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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그림책은 내 친구 29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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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가는 길.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아침이면 늘상 걷게 되는 그 길은 별 변화가 없는 듯 하면서도 소소하면서도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집에서 나서는 길에 마주치는 이웃 어른에게 꾸벅, 고개 숙여 인사도 해야지. 친구를 만나면 한 십 년 못 보기라도 한 냥 소리 높여 부르며 반갑게 달려가기도 하고. 주택가를 벗어나 여러 가게며 건널목을 건너기도 할 테고, 문구점에 들려 준비물을 사는 날도 있을 거고. 내가 만들어 낸 상상 속에 빠지거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면 축지법을 쓴 것도 아닌데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벌써 학교 앞에 도착해 있을 때도 있을테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상상 그림책 2번째 작품. 다리미 자국이 다양한 대상으로 변모하는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학교 가는 길에 펼쳐지는 풍경을 발자국 형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 이런 형식을 그래픽 콩트라고 하는구나. - 신발바닥 앞부분과 뒤축이 분리되어 있는 형상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문과 찻잔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신문을 입에 문 강아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한 가지 형상에 간략한 선과 색감을 더하는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사물을 표현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여전히 재미있고 참신하게 다가온다.



 학교 가는 길에 지나치는 치과, 꽃집, 가구점 같은 가게를 치아, 선인장과 꽃, 소파 등 연관되는 사물로 표현해 놓았다. 단어와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다르지만 두 대상을 연결지어 인식하는 과정이 사고의 확장과 연상 작용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하굣길에는 발자국이 반대 방향으로 찍혀 있고 다른 길로 오는데, 마찬가지로 야채 가게, 생선 가게, 경찰서 등 다양한 건물들의 특징을 잘 짚었다는 생각이 든다. 길을 가다 보면 다양한 업종의 가게나 건물을 지나치게 되는데 아이들에게, 이 책에서처럼 하나의 형상을 이용해 다양하게 표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떻게 표현할까, 무엇을 더 그릴까, 요모조모 궁리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생각도 상상력도 쑥쑥 커질 게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이 안전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부모 마음과 달리) 위험은 어디에나 있나니, 신호등 있는 건널목이라도 건널 때 조심해야 하고, 아무리 맛난 것으로 유혹해도 행여 낯선 사람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길을 가다 보면 재미난 일이 눈에 들어와 그걸 지켜보느라 멈춰 서 있다거나, 흥미진진한 상상에 푹 빠져 있다 보면 아차, 지각할라! 어린이들, 한눈팔지 말라는 엄마 말씀도 잊지 말아요~. 
 세상에는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언제나 가장 좋은 곳은 나는 반겨주는 이가 있는 내 집이 아닐까. 멍멍이도, 엄마도 나를 반기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내 동생. 동생이 첫 걸음을 떼게 될 날을 그린 마지막 장면에 보이는 작은 발자국 하나. 재미나고 호기심 가득한 일들이 가득한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자국이다.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선 아이의 발자국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았구나... 책장을 덮고는 손가락으로 눈밭에 찍힌 발자국 같은 느낌을 주는, 표지 위의 입체감 있는 발자국을 새삼 손가락으로 더듬어 따라가 보았다. 아이들이 먼 거리를 통학하는 것이 안쓰러운 마음- 학교 근처로 이사 가면 좋겠단 생각도 가끔-이 들곤 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구나 싶어진다. 

 요즘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바쁜 일상에 쫓겨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뭐 그리 바쁜 일이 있다고 앞만 보고 걷나, 가끔 내가 가는 길에 어떤 가게들이 있고, 요즘 유행하는 패션은 어떤 것들인지 눈길 주며 걷는 날도 있어야지~. 큰 아이는 전에 등하교시에 길을 익히려고 경로를 바꾸어 다니곤 했다던데 -특정 가게를 본 적이 있나 물어보니 모르겠다는 대답만- 길만 눈여겨 살핀 모양이다. 주변의 다양한 풍경과 변화로운 일상이 가져다주는 소소한 재미를 포착하고 즐길 줄 아는 여유. 간단한 것으로도 많은 것을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그림책이 그런 여유를 일깨워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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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는 기분이 좋아요 알맹이 그림책 2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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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아끼거나 좋아하는 것을 주거나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는 것일지라도, 상대가 기쁨에 겨워 팔짝팔짝 뛰거나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힘든 생각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나 역시 함께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을 누리게 된다. 이 그림책은 부활절을 배경으로 아이가 몰래 준비한 깜짝 선물에 가족들이 놀라고 기뻐하는 광경을 보며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을 보며 처음 안 것인데, 스웨덴에서는 부활절이 크리스마스 만큼이나 큰 명절인 모양이다. 아이들이 부활절에 가끔 학교 앞에서 교인들이 나누어 주는 삶은 달걀을 받아오곤 하던데, 스웨덴에서는 부활절 토끼가 달걀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단다. 그런데 그 달걀은 진짜 달걀이 아니라 초콜릿과 젤리, 사탕으로 만든 것이라는 점도 생소한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산타가 몰래 다녀가는 것처럼, 부활절 토끼는 부활절 토요일 모두 잠들어 있는 이른 아침시간에 아무도 모르게 살짝 다녀간다고. 스웨덴 아이들에게 부활절 달걀이 없다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기대했던 선물을 못 받는 것 만큼이나 속상한 일인가 보다.

