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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재미있는 세상 2 - 사람과 장소 편
사라 해리슨 지음, 서남희 옮김, 피터 데니스 그림 / 책그릇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아이에게 보여주려면 일단 심호흡을 크게 하고 자리를 편히 잡아야 한다.
그리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무슨 각오?
끝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성의를 다해 답할 각오다.
아! 아이의 눈이 먼저 찾아내는 섬세한 디테일.
아이들은 아무래도 6백만불 사나이의 시력을 가진 게 분명하다.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 때 종종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어 보았을 것이다.
‘병원은 뭐하는 곳이지?’ ‘아플 때 가는 곳이요.’
‘배가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가지?’ ‘소아과’
‘이가 아플 땐 어느 병원에 가지?’ ‘치과’ 이런 식의 단답형 말이다.
아이가 배가 아프면 소아과에 가서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고
처방받은 종이를 가지고 약국에 들러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온다.
여기 까지가 아이가 흔히 체험하게 되는 병원이란 세상이다.
마치 그건 아이가 언젠가 주어 듣고 돌아와 종알거리던
입 -> 식도 -> 위 -> 십이지장 -> 작은창자 -> 큰창자 -> 항문 -> 순으로 된
소화기의 순서처럼 화석화 시켜버린 시험문제의 답일 뿐인 것이다.
우리 단답형 시대의 어른들은 슬프게도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책은 위에 적은 식의 단답형으로 해결되어지는 대화가 아닌
훨씬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게 만든다.
이 책에서 만나는 병원이란 거대한 세상을 구석구석 보면
나조차도 알고는 있었지만 잊고 넘어가기 쉬운 병원이란 거대한 건물이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살아 돌아가는 모습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심지어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지팡이로 실랑이를 벌리는 노인들의 모습에다
진료실을 호기심어린 몸짓으로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꼬마들의 모습은
얼마나 귀여웠던지^^
아름다운 그림에 감성이 철철 넘쳐나는 책들을 골라주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책 세상에도 ‘실용서’라 이름붙일 수 있는 책들이 필요하고,
이 책은 그 맡은 바 몫을 단단히 해 낸다.
전체를 파악하게 하면서 세세한 구석을 체험하게 해주는 고급 실용서인 것이다.
이 책의 구성으로 초급, 중급, 고급을 나눈다 해도
멋진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이렇듯 복잡한 이유는, 우리들 사는 세상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겠지.
아이랑 함께 떠난 한바탕 즐거운 세상 체험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림이 보기에 아름답지 않았다.
실용서의 한계라면 한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