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놀이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작은도서관 26
진은주 외 지음, 유기훈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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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푸른문학상 수상작 세 작품을 담은 동화집. <천타의 비밀>은 발달장애아의 소소한 일상을, <할아버지의 수세미밭>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손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를, 표제작인 <가면 놀이>는 인터넷 채팅으로 열등감을 해소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세 편 다 진부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한 작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세 번째 작품 <가면 놀이>는 집에서는 뭐든지 잘하는 동생과 늘 비교되고 학교에서도 두드러지지 않는 존재인 탓에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선우의 이야기다. 공부며, 운동, 체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돋보이는 동생과 비교가 되는 터라 선우는 집에서나 학교에서 늘 주눅이 들어 지낸다. 선우가 그런 자신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포장하여 표출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 채팅이다. 주인공은 "번개"라는 대화명으로 인터넷 채팅을 할 때면 자신이 부러워하고 닮고자 한 모습으로 포장한, 즉 가면을 쓴 모습으로 상대와 대화를 나눈다. 

 "네티즌은 '얼굴 바꾸기'의 달인?"이라는 문구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은 등장인물이 여러 형상(동물, 도깨비 등)의 가면을 바꿔 쓰는 모습을 담은, 인터넷 예절을 지키자는 내용의 공익 광고를 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사이버 상에서 가면을 쓰고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는 일은 너무나도 쉽다. 악의로 똘똘 뭉쳐 인신공격성 글이나 욕설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사람들도 실제로 만나 보면 소심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또는 선우처럼 현실에서 내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의 모습, 나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드러내며 욕구를 충족하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나마 자신 안에 존재하는 억눌린 감정들을 발산하거나 해소하고 위안을 얻는 것은 비단 아이들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이버 공간 상의 인간 관계는- 온라인 상을 벗어나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긴 하지만- 너무도 쉽게 단절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외로움이나 열등감을 벗어 던질 수 있다고 해서 현실의 삶을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현실로까지 이어가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고 이해와 사랑을 얻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작품인, 발달장애아를 주인공으로 한 <천타의 비밀>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일, 진단을 위해 병원에 갔던 일, 강아지를 키우며 겪는 일 등을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에서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무겁고 두꺼운 안경을 쓰는 천타에게는 비밀이 있다. 실제로는 여덟 살이지만 나이를 묻는 질문에 "일곱 살"이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붕어와 개미의 비밀, 과학 교실 선생님의 비밀 등 일상에서 천타가 자신만의 소소한 비밀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정상인 아이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천타의 엄마, 아빠가 아이의 장애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여느 부모라면 그리했을 것 같이 평범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그린 점도 작품을 편안하게 읽어나가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진 부모가 작품 속의 부모처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라는 요소로 남과 '다름'에만 무게를 두지 않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에서 '같음'을 발견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름'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질 때 서로를 받아들이는 발판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작품 <할아버지의 수세미밭>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안에 여전히 살아있는 손자를 향한 사랑을 짚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집안 어른이었던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리면서 방 안에 갇혀 지내게 된다. 손자인 윤호는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야 하는 것이 곤혹스럽다. 방문을 열어주었던 윤호는 할아버지가 근처 산의 한 구석에서 발견한 수세미의 가지를 세워주는 모습에서 예전의 할아버지 모습을 다시 본다. 비록 치매에 걸려 아이처럼 변해버리고,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게 되어버렸지만 가족을 향한 진한 사랑은 변함이 없지 않을까 싶다. 할아버지를 엎은 윤호의 뒷모습이 참 대견하게 여겨지는 작품이다.  

 삼 인의 작가가 들려주는 세 편의 이야기가 가슴을 잔잔하게 어루만져 주어서인지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해지고 넓어진 것 같다.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분들이 앞으로도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담아내어 좋은 작품으로 꽃피우시길 바란다. 

