기도 했던 작품. 한데 저 추천사들!!!

 

모두 서른여섯 편의 짧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들며 유머와 아이러니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단다. 더구나 출간에 맞춰 방한한다고 하니, 책 읽고,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길 들으면 일석이조이겠다는 생각. 

 

 

 

표지를 봐서는 세상의 모든 아침이 다시 올 것만 같은데 파스칼 키냐르는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한다. 표4에 적힌 본문의 내용을 보니 이해가 간다. 키냐르의 소설을 읽은 것은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뿐이었다. 그 책을 읽고 『은밀한 생』을 잡았으나 읽지 못했다. 그리고 『빌라 아말리아』를 사두고선 아직도. 그러고도 개정판이 나오니 또 구매부터 했다. 책 출간 순서대로라면 『세상의 모든 아침』을 먼저 읽어주는 것이 맞긴 하다.(-.-) 어쨌든, 간만에 키냐르의 문체에 빠져봐야지.

 

"활을 켤 때 내가 찢는 것은 살아 있는 내 작은 심장 조각이네. 내가 하는 건 어떤 공휴일도 없이 그저 내 할 일을 하는 거네. 그렇게 내 운명을 완성하는 거지."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아흐멧 알탄의 『감정의 모험』. 여성 심리 묘사의 대가란다. 터키 작가인 아흐멧 알탄은 '터키의 밀란 쿤데라'로 불린단다.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던 불륜의 형식을 이어가는 듯한데…(읽는중) 정말, 여성 심리 묘사의 대가라는 말처럼 그가 써내는 감정의 묘사가 한마디로 죽인다(!) 새로운 욕망에 눈 뜨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모습을 어찌나 잘 표현해냈는지! 읽다 보니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생각났다. 그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달랑 한 권 있는 것도 품절이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나타나는 순간적 변화, 감정의 파동, 우연에 의해 만나고 헤어지는 일, 의식의 저변에 숨겨진 갈망을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를 안다면 고요한 바닷물에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괴물을 보았을 때 가련한 어부가 경험하는 공포와 비슷한 것을 느낄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상대를 다 알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어둠의 지대가 존재하며..., 어떤 사람이든 완벽하게 합치될 수 없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이 나왔단다. 완역본! 언젠가 그녀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다가 마지막에 가스 켜놓고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더랬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녀가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나는 자살이라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이후 그녀가 궁금했다. 

 

『벨 자』를 읽은 기억이 나기도 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이번에 시 전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를 하려다가 『벨 자』의 개정판을 보았다. 시를 읽기 전에 그녀에 대해 먼저 자세히 알아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벨 자』부터 읽고. 그나저나 4천원 적립금 줄 때, 빨리 구매해야 하는데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

 

 

 

파울로 코엘료의 새 책이 나온단다. 그의 잠언(!)과도 같은 글을 좋아하진 않지만 읽다 보면 이상하게 공감의 고개를 끄덕인다. 『아크라 문서』, 이번 책의 배경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단다.  "SNS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거대한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기 존재가 쓸모없다고 여기며 꿈을 포기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두려움, 불안 등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소개에 올려둔 밑줄이 마음에 들어온다.

 

"홀로인 때가 없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면, 내면의 공허를 두려워하게 된다.”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 그저 충실히 살려고 노력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글을 읽고 나면 궁금해진단 말이다. 귀가 어찌나 얇은지 마음에 안 듣다고 하면서도 장바구니에 넣고 클릭을 해대는 책수집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이 책은 그래픽 노블인데, 지난 주에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니 지인이 추천해준 책이다. 사려고 하니 잠시 품절이 되어 있었다. 이벤트도 걸려있는데 품절이라니. 검색해보니 내용상 19금을 달아야 한단다. 어느 블로거의 글에 나온 이유로 봐서는 그다지 뭐, 19금을 달 필요가... 알람을 해두었더니 문자가 왔다. 어제 책이 왔는데, 일단 읽어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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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09-04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리 탐나는 책들로만!! 담달즈음엔 제 장바구니에도ㅋ 갑자기는 아마 낼 갑자기 오겠죠?^^

readersu 2013-09-05 11:16   좋아요 0 | URL
중혁 작가 책이 나왔잖아요! 장바구니에 넣지도 않고 바로 구매를 했을 것 같지만...ㅎㅎ 아, 가을은 독서의 계절!! 열심히 읽어요. 우리^^
 