 로타는 오늘 무척 화가 나 있다. (오빠야 로타가 언제나 화나 있다고 말하지만~) 로타는 오전 내내 오빠와 언니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는데, 하필 오늘 같이 특별한 날, 생일 초대를 받았다며 거기를 가야한다고 하지 않는가. 다른 날도 아니고 부활절인데! 마녀 옷을 입고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주는 사탕과 초콜릿을 받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이니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겠는가. 초대받은 자리에 로타도 같이 가서 언니 오빠와 함께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다면 화가 덜 났을까? 
  건강이 좋지 않은 이웃 아줌마네에 들러 안부를 묻는 공손함을 보이기도 로타. 자기가 "왔다 갔다 하면서 돌봐 드려서 아줌마는 좋겠다"는, 찰랑찰랑 넘칠 듯한 자부심이 담긴 말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  거리로 나간 로타는 자신을 "기푼 좋은 아이"라고 부르는 바실리스 아저씨네 사탕 가게에 들렸다가 생각지도 못한 -로타가 부활절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게 해 준- 선물을 한아름 받게 된다. 

 세 남매는 뒤늦게 부활절 마녀 복장을 하고 나서지만 사탕과 과자가 거의 없다는 말에 맥이 빠진다. 거기다 아빠는 가게 문을 닫아서 부활절 달걀을 사지 못했다고 말하고, 심지어 요나스 오빠는 짓궂게도 부활절 토끼도, 산타클로스도 아빠라는 것을 로타에게 알려준다. 그런 거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데! 부활절과 크리스마스에 부활절 토끼와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건 앙코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인 걸. 
 어린 시절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찾아오는- 혹은 어린이집으로 찾아와 미리 선물을 주고 가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는다. 선물을 준비하는 이가 부모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크게 실망하지만 그렇더라도 아이들은 여전히 특별한 날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 한다. 미아 마리아와 요나스는 이제 부활절 토끼가 아빠인 것을 아는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부활절 달걀을 구하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부활절 아침이 되자 다른 때처럼 부활절 토끼가 다녀갔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런 심리일 게다.


 부활절 토끼를 대신해 다녀간 크리스마스 토끼(?) 덕분에 나이만 가족은 부활절 아침, 자작나무 아래 풀밭에 펼쳐진 멋진 광경에 큰 기쁨을 누린다. 즐거워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로타는 날마다 놀라게 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앞서 로타가 베르크 아줌마네 헛간에 있는 커다란 가방(본문 말미에는 '상자'로 표기했던데 원작에도 다른 단어로 지칭했을까?)-에 남겨 둔 것들은 로타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혹여 아줌마가 발견한다면 또 한 번의 깜짝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

 어릴 때 참 재미있게 본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 작가가 누구(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고,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훌쩍 커서 내 아이들에게 보여줄 책을 고르면서부터이다. 린드그렌의 작품은 지금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으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들을 동화책과 그림책으로 꾸준히 접할 수 있어서 반갑다. 혹 로타가 등장하는 작품이 더 있나 찾아 보니 절판된 <말썽꾸러기 로타/다락방>와 <나, 이사 갈 거야/논장> 등 세 아이(요나스, 미아 마리아, 로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더 있는 모양이다. - 책을 처음 볼 때 그림책 치고는 글밥이 생각 외로 많아서 조금 놀랐는데, 애초에 작가가 그림책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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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1-11-01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어른들이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비로소
아이한테 읽힐 아름다운 책을 깨닫지 싶어요.
 
