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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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이라... 한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조선조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네 그려. 세월의 뒤안길로 영 사라진 줄 알았던 기생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의 기생들의 이야기다. 이름하여, <신기생뎐>이다. 군산에 터를 잡은 부용각 기방에서는 화투짝 내리치는 소리며 "쓰리 고"를 외치는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거나 노래방 기계음과 유행가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미스 민이 기방의 전통에 따라 화초머리를 올릴 적에도 밤무대 의상을 입은 밴드가 풍물잡이와 함께 들어서는 것을 보면 전통도 세월의 흐름을 꽁꽁 묶어두지는 못하는 모양이구나 싶어진다.  

  조선조 선비들이 기녀들이 시와 풍류를 알아듣는다 하여 해어화(말을 알아듣는 꽃)라 불렀다던가...  <신기생뎐>에서는 기생의 길을 받아들이고 피를 쏟아가며 얻은 소리로 인정 받았지만 점차 빛을 잃어가는 한 떨기 해어화를 만날 수 있다. 각 인물을 중심으로 연작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구성진 가락과 질펀한 사투리로 기생의 애환과 슬픔, 기방의 삶과 죽음을 담아 내고 있다. 

  부용각은 반백 년의 세월을 기방 부엌에서 보냈다는 타박네가 여자 장사가 아닌 기방의 전통을 고수해왔다는 자부심으로 지켜 온 곳이다. 타박네의 손길, 눈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 부용각에는 손맛을 잃지 않기 위해, 이 곳을 지키기 위해 한 순간도 마음 편하게 쉬어보지 못한 부엌 어멈의 고단한 삶이 묻어 있다. 일흔 아홉 살이란 나이를 잊게 만드는 강단을 지닌 타박네의 강팍한 사투리는 이야기 자락 자락에 끼어들어 매콤한 양념 역할을 해주는지라 부용각 뿐 아니라 이 이야기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바싹 마른 두 다리를 새가슴에 붙이고 앉아 있곤 하는 타박네의 손맛이 변함이 없었던 비결에 어쩔 수 없이 눈매가 젖어온다. 

   기생의 제복인 색 고운 화사한 한복과 장신구로 치장을 하고 미모와 웃음, 소리와 춤으로 사내들을 녹이고 홀리는 이들이 못내 미울 법도 하다. 헌데 화려한 삶의 밑자락에 허망함과 슬픔을 채우며 사라져갈 운명이 자못 안타까워진다. 손님이 아내에게 주기 위해 사 들고 온 작은 화분을 보며 한숨을 쉬는 이들은 사랑에 패배할 운명을 지니고 여인들이다. 한없이 추켜 올려졌다가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내팽개쳐지는 처지가 되는 것이 이들이다. 미모나 재능이 뛰어나 이름이라도 알려지면 사내들은 한 번이라도 품어보고 싶은 욕망에 애간장을 태워가며 줄을 선다. 그러나 어쩌다 제 맘에 들지 않거나 기분이 틀어지면 "기생 주제에... "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그네들의 슬픈 운명인 것이다.  

  타박네와 함께 부용각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이는 소리기생 오 마담이다. 속없이 있는 거 없는 거 다 펴주다 사랑에 속고, 사랑에 울면서도 또 그 놈의 사랑에 목을 매는 오 마담의 속절없는 목마름은 기생이 필연적으로 지닐 수 밖에 없는 삶의 빈자리 때문일까. 오 마담에게 들러붙어 등골을 빼먹는 기둥서방 김사장의 이야기도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가 꾼으로서의 품위(?)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살짝 가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읊어대는 여성에 대한 견해를 듣고 있자니 부애가 나서 양푼이에서 밥을 떠먹던 숟가락으로 '얌통머리 없는 놈'의 뒤통수를 한 대 딱~ 때려주고 싶은 심통이 불쑥 쏟아 오른다. 반면 능소화에 홀렸는가, 소리에 취했는가, 어쩌다 한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내의 한결같은 사랑은 늘 같은 자리에 놓여 마루에 인두로 지진 것 마냥 동그란 대접 밑테 자국을 남길 만큼 지극하다. 

