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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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은 저와 삶의 여정이 다른 에쿠니 가오리와 다정한 수다를 떨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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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의 온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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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들이 리듬을 타고 있는 듯한 정다연 시인의 <다정의 온도> 작품을 읽었다. 개개인의 사정으로 공감 능력이 많이 결여되는 사회에 살아가다 보니 온기가 가득한 작품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누름돌처럼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사람도 드물다. 타인의 배려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만만하게 보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시인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바쁘고 힘든 삶을 투정 부리기 위해 아빠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고, 반죽처럼 잘 개어진 봉숭아를 손톱 위에 얹어 복숭아 물을 들이기도 한다. 특별히 문진을 아끼고 사랑하며, 좋아하는 이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가끔은 엄마와 투닥거리기도 한다. 곁을 잘 내어주는 반려동물 "밤이"와 시간을 보내고, 계절의 기척을 알아차리며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누구나 그러하듯 스스로가 남들보다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고, 작고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저자는 자신의 글을 보며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잠시 글로부터 멀어지며 머릿속을 전환하며 자신을 보호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큰 상처가 있지만 내밀한 상처와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자신에게 다정해짐으로써 내밀한 상처와 조우할 수 있게 되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말함으로써 조금씩 강해지는 자신을 마주한다. 그밖에 곳곳에 "다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이가 들면서 "속엣것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 나의 상처가 나의 약점이 되어 돌아올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다정한 온도>를 읽고 있으면 괜찮아하는 다정의 위로보다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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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토요일 새벽 -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정덕시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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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에게 찾아올 아이를 기다리면서 보이지 않는 세상의 질서에 대하여 생각했다. " 다 때가 있는 거다."(P039) 여기서 말하는 "때"의 맞는 시절을 관통하면 과연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걸까? 오늘 독서는 제1회 아르떼 문학상 수상작은 정덕시 저자의 <거미는 토요일 새벽>작품을 읽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증가하고, 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가족의 한 축이 되어버렸다.

수현은 강아지, 고양이도 아닌, 배회성의 뉴월드종 타란툴라 (거미) 암컷과 동거 중이다. 한자로 뿌리 (두) 자에 복 (희)를 붙여 두희라고 불렀다. 다리 부절을 앓고 두희의 작은 움직임은 수현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하지만 극도로 예민한 시기가 오면 두희 평소보다 거미줄을 많이 지어놓았다. 수현은 언젠가 두희가 자신의 곁을 떠난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문득 자신이 갑자기 사고로 죽게 되며 두희는 어떻게 되는지 상상했다. 17년 만에 두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수현은 산속 깊은 곳에 두희를 묻고 집으로 돌아와 두희의 물건들을 정리한다. 지난날 수현은 삼촌으로부터 거미에게 홀려 가족을 버렸다고 비난받았고, 엄마와 척을 지고, 소리와 사이가 틀어진다. 두희가 떠난 뒤에 지인들은 두희가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며 위로를 했지만 수현은 토요일 새벽마다 두희의 방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펫로스를 겪게 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무언가 함께 산다는 건, 서로를 관찰할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다는 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저자는 가족이라는 친밀성을 해체하고 새로운 가족형태로 재조립한다. 애도의 과정 즉 펫로스를 겪는 과정들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작성되지 않은 덕분에 더욱더 가독성 있게 작품을 읽어나갈 수 있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삶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 관계 맺음에 있어 매 순간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심어두며 독자들을 발화 지점에 이르게 만든다. 반려동물이 거미라는 점에서 이색적이었고, 반려동물을 통해 타인의 삶을 애도하고, 타인의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서사 역시 좋았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독자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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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한예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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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매하고, 모으고, 읽기 시작하게 된 것은 30대 초반이다. 나는 자신의 위치에서 부단히 애쓰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나의 상황을 토로하고, 위로받는 것만으로도 충족되지 않았던 나는. 책을 소처럼 읽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문학을 좋아하지만 당시에는 입문서로 어렵지 않은 에세이 책을 주로 읽었다. 얕은 세계를 지닌 채 책을 읽기 시작하였을 때는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글들이, 모든 문장들이 꼭 내 마음 같아서 힐링을 받기보다는. 나는 '책을 읽는 사람'에 취한 것 같았다.