아침에 일어나니 조금 쌀쌀했다. 어, 이제 가을이 왔나보다 생각하며 가을에 관한 시를 하나 찾아 읽어야지, 했다. 책꽂이에 꽂힌 시집을 하나씩 펼쳐보다가 '가을'은 못 찾고, '시인의 말'에 꽂혔다. 하나하나 맘에 들어오는 '시인의 말', 다 적고 보니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선천적' 시인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는 상처를 만드는 사람이면서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처를 받은 사람이면서

자신을 힐난하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바친다.

 

징후와 예후만으로 이루어진

위독의 자리마다

모든 과장과 생략과 시치미.

 

진짜 같은, 의 핵심은 같은인데

진짜 같은 공포와 피로가

살갗에 제 발자국을 마구 찍는데

진짜는 없고 발자국만 있다.

 

위독의 자리,

훌륭한 칼잡이가 된다는 것.

훌륭한 칼놀림이란

죽이면서 또한 구하는 것.

그것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_이현승, 『친애하는 사물들』

 

 

진정한 지옥은 내가 이 별에 왔는데

약속한 사람이 끝내 오지 않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_류근, 『상처적 체질』


 

 


봄날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꽃다발 한목숨 바치는 것으로 될까!

 

훗날 훗사람을 위해

우리들 다 바치는 것으로 될까!

 

그래도, 그러는 사이에도

한세상 또 한세상

말없이 누구나 단풍 들고 낙엽 지고

말없이 봄볕 들고 새순 돋는다는 다정한 말,

나는 믿는다!

 

첫 울음소리 다시 들리는 날이다.

_이사라, 『훗날 훗사람』

 

 

 

(……)

 

 

사랑의 주소는 자주 바뀌었으나

사랑의 본적은 늘 같은 자리였다.

_이정록, 『정말』

 

 

 

 

내 슬픔에게 접붙인다.

감히 나는 이 가을이 너무 좋구나

감히 나는 살아 있구나

감히 나는 너를 사랑하는구나

감히 나는 눈물을 떨구는구나

감히 나는 목숨이 저 봄 같기를 소원하는구나

감히 나는 시시하구나

감히 나는 안녕하구나

감히 나는 시를 쓰는구나

 

부러 그리한 것은 아니었으나

내 존재로 인해 고통받았던 여인들

무덤 속에 있는 엄마와 태백에 있는 엄마

내 삶과 죽음의 공양주 보살들에게

‘감히’이 시집을 바친다.

_안현미, 『이별의 재구성』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은 아름답다

그런 추억일수록 

현실을 누추하게 관통해야 한다

모든 기억은 추억으로 죽어가면서

화려해지기 때문이다

_윤성택, 『감(感)에 관한 사담들』

 

 

 

 

결국 영원으로부터도  

 또한 순간으로부터도

우리는 소외되었다.

언제부터 너였는지 모르고

언제까지 나일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새가 나는 법을 버리고

다만 나는 것처럼

어떤 약속도 바람도 없이

다만 시작되기를.

_신용목, 『아무 날의 도시』

 

 

가을, 나직하게 옷 속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여전하구나

이곳에 온전히 돌아왔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

절름발이가 되었고

허리도 굽었지만

 

 (……)

 

언덕 끝까지 이어지는 길

돌 하나

모든 곳에 함께 있었던 하늘

 

그래서 지금, 여기 모두들

있어줘서

 

고마워

_곽은영, 『불한당들의 모험』

 

 

 

 

수십 개의 단어와 한 사람을 동시에 떠올리는 일

나는 아직도 이런 일을 생각한다.

_유희경, 『오늘 아침 단어』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_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어떤 밤에 우리는 

 

연필의 검은 심을 모질게 깎고

 

이 고독한 밤을 바꿀 수만 있다면

이 고독한 밤을 바꿀 수만 있다면

 

서로의 얼굴을 백지 위에 갉작 갉작 그려 넣으며

 

납득이 가지 않는 페이지는 찢었다

_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

 

간신히, 희망!

