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 1
마쓰오카 게스케 지음 / 룩스북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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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글을 보면 '전 일본 열도를 뒤흔들어 놓은 메가 베스트셀러'로 영화로도 제작된 모양이다. 내용은 다중인격을 지닌 한 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 속에 최면에 관련된 지식을 담고 있다. 다중인격은 정신 분열증과는 다른 병증으로 이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정신 세계에 전혀 다른 인격을 지닌 존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나 강한 충격에 정신적으로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을 '후그(도주현상)'이라고 하는데, 다중 인격 장애의 경우에는 후그를 통해 인격이 교대된다는 것이다.

'최면'하면 생각나는 물건들과 단어...촛불과 시계추, 그리고  '레드 썬~~'
예전에 TV에서 두어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최면을 유도하는 사람에 의해 최면 상태로 접어 들면 전생도 보고, 지시하는대로 움직이기도 하는 등 마치 마술같은 느낌이 들게 하였었다.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쇼프로그램 등을 통해 보여지는 '최면술'은 과장된 것으로 최면은 원래 치료에 쓰는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등장인물 중의 하나인 도쿄 카운슬링 심리 센터의 부장인 구라이시의 말을 통해 최면은 '심리학의 기술이자 세련된 과학'이라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최면을 유도하는 것은 이성의 영역을 완전히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활동을 진정시켜 편안한 기분으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무의식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적고 있다.

 이 책에 언급되는 것들 중에 '빠징고'에 관한 것이 있는데 빠징고는 일종의 최면 상술로 구슬이나 드럼회전시 나는 소리, 반복되는 리듬, 불규칙적인 깜박임 등이 이성의 의식 수준을 저하시켜 트랜스 상태로 본인의 의지에 상관없이 게임에 몰두하게 만든다고 한다. 거기다 당첨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암시가 더해져 이른바 "빠찡꼬 의존증"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후에 아이 엄마가 그런 상태에 빠져 대낮에  아이를 차 속에 놔두어 빈사 상태로 빠지게 한 예가 나온다.  피최면성이 높으면 암시의 영향을 받기 쉽다는데, 가짜약으로 환자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플라시보(위약) 효과'도 이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다중인격에 관한 예는 예전에 다른 서적에서 접한 적이 있는데, 여주인공인 이리에 유카는 '파티마 제 7성운의 미나쿠스에서 온 안드리아(우호적인 성격의 우주인이라고..)'라는 상당히 이색적인 다중인격을 창조해 내었다. 이와 함께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는 거대한 녹색 원숭이에 관한 언급은 책을 읽는 초기에 앞으로 전개될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난 또 후반부에 정말 우주인이나 원숭이가 등장할 줄 알았던 것이다..^^;; 처음의 내 생각과는 다른 내용이었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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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시계
앤 타일러 지음, 장영희 옮김 / 동문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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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미혼이었는데, 이제 결혼하여 아이 엄마가 되어 다시 읽어보니 그 때와는 다른 생각, 느낌이 든다. 미혼이었을 때는 여주인공의 행동과 생각들에 찬성하기 보다는 '무엇때문에 자기 멋대로 그렇게 판단해 버리는 거지?', '오히려 일을 더 꼬이게 만들어 버리잖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그러나 자식을 조금이라도 키워 본 지금은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녀가 행했던 일들과 생각에 공감을 하게 되고, 가족을 위해 백방으로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나도 어떤 책은 읽는 나이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기에 10,20,30,40대... 나이를 먹어가면서 꼭 한번씩은 다시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여주인공 매기는 손자까지 둔 중년의 부인으로 친구 남편의 장례식에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전 며느리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들과 며느리는 헤어졌고, 손녀인 리로이는 며느리가 키우고 있는 상태인지라 길을 떠난 김에 손주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아니 실은 손주와 며느리를 데려와서 아들과 재결합을 시킬 생각을 품고 찾아 가는 것이다. 결국 며느리인 피오나는 전 남편이 아직도 자신을 그리워한다는 시어머니의 말만 믿고 큰 맘 먹고 가방을 챙겨 시댁으로 온다. 여주인공은 정말 가족간의 행복이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만 해석해서-비누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느니 하면서- 며느리를 달랬었다.

