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신간을 주목하고, 한두 권씩 장바구니에 넣어 적은 금액으로(적립금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는 항상 두세 권만 구입한다) 구매를 한다. 그러고선 나는 책을 많이 구매하지 않아요, 라고 지인들에게 말했다. 매번 5만원 이상 구매해대는 친구들을 보면서. 한데 언제부터인가 '고객님의 알라딘 멤버십 플래티넘 등급의 유효기간이 연장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무심결에 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난 정말 책을 많이 구입하지 않았는데 이게 웬일?(ㅠ_ㅠ)
장바구니 구매욕구는 어느날 갑자기 똑똑, 문을 두드리며 나타난다. 문을 두드리면 열지 않을 수가 없다. 에트가르 케레트의 표제작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그렇게 지난 주에 사모은, 내 맘에 들어온 외국문학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의 소설. 추천사가 장난 아니다. 띠지의 김영하는 둘째치고,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추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 책을 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끝내주게 재미있고 어둡고도 통렬하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카프카적이라 하고 싶지만 실은 가장 그다운 작품이다." 카프카적? 이 작가는 처음 본 작가다. 그러니 그의 작품을 두고 카프카적, 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동안 카프카와 비슷한 문체를 써왔다는 뜻일까? 그건 읽어보면 알겠지. 에트가르 케레트, 그는 이스라엘 작가다. 단편을 중심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이스라엘 문학의 기수! 란다.
짧은 이야기를 써온 작가의 글을 그동안 몇 권 읽은 것 같다. 환상적인 얘길 들려주는 일본 작가도 있었고, 풍자와 웃음을 주는 터키 작가도 있었다. 소설은 장편보다 단편, 그것도 짧은 글로 써내기가 더 힘들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내가 읽은 짧은 소설들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적으로 끌리기도 했던 작품. 한데 저 추천사들!!!
모두 서른여섯 편의 짧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들며 유머와 아이러니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단다. 더구나 출간에 맞춰 방한한다고 하니, 책 읽고,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길 들으면 일석이조이겠다는 생각.
표지를 봐서는 세상의 모든 아침이 다시 올 것만 같은데 파스칼 키냐르는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한다. 표4에 적힌 본문의 내용을 보니 이해가 간다. 키냐르의 소설을 읽은 것은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뿐이었다. 그 책을 읽고 『은밀한 생』을 잡았으나 읽지 못했다. 그리고 『빌라 아말리아』를 사두고선 아직도. 그러고도 개정판이 나오니 또 구매부터 했다. 책 출간 순서대로라면 『세상의 모든 아침』을 먼저 읽어주는 것이 맞긴 하다.(-.-) 어쨌든, 간만에 키냐르의 문체에 빠져봐야지.
"활을 켤 때 내가 찢는 것은 살아 있는 내 작은 심장 조각이네. 내가 하는 건 어떤 공휴일도 없이 그저 내 할 일을 하는 거네. 그렇게 내 운명을 완성하는 거지."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아흐멧 알탄의 『감정의 모험』. 여성 심리 묘사의 대가란다. 터키 작가인 아흐멧 알탄은 '터키의 밀란 쿤데라'로 불린단다.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던 불륜의 형식을 이어가는 듯한데…(읽는중) 정말, 여성 심리 묘사의 대가라는 말처럼 그가 써내는 감정의 묘사가 한마디로 죽인다(!) 새로운 욕망에 눈 뜨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모습을 어찌나 잘 표현해냈는지! 읽다 보니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생각났다. 그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달랑 한 권 있는 것도 품절이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나타나는 순간적 변화, 감정의 파동, 우연에 의해 만나고 헤어지는 일, 의식의 저변에 숨겨진 갈망을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를 안다면 고요한 바닷물에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괴물을 보았을 때 가련한 어부가 경험하는 공포와 비슷한 것을 느낄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상대를 다 알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어둠의 지대가 존재하며..., 어떤 사람이든 완벽하게 합치될 수 없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이 나왔단다. 완역본! 언젠가 그녀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다가 마지막에 가스 켜놓고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더랬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녀가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나는 자살이라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이후 그녀가 궁금했다.
『벨 자』를 읽은 기억이 나기도 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이번에 시 전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를 하려다가 『벨 자』의 개정판을 보았다. 시를 읽기 전에 그녀에 대해 먼저 자세히 알아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벨 자』부터 읽고. 그나저나 4천원 적립금 줄 때, 빨리 구매해야 하는데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
파울로 코엘료의 새 책이 나온단다. 그의 잠언(!)과도 같은 글을 좋아하진 않지만 읽다 보면 이상하게 공감의 고개를 끄덕인다. 『아크라 문서』, 이번 책의 배경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단다. "SNS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거대한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기 존재가 쓸모없다고 여기며 꿈을 포기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두려움, 불안 등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소개에 올려둔 밑줄이 마음에 들어온다.
"홀로인 때가 없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면, 내면의 공허를 두려워하게 된다.”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 그저 충실히 살려고 노력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글을 읽고 나면 궁금해진단 말이다. 귀가 어찌나 얇은지 마음에 안 듣다고 하면서도 장바구니에 넣고 클릭을 해대는 책수집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이 책은 그래픽 노블인데, 지난 주에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니 지인이 추천해준 책이다. 사려고 하니 잠시 품절이 되어 있었다. 이벤트도 걸려있는데 품절이라니. 검색해보니 내용상 19금을 달아야 한단다. 어느 블로거의 글에 나온 이유로 봐서는 그다지 뭐, 19금을 달 필요가... 알람을 해두었더니 문자가 왔다. 어제 책이 왔는데, 일단 읽어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