정말 희망은 우리에게 마지막 여권, 뿌리칠 수 없는 종신형인가 보다.

_김승희, 『희망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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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장편을 더 많이 읽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장편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이야긴 아니다.(^^) 이야기가 중간에서 끊어지다만 느낌을 주는 소설집이 그때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데 사람의 취향도 바뀌는 건지 언젠가부터 단편도! 많이 읽게 되었다. 어쩌면 바쁜 생활 탓일 수도 있다. 한번 잡으면 리듬이 끊어지지 않도록 몰입하거나 끝까지 읽어야 하는 장편에 비해 30분에서 한 시간이면 읽고도 남을 단편은 다른 여러 권의 책과 동시에 읽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요즘 홀릭해서 읽었거나 읽고 있는 소설집, 몇 권.

 

 

 

손보미 작가의 소설집이 나온다고 하니 다들 반응이 뜨거웠다. 그녀의 작품을 읽은 것은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에 실린 단편 두어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단편이 책에도 수록되어 있는 「과학자의 사랑」이다. 읽으면서 굉장히 독특했다고 생각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마치 토요일 오전, TV에 나오는 서프라이즈의 한 코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낯선 문체, 그것이었다. 그런 까닭에 등단 4년 차인 그녀가 매해 이러저러한 상을 받은 것은 아닐까?

 

 

『그들에게 린디합을』엔 모두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매 단편들마다 삶의 파멸(!)을 예감하는 글들이다. 불현듯 삶 속에 들어오는 사건, 사고들. 아이가 죽고(「담요」), 남편은 눈이 먼다(「폭우」), 남편은 한때 연인이었던 대학동기에게 빠지는 듯하고(「여자들의 세상」), 「육인용 식탁」의 부부는 뭔가 불안하다.

 

 

다른 작품들도 나름의 독특함을 보여주어 좋았지만 처음과 마지막 단편이 눈을 끌었다. 이 소설집엔 「담요」가 제일 처음, 「애드벌룬」이 맨 마지막에 실렸는데 두 단편은 서로 관련이 있는 것.「애드벌룬」은 「담요」의 이야기를 다시 쓴 내용이다. 죽었던 아이가 사실은 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죽고난 후 삶의 나아진 것일까? 다들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 그때 만약 그 아이가 살았더라면…… 어찌 되었을지는 아마도 그건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을 읽고 다시 만난 이응준 작가의 『밤의 첼로』 다른 것보다 연작이라는 것과 연애 이야기라는 것에 끌렸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에 연애를 다룬 단편들이라면 역시 흥미로울 거라는 기대. 그 기대는 맞았다. 재미보다는 글을 읽는 맛이 났다. 전작의 장편에서 보았던 발랄함이 아니라 슬픈 사랑임에도. 한편씩 소설을 읽다 보면 같이 가라앉고 있는 나를 본다. 그래서 철저하게 밤에 읽었다.

 

 

6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 『밤의 첼로』는 한 편, 한 편 다른 내용인 듯하지만 천천히 읽다 보면 서로 스치듯 지나는 우연들을 만날 수 있다. 이걸 알아보는 것이 이 소설집의 백미. 처음엔 나도 잘 몰랐다. 천천히 읽기보다는 읽어내기 바빴으니까. 한데 우연히 발견한 '버드나무 군락지' 라는 단어 땜에 찾아보았더니 그렇다는 것이다. 어쩐지, 연작이라고 했는데 왜 서로 연관성이 없는 걸까? 했다. 그걸 알고 나니 소설들이 더 흥미롭기 시작했다. 혹시 읽을 예정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알고 읽었으면 좋겠다. 슬픈 내용이지만 깨알 같은 재미, 느낄 수 있다. 