그런데... 정작 시댁에서 조우한 남편 제시는 금시초문인듯이 말을 하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거기다 다른 여자와 이미 관계를 진행시켜 나가고 있는 상태라니... 매기는 좋은 결말을 위해 거짓말도 불사하는 것이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사이에 끼어들어서 오히려 잘못되었다는 식이 되고 말았으니 매기로서도 억울할 노릇이다.  피오나와 제시도 어찌보면 지나치게 젊은 나이에 부모가 되었기에 자신들의 삶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지 못했던 것이리라.. 그리고  매기의 남편 아이러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매기와 수시로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서로 다른 성격인 지닌 두사람이 만나 몇 십년의 결혼 생활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자식과 달린 부부는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책 속에서 실제로 흐른 시간은 하루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 속에는 그녀의 삼십년 인생의 회한이 담겨있어 책을 읽고 나면 나 자신의 앞날까지 내다 본 느낌이 든다. 원작의 제목은 숨쉬기 연습(Breathing Lesson)’라고 하던데,  종이시계라는 한글 제목은 작가가 직접 결정했다고 한다. 망가진 결혼 선물인 '종이시계'가 그녀의 결혼 생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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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직한 사랑의 인사
수잔 캐롤 지음 / 씽크북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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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연상의 후견인과 결혼하였다가 일여년만에 미망인이 되어 버린 로잘린느. 그녀는 아직 청순하고 젊기만 한데 주위 사람들은 미망인이라는 굴레를 씌워 놓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세상에, 검은 드레스도 모자라, 검은 침대 시트에, 검은 베개라니...  우리나라에도 일찍 남편을 보낸 젊은 부인네들에게 흰 소복만을 입고, 정절을 강요하며, 특히 가문의 영예라는 '열녀문'이라는 족쇄를 채워 꽃같은 나이를 홀로 보낸 청상과부의 이야기들이 많지 않은가... 여주인공인 로잘린느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주위 친척들에게 강요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서 참 기쁘긴 한데, 하필이면 전설에나 등장하는 유령의 기사이지 뭔가. 물론 그것은 유령이 아니라 육체에서 영혼을 분리할 줄 아는, 과학적인 용어를 빌리자면 유체이탈이 가능한 남자 주인공 랜스 새인트 리거였다. 강도를 당해 잃어버린 보검을 찾기 위해 유영을 하고 있다가 로잘린느를 만나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게 된 것 뿐... 그러나 그 둘이 운명의 상대였다니 참 멋지지 않은가~ 책의 전반에 운명, 전설, 저주 같은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깔려 있지만 순수한 로잘린느와 동화되어 그것들을 즐겼다. 랜스의 남동생인 발렌타인에게는 운명의 신부가 없다는 것이 참 아쉽게 느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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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4-06-2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ㅂ< 저 수잔캐롤 무지 좋아해요...^ㅂ^ 로맨스소설답잖게 칙칙하면서 은근 웃겨주는 매력이 있어서...^^;;; 세인트리거 시리즈 중 이게 두번째구요, 동생 발렌타인의 운명의 이야기는 '소야곡'에서 확인하실수 있으실거예요(사실 전 사놓고 제사만지내느라 어떤내용인지는 모르지만....TㅂT) 시리즈 중 첫번째는 부모의 이야기인 '사랑의 섬'인데, 것도 재밌게 읽었어요^^(헛, 쓰다보니 왠지 홍보나온 분위기...^^;;;;;;) 아는 책이 나오니 넘 반가워서 그래요~ >ㅂ<

아영엄마 2004-06-2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시리즈 중의 하나였나요? 동생에게도 운명의 사랑이 찾아온다니 다행이네요.. 읽으시면 나중에 스토리 이야기 해주세요..(이 책, 다른 분께 받은겁니다. ^^)