30대 후반만큼 나이를 먹어보니 고통과 슬픔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만으로 온전히 치유될 수 없으며, 타인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것도 기피되는 세상에서, 오롯이 홀로 견뎌내는 게 어려울 때 책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편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특유의 섬세한 문장으로 작성된 한예린 저자의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작품은 특유의 섬세한 문장으로 통상적이지만 타인으로부터 애타게 듣고 싶었던 말들도 독자들이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도록 돕는다.

가독성이 좋은 글로 이루어진 작품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살아갈 용기가 있으니까요>에서는 타인을 향해 있는 시선을 내게로 시선을 돌리며 성장하는 삶으로 살아가도록 돕는다. <그럼에도 함께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에서는 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해서 알아둬야 할 사항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특징을 소개하면서도 모든 사람에게 애쓸 필요는 없다며 독자들을 따뜻하게 다독인다. <그럼에도 잘 이겨 내고 있으니까요>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을 하며 살고 있는 걱정 인형들과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애 쓸려는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한다. <그럼에도 사랑은 다시 찾아오니까요>에서는 소중한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들이 수록되어 있다.

삶은 안온은 가장 기본적에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갖지 못하는 피조물들이 많다. 그로 인해 긴장, 불안, 우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연말에는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작품과 함께 잠시나마 이완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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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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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왕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가 싸움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다. 백성들은 거듭되는 살인과 약탈로 인해 여전히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성 위니프레드의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순례자들이 수도원으로 모여들었다. 캐드펠은 관례적인 일과를 수행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광경을 유심히 살폈다. 성당에 모인 사람들은 대체로 경건한 순례자들 같았지만 한두 명쯤 의심스러운 구석이 엿보이는 자들도 눈에 띄었다. 위니 프리드 성녀의 관을 운구하기 전날 키아란의 반지가 도둑맞게 되자, 수도원장은 반지를 찾기 위해 경내를 샅샅이 수색하기로 결정한다. 모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보따리와 짐을 샅샅이 풀었고 비상금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의 물건이 도둑맞은 사실을 알게 된다.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잃어버린 반지가 장물로 나올 것을 대비하였고, 도둑한테서 산 장물을 끼고 있는 대니얼을 발견한다. 그러던 중 성직자 한 명이 대 여섯 명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수도원까지 전해진다. 미사가 끝날 무렵 흐륀이라는 소년이 성녀께 기도를 올렸고, 이후 뒤틀렸던 발과 위축되었던 다리로 인해 목발을 짚고 다녔지만 많은 이들 앞에서 두발로 걷는 기적을 선보인다. 흥분과 환희로 들뜬 가운데 캐드펠 수사는 뤼크를 찾고 있는 올리비에, 휴와 함께 기사의 죽음의 진실을 하나씩 수사하기 시작한다.

20대 시절 절에 다닌 이후부터는 소원 성취를 이룬 신도와 이루지 못한 신도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지, 힘든 일을 직면하거나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으면 왜 신부터 찾게 되는 것인지를 궁금했었다. 흐륀은 캐드펠이 건네준 약도 먹지 않고, 병이 낫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았고, 성녀님의 권능을 의심하지도 않았다. 흐륀처럼 영혼의 안식 외에는 어떤 결과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 경지에 일러야만 신의 선물을 받을 자격이 되는가 보다. 흐륀의 인물을 통해 고통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 작품을 읽다 보면 단순한 미스터리 혹은 추리소설에서 그치지 않고, 마음의 일렁이는 구절을 만나볼 수 있는데, 세상의 사는 우리 모두가 인생의 절반을 기다림으로 보낸단다.라는 캐드펠 수사의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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