[엄마가 화났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가 화났다 그림책이 참 좋아 3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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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순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던 시기가 지나면 아이는 혼자서도 숟가락을 제법 능숙하게 하고, 가끔은 혼자 노는 것도 즐길 줄 알게 된다. 아이가 장난감 놀이나 색칠하기-TV나 비디오로 자기가 좋아하는 영상물을 볼 때도-에 몰입한다 싶으면 아이와 놀아주느라 미뤄두었던 집안일이나 식사 준비, 혹은 다른 볼일을 후다닥 해결하려고 잠시 자리를 뜨곤 한다. 아이가 혼자서도 조용히 있는 순간은 대게 어떤 일의 재미에 폭 빠져 있을 때인데 그럴 때라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는 평온함이 가져다 준 잠깐의 방심이 불러온 처참한 결과를 보게 될 때면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달려 나간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어이없어 하며 순간적으로 "ㅇㅇ야!"하고 아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고는, 아이에게 눈을 홀기면서 뒷수습을 하는 와중에 큰 소리로 야단을 치고... 눈물바람으로 안겨드는 아이를 보고서야 그 나이 또래면 다 하는 행동인데 싶어 그제야 감정이 앞섰던 것을 후회하며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곤 한다. 이 그림책을 보며 달리 남의 집 이야기일까, 작가도 아이를 키우며 다양한 일을 경험했을 텐데 그것을 작품에 참 잘 녹여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림책은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는 몇몇 순간을 포착하여 담아냈다. 산이가 식탁을 지저분하게 만들어가며 자장면을 손으로 먹는 모습을 본 엄마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가만히 앉아 얌전히 먹으라고 말한다. 얼룩덜룩해진 얼굴을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가서는 거품놀이의 재미에 빠져 든다. 일전에 우리 집 막내가 혼자 욕실에 들어가서는 조용하기에 가보니 손 안 닿는 곳에 놓은 줄 알았던 손세정제를 가져와 뚜껑을 열어 반 이상을 세숫대야에 들이 부어놓고 거품 장난을 하고 있었다. 수돗물을 틀어 놓고, 치약을 짜놓고, 아이가 있는 집이면 대게 한 번쯤은 겪어보는 일들이지 않을까.
 
 엄마에게 혼난 산이는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가만히 앉아서. 그런데 그리다 보니 종이가 너무 작아 여기저기에... 종이 안에만 물감 질을 했으면 하는 건 엄마의 바람일 뿐이고, 아이가 그것으로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종이 대신에 자기 손에 물감을 칠하기도 하고, 서툴거나 혹은 과감한 붓질로 종이를 벗어나 바닥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벽이며 마룻바닥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을 본 엄마가 산이 때문에 못 살겠다고 화를 낸다. 불같이. 큰소리로 야단맞는 순간의 아이에게는 정말 엄마 입에서 불이라도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산이가 사라졌다. 엄마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불길이 산이를 삼켜버렸다. 엄마는 산이를 찾아 나선다. 아이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성이 보일 때마다 정신없이 달려가 보지만 산이는 없다. 앞서 산이가 엄마에게 야단을 맞았을 때 산이가 가지고 놀던 물건들의 집합체가 엄마를 보고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엄마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거품이 툭툭 터져 작아질 것 같다고, 엄마는 걸핏하면 자기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지만 자기는 엄마가 정말 좋다고... 산이를 찾아 떠난 엄마가 찾아간 성과 주변 풍경, 성 안에 어른거리던 그림자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 앞의 그림 속의 사물들과 비교해 보는 이색적인 즐거움을 준다. 

