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내가 서울로 올라오고 몇 해 후에 엄마는 병이 나셨다. 평생을 약을 타 드셔야 하는 상황이셨다. 처음엔 가까운 도시의 큰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았지만 그래도 자식이 둘이나 있는 서울이 겸사겸사 올라오기가 더 편하셨던 가보다. 처음엔 서울 지리를 모르시는 엄마를 위해 나와 동생이 번갈아 마중을 나가다가 언젠가부터는 혼자 오셨다가 가셨다. 그땐 길도 아시고 혼자 충분히 다니셔도 되니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그다지 힘들지 않은 수술이었지만 연세가 있으셔서 고생을 하셨고 그 후론 약을 타러 오실 때마다 마중을 나갔다. 사실, 두어 달에 한번 오시는 길이지만 가끔은 나가기가 싫을 때가 많다. 여태껏 엄마 혼자 잘 다녀셨는데 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점점 나이가 드셔서 늙어가는 엄마를 보면서 그래, 살아계실 때 잘 해 드려야지 이 정도가 뭔 큰일이라고! 하는 생각도 한다.

지난 달이었나보다. 엄마가 약타러 올라오기로 한 날인지 까맣게 잊고선 여행 보내준다는 이벤트에 신청을 했다. 당첨자 발표도 안 났는데 되기라도 한 것처럼 설레고 있었다. 일주일쯤 지나자 불현듯 스치는 찝찝함이 있었다. 스케줄 등록해놓은 것을 살폈다. 맞았다. 엄마가 약 타러 오는 날하고 묘하게 겹쳤다. 그때부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만약 그 이벤트에 당첨이 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고 만에 하나 당첨이 된다면 가야하는 건가, 말아야 하는 건가? 우선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혼자 갈 수 있냐고 물으니 지하철 타고 걸어가면 되지 하신다.  약속이 취소 될 수도 있으니 다시 전화 할게 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때부터 알 수 없는 찝찝한 그 무엇이 내 가슴을 누르기 시작했다.

언젠가 내가 마중을 못 나가는 상황이 되었을 때 큰 동생이 전화를 했었다. 웬만하면 나가라는 것이다. 엄마가 건망증이 심해지니 불안하다는 요지였다. 내가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데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왠지 큰 동생의 그 말이 마음에 남아 마중을 나가게 되었다. 환한 엄마의 표정.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은 거였다.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건망증이란 연세가 있으니 당연히 있는 것인데 그즈음 좀 심하셨나보다. 동생의 오버였다. 아마도 그 후부터였을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엄마의 연세가 적은 게 아니었다. 요즘 들어 부쩍 하나 뿐인 딸이라고 나만 의지하고 계셨다. 그동안 겉으론 본인의 심정을 한번도 드러내지 않던 분인데 두 아들은 제쳐두고 유독 나만 찾았다.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직 혼자이기 때문일까? 내가 못 나간다고 하면 그래, 알았다 하시던 분이 왜 못 나오냐 부터 시작하여 결국엔 나가겠다는 확답을 받아내셨다. 동생을 내 보낸다고 해도, 둘째 며느리를 내 보낸다고 해도 싫다 하셨다. 그게 내심 짜증이 나면서도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가슴이 뜨끔했다. 관절염으로 잘 걷지도 못하시는데 내가 무슨 배짱으로 엄마와 그깟 이벤트를 두고 저울질을 했을까? 다행히 당첨이 되지 못해 가지 못했기에 망정이지 정말 나는 엄마를 제쳐두고 가려 했던 걸까?

전화 자주 하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 매번 놀고 있는 엄마가 전화하면 되잖아 되받아친다. 엄마는 그래, 그러면 되지. 하신다. 얼마 전엔 손도 아프시면서 김치를 담아보내셨다. 시집도 안 가고 혼자인 딸이 가엾어 그랬을까? 김치도 잘 먹지 않는데 지나가는 말로 김치 좀 담아 보내주지 했더니 그걸 잊지 않으셨다. 생전 자식들에게 따듯함이라곤 내색도 안 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우리 남매는 엄마의 정을 못 느끼며 살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엄마의 정이 눈에 보인다. 내가 나이가 드니 엄마의 정을 이해할 것 같다. 엄마는 다 똑같다. 엄마는 엄마다. 겉으로 사랑한다 표현해주는 엄마도, 평생을 니들이 알아서 잘해라 내 버려둔 엄마도 결국은 엄마였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길 잘했다. 내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 잡아 주어 고맙다. 엄마를 생각하게 해주어 다행이다. 앞으론 엄마에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것도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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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08-12-0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려다가 페이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