 

 

 

처음엔 한 편만 읽을 생각이었다. 단편 중에 가장 눈을 끄는 제목으로. 「슬픔에 대하여」를 읽고 나니 온통 밑줄이었고, 도대체 이 슬픔이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고 싶어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다. 이런 소설, 그동안 못 만났는데 쓰시마 유코의 『묵시』가 오랜만에 나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신경숙 작가와 서간을 주고받던 때, 신경숙 작가의 제안으로 쓰시마 유코가 자신의 작품에서 직접 엄선한 7편의 작품을 실은 소설집이다. 아니, 소설집이라고는 하지만 쓰시마 유코의 삶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한 편, 한 편 마치 쓰시마 유코의 독백처럼 들렸으니까. 어쩌면 의도적으로 고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태어나 한 살도 되기 전 다른 여자와 동반자살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 홀로 된 엄마와 살면서 겪은 오빠의 죽음, 이후 남편 없이 키우던 어린 아들을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떠나보낸 자신의 삶을, 소설 속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니까.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십 년 이라는 시간이 공존하는 단편들을 보며 그녀가 작가였기에 그 '운명'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작가의 말.

 

 

“아주 큰 가지가 떨어져나갔는데도 제 삶의 시간은 계속되었습니다. 어째서 중단되지 않는가. 그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이기 때문이겠지요. 소설을 쓰는 일과 읽는 일 모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고 또 묻는 행위일 것입니다.”

 

 

 

 편혜영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밤이 지나간다』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무조건 샀다. 첫 단편을 읽었다. 어두웠다. 편혜영은 이 맛이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소설집은 좀 다르단다. 고독한 현대인의 불안한 삶을 보여주며 결국은 삶의 파멸로 이끌었던 작품들에 희망을 넣었단다. 그래서 어둡지만은 않고 밝은 면도 볼 수 있다고.

 

 

모두 8편이 들어 있는 『밤이 지나간다』는 읽어본 작품이 서너 편이다. 하지만 읽기 전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읽으면서 짧은 기시감을 느끼겠지. 그러고선 아, 이 작품은 그때 읽었던 거로구나. 기억할 것이다. 출판사 책소개에서 한 단락,

 

 

"고독은 삶의 상수고 이 세계는 편혜영이 그려온 것처럼 어둡고 비참하며 부조리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파국을 생의 기초라고 생각한다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몸짓은 그저 소중할 수밖에 없다. 편혜영은 이제 그 작은 움직임들을 하나씩 수집하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밤이 지나간다』가 품고 있는 파국, 그리고 그 안에서 싹트는 삶의 의지는 깊이 음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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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딸이 어느 트럭 운전사의 품에 안기게 될까봐 노심초사했었다. 그보다 더 나쁜 건 사회주의자의 품. 그리고 더 나쁜 건 흑인의 품!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흑인하고 같이 있는 제니의 모습이라니! 그러자 문득 불안해졌다. 훌륭한 작가들 중에는 유대인이 많다는데, 혹시 쿼버트도 유대인이면? 끔찍한 일이었다! 어쩌면 유대인이면서 또 사회주의자일지도 몰랐다! 유대인은 피부색으로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 속상했다. 적어도 흑인들은 피부색으로 드러나니 훨씬 더 정직하지 않은가. 하지만 유대인들은 음흉했다. 경련이라도 이는 것처럼 속이 찌르르했다. 로젠버그 사건* 이후 그녀는 유대인들을 무서워했다. 소련에 핵무기를 넘겨주기까지 한 자들이 아닌가.** 쿼버트가 유대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불현듯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시계를 보니, 쿼버트가 오기 전에 잡화상에 다녀올 여유가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_『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책을 읽다 보면 문장 속의 글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이 책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읽으면서도 그랬죠.

 

때는 1975년. 미국의 동북부에 위치한 뉴햄프셔 주의 오로라, 라는 도시입니다.(오른쪽 사진 속 맨 오른쪽 위 노란색 부분) 그곳에서 '클락스'라는 식당을 하고 있는 태머라는 자기의 딸 제니와 그곳에 글을 쓰러 오는 작가 해리와 짝을 지어 주고 싶어합니다.  제니와 유명한 작가(!) 해리가 결혼만 한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식당 '클락스'도 유명해질 거라면서 상상을 하죠. 위의 문장은 그 상상 속의 한 장면이에요. 해리가 나타나기 전까지 딸 제니에 대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한데 막상 해리와 짝을 지어줘야지 생각하자 이제는 해리의 출신성분이 걱정입니다. 이건 아마 세계의 모든 엄마들의 걱정이 아닐까요?