  기생의 눈물은 누구도 닦아주질 못하니 그저 마르거나 시들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기생의 일생에 남는 건 고작해야 몇 가지 삶의 흔적과 한 장의 손수건 뿐이라고....

  풍물잡이의 장단에 어깨를 들썩이듯, 가녀린 손 끝으로 만들어내는 춤사위를 지켜보듯, 꽃살문에 손 구멍을 폭폭 찔러 안을 들여다 보듯, 그렇게 기생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이 작품을 읽었다. 역사 속으로 조용히 사라져가는 기생의 비감하면서도 허허로운 삶의 한 자락이 가슴 한 구석에 꽃잎 하나를 떨구고 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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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0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게 춤을 추고 가야금을 뜯고 소리를 하는데, 막상 발 뒤꿈치는 저려 금세 주저앉을 것 같고, 손끝은 갈라지고 목소리를 빼앗길 듯한, 그래도 마지막까지 꼿꼿하게 앉아 `나는 나 자신만 섬깁니다'라고 말할 것 같았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씩씩하니 2006-11-0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기가막힌 삶의 주인공인거 같애요,,기생이...
기생이라는 단어 속에 웅크리고 있는 기구한 삶의 애환이 가득한 책 같애요...
황진이를 문득 떠올렸는데...

비로그인 2006-11-0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 MT나 개강파티,종강파티를 하면 늘 타박네가 빠지지 않았어요.
가사가 너무 슬프고 화나서 뭐 이런 인생이 다 있나 해서 저는 입을 꼭 다물고 안 불렀는데 선배들은 이 노래를 무지 좋아하더라구요.
결혼하고 나서 보니 지금 여성들의 삶도 실상은 그 이야기에서 그리 멀리 진화된것 같지는 않아요.

아영엄마 2006-11-0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력!! 처음 쓴 리뷰가 너무 길어서 좀 줄여서 올렸어요..^^;;

실비 2006-11-0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구절이 인상깊네요.. 허허로운 삶의 한 자락이 가슴 한 구석에 꽃잎 하나를 떨구고 간 작품.. 예전에 읽은 황진이 생각나네요... 황진이도 그랬는데.ㅠ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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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낭만을 빼면 뭐가 남느냐고 생각하는 남자와 사랑이 꼭 한 가지 모습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만났다. 이 사랑스러운 애인은 남자에게 얼마든지 바람을 피워도 괜찮다고 하니 오호~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도 좋은 일이겠으나 쿨하기 그지없는 이 여인,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한 쪽은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른 이 두 사람, 과연 괜찮을까? 사람들은 가끔 알아봤자 좋을 게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진실을 알고 싶다는 명목으로 상대에게 대답을 강요하고 그 진실에 절망하곤 한다. 덕훈은 스스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괴로워하다 '선녀와 나무꾼'의 행복한 결말을 믿으며, 또한 너그럽게 자신도 쿨~한 남편이 되고자 다짐하며 결혼에 골인한다.

덕훈의 친구인 병수는 종족 번식이라는 위대한(?) 목적을 위해 남자는 계속 다른 여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여자는 안정적인 조건을 위해 한 남자에게 안주한다는 통설을 덕훈에게 들려준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이런 통념 또는 고정관념에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종족 번식의 본능에 따라 엇박자로 행동하던 남자와 여자가 같은 박자로 행동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 덕훈은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나 모르게 피우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산다. 그런데... 아내가 결혼을 하겠단다. 변심한 애인도 아니고, 엄연히 나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도 한 법적인 아내가 딴 남자랑 또 결혼을 하겠다는 것!

