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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한예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1월
평점 :

책을 구매하고, 모으고, 읽기 시작하게 된 것은 30대 초반이다. 나는 자신의 위치에서 부단히 애쓰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나의 상황을 토로하고, 위로받는 것만으로도 충족되지 않았던 나는. 책을 소처럼 읽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문학을 좋아하지만 당시에는 입문서로 어렵지 않은 에세이 책을 주로 읽었다. 얕은 세계를 지닌 채 책을 읽기 시작하였을 때는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글들이, 모든 문장들이 꼭 내 마음 같아서 힐링을 받기보다는. 나는 '책을 읽는 사람'에 취한 것 같았다.
30대 후반만큼 나이를 먹어보니 고통과 슬픔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만으로 온전히 치유될 수 없으며, 타인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것도 기피되는 세상에서, 오롯이 홀로 견뎌내는 게 어려울 때 책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편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특유의 섬세한 문장으로 작성된 한예린 저자의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작품은 특유의 섬세한 문장으로 통상적이지만 타인으로부터 애타게 듣고 싶었던 말들도 독자들이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도록 돕는다.
가독성이 좋은 글로 이루어진 작품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살아갈 용기가 있으니까요>에서는 타인을 향해 있는 시선을 내게로 시선을 돌리며 성장하는 삶으로 살아가도록 돕는다. <그럼에도 함께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에서는 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해서 알아둬야 할 사항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특징을 소개하면서도 모든 사람에게 애쓸 필요는 없다며 독자들을 따뜻하게 다독인다. <그럼에도 잘 이겨 내고 있으니까요>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을 하며 살고 있는 걱정 인형들과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애 쓸려는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한다. <그럼에도 사랑은 다시 찾아오니까요>에서는 소중한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들이 수록되어 있다.
삶은 안온은 가장 기본적에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갖지 못하는 피조물들이 많다. 그로 인해 긴장, 불안, 우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연말에는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작품과 함께 잠시나마 이완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