-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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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피터팬
제랄딘 맥코린 지음, 조동섭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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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팬, 네버랜드, 후크 선장, 요정...
10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과 믿음, 박수갈채 속에서 생명을 이어 온,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친숙한 피터팬들의 등장 인물들이 대를 이어 다시 작품 속에서 되살아 났다. 「피터팬」의 저자 제임스 매튜 배리가 작품의 권리를 기부한 오몬드 아동병원에서 인정한 작가 제랄딘 매커린에 의해 탄생한 「피터팬」의 공식 속편!

 어느 날 나이 든 소년들이 똑같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매일 밤 진짜 같은 끔찍한 꿈을 꾸고 깨어나 보면 꿈 속에서 본 이상한 물건들이 침대에 남아 있다. 의사, 박사, 판사 등의 직책을 가진 이 나이 든 소년들과 웬디 부인은 네버랜드가 뭔가 잘못 되었음을 깨닫고 그곳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요정 가루를 찾는 과정에서 요정 파이어 플라이어(장난기 넘치고 거짓말도 잘하는!)를 만나 네버랜드 여행길에 동행한다. 어른이 되어 살아가면서 빼놓았던 용기와 용맹, 기백을 되찾고 아이가 되어 다시 네버랜드로 날아간 이들은 과연 어떤 상황과 맞닥뜨리게 될까?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피터팬 원작(완역본)을 읽은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내용의 기본적인 뼈대만 기억날 뿐인지라 원작인 「피터팬」의 일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그 책 또한 낯설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에 요약본으로 출간된 동화책으로 접한 탓인가 싶고, 원작인 「피터팬」을 다시 읽어 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피터팬 하면 아이들이 네버랜드에서 즐겁게 놀거나 해적 후크 선장을 골려 주는 모습 정도만 떠오르는 사람은 이 작품에 쉽게 몰입하기 힘들지 싶다. 특히 피터팬이 어른이 되어 다시 네버랜드로 가는 영화 "후크"의 영상이 기억 속에 남아 있어 이 작품에 몰입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피터팬과 아이들은 올 풀린 털실 사나이, 라벨로와 함께 보물을 찾아 원정을 나서지만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 여러가지 역경이 모험을 찾아 떠난 이들을 위협하고 가로막고 지치게 한다. 더구나 언제까지나 어린아이이고, '오직 하나뿐인 아이'인 피터팬은 순수성을 잃고 독선적인 후크처럼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원제에 등장하는 'scarlet'은 피터팬이 걸치게 된 후크 선장의 코트 색을 일컫는 단어이다. 네버랜드에서는 자라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맹세를 깬 벌로 그 곳을 떠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른이 되었을 때를 상상하는 바람에 자라기 시작한 한 소년은 피터팬에 의해 무리에서 쫓겨난다. 반면 한 명은 친구들과 네버랜드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터팬를 위해 스스로 어른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 다니는 영원한 소년 피터팬이야 어린이들의 우상이지만 공식 속편인 이 작품은 어린이 대상의 도서로 보기 어려울듯 하다. 독에 오염된 네버랜드를 배경으로 계략과 음모, 침체, 좌절 등 음울하면서도 어둡고 지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성장을 피할 수 없는 우리 인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기적인 마음 대신 순수함을 잃지 않고 간직한다면 언젠가는 네버랜드로 날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의 가슴 속에 웅크리고 있는 동심의 날개에 파닥거릴 힘을 실어주는 피터팬! 피터팬이 날아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의 창문도 열어 두도록 하자.

 명심할것 하나! 글 자체만으로는 이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빠져 들수없다. 상상력이 있어야 피터팬이 만들어낸 문도 열수있고, 음식도 상상력이 있어야 먹을 수 있다. 독자들도 이 작품 속에 빠져들기 위해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야 할것이다. 마지막으로 본문에는 삽화가 없지만 챕터마다 앞으로 나올 내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그림자 그림이 근사한 멋을 풍기고 있다. 하나 하나가 너무나 매력적인 실루엣이라 책장을 넘기기 전에 한참을 들여다 보게 된다. 
 