이 작품을 특색 있게 만드는 점은 한 여자와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 속에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삽입하여 이 둘을 잘 버무려 놓은 것이다. 등장인물 세 사람 모두 축구팬이라는 설정을 배경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렵의 축구선수나 리그 등, 축구와 관련된 상식이나 사건, 축구의 역사와 기록들, 축구 선수들의 말 등이 작품 속에 현란하게 펼쳐진다. 덕훈이 들려주는 축구 일화들이 흥미롭고 놀랍기도 하였으나 내가 워낙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말미에 가서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조금은 뜨뜻미지근한 느낌으로 희석되었다. 반편 가끔 TV로 유럽 축구 경기 중계방송을 보곤 하는 남편은 축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간혹 부부간의 합의 하에 서로에게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용인하는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의 대부분은 덕훈의 친구 병수처럼 자기의 '로맨스'에는 너그러워도 아내의 '불륜'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가차 없는 반응을 보인다. 쿨한 남편이 되고자 했던 덕훈은 태클을 걸어오는 상대선수도 없이 자유롭게 골을 몰고 필드를 휘젓고 다니는 선수에서 어느 순간 골문을 지켜야 하는 골키퍼로 입장이 뒤바뀌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덕훈은 아내의 두 집 살림에 좌절하고 절망했다가도 다시 투지를 불태우지만 점차 베베 꼬여버린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신파로 흘러간다.

아무리 '투톱체제의 감독'이라지만 작품 속에 묘사된 인아의 활동 반경과 능력을 보면 그야말로 초절정 슈퍼우먼이다. 단지 남편을 두고 잠시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남자와 결혼식도 올리고, 주말마다 덕훈의 집으로 왔다가 다시 두 번째 남편에게로 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으면 양 쪽 집안을 쫓아다닌다. 이 남자도, 저 남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인아의 마음이야 공감한다 쳐도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집안의 며느리로 살고 있는 나로서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여주인공의 삶의 방식은 능력이 넘쳐도 보통 넘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규범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일부다처제도 아이고 일처다부제를 실행에 옮긴 아내에게 덕훈이 아무리 레드카드를 날려도 아내는 끄떡도 않는다. 덕훈은 그저 상대 골키퍼에게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이 고작이다.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은 결국 일부일처제의 관습이 지배적인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런 통념이 없는 사회로 간다면 과연 이들 모두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생각도 개인마다 다를 것이요, 또 그런 상황과 실제로 맞부닥치면 막상 결론은 예기치 않은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독자는 색다른 주제를 결합시켜 놓은 이 책을 통해 섹스, 연애, 결혼 등에 관한 자신의 관념의 깊이와 포용성을 살펴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결말이 미진한 감이 있지만 남편이 축구 이야기 덕분에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별 네 개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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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1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쿨한거 별로예요. 가슴은 뜨겁게~ 쿨하게~ 이 노래 생각나네요^^

하늘바람 2006-09-13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쿨하게 못살거 같아요
 
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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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굽이쳐 흐르는 강가에는 언제나 그네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유년의 기억은 그 곳에 묻혀버린 채 시간이 흐른다. 소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새 일기장을 준비하지만 소녀의 동경과 뜨거운 여름은 늘 그 자리에서 흐르고 있는 강가로 소녀를 이끈다. 그리고 이제는 잊혀진, 세월 속에 감추어져 있던 유년의 기억이 황혼에 물든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온다 리쿠는 이 작품에서 경쟁과 보완, 질투와 동경 등 친구나 동성의 선배를 향해 다양한 빛깔의 감정을 발산하는 여학생들의 감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초여름 날, 마리코는 연극제에 쓰일 무대배경 그림 작업을 함께 하자는 가스미 선배의 초대로 한껏 들뜬다.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가스미와 요시노는 마리코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약속한 날이 되어 세 소녀가 가스미의 집에 모이고, 힘든 일을 돕겠다며 가스미의 사촌 쓰키히코와 친구인 아키오미가 오면서 각 인물들 간에 미묘한 감정의 대립이 시작된다. 