  산이를 찾아 헤매는 사이에 엄마가 입고 있는 옷의 노란 색감이 탁하게 퇴색하고, 밑단이 헤지는 등 점점 남루해져간다. 그것을 나보다 먼저 알아챈 건 함께 듣고, 보고, 묻던 아이다. 그림책은 그림을 먼저 충분히 감상하는 최근에는 그림책에 대한 감이 많이 무디어진 탓인지 글에 먼저   내가 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이는 그림을 보고 있었던 차이를 보여주는 순간이랄까. 막내가  "엄마 옷이 왜 그래?"하고 묻기에 내심, '호, 나름 관찰력이 있는 걸~" 하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미안하단 말을 반복하며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을 때 감쪽같이 사라졌던 산이가 모습을 나타난다. 어느 사이에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은 엄마의 꽃무늬 노란 치마 밑에서. 서로 꼭 안아 주는 산이와 엄마가 바로 내 아이와 나의 모습 같다. 나는 종종 남편에게 화내지 않고 아이를 키우려면 도를 닦아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대게의 양육서를 보면 아이에게 일단 화부터 내는 것을 자제하라고 말한다. 그런 책들을 읽었음에도 현실적으로 화를 참기란 쉽지 않다. 순간을 억누르지 못하고 화를 냈다면 그 뒤에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거려주며 사랑을 확신시켜 줄 때 아이와 부모 모두의 감정이 치유되지 않나 싶다.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날 때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을 때면 이 그림책을 봐야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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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연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빨강 연필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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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가리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두서없이 떠오르는 문장의 편린들. 헬륨가스로 가득 찬 풍선처럼 잡아 묶어 두지 않으면 아차 하는 순간 둥실둥실, 멀리 사라져버리는 그것. 그래서 머리 속을 난무하는 생각과 의도에 반응하는 안테나가 달린 자동 타자기-요즘은 자판-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참 많다. 마음먹은 대로 글이 안 써지는 와중에 습관처럼 탄력이 사라져 거부할 힘마저 상실한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한참이나 쥐어뜯을 때면 그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그 순간 성능치가 더 추가되어 글 주제만 주어지면 내가 쓴 것보다 열 배는 더 잘 쓴 글을 휘리릭~ 뱉어내 주는 자동 타자기가 마술처럼 내 앞에 나타난다면! 두어줄 썼다 지웠다, 옮겼다 하느라 아까운 시간만 죽이고 있는 오늘 같은 새벽이라면 한 스푼의 양심을 덜어내고 '이번 한 번만...'의 유혹의 늪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실수로 친구가 아끼는 유리 천사를 깨트리자 이를 몰래 숨긴 다음 날, 민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빨간 연필 한 자루를 발견한다. 손에 잡기만 하면 제가 알아서 글을 제조해 주는 신기한 빨간 연필. 선생님께 칭찬도 듣고, 친구들 앞에서 낭독을 하고, 엄마의 칭찬에 더해 '이 달의 글'에 뽑히는 등 빨간 연필이 쓴 글들이 민호에게 가져다 준 것들은 생크림과 메이플 시럽을 듬뿍 얹은 와플만큼이나 달콤하다. 시험 만큼이나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이 글짓기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글쓰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손만 빌려주면 근사한 글을 술술 써주는 도구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는 건 떨쳐버리기 어려운 거대한 유혹일 게다. 

- 책 제목을 보고 바로 <검정 연필 선생님/창비>라는 작품이 떠올랐는데 그 이야기에는 컴퓨터 칩이 내장되어 틀린 답은 써지지 않는 검정 연필이 등장한다. 주인공도 망설이다 시험 볼 때 그 연필을 쓰지만 친구와 실랑이 끝에 결국 연필을 부러뜨리는 선택을 한다.


 민호와 갈등의 축을 이루는 재규는 공부뿐만 아니라 글짓기도 잘해 '이달의 글'이며 교내외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많이 타는 아이다. 갑자기 글짓기 실력이 는 민호가 친구들의 박수와 조명을 받고, 이 달의 글로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금상까지 타기에 이르자 재규는 누군가가 글을 봐주고 있을 거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유명한 작가가 학생을 뽑아 가르치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고 싶어 엄마들이 줄을 서는 이유가 대학 입학 특기 전형에 목을 매는 씁쓸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민호는 '우리 집'을 주제로 한 글짓기 시간에 계속된 갈등과 망설임 끝에 빨간 연필을 다시 손에 든다. 아빠와 야구를 하고, 엄마는 쿠키를 구워 세 식구가 먹고 주말농장에 가서 고구마를 캐고. 사각사각. 빨간 연필이 쓴 새빨간 거짓말. 하나의 진실도 없이 온통 거짓으로 꾸며진 글. 민호의 가슴에 아픔으로 자리 잡은, 부부싸움 끝에 집을 나가 버린 아빠. 글짓기 대회에서 금상을 탔다는 문자에도 연락 없는 무정한 아빠. 빨강 연필이 거짓으로 써내려간 글은 아빠가 돌아와 화목한 가족이 되길 바라는 민호의 소망일뿐이다. 거짓은 거짓을 잉태하고 질주하고 민호는 비밀 일기장에조차 쓸 수 없는 비밀이 생긴다.

