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일기2]


처음 던져진 설정은 얼마든지 독특할 수 있겠고, 시작부터 이해가 다 되지는 않더라도

(그게 참신함과 긴장감이겠고)

이야기가 진행 되어 감에 따라 주인공을 십분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 또는 그래 그럴 수 있다. 정도는 되어야

그 영화가 전반적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브리짓 존스. 난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다. 그녀를 좋아할 수 없으니까. 

그녀가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을 보고 있는 것이

왜 안타깝거나 귀엽지 않고 난감하고 찝찝한지.

(웃길려고 들이대고 있으나 그다지 웃기지 않는 것에 대해 내가 좀 빡빡하긴 하다.) 

진심이라든가 절실함 같은 것을 찾을 수 없던 그녀의 성격도 곱게 봐지질 않았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1'에서 그쳤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그래도 전편에서는 그녀를 삶의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캐릭터라 생각했고

진실한 사랑을 찾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러므로

좌충우돌 브리짓의 난리부르스가 안타까우면서도 유쾌했더랬다. 

무엇보다 더 이상 젊다고 밀어붙일 수만은 없는 나이의 절망감이랄까,

혼자서 살아가야 하고 어쩌면 혼자서 죽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꽤 현실감 있게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은데...

2편에서는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자기가 원하는 생에 관해 진지함이 없는 (도대체 나는 이 영화에서 뭘 바라는 거얏!)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이 못내 불편했다.

이상하게 일이 얽혀 섬나라의 감옥에서 보내는 한때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그려졌을까?

그곳의 그녀들과 브리짓을 아래위로 구분 짓는 억지 설정은 그 무슨 우월감이람.

그 나라 사람들이 보면 기분 몹시 나쁠 것 같다.  

뭐 내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을 감안한다 해도.

내가 투덜대며 비웃지 않고 순순히 웃어준 건 딱 한 부분. 

그녀가 남자의 도움으로 섬의 감옥에서 풀려나와 귀국했을 때 아빠와 나누던 대화. 

아빠 - 담배줄까?

브리짓 - 아니오. 다시 끊었어요.

아빠 - 담배가 얼마나 위안을 주는데, 난 힘들 때 생각해 ‘담배야! 일찍 죽여다오.’ (^^;;)

킬링타임 하기에도 별로였던. 전편의 반복에 다름 아니었으나 전편보다 훨씬 못했던. 


(불평은 짧게. 라는 모토아래 몇 마디만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나저나 영화감상문은 일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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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9 15: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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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9-2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 다 재밌어하는 <브리짓존스의 일기1>도 마뜩찮아했습니다.
좌충우돌형 캐릭터에 별로 흥미가 없나 봐요. 민폐를 끼쳐도 귀여운 인물이 있긴 한데, 브리짓은 그렇지 않더군요.
가끔은, 툴툴거리려고 페이퍼나 리뷰를 쓰게 돼요.
전 이런 리뷰도 좋아해요.

rainy 2006-09-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한님^^ 제가 좀 그런 구석이 있나봐요. 남이 그랬음 그냥 등짝을 팍 한대 갈기면서 "적당히 좀 해라이~" 해줄텐데요(ㅋㅋ). 지난 여름 내가 본 - 은 야심찬 시리즈기획입니다. 과연 본 것 중에 몇개나 쓸런지 모르지만요^^

나무님.. 그렇죠. 똑같은 좌충우돌도 종류가 있더라구요. 난감하고 불편하기만 한 것과 나름 동참 되는 것^^ 툴툴리뷰가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좋아해 주셔서 감사^^

두분~ 저 오늘 술 마시러 나갑니다. 이거이 얼마만인지.. 그간 몸에 칼대느라 주(酒)님을 너무 멀리 했어요. 헤헤.. 신납니다^^

2006-10-12 1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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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10-1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 접수요 ^^ (그분이 평화로우시길 기원할게요..)

2006-10-14 0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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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10-15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쪽에 남겼어요^^
 


  가을

      

       세월만 가라, 가라,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디다.

      

       내 문간에 낙엽 한 잎 떨어뜨립디다.


   

       가을입디다.


      

       그리고 일진광풍처럼 몰아칩디다.

      

       오래 사모했던 그대이름

      

       오늘 내 문간에 기어이 휘몰아칩디다.