- 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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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래 작은도서관 23
김민령 외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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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 작가의 작품 4편이 실린 동화모음집.  네 편 모두 아이들의 겪는 '상처'를 작품 속에서 짚어내고 있다. 첫 번째 작품인 <두루미 마을>은 갑작스럽게 부모와 떨어져서 살게 된 아이의 이야기다.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경찰서로 잡혀가면서 현기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단칸방에 살아도 가족이 모여 같이 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엄마는 다른 선택을 한다. 현기를 낯선 할머니에게 맡기고 간 것이다. 부모로서는 참 어려운 결단이고 아이에게는 가혹한 결정이 아닐까 싶다. 밤골에서 살게 된 현기는 두루미 가족에게 유독 눈길이 간다.

 현기가 심술이 나서 두루미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장면은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표출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혼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지' 잘 아는 현기는 다친 채 가족과 떨어져 있는 새끼 두루미를 보자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파 본 사람, 가슴에 상처를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아픔도 상처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현기는 두루미 가족이 다시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그리운 가족과 다시 함께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꼬물래>는 친구에게 민망한 장면을 들키면서 '꼬물래'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 주호의 이야기다. 주호는 엄마가 안 계신다. 주위 어른이나 아빠가 챙겨주신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표가 나게 되는데 업친대 덮친 격으로 친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일을 보이는 바람에 그런 지저분한 별명이 붙어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직설적이고 거리낌이 없다.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체 단순히 장난으로, 재미로 누군가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주호를 놀리기 위해 별명으로 부르는 '꼬물래'는 오랫동안 씻지 않아 지저분한 외모에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거지를 가리키는 호칭이다. 주호는 자기에게 그런 못마땅한 별명이 생긴 것이 꼭 꼬물래 탓인 것만 같아 속상하고 못마땅하다. 그러나 꼬물래네 집에 갔다가 한가지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정신은 온전치 않지만 다른 생명을 보살필 줄 아는 마음을 지닌 꼬물래. 더불어 주호는 자신을 지켜주고 헤아려줄 줄 아는 아빠의 존재를 커다랗게 느낀다.  

 <견우랑 나랑>에서 '나'의 가족은 현재 세 명이다. 아빠는 집을 나가버리고, 언니는 아직 동생들을 보살필 능력이 되지 않고, 오빠는 동네 아이들의 돈을 빼앗는다. 툭하면 술 취한 아버지에게 맞는 견우가 오빠의 그런 행동을 나쁘다고 말하지만 쌀통이 비고, 실내화가 작아지고 헤어져도 그냥 신어야 하는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나'는 그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한다. 부모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부모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어려운 삶에 대해, 진정한 배고픔에 잘 모를 것이다.

 끼니 때가 되면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한 일지만 때론 허전한 마음이 허기를 느끼게 하는지 정이 고프면 배도 고픈가 보다. 저자는 '나'의 심리적인 상태를 배고픔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견우가 엄마를 따라 떠나던 날, 자신을 걱정해 주는 친구의 마음에 굶주린 배가, 허기진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마지막 단편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은 한 동네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과 새엄마의 현실적인 이미지를 담은 작품이다. 행여나 한 장면에라도 나올까 싶어 화장이나 치장을 하는 등 수선을 떠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현장감 있게 잘 그리고 있다. 촬영 중 아역 주인공의 친구가 한 사람이 필요해져서 나서게 된 수정이와 미나의 출연 행방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된다. 

