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건져올린 사진.  제목은 together 였다. 언젠가 단 한번이라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눈을 감으면 바다는 내 마음속에 늘 있고 또 바다는 늘 거기 그대로 있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천천히 천천히 언젠가 생에 한번은 눈내리는 겨울 바다에 닿기를.. 바란다.. 함께든 혼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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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2 2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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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12-0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를 보러 떠나고 싶은 마음은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을 원하는 마음과는 약간 다른 것 같아요. 그저 잠시 그곳을 향했다가 돌아오는, 돌아올수밖에 없는 사람이 꾸는 꿈 같은.. 따뜻한 정종집에서 만나게 된다면 저는 소주를 먹을게요^^

2006-12-05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y 2006-12-05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히려 목적이 있는 기간에는 알라딘에 들어와도 제대로 훑게 되는데, 하릴없는 날들에는 어딜 돌아댕기는지 무얼 보는지도 모르고 오래만 머물러 있게 되드라구요^^ 이렇게 추운 날 마시는 소주가 맛있긴 하죠.. 앗, 배고프다^^;;

2006-12-05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treal florist 2009-12-3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멋진 사진이네여
 






 

     가을의 끝



    자 이제는 놓아버리자


    우리의 메마른 신경을.


    바람 저물고


    풀꽃 눈을 감듯.



    지난 여름 수액처럼 솟던 꿈


    아직 남아도는 푸른 피와 함께


    땅 속으로 땅 속으로


    오래 전에 죽은 용암의 중심으로


    부끄러움 더러움 모두 데리고


    터지지 않는 그 울음 속


    한 점 무늬로 사라져야겠네.



             <최승자>


안녕 L .  이제는 멀리 둘 수 있게 되었다.  부디 따뜻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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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1 0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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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12-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며칠 전 누군가로부터 딱 그런 말을 들었어요. 님이 눈에 대해 말한 것처럼 내가 그렇다나 어쨌다나 ^^ 어젠 서울을 파묻을 것 같다는 나의 오바가 뻘쭘하게스리 금방 비로 변해버린 눈이고 말았지만.. 또 오겠죠.. 아아.. 전 겨울이 참 좋아요..
 
 전출처 : 바람구두 > 정일근 - 묶인 개가 짖을 때

묶인 개가 짖을 때

정일근


묶인 개가 짖는 것은 외롭기 때문이다
그대, 은현리를 지날 때
컹! 컹! 컹! 묶인 개가 짖는다면
움찔거리지도, 두려워 물러서지도 마라
묶여서 짖는 개를 바라보아라, 개는
그대 발자국 소리가 반가워 짖는 것이다
목줄에 묶여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세상의 작은 인기척에도
얼마나 뜨거워지는지 모른다
그 소리 구원의 손길 같아서
깜깜한 우물 끝으로 내려오는 두레박줄 같아서
온몸으로 자신의 신호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묶인 개는 짖는 것이다
젊은 한때 나도 묶여 산 적이 있다
그때 뚜벅뚜벅 찾아오는 구둣발 소리에
내가 질렀던 고함들은 적의가 아니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불빛 같은 신호였다
컹! 컹! 컹! 묶인 개가 짖는다면
쓸쓸하여 굳어버린 그 눈 바라보아라
묶인 개의 눈알에 비치는
깊고 깜깜한 사람 사는 세상 보아라

 

 

 

 


정일근 시집,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문학사상사, (2003)

------------------------------------

"세상의 작은 인기척에도/ 얼마나 뜨거워지는지 모른다"는
시인의 말이 엄살이 아니란 걸 안다.
그러나 젊은 한때, 그때 내게 들려오던
뚜벅뚜벅 발소리에 대해 나는 적의에 가득차 짖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컹컹컹 적의에 가득차 짖었다하여
내 눈빛이 젖지 않았었다고는 믿지 마라.
젖은 눈으로 흘러내리는 세상
흘러내리는 증오가 사랑이 아니었다고,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라고는 믿지 마라.

믿지 마라. 외롭다고 짖는 개를
믿지 마라. 젖은 눈으로 쳐다보는 개를
믿지 마라. 쓸쓸하게 굳은 눈으로 언제라도 앙 물어댈 수 있는 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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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11-2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 한갑이 남았다는 계산이 어긋나고 똑 떨어졌을 때,
너무 따뜻해 보이는 창밖 햇빛에 손 내밀었을 때. 기대를 묵살하는 차가움.
그런 오후 2시에 읽는 이런 시..

waits 2006-11-2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감한 오후 2시였군요. 잘 지내시나요? ^^;;

rainy 2006-11-23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갑엔 그래도 초록색이 두어장 있고, 창밖이 번쩍 차가울만큼 집안은 그다지 춥지 않고, 이런 시의 신호에 반응할 만큼은 아직 살아 있고.. 이 정도면 잘 지내는 거죠? 브리핑을 보니 님도 오랜만에 좀 올리셨네요^^ 이제 거기로 읽으러 가요^^
 

 