      

                     <최승자>

 

 


한때는 나도 힘이 센 중력으로 나를 주저앉게 만들며 

일진광풍처럼 기어이 휘몰아치던 이름을 가졌었다.

다시 돌아온 가을.

나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나는 드디어. 마침내. 가난해졌고. 

나는 드디어. 마침내. 투명해졌고.

나는 드디어. 마침내. 그 시절을 건너 온 것인가. 

갖고 싶던 이름. 버리고 싶던 이름. 지키고 싶던 이름.

더 이상 그 이름은 나를 흔들지 않는데.

때 아닌 이 허기. 때 이른 이 추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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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7 03: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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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7 1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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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09-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감한님..(3:54)
님의 그 다정한 연대감이 저를 안심시킵니다. 세상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나를 더더욱 믿지 못하고.. 영원한 숙제처럼 해결이 안되는 것들. 님의 댓글들. 또 언제든 함께 흔들릴 수 있을거란 그 생각이 길고 지루한 여름끝에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처럼 저를 환기시킵니다^^

rainy 2006-09-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님..(10:27)
그 건넜다는 느낌이 혹시 돌다리 하나 정도 달랑 건너오고서 숨을 몰아쉬는 건 아닌지.. 그래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님의 최근 리뷰에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하나 달고 돌아온 길입니다^^

2006-09-28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y 2006-09-2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징징거리는 사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으나^^ 요즘은 좀 그랬던 것 같아요.. 아직은 어떤 갈등의 중간에 서 있어서라고 .. 변명해봅니다 ^^ 이렇게 저렇게 이 시기가 지나면.. 내 속의 의연함을 찾게 되는 날도 오리라.. 불끈^^ 아이고. 너무 고맙고 설레는데요.. (덥썩) 이럴 때 , 이런 제안에 좀 세련되게 반응하는 법은 당췌 언제 깨우칠런지.. 님의 방에다 주소 남길게요^^

rainy 2006-09-2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내가 사람이 좀 반쪽이처럼 굴어놔서 (앗 전설의 우리 반쪽이는 영웅중에서도 영웅이건만ㅋㅋ) 그저 등짝 한대를 팍 치면서 "이제 고마해라~" 하게 못하구, 마음만 쓰게 만드는 구석이 있나봐요.. 흐흐.. 반갑구랴 ^^

2006-09-29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의 악천후가 계속되는 날들이었습니다 (이런 진부한).

안녕하신지요. 당신.

몸에 일어난 일단의 트러블을 해결 보아가는 동안 저는

아무것도 들으려 않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 같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가라앉고 있는 불순물이 다시 휘저어질 것처럼

그냥 바닥을 조용조용 기자고 생각했습니다.

말하자면 아주 간단한 삶.

한번쯤은 그렇게 지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날 어디쯤엔가 정.영.음이란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 프로그램에 지.괜.비(지나쳐버린 괜찮은 비디오)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앉아 있기 아주 힘든 며칠을 빼고는 뒤늦게 재미가 들린 어둠의 경로를 통해

그동안 놓쳐버린 영화들을 두서없이 다운받아 밤마다 보았습니다.

나와 무관했으면 하는 남의 이야기.

영화에서 취할 수 있는 장점 중에 으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쩌면 그것이 제일 뱃속 편할 것 같다는 나름의 자구책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은 챙겨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제쳐 두고

가볍고 조금은 시시할 것이 분명한 영화들을 클릭 했습니다.

무언가를 미뤄두고 싶은 마음. 감동에 젖고 싶지 않은 두려움.

나 자신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저항.

제가 이름붙인 <감동저항증후군> 입니다.

조금 상태가 나은 날은 오랫동안 리스트에 올려두었던 영화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저는 그 닥치는 대로가 참 어려운 설정형 인간.

무심하게 클릭하고 무심하게 젖어들 수 있으면 참 좋았겠지만

저는 그게 어려운 사람이었고.

그래도 애써 최대한 설정 없이 마음이 가는 순서대로

그렇게 영화를 보면서 더워서 힘겹던 시간을 흘려보내고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가운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보았던 스무편쯤의 영화들.

그래도 그 와중에 열권쯤의 책들.

조만간 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숙제.