 미나의 엄마는 새엄마이다. 상황에 따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도 새엄마라는 색안경을 덮어씌우면 흉이 되어버린다. 동네 사람들은 새엄마 티를 낸다고 수군거리지만 수정이는 씩씩하다. 쉬운 시간과 과정은 아니었겠지만 수정이는 이미 가슴으로 새엄마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일등 새엄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친엄마처럼 할 자신은 없지만 새엄마 중에서는 가장 좋은 새엄마가 되겠다고 한 수정이의 새엄마의 말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현대로 접어 들면서 삶의 질이나 물질적인 면에서는 예전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사회의 그늘도 더 깊어졌다. 풍요로움 뒤에 가려진 상처를 지닌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 속에 담아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독거려 주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런 작품들이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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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대장 헨리 5 - 헨리와 기절초풍 방귀탄 호기심 대장 헨리 5
프란체스카 사이먼 지음, 홍연미 옮김, 토니 로스 그림 / 그린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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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 18개국에 출간되어 많은 어린이들을 팬으로 만들어 버린 말썽대장 헨리. . 어른들의 눈에는 악동도 이런 악동이 있나 싶을 정도로 온갖 말썽을 일으키는 헨리를 보니 나 역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헨리가 끊임없이 선보이는 기발한 장난과 말썽에 흠뻑 매료되어 이야기 속으로 신나게 빠져든다. 동생 피터는 잔소리가 필요 없는 모범생인데 비해 헨리는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피터가 부모들이 바라는 모범적인 아이의 전형이라면 헨리는 호기심과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극대화시켜 놓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헨리와 기절초풍 방귀탄>은 "말썽대장 헨리 이야기" 다섯 번째 작품이자 시리즈 마지막 책이다. -시리즈의 권 수가 많으면 은근히 부담이 생기는데 적당한 권 수로 마무리된 듯- 이번에도 총 4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특히 마지막 편인 "친구 집에서 보낸 하룻밤"은 헨리에게 은근히 반감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이 고소한 깨소금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헨리, 책을 읽다"! 아니, 헨리가 왠 일로 책을 다 읽는가 싶은 생각부터 드는데, 오호~ 상품이라는 당근의 유혹이 있었던 것이다. 학교 독서왕 대회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에게 새로 생긴 놀이동산 가족 이용권을 준다는 것!  이 얼마나 매력적인 유혹인가. 동생의 도서목록과 독서록을 베껴 쓴 것으로는 우승은 어림도 없는지가 헨리는 매우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과연 헨리가 독서왕이 되어 이 상품을 획득할 수 있을까?

 가끔 친구를 골탕 먹이려다 오히려 헨리 자신이 당하기도 하는데 두 번째 이야기 "악취 폭탄 소동"에서도 투덜이 수잔과 변덕쟁이 마거릿과의 한 판 승부가 벌어진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다투고 싸웠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울려 놀거나 슬그머니 화해를 하고 다시 뭉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웃음이 난다. 하지만 한 번 다툼이 일면 자존심이나 아집 때문에 좀처럼 화해하지 못하고 냉정하게 돌아서는 어른들의 모습보다 백배는 더 멋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말썽대장 헨리의 모둠 수업"편은 고대 그리스에 대한 모둠수업을 하게 된 헨리네 반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모둠활동 질색, 나눠 쓰기 질색,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기 질색인 헨리에게 협동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늘 아이들만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너무 불공평하게 여겨지는 헨리가 환호성을 지르게 사건이 발생한다.

 이 작품은 친구 집에 자러 갔던 헨리가 울음을 터뜨리는 마지막 이야기를 끝으로 말썽대장 헨리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아이들로서는 헨리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더 볼 수 없는 것이 무척 아쉬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헨리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의 잔소리와 꾸중으로 위축되었던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활짝 펴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기를 바란다. (책 속의 이야기지만 헨리 같은 아이의 부모는 사는 것이 상당히 고달플 거란 생각부터 든다.) 