  강물은 말없이 잔잔하게,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듯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물살이 강하거나 소용돌이치는 물 위에 뜬 것들을 빨아들이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삶의 순간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만 같은 기억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억의 부재. 각색. 덧칠되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 때로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 해도 영원히 잊어버리고 묻어 두고 싶은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 한 사람의 인생을 그 자리에 영원히 묶어두기도 한다. 무엇보다 억지로 묻어 두었던, 떠올리고 싶지 않던 기억을 들추어내는 일은 현재의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커다란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기억에 남는 모습이나 인상이 다르듯 어떤 일에 대한 관점이나 기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선착장이 있는 집'에 모인 다섯 사람은 십여 년 전에 일어났던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통해 기억 속에 묻혀 있던 빛바랜 유년의 편린들을 떠올리지만 그들이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과연 진실일까? 연극부원이 연습중인 대사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 진실이란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형태로 보고 그것을 믿는다.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실만을...

  소녀, 소년들은 합숙의 목적인 무대배경 그림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더위를 피해 요령을 피우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마음속으로나마 선망의 대상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리코는 쓰키히코-사촌이라고는 해도-의 출현이 반갑지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가스미와 가까워지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있는 쓰키히코는 여전히 마리코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한다. 그리고 아키오미는 상처받은 마리코의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마리코에게 자신과 가스미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묘한 말을 한 요시노는 조금은 방관자적인 위치에서 이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기억 속에서 하얀 그네는 여전히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 작품은 각 장의 화자가 다르다. 1장 <개망초>는 마리코, 2장 <켄타우로스>는 요시노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3장 <사라반드>에서는 마리코에게 가스미의 초대를 거절하라고 경고했던 친구 마오코가 화자가 되어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4장<자장가>는 가스미의 독백으로 마무리 된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특정한 장르로 규정하기가 모호한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유년의 기억 속에 묻혀 일들이 베일을 벗으면서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소년, 소녀기의 관문을 넘어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감성과 혼란, 갈등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온다 리쿠의 작품이 아직 몇 편밖에 소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일본에서 백 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밤의 피크닉> 등의 작품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온다 리쿠의 작품들의 매력을 좀 더 많이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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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월은 붉은 구렁을 후속작이 안나와서 속상해요 ㅡㅡ;;;

아영엄마 2006-09-0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근간~~ 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 같은디...^^;;
님의 파워로 출판사를 콕콕 찔러보시어요~~

2006-09-04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09-0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리쿠 밤의 피크닉 읽고나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이제보니 그것도 아직 리뷰 안썼군요. 허기는 언제는 리뷰 썼습니까만은...;;

아영엄마 2006-09-0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저도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자꾸 늘어나서 몸이 달고 있습니다. ^^;
반딧불님/저도 리뷰 안 쓰고 넘어가는 책들이 늘어가는 듯 합니다. 밤의 피크닉도 읽어봐야 헐틴디..

2006-09-05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9-05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일본 작가인데, 솔깃, 합니다. 유년의 기억이라니, 순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생각했어요. 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은 마들렌을, 저는 빠다 코코낫(꼭 이 발음이어야만 합니다!)을 먹으며 유년을 기억한다는 것. 후훗.

아영엄마 2006-09-0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일단 기대는 접어두시고-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도 있고 해서..^^;- 다음에 책 읽으시고 느낌을 발산해보시어요. ^^
쥬드님/저도 이번에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솔깃'해지는 글솜씨를 보여주는 작가네요.(이미 일본에서는 팬들이 많다죠) 아웅, 빠다 코코낫 먹고 싶네요. 저도 어릴 때 그 과자 좋아했거든요(원래 과자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 뽀빠이, 새우깡이랑 빠다 코코낫 정도만 먹은 편임.^^)

marie 2007-09-2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요.. 왜 엄마가 혼자 걍 자살하면 될 것을(혼자 그냥 손목을 긋던지 ㅠㅠ.. 모 어떤 식으로든지..) 어린 딸에게 본인의 자살을 거들도록 했을까요? 너무 잔인한 방법 아닌가요? 딸의 장래를 생각해도 그렇고.. 너무 어리고 약한 딸에게.. 정신적으로 크게 문제가 있는 엄마같진 않던데.. 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책은 아주 재밌게 읽었는데, 엄마의 자살 방법이 이해가 안 돼여.. 님들의 의견 듣고파여..
 