돌아보니 지금의 저는 그렇습니다.


이 곳에 가끔 들러 저의 부재를 확인했었을 당신.

당신이 저도 많이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실제의 그 시간과는 다른.

한 이틀쯤 들여다보지 않아도 한 계절을 훌쩍 건너 뛴 것 같은 서걱함.

또 한 두 달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어도

고향땅의 늙으신 우리들 할머니처럼 그 자리에 늘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안심. 


이제 이렇게나마 저의 게으름의 변을 늘어놓았으니

당신의 소식을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마음이 음악용어로 <점점 빠르게> 서두릅니다 (이런 유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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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1 1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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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ie 2006-09-2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iao....

rainy 2006-09-22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님.
반가워해주셔서 기쁩니다. 그럴줄 알았다고 하면 웃으시려나^^ 말못할만큼 말하고싶은 것들. 맞아요. 이곳은 저나 님에게 그런 의미같아요. 자주 뵈어요^^

베니님.
'차오'라고 읽나? 귀국한지 한달 넘었구나. 모두들 각자의 삶이 요구하는 것이 많아서 모여서 얼굴한번 보기 힘들구나. 곧 만나지겠지..

치니 2006-09-2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써먹을테야 <감동저항증후군>이란 말을. ^-^ 누군가 그게 어디서 나오는 의학용어냐고 하면 씨익 웃어줄테고.

rainy 2006-09-2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뭐이 좋은거라고^^
경계할 것 하나는 너무 그 증상에 오래 젖어있다가는
인생의 효율이나 재미가 영 떨어진다는것이겠지^^

2006-09-27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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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09-2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저항이든, 감동만땅이든 좀 자연스러우면 한결 좋을텐데.. 너무 힘을 주고 있지 않나 싶지요.. '네이키드'는 저도 그거다 싶게 알만한 종류도 아니면서 그냥 알 것 같았던 영화였어요..같은 일탈과 방황이라 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있고, 무리와 억지로 보여지는 것도 있고.. 그래요. 살아있는한. 살아가야하는 거..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 느낌표, 말없음표.. 그렇게 삶을 진행해가도록.. 가을엔 진행하기 한결 수월하기도 하겠죠? 삶의 여러가지 '다행'들을 좀더 가까이 느끼면서요^^

waits 2006-10-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보다는 연휴가 행복하지만, 그래도 '명절의 맛' 같은 게 있을까요?
rainy님, 추석 잘 보내세요. ^^

rainy 2006-10-0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이렇게 서로 안부를 문득 챙기는 맛이.. 그래도 찾자면 '명절의 맛'이 아닐까요? ^^
명절의 '극과극'을 다는 아니어도 좀 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명절하면 단맛보다는 쓰고 떫은 맛이 더 강하네요..
님은 지금쯤 아버지(!)와 조우 하셨을라나 ^^
평소 잘 안드시고 못드시는데, 어머님이 해 주시는 음식 맛나게 먹고 돌아오세요^^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이미 신경줄에 기스가 나버렸다.
아이는 어미의 신경줄이 팽팽히 당겨진 것을
누구보다 본능적으로 느낀다.
어쩌면 나 자신 보다도 먼저 정확하게.
그것이 아이에게 얼마만큼 큰 두려움이 되는지.. 그래.. 안다..
나와 똑같이 제발 어서 잠들고 싶어서
감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는 아이에게
다시는 힘들게 자장가를 불러주지 않을 거라고 협박을 퍼부었다. 
한시간을 자장가를 불러주고 난 후였다.
어쩌면 아이는 내게서 흘러나오는 팽팽한 긴장감 때문에
더욱 잠들기 힘들었을 것을.. 

아이는 1시반이 넘어서야 잠들었다.
힘들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견딜 수 없는 심정이 되었다.
얼굴을 쓰다듬고 팔을 쓸어내리고 그 작은 발을 쓰다듬으며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후회를 한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심장이 저 혼자서 너무도 빨리 뛰고 있다. 쫒아갈 수가 없다.  
아.. 나는 너무도 약한 인간.
나를 제발 가만히 두어다오.

늦은 저녁에 동생과 통화를 할 땐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그 때도 씹어뱉듯이 내 손으로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을 한 것 같다.