 민호와 재규는 전국 어린이 백일장에 참가하여 대면하면서 갈등이 최고조로 상승한다. 민호는 빨간 연필 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고민하며 글을 쓸 용기"와 수아에게 붙인 흔적이 남은 유리 천사를 돌려주며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낸다. 엄마와 이전보다 가까워지고 아빠에게 먼저 다가가는 아이로 성장해 있다


 2011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민호가 빨간 연필을 쓰게 될 때마다 겪는 심리적인 갈등도 잘 묘사 되어 있고, 두 개의 일기장-선생님에게 검사받는 일기와 혼자만 보는 비밀 일기-을 따로 쓰는 이유 등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담겨 있다. 민호가 집안 일(여기서는 부부싸움)을 일기에 솔직하게 썼다가 엄마에게 그런 걸 일기에 쓰면 어떡하느냐고 핀잔을 듣는 장면에서는 가슴을 바늘로 콕 찌른 것처럼 뜨끔. 민호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긴 했으나 글짓기는 싫어하는 것이 꼭 우리 집 아이들 같다. 살아가다 보면 많은 유혹이 자신이 가는 길옆에 늘어서서 함께 가면 더 편하게 갈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 유혹들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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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를 바꾼 탐험가 이야기로 쌓는 교양 7
햇살과나무꾼 지음, 여미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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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참 편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구글 어스 같은) 검색 엔진 서비스를 이용하면 세계 각국의 지역 정보-지도와 위성 이미지, 지형, 건물 정보 등-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직접 가보지 않고도 어느 지역에 어떤 나라가 있는지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살펴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리적인 정보가 거의 없는 탓에 다른 대륙, 다른 민족, 다른 문화권의 존재도 잘 알지 못하고 교류도 이루어지기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시대에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해 나아가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구적인 업적으로 역사 속에 족적을 남긴 탐험가들이 있다. 

  이 책은 중국과 유럽을 이어 주는 비단길을 개척한 장건을 비롯하여 달에 첫발을 디딘 세 명의 우주인 등 "한 시대의 틀을 깨뜨린 일대 사건"의 중심에 선 탐험가들을 다루고 있다. 로체샤르 등정에 성공한 우리나라 산악인 엄홍길씨도 포함시킨 것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미지의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탐험가라는 존재가 참 대단하게 여겨진다. 그들이 개척한 길을 통해 교역이 이루어지고 문화가 전파되기도 했지만, 콜럼버스나 피사로처럼 병과 군대를 끌어들인 역사적인 사건도 있었다. 

  각 탐험가에 대한 이야기 뒤에는 연관된 다양한 역사 지식을 담은 정보 페이지-인물에 대한 일화나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 그 시대의 세계정세 등-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도 짚어준다. 이 책은 탐험의 이면에 숨어 있는 역사의 어두운 부분도 다루어 역사를 보는 시각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유의한 점이 마음에 든다. 과거에는 콜럼버스를 (인도에 가려다) 신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탐험가로 추앙받았지만 현대로 접어들면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학살하거나 노예로 만드는 등의 악행을 저지른 인물로 재평가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의술을 펼친 리빙스턴도 선교와 탐험 등 그의 업적과 아프리카를 진정으로 사랑한 마음 자체는 높이 살만 하나 결과적으로 아프리카 식민지 개척과 무관하지 않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황금에 눈이 멀어 잉카 제국을 멸망시키고 남아메리카 대륙에 무자비한 약탈과 학살의 신호탄을 올린 피사로 같은 인물도 있는 반면, 학문적인 관심을 가지고 남아메리카를 탐험하고 다양한 관찰을 통해 자연지리학의 기초가 되는 저서를 남긴 훔볼트 같은 탐험가도 존재한다. 북극 탐험에 성공했다고 믿은 피어리, 남극을 정복한 아문센, 그리고 남극 정복에 실패했지만 최고의 탐험가로 손꼽히는 위대한 실패자 섀클턴 등 한 번쯤 접해 본적이 있는 탐험가의 이야기도 있고, 배도 아니고 뗏목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한 헤이에르달 같은, 비교적 낯선 탐험가도 접할 수 있다. 

 지구를 한 바퀴 돈 마젤란 선단과 세계 일주 항해를 한 챌린저 호. 대서양을 비행기로 가로지른 린드버그와 뗏목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한 헤이에르달. 여성 비행의 선구자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하고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단독 비행한 아멜리아 에어하트.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 여러 탐험가들의 도전 정신과 용기는 <이야기로 쌓는 교양> 시리즈는 두 번째 보는 것인데 구성이며 내용이 알차서 시리즈에 속한 다른 도서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다양한 역사 관련 도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참 즐겁던데 아이들도 이런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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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3 0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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