바벨의 개
캐롤린 파크허스트 지음, 공경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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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벨의 개>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납득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어느날 아내가 사과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져 죽었다. 목격자는 말 못하는 개 로렐라이 뿐... 경찰은 사고사라고 하는데, 나무에 올라가는데 관심을 보인 적도 없던 아내가 왜 그 높은 사과나무 위로 올라간 걸까? 폴은 평소와 달랐던 것들을 찾기 시작하면서 책꽂이의 책들이 다시 정리되어 있는 것이라든지, 스테이크 고기를 개가 먹은 것 등 사소한 것들에 의문이 생긴다. 왜 그랬을까?

  흔히 장례식장에서 상주들에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곤 한다. 맞는 말이다. 산 사람은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살아야 하고, 또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질 않는다. 사랑했던 사람의 생전의 모습들, 주고받던 이야기들은 가슴에 두고두고 남아 있어 살아가면 문득문득 그 빈 자리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곤 한다. 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죽은 뒤에, 혹은 떠난 뒤에 그 것을 절절하게 깨닫게 되는 것일까? 

  폴은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고 싶다. 그래서 개인 로렐라이에게 말을 가르쳐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한다. 조금 황당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 독특한 설정의 과정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조금씩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독자는 렉시를 처음 만났던 날, 첫 데이트의 여정, 사소한 다툼과 화해 등 폴이 담담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삶에 가져다 준 기적 같은 느낌과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했던 시간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되새겨 보게 된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고, 듣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 속에 자리 잡으면서 삶 자체도, 생각의 방식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되고 기억 속에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어떤 추억은 찬란한 태양처럼 환히 빛나 그 추억을 되살릴 때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떠오르고, 온기로 가득 찼던 어떤 날의 기억은 여전히 따스함을 지니고 가슴 속에 남아 있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우리는 그 빈자리를 이런 추억들로 채워가며 영원히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남편이 "예전에 당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는데..."라던가 "그 때 영화 같이 봤잖아!"하면서 나는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말이나 일들을 언급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남편이 그런 것들을 아직도 기억하나 싶어 놀라게 된다. 참 소소한 것들도 다 기억하고 있지...  (대게는 이와 반대로 남자들이 기억을 잘 못하는데 말이다...^^;;) 책을 읽다가 어쩌면 우리 남편도 내가 죽은 후에 폴처럼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데이트를 하며 했던 일들, 내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나를 추억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연 개가 말을 할 수 있으면 완벽하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질까? 사실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 간에도 완벽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살아가면서 종종 느끼게 된다. 이십여 년 넘게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만나 주고받는 이야기를 통해 상대의 삶의 편린들을 조금씩 접해 나가고,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되지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모든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생각지도 못했던 면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하고, 그 사람의 일면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보고자 하는 모습으로만 보려고 하기도 한다. 그러다 그 사람이 떠난 후,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알지 못했던 일들을 듣게 되기도 하고, 그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에 대해 뒤늦게 그 의미를 되새기고 후회하기도 한다. 

 가면 만드는 일을 하는 렉시는 죽은 사람의 모습을 남기길 원하는 사람들의 주문으로 데스마스크를 제작한다. 있는 그대로의 삶이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를 표현하고자 한 렉시는 '잃어버린 사람들을 영원히 되새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가면을 만든다. 책을 덮으며 문득 나는 다른 사람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억하고 떠올려 주기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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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6-09-0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다시 책욕심이 좀 생기네요. 작가 이름은 낯선데....좋으셨나보다. 나도 읽어볼까요?^^

