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5
황모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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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마다 출발선이 다른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보통의 인생을 사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 이 경계는 어떻게 혹은 누구에 의해 결정되는지 궁금하였다. 불교에서는 카르마 즉 '업' 의해 결정된다는 말을 마음에 간직하며 살았다. 나에게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얼마나 많은 공덕을 지어야 선업을 쌓아야 내가 지은 과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현생은 인생이 꼬꾸라질수록, 공덕보다는 업을 더 짓게 되는 굴레에서 조금 더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중생에 불과했다.

황모과 작가의 [언 더 더 독] 작품을 착잡한 마음을 가누면서 완독하였다. 저자는 비관적인 이 세계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어떻게 건져야 하는지 주인공 '정민'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한다. 정민은 칼귀와 붉은 눈동자를 지닌 비- 편집아의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태어났다. 경제적 이유로 태아 유전자 편집을 시술을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그는 과거에 개 사육장이었던 마지막 밑바닥 인간들이 모여있는 언더독 철장 칸막이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민은 비- 편집인 중에서도 피부조직이 특별한 강화성을 보이자 편집인 '노아'는 정민을 찾아가 편집인을 위한 임상 실험에 참여를 권한다. 정민은 생면 유지만 가능한 수준으로 거액을 돈을 받으며 장기를 모조리 팔아넘겼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극심한 고통이 온몸으로 그를 덮쳐 고통스러워한다. 정민은 인간으로 살아남길 포기했을 때 인간 이하라 생각해왔지만 기계 이하의 삶까지 추락하고 만다.

[언더 더 독] 작품은 가독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았고, 스토리 구성도 제법 튼튼하다. 정민이 생의 누추를 추슬러 낼 때에는 울림이 있었고. 비-편집인 즉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 층조차 존엄을 누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었다. 동시에 인물을 통해 각성 구도 전환을 보여준다. 비 편집인 정민이 편집인 노아의 삶도 자신과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을 통해 계급을 떠나 '우리'라는 인식에 도달한다. 저자는 말한다. 생의 텁텁한 순간을 맛보게 된다면 생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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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법 오늘을 비추는 사색 2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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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출판사에서 출판된 [오늘을 비추는 사색 시리즈]는 시대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카를 마르크스, 에리히 프롬, 미셀 푸코, 한나 아렌트, 장-장크 루소 6명의 철학자 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살아온 시대도, 추구하는 철학도 다른 이들이 모여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제일 먼저 펼쳐든 작품은 에리히 프롬 저자의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법] 작품이다. 에리히 프롬 작품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은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다. [사랑의 기술] 작품에서는 사랑을 흔히 감정의 영역이 아닌 기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여 개인적으로 놀라웠고, [자유로부터의 도피] 작품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법정 스님이 추천하여 독서를 한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에리히 프롬 사상 이야기를 서술한 기시미 이치로는 도입부 그를 대언자라 소개하는 동시에 프롬의 주장은 단순하다고 확언한다. 에리히 프롬은 정통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걱정이 많았던 부모님으로 인해 신경증적 가정에서 자라난 프롬은 인간 행동 비합리성을 의식하고, 심리학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대부분의 인간은 불행이나 시련을 맞이하게 되면 자신의 비극을 승화시키기보다는 합리화 혹은 퇴행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더 많다. 프롬 이야기를 통해 불행을 대하는 자세를 새삼 배우게 된다.

프롬이 영향을 받은 철학자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다. 프로이트로부터는 개인의 인간의 법칙을, 마르크스로부터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법칙을 도출한다. 프롬은 두 사람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통합하려고 노력하였고, 그 열쇠는 프롬이 정의한 "성격"이었다. 프롬에 따르면 "성격"이란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라 정의한다. 인간은 자원 획득 및 자기와 타자의 연결 두 가지 방식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프롬은 아이의 성격이 부모의 성격이나 아이가 자라는 자원적 사회 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주장하였는데, 그의 주장에 수긍하는 바이다. 경기도로 이사를 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집에서 살게 되었을 때,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나 행동양식을 보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헐뜯고, 미워하고, 신경질적인 공간에서 나는 움츠려들고 점점 소심하고 눈치만 보는 성격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프롬은 현대인의 근본적인 병리가 "고독"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을 자유롭게 했지만, 그로 인해 유대가 끊겨 세상과 홀로 대치해야 하는 "고독한 존재"가 된 것이다. 프롬은 고독을 뿌리부터 해소할 해결책으로 "사랑"을 뽑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고 피할 수 있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것이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법] 작품을 읽으면서 사는 동안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하는 질문에 실마리는 찾은듯하다. 기시미 이치로는 프롬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동시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에리히 프롬 입문서로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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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법 오늘을 비추는 사색 2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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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입문서로 좋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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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뇌 문학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문학적 성찰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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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무리는 석영중 교수님과 함께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싶은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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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마음 농도
설재인 외 지음 / 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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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나'는 멜랑꼴리한 기분에 자주 휩싸였고, 나의 서사들은 온통 은유법이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던 감성을 기필코 터트려야 직성이 풀렸던 '나'의 손에는 언제나 술이 들려있었다. 나처럼 술과 문학을 동시에 사랑하는 두 여자가 있다. 주종은 가리지 않지만 가성비를 따지며 희석석 소주를 즐겨 마시는 소주파 설재인 작가. 스카치나 비번에 슴슴한 안주를 곁들이길 좋아하는 양주파 이하진 작가 두 주정뱅이의 문학적 씨부럴을 담은 <취중 마음 농도>작품이다. 두 작가 술은 주제로 술을 마시며 주고받은 음주에 대한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다.

문학적 설재인이 되고 싶지만 씨부럴적 설재인으로 사는 그녀의 이야기부터 살펴보자. 소설이든 글을 창작하겠다는 생각은 이십 대 후반부였다. 그전에는 음악이 있었다. 여러 밴드를 전정하였지만 밴드의 끝은 늘 좋지 않았고, 많은 경우 그녀로 인해 밴드가 깨지기도 하였다. 그 이유는 사람들로 받은 상처들을 술을 마시며 상대를 향해 모진 평가를 내뱉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에게도 이러한 시절이 있었다. 아직 잣대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나는, 나의 잣대 위에 타인을 올려두고 숱하게 재단하려 들던 기억이 떠올라 숨고 싶어졌다. 그녀는 원물로서의 모습이 분명하게 살아있는 생선회, 붉은 육고기 등 날음식을 좋아한다. 성격이 급하지만 내항인 인 그녀는 남과 술 마시는 걸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한때는 술에 취해 내면을 드러내었던 설재인이 천천히 자신을 바꿔가는 성장과정이 담겨 있다.

시작은 어른이다. 증명성으로 술을 마시게 된 이하진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어른에 대한 갈망이 강하였다. 작가로 데뷔하고 돈을 벌게 되면서부터 비싼 술을 마시면서 취향을 찾게 되었고, 이후로는 남들과 어울리겠며 주량을 자랑하고, 거기서 오는 치기 어린 경탄에 뿌듯하며 더 들이붓는 행동들은 사라진다. 위스키에 처음 입문한 배경은 순전히 도수 때문이었고, 술과 안주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 현실에 기반한 세계관을 선호하고, 음주 사유 과반은 어찌 되었든 무언가를 해소하기 위함이라 고백한다.

음주 습관과 좋아하는 안주 주종의 술도 전혀 다른 두 작가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타인과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또한 저자의 내면세계의 균열과 술과 함께 보낸 혹은 술을 둘러싼 인생의 어떤 부분들을 날 것이 들어있다. 자의의 상관없이 삶이 이어지는 인생의 허무와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애틋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나'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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