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이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림도 좋아하고 알랭 드 보통은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땡기지 아니할 수 없는 책이다.
『영혼의 미술관』, 조금 무겁고, 책을 다니고 다닐 수 없이 큰 것이,
좋아하는 책 들고 다니며 읽는 나에겐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그럼에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알랭 드 보통의 글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읽으면서 아무데나 막막 밑줄을 그어도 멋진 문장이 되는
(아, 내 눈에는 보통에 대한 애정의 콩깍지가 제대로 씌였다!)
그의 글은... 정말 좋으다. 행복해진다.
그게 슬픔에 대해 말을 하든, 사랑에 대해 말을 하든,
그림이고 뭐고 간에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역시 가을엔 무엇에게든 빠져보는 일이 좋은 것!)
행복, 즐거움, 신남, 엔돌핀 팍팍!!
그럼, 『영혼의 미술관』 맛보기~!!
_오늘 밤 당신의 모습을 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요
_가족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생각해보라. 카메라를 꺼내들고 싶은 충동은 우리의 자각이 시간의 흐름에 약하다는 불안한 자각에서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타지마할을 잊고, 시골길을 잊고, 무엇보다 아이가 일곱 살하고도 구 개월일 때 거실 카펫에서 레고 집을 쌓던 바로 그 순간의 표정을 잊는다.
우리가 잊을까봐 걱정하는 대상은 대체로 아주 구체적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사람이나 장면의 무작위적인 면이 아니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기억하길 원하고, 그래서 우리가 훌륭하다고 여기는 화가들은 무엇을 기념해야 하고 무엇을 생략해야 할지 적절하게 선택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다.
:: 이 글을 읽는 순간, 문득 가족사진을 모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쁘게 편집해서 내 핸폰에 넣고 다녀야겠다며..
보통의 말대로라면 정말 기억하고 싶은 중요한 것이니까. 요즘 내 생각의 가장 많은 부분은 역시 '가족'인 것 같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겠지.
기억하고 싶은 사진, 우리 가족들이 기억하길 원하는 사진. 그런 사진.
_희망은 이런 모습일 수도 있는 것
_만일 세상이 좀더 따뜻한 곳이라면, 우리는 예쁜 예술작품에 이렇게까지 감동하지 않을 테고, 그런 작품이 그리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예술적 경험의 가장 이상한 특징 중 하나는 가끔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의 힘이다. 그런 순간은 괴롭거나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대면할 때가 아니라 특별히 우아하고 사랑스러워 보는 즉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작품과 마주칠 때 찾아온다. 아름다움에 격렬히 반응하는 이 특별한 순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 나도 예전엔 잘 몰랐다. 그림을 봐도 이게 무슨 뜻인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
한데, 그런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내 맘에 들어온다. 시가 내 맘에 들어오는 것처럼 똑같았던 것 같다.
마치 기시감을 느끼듯이 그림을 보는 순간 멈칫, 하고 멈춰서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그림이라는 게 이젠 더 이상 내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닌(엉?) 꽤 친밀한 무언가가 되어..관심을.
_우리는 안개를 무심히 봤을 뿐, 주목해서 보진 않았다
_사랑은 당연히 인생의 큰 즐거움이어야 하지만, 나와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연인들 사이에 오가는 잔인함의 정도는 철천지원수 저리 가라다. 우리는 사랑이 충만함의 강력한 원천이길 바라지만, 사랑은 때때로 무시, 헛된 갈망, 복수, 자포자기의 무대로 변한다. 우리는 부루퉁하거나 쩨쩨해지고, 성가시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고, 어떻게 혹은 왜 그런지 이해조차 못하고서 자신의 삶과 한때 자신이 좋아한다고 맹세했던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다.
예술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그래, 보통에게 '사랑'을 빼면 무슨 보통인겨!
다른 파트도 다 좋지만, 역시 '사랑' 파트가 좋아.
위의 그림 <녹턴: 베터시 강>이라는 잘 모르는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라는 저 화가의 그림도 마음에 들고.
_처음 데이트할 때 우리가 얼마나 감사하다고 느꼈는지 상기시켜준다
_사랑할 줄 아는 건 감탄하는 것과 다르다. 감탄에는 왕성한 상상력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능력이 필요치 않다. 문제는 두 사람이 삶을 공유하려 할 때 고개를 든다. 집, 자녀, 사업 및 가계 운영을, 처음에 멀리서 봤을 땐 감탄스러웠던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 이럴 때 우리에게는 저절로 툭 튀어나오는 법이 거의 없고, 연습을 안 하면 좀처럼 도움이 안 되는 자질이 필요하다. 상대방 말에 예바르게 귀길유이는 능력, 인내심, 호기심, 회복력, 관능, 이성 같은 것 말이다.
:: 사랑도 노력인가?
_난파선에 매달리기. 우리의 운명은 대체로 이렇다
_사랑의 불꽃은 툭하면 외모 때문에 일곤 하는데, 통념상 사랑은 그래선 안 된다는 것, 그것이 사랑의 한 역설이다. 이는 우리에게 다음 같은 수수께끼를 안긴다. 우리는 육체적인 면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아름다움은 완전히 요점 밖일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적인 부분일까?
_연인 관계에서 나타나는 대단히 우울한 양상은, 처음 알았을 땐 더없이 감사하다고 느꼈던 사람에게 너무나 빨리 익숙해진다는 사실이다. 손목이나 어깨만으로도 우리를 흥분시켰던 사람이 눈앞에 벌거벗고 누워 있어도 무덤덤하기만 하다.
:: 그러니까, 사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