똘이맘, 또또맘 2006-09-0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독특한 책이네요... 개에게 말을 가르키다니. 물론 주내용은 그게 아니었겠죠?
저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어야 할텐데...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익명의 작가가 사본 200부를 제작, 배포했다가 절반 가량 회수되었다는 수수께끼의 책...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1장 <기다리는 사람들>을 읽고나서 조금 난감했다.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2장 <이즈모 야상곡>을 읽으면서 또 난감했고 갈수록 궁금해졌다. 그리고 3장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를 읽으면서 아, 어쩌면 이렇게 해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4장 <회전목마>를 읽고서야 저자가 쓰려는 4부작 소설의 구도와 이 책의 내용을 머리 속에서 짜맞출 수 있었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

 제목부터가 특이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책은 '잘 된 이야기'가 주는 쾌감을 안겨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네 개의 장 각각이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갖춘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로 떨어져 있는 이야기들로 인한 초반의 혼란스러움이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되는 그런 책.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끝을 궁금하게 하게 만들고, 이야기 조각들이 어긋나지 않도록 테두리를 정교하게 다듬어놓는 온다 리쿠의 탁월한 글 솜씨에 경탄하며 덮게 되는 책이다. 

 사실 이 4장 <회전목마> 또한 상당히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느 부분은 글을 쓰려는 저자의 의도와 저자가 쓰고자 하는 글, 하나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어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4장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저자가 살짝 살짝 보여주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책 이야기, 글을 쓰는 작가 나름대로의 고통, 거기다 절절하게 공감하는 워드프로세서(컴퓨터)의 단점까지!!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나도 작가의 길로 들어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지 뭔가~ ^^;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의 한 부분씩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가령 <이즈모 야상곡>에서 아카네는 "나 말이야, 어렸을 때 책을 읽으면서 '누구누구 글'이란게 무슨 뜻인지 몰랐어. 책을 쓴 작가란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거지...."라는 말을 한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는 정말 이야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냥 글을 쓴 작가의 존재는 인식하지도 못하고 책 속에 든 이야기 자체에 매료되지 않던가. 4장을 보면 차례 다음 장에 로알드 달의 책의 일부가 실린 까닭도 알게 되고, 그림책 표지에 쓰여 있는 '아무개 글'이 뭘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던 작가의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실은 온다 리쿠의 책은 처음 접해 보는데 공교롭게도 또 다른 작품인 <굽이치는 강가에서>도 연달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작가가 글을 쓴 순서대로 작품을 읽지는 않지만 '장편소설을 쓰기 전에 영화 포스터 같이 예고편을 쓴다.'고 한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예고한 4부작(뒤표지 날개에 <근간도서>로 가제가 적혀 있는)이 아직 출간되기 전이라 조금 아쉽다. 수수께끼 같은 사건의 날실과 어떤 책 한 권의 운명인 씨실을 참으로 잘 짜놓은 이 책을 읽고 보니 4부작이나 <밤의 피크닉> 등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 마지막으로 4장 끝 장면에서 언급된 속임수그림 (여자의 옆모습이 젊은 여자로 보이기도 하고, 늙은 여자로 보이기도 하는)을 서비스로 올리려다 저자권 문제에 걸릴 것 같아서 따로 페이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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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9-0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사놓고 아직 안 읽었네. 갑자기 생각났네요. 별이 무려 5개라... 기대해도 된다는 말씀이죠? ^^

아영엄마 2006-09-01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야클님, 저는 별점에 후한 족인지라...^^;;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사오니 큰 기대없이 먼저 읽어 보시길(기대했다 실망하거나 하시지 말고...)

하늘바람 2006-09-0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두 궁금하네요

똘이맘, 또또맘 2006-09-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실과 날실이라.... 리뷰제목 까지도 어쩜 이렇게 잘 지어내신담...

아영엄마 2006-09-0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이 작가의 책들을 좀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요. 새벽에 한 권 더 섭렵했답니다. ^^
똘이맘,또또맘님/ 에공, 저 단어, 이 책에 나오는 거거든요. 부끄, 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