그쪽도 지옥 같았겠지. 지옥이겠지.
하지만 나의 평화를 부수려 하는 짓을 용납하지 않겠다.
내 아이의 잠자리를 망친 것.
내 힘들게 다져놓은 2년간의 평화를 망친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

이렇게 써갈기면 좀 나은가..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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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5 0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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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5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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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5 1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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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재미있는 세상 2 - 사람과 장소 편
사라 해리슨 지음, 서남희 옮김, 피터 데니스 그림 / 책그릇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아이에게 보여주려면 일단 심호흡을 크게 하고 자리를 편히 잡아야 한다.

그리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무슨 각오?

끝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성의를 다해 답할 각오다.

아! 아이의 눈이 먼저 찾아내는 섬세한 디테일.

아이들은 아무래도 6백만불 사나이의 시력을 가진 게 분명하다.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 때 종종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어 보았을 것이다.

‘병원은 뭐하는 곳이지?’ ‘아플 때 가는 곳이요.’

‘배가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가지?’ ‘소아과’

‘이가 아플 땐 어느 병원에 가지?’ ‘치과’ 이런 식의 단답형 말이다.


아이가 배가 아프면 소아과에 가서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고

처방받은 종이를 가지고 약국에 들러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온다.

여기 까지가 아이가 흔히 체험하게 되는 병원이란 세상이다.

마치 그건 아이가 언젠가 주어 듣고 돌아와 종알거리던

입 -> 식도 -> 위 -> 십이지장 -> 작은창자 -> 큰창자 -> 항문 -> 순으로 된

소화기의 순서처럼 화석화 시켜버린 시험문제의 답일 뿐인 것이다.   

우리 단답형 시대의 어른들은 슬프게도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책은 위에 적은 식의 단답형으로 해결되어지는 대화가 아닌

훨씬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게 만든다.

이 책에서 만나는 병원이란 거대한 세상을 구석구석 보면

나조차도 알고는 있었지만 잊고 넘어가기 쉬운 병원이란 거대한 건물이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살아 돌아가는 모습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심지어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지팡이로 실랑이를 벌리는 노인들의 모습에다

진료실을 호기심어린 몸짓으로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꼬마들의 모습은

얼마나 귀여웠던지^^


아름다운 그림에 감성이 철철 넘쳐나는 책들을 골라주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책 세상에도 ‘실용서’라 이름붙일 수 있는 책들이 필요하고,

이 책은 그 맡은 바 몫을 단단히 해 낸다. 

전체를 파악하게 하면서 세세한 구석을 체험하게 해주는 고급 실용서인 것이다.

이 책의 구성으로 초급, 중급, 고급을 나눈다 해도

멋진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이렇듯 복잡한 이유는, 우리들 사는 세상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겠지.

아이랑 함께 떠난 한바탕 즐거운 세상 체험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림이 보기에 아름답지 않았다.

실용서의 한계라면 한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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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7-1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없는 질문을 쏟아지게 하는 책. 좋네요...^^;

rainy 2006-07-1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저절로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들의 시각이 좋아요. 그래서 어른들은 나날이 생기를 잃어가고 아이들은 반짝반짝 빛나나봐요^^

푸하 2006-07-19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기를 잃어가는 어른들이 혼자 생기 잃어가면 다행이지만 반짝반짝하는 아이들까지 안고 있으니 참 문제에요. 아이들의 고유영역이 정말 있는 거 같아요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많은 복잡한 말들이 있는데. 세상이 문제같아요. 에휴~~

로드무비 2006-07-1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누릅니다.
언제 주문할진 모르겠지만.^^

로드무비 2006-07-1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3 네 권이나 나와 있네요.^^;

rainy 2006-07-20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첫문장이 저의 화두를 몹시 아프게 건드립니다.. 저의 평생 숙제..
함부로 결정하지도, 함부로 행동하지도 않는 어른이 되도록 애써야죠..
세상사람 모두가 알라딘마을 어른들 같다면 아이들도 안심일텐데^^

로드무비님..
주하처럼 반짝 거리는 아이에겐 어쩌면 크게 소용 없을지도 몰라요..
고급형이 나온다면 주하에게 추천합니다^^
보니까 4권까지네요. 제가 읽은 건 <사람과 장소>편인데
<옛날사람들의 생활>편도 재밌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