어룸 2004-06-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으면 리뷰올릴께요^ㅂ^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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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님의 소설은 허구중에서 가장 허구같은, 비과학적인 것-초능력이라든지,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 같은 것들-으로 치부되는 것들을 이야기 속에 끌어 들이고 있다. ... 「칼」을 비롯해서 「벽오금학도」「황금비늘」, 최근의 「괴물」까지...  내가 이외수님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소설 속에는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유토피아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며, 구원의 소망을 담은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칼>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권능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신검을 만들도록 선택되어진 남자가 나온다.  박정달은 평생을 남들에게 짓눌리면서 살아 온 사람의 전형이다.  학창시절에는 학원폭력에 희생되고, 사회에 나와서는 별다른 죄도 없이-죄라면 칼을 수집한다는 것- 살인죄를 쓰고 경찰서에 끌려가 고문까지 당한 사람이다. 그러다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가슴 속에 품어온 꿈, 신검을 만드는 소망을 실행하고자 결심한다.

  주인공처럼 늘 피해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핍박당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사회를 향한 분노를 지녔을텐데 그는 순수한 감정- 선상을 선과 평화로 정화하려는 소망을 지녔다. 한 때는 칼로 복수를 꿈꾸다가 그마저도 여의치 못함을 알고는 포기해 버린다. 그러나 칼에 대한 동경만은 그대로 남아 세계의 칼을 수집하는 매니아가 된 것이다. 그가 신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무협지에서 주인공이 기인을 만나는 것처럼 우연을 가장하고 있지만 작가는 그것이 오히려 그의 운명임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나로서는 마지막 부분이 조금 황당했다. 예전에 읽는책인데그 사이에 그 끝을 잊어버렸었나 보다. 주인공은 신검을 찾아 온 사람으로부터 칼에 피를 묻히기 위해 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먹는데, 누군들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 쉽겠는가...  도인을 희생자로 삼기로 한 그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결국 자결이 아닌, 도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것은 좀 허무했다.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들이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자기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가마 안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박정달씨 스스로 칼에게 피를 먹이리라 믿었던 내 예상을 뒤엎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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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6-2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얼마만에 보는 책인지...
표지가 바꼈군요.
10년도 전이네요...한참 이외수에 빠져있었던 적이 있었지요.
지금 읽으면 ㅎㅎㅎ
아마도 영 아닐 듯 하지만서도^^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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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개미」를 펴냈을 때 이후로 그의 작품을 대할 때면 방대한 지식과 작품내에 발휘대는 상상력과 글솜씨에 탄복을 하곤 했다. 베르나르라는 작가는 상상력의 위대함을 잊지 않고 있는 작가이자 어른이다. 어렸을 때 누구나 지녔을 무한한 상상력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한계를 점점 좁혀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한계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로 자신을 채찍질하듯 장편을 쓰는 중간 중간에 이런 단편들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이미 굳어져버린 관념 속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는 글을 통해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드러내는 베르나르라는 작가가 필요하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에서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주위의 모든 가구, 가전제품 등이 사람을 지나칠 정도로 편하게 대해 주는 세상이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 주는 단편이다. 하다 못해 슬리퍼까지도 자신을 신은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적지로 걸어가 버린다. 비록 인공지능에 프로그램된 것이긴 해도 기계들이 뱉어 내는 대사들은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그 단편의 반전은 그 사람마저도 붉은 피가 도는 심장을 지닌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그런 종족은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단지 그런 추억만을 간직한 기계들이 사는 세상이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우주의 생물이 단지 보석을 만들기 위해 지구상에 냄새를 풍기는 물질을 보낸다는 내용의 '냄새'를 읽으면서 과연 우주에는 인간말고 고도의 지능을 지닌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혼의 반란'은 '효'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었다고 부모마저 버리는 세상. 예전에 행해졌던'고려장'을 연상시키는 내용이었다. 어찌보면 엽기적인 내용들(투명한 피부를 지닌 인간, 뇌만 살아 사유하는 존재 등)도 있었지만 단편 하나 하나가 인간의 존재 의미를 생각케 해 보는 글들이다. 어른들의 상상력 재개발을 위한 책으로 추천할 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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