          무너지는 것들 옆에서


  내가 화나고 성나는 날은 누군가 내 발등을 질겅질겅

밟습니다  내가 위로 받고 싶고 등을 기대로 싶은 날은

누군가 내 오른뺨과 왼뺨을 딱딱 때립니다 내가 지치고

곤고하고 쓸쓸한 날은 지난 날  분별없이 뿌린 말의 씨

앗,  정의 씨앗들이 크고 작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힙니다   오 하느님, 말을 제대로 건사하기란 정을

제대로 다스리기란 나이를 제대로 꽃피우기란 외로움을

제대로 바로 잡기란 철없는 마흔에 얼마나 무거운 멍에

인지요

  나는 내 마음에 포르말린을 뿌릴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따뜻한 피에 옥시풀을 섞을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오관에 유한낙스를  풀어 용량이 큰 미련과 정을 헹굴

수는 더욱 없으므로 어눌한 상처들이 덧난다 해도 덧난

상처들로 슬픔의 광야에 이른다 해도, 부처님이 될 수

없는 내 사지에 돌을 눌러 둘 수는 없습니다


                      <고정희>



철없는 마흔..

외로움을 제대로 바로 잡기란 철없는 마흔에 얼마나 무거운 멍에인지요.

나는 그럴 수 없으므로, 나는 그럴 수 없으므로, 나는 그럴 수 없으므로..

무수히 많은 내가 그럴 수 없는 이유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므로..

나는 결정적으로 그럴 수 없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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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이 먹기 싫고


오늘 저녁이 먹기 싫고 내일 아침이 살기 싫으니

이대로 쓰러져 잠들리라

쥐도 새도 모르게 잠들어 버리리라

그러나 자고 싶어도 죽고 싶어도

누울 곳 없는 정신은 툭하면 집을 나서서

이 거리 저 골목을 기웃거리고,

살코기처럼 흥건하게 쏟아지는 불빛들.

오오 그대들 오늘도 살아계신가.

밤나무 이파리 실뱀처럼 뒤엉켜

밤꽃들 불을 켜는 네온의 집 창가에서

나는 고아처럼 바라본다.

일촉즉발의 사랑 속에서 따스하게 숨쉬는 염통들.

그름처럼 부풀어 오른 애인들의 배를 베고

여자들 남자들 하염없이 평화롭게 붕붕거리지만

흐흥 뭐해서 뭐해, 별들은 매연에 취해 찔끔거리고

구슬픈 밤공기가 이별의 닐니리를 불러대는 밤거리

올 늦가을엔 새빨간 루즈를 칠하고

내년엔 실한 아들 하나 낳을까

아니면 내일부터 단식을 시작할까

그러나 돌아와 방문을 열면

응답처럼 보복처럼, 나의 기둥서방

죽음이 나보다 먼저 누워

두 눈을 멀뚱거리고 있다


<최승자>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어설프게 헛손질만 되풀이될 뿐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

중언부언 찌질한 소리는 더 이상 내뱉고 싶지 않다.

아니면 나는 한번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 건지도..

최승자의 시에선 기둥서방이란 말이 종종 나온다.

그녀는 외로운가 문득 멍청한 생각이 든다. 

기둥서방 한 놈 있으면 가을을 지내기

훨씬 따스할까 더 지랄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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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5 04: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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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5 0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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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5 0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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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5 0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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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5 04: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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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10-1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동을 걸고 돌진해 갈 대상은 바로바로 <나의 게으름>이랍니다^^

치니 2006-10-1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나도 간만 알라딘에서 책5권을 구매!
하린군의 래브라도 식구 들이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말리와 나>를 구입하려다가 이렇게 되었지.
그중에 최승자 시인의 <어떤 나무들은>이 품절이 아닌 걸 확인, 잽싸 넣었어.
이 시를 읽고보니, 더욱 더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히.

2006-10-15 16: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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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10-1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래브라도의 나날들이구나. 책사고나면 부자된 것 같지^^
나는 어제 서점에서 실컷 위시리스트만 작성해 왔는데
이젠 적기도 귀찮아 디카로 막 찍어왔어.
사람이 갈수록 이상한 요령만 ㅋㅋ

속삭인 님.
살아있는 것들, 살아서 옆에서 부대끼는 것들은 정말 그래요^^
그것들에게 일관성을 가지는 것은 ,
아이에게조차 쉽지 않을 걸 보면 애시당초 가능치가 않은 문제인가봐요..

로드무비 2006-10-1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아처럼 바라보는 남의 집 불 켜진 창가.
그런 심정에서 많이 벗어나진 않은 것 같아요.
일촉즉발의 사랑 속에서 따스하게 숨쉬는 염통들이라는
구절이 참 좋습니다. 읽을 때마다.^^

rainy 2006-10-1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아, 가을.. 가을인가봐요.
배고프고, 발시리고, 최승자를 찾게 돼요^^

프레이야 2006-10-17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아가고 싶어요. 괜찮죠? ^^

rainy 2006-10-1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 님..
아이고 챙피시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