 

그 걱정의 문장 속에 들어 있던 '로젠버그 사건' 

이 사건을 듣자마자 떠오르던 책이 있었습니다. 다들 생각나시나요?

물론 책에는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만. 네, 바로 E.L.닥터로의 『다니엘서』였습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54 이죠.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로젠버그 사건 에 나온 글을 옮겨보면,

 

1953년 유대인 이민자의 후손이던 로젠버그 부부가 소련에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본인들이 무죄를 주장했고 죄를 인정할 만한 확실한 증거도 없었지만, 당신의 매카시즘 분위기 때문에 사형이 집행된다.

 

이쯤되면 '로젠부부 사건'이 궁금해지죠?

그렇다면 이 책 E.L.닥터로의 『다니엘서』 를 읽어볼 차례입니다.^^

 

다니엘서』는 핵폭탄 기밀을 소련에 넘기려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로젠버그 부부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소설로 비판해온 닥터로는 이 작품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의미와 정신이 어떻게 사회에서 음모로 위협받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허구를 오가며 그 구분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할 뿐 아니라, 소설을 빙자한 진실의 메아리를 독자에게 끊임없이 환기시키면서 오늘의 사회가 사형존폐론, 체제 권력의 힘과 개인적 자유의 상관성 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시사한다. 

 

좀 더 자세한 것은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54

 E.L.닥터로의 『다니엘서』 미리보기를 참고해보면 되겠습니다~ 

 

다시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로 돌아와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지? 하는 것도 궁금했지만

매 장마다 나오는 해리의 글쓰기에 관한 조언이 참 유익했어요.

저는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닌데

해리의 조언대로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은 들더라고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조언이라면 이런 것,

 

 

"작가들이 여린 존재라면 말일세. 마커스, 그건 그들이 두 가지 종류의 감정적 고통을 겪기 때문이네. 다른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를 겪는 거지. 사랑 때문에 겪는 고통과 책 때문에 겪는 고통. 책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같지. 굉장히 고통스러워질 수 있네." 

 

"해리, 어떻게 하면 책을 쓸 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생길까요?"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네. 자넨 그런 능력을 갖게 될 걸세. 마커스, 갖게 될 거야. 난 알 수 있네."

"어떻게 그렇게 단언하죠?"

"이미 자네 안에 있으니까. 그건 일종의 질병이네. 작가들의 병. 더이상 글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쓰고 싶지 않은데도 안 쓸 수가 없는 병."

 

"마커스,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뭔지 아나?"

"아뇨."

"그 사람을 잃는 것이네."

 

 (…)

"그러니까, 단어는 단어일 뿐이고, 또 모든 사람의 소유라는 말일세. 사전을 열고 아무 단어나 골라보게. 그 순간부터 비로소 흥미로워지지. 그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나?"

"어떻게요?"

"단어를 하나 고르고, 그걸 자네 책 속에 계속 등장시켜보게(…) 원래 단어들은 모든 사람의 것이지만, 자네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네. 두고보게. 마커스, 책은 단어들과 관계를 맺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그건 옳지 않네. 책은 사람들과의 관계야."

아, 정말 멋진 조언들 아닌가요?

요것은 겨우 1권에 나온 '새 발의 피'입니다.^^

해리의 조언대로 글을 쓴다면, 정말!!!

 

그래서

 

이 소설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추리 소설인지, 글쓰기 학습 글인지, 사랑에 관한 소설인지

아리송합니다. (아니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작품?!!)

꼭 고른다면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튼 이런 소설, 놓치면 후회합니다.

지금 당장 클릭하세요. 그리고 주말을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과 함께!!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약장수 빙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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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3-08-0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야 늘 잘 쓰고 싶죠. 덕분에 좋은 책 알고 갑니다.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날씨가 장난이 아니네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

readersu 2013-08-20 09:22   좋아요 0 | URL
앗, 이제야 댓글을^^;;
휴가는 나중으로 미뤘어요.
날씨 넘 덥죠?
애티커스님도 건강조심!!
글도 열심히 쓰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