-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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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동굴 작은거인 9
채영주 지음, 유기훈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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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과 일제 수탈기 등 많은 침략 전쟁을 치르면서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해외로 무수히 반출되었다. <비밀의 동굴>은 문화 유산을 해외로 반출하려는 사람들과 맞서는 내용을 담은 동화로, 친구간의 우정과 갈등, 반 아이와의 대립, 우리나라 문화재의 소중함, 주인공들이 겪는 모험과 용기 있는 행동 등이 녹아 있는 작품. 모험을 겁내지 않는 장신, 통통한 몸매에 심약한 면모를 지닌 은우, 똑똑하고 당찬 다해 등 개성 있는 주인공들이 극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반 전체가 진주성 박물관 견학을 나온 날 좀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아 보자며 선생님 몰래 빠져 나온 장신이와 은우는 성벽 쪽으로 갔다가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다. 그 사람의 흔적을 찾아 다니다 이상한 동굴로 굴러 떨어진 두 아이는 동굴 벽에 글자가 씌어 있는 것과 동굴의 숨은 공간에 아주 오래된 칼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동굴을 빠져 나가려 애쓰다 실패한 아이들은 죽음을 생각하며 서로에게 유언을 남기기도 한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동굴에서 탈출해서 돌아온 장신이와 은우를 보고 다해는 둘이 뭔가 숨기는 것을 알아채고 다그친다. 결국 셋은 다시 비밀의 동굴을 찾아가고, 벽에 적힌 글귀를 적어 온다. 그리고 은우의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벽에 적혀 있던 글귀가 왜군이 두 번째로 진주성을 공격했을 때의 일을 언급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임진왜란과 김시민 장군의 활약상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신다. 동굴 속에 있던 그 칼은 임진왜란 당시 소년의 할아버지가 왜군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아이와 함께 동굴 속으로 보냈던 것. 며칠이 지나도 자신을 찾아오는 이가 없자 소년은 자신이 죽더라도 칼이 왜군에게 넘어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피로 동굴에 글귀를 남긴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의 모습을 꼬집기도 하고 있다. 다해가 많이 아픈 일이 생기자 다해 엄마는 '모범생'인 반장의 말에 더 무게를 두고, 장신이를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애'로 차갑게 몰아붙인다. 더구나 장신이가 엄마 없이 자라는 것을 들먹이며 앞으로 함께 어울리지 말라는 말로 아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그리고 다해에게는 문병 온 아이가 더 없었다는 거짓말을 한다. 어른들은 아이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쳐 놓고 정작 어른 자신은 종종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는 그것은 이유가 있어서라고 정당화할 때가 많은데 나중에 그 사실들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더 크게 상처 받는다. 다해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던 엄마의 거짓말로 인해 친구와 오해가 생긴 것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한편 수상한 사람들이 칼과 기타 보물들을 일본에 팔아 넘기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그 일을 모른 척하기로 약속했다가도 갈등하고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는다. 도둑들에게 노출될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사백 년 전 칼을 지키다 죽어간 소년이 떠올리며 칼을 구하기 위해 동굴로 향한다.

 일전에(2006/7)에 시민들의 모금운동을 통해 일본에서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를 되찾아 온 일이 있었다. <비밀의 동굴>이 진주대첩과 김시민 장군 등이 언급된 작품이라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이 재출간되지 않았는가 싶다. 참으로 기가 막힌 것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문화재이건만, 약탈당한 그 문화재들을 되찾기 위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거금을 주고 되찾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무수히 도둑맞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하루 빨리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우리 것을 돌려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8&article_id=0000164351§ion_id=103&menu_id=103
 

- 아이가 일전에 2편이 나왔다고 사달라고 졸라대던 <플루도 비밀 결사대>도 이 책의 주제와 유사하게, 도자기 도굴범이 등장하고 아이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활약하는 동화이다. 특히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유기훈씨가 그림을 그려서 두 책의 분위기가 매우 유사한데 작품의 분위기는 조금 상반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플루토..>가 나중에 나와서인지 내용 설정이나 등장인물들이 현대적인 감각을 풍긴다. 
 아이가 모험 이야기를 좋아해서 <비밀의 동굴>도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등장인물들이 신령님이나 무당, 저주 등을 겁내는 부분 등은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나 또한 그런 부분들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작품이 출간된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하고 보아야 할 듯... 

-2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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