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이 흘렀다.  

시간은 흘렀지만 나는 멈춘 것 같았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정함 속에서  

못견디게 답답했지만 어쩔수 없이 안도했다.   

용기내어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가끔 떠올랐지만 

지금 더 이상의 최선은 없지 않냐고 스스로 위로도 했다.  

다시 겨울이 왔고 다시 눈이 내렸다.   

올겨울 유난히 춥다 느끼며 몸이 자꾸 굳는 건  

날씨탓도 나이탓도 아니고  신장 상태가 좋지 않아서라는데  

그렇듯 모든 것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혹은 틀리게 알고 있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 

이유를 찾는 것도 서툰데 답을 찾는 건 애시당초 글러먹은 거 아니냐고 

사는 건 왜 살아갈수록 더 어려운 거냐고 

마음은 급한데 길까지 잃어버린 심정이 된다.    

그래도 눈이 내린다고 사진을 찍고  

핑계김에 또 눈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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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8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er 2008-12-2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절이 어때도 나는 온통 레이니님 편.. ^^

rainy 2008-12-29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
나도 반가워. 오랫만에 이곳에 몇줄이나마 글을 올리고 나니
내 자신이 조금 나 다운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
그동안 나 답지 않은 가지가지를 하면서 나름 버거웠었는지..
사실 나 답다.는 게 어떤건지 정확하지도 않으면서 말야.
며칠 정말 더할수 없이 푹 쉬었네 징할 정도로 ^^
그날 봐 ^^

푸른 월요일 님.
바로 이 맛이라니까요 *^^*
우린 올해를 어쩔수 없이 넘긴 건가요?
그래도 이 마음 고대로 가지고 너무 오래 지나지 않아서 뵈요^^

2009-01-11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7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0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y 2009-12-2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가워요.
사실 문득 반가워요, 라고 말하기엔
거의 매일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세요^^;;(이런식의 들이댐이라니...)
이렇게 들이대도 안심되는 사람 중 한 분이시니 제가 막 이럽니다 ^^

이사 안 갔습니다. 못 갔나?(..)
아직 그 집에서 기와지붕에 눈이 내리길 기다리고 있지요.

요즘.. 이라고 쓰고 보니 몇년 째 비슷하게
눈 없는 겨울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구나 새삼 자각이 되는데..
눈 없는 겨울 같은 날들에 님의 인사가 흰눈처럼 설레네요^__^

2009-12-26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냥 눈이 좋은 아홉살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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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12-2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너무 이뻐 너무 이뻐, 아이고야.

rainy 2008-12-2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유난히 싱싱한 사진들이야 ^^

라로 2009-08-02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이쁘다!!너가 보고 싶은걸 니 딸래미로 대신~.ㅎㅎㅎ

rainy 2009-08-04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큐땡큐!
딸래미 예쁘단 얘기는 들어도 들어도 안 지겹네 ^^;

로드무비 2010-01-24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추천했다고 나오네요.ㅎㅎ
이제 열한 살 되는가요?
정말 예매력적인 소녀입니다. 동화 속 아이 같아요.^^

rainy 2010-01-2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열한 살이 되더니
자기는 십대라고 이제 아이가 아니라네요.
반항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 ^^

쎈연필 2010-02-1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천사다

rainy 2010-02-20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랄 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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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빠를 만나러 간 토요일 오후.
사람들을 만나 음주가무에 젖어볼까도 했었으나
왠지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한명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했다. 
시간은 5시를 넘어서고 있었고 이젠 몇 남지 않은 술친구들에게
급연락을 취하기엔 여러 가지가 애매했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1박2일의 시간.
물론 상근이도 돌아가는 카메라도 없었지만 
내겐 하이네켄 다크 5병과 오래된 참이슬 두병, 저장해둔 영화들,
그리고 짧아진 봄 탓에 꺼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다시 집어넣어야 하는 악몽 같은 서너 무더기의 옷들이 있었다.

나는 시험공부 하기 전에 책상정리부터 하는 몹쓸 버릇을 재현하듯
일단 샤워를 했다. 마치 대단한 데이트라도 준비하듯. 
그리고 나서 먹을 것을 찾아 냉장고를 열어 보았지만
가능한 아.점.저의 대상은 냉동군만두밖에 없었다.
아무렴 어때. 나는 어울리지도 않게 과장되게 낙척적인 마음으로 
군만두를 정성스럽게 구워 하이네켄 다크 두병을 해치웠다.

슬렁슬렁 빨아서 쌓아놓은 옷가지들을 개켜 상자에 담아가며
요즘 꽂힌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을 반복해서 듣다보니 날이 조금씩 저물어
비로소 안전한 시간이 되었다.
왠지 안전하게 외출이 포기되고 누구에게도 되지 않는 연락을 취하지 않으며
누구로부터도 잊혀진 것만 같은.. 안심.. 
(이건 무슨 되지도 않는 오버냐. 넌 이미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산장의 여인’이 아니더냐!)아무튼. 

난 오랜만에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내 컴퓨터 영화폴더엔 삼십 편쯤의 영화가 있다.
너무 보고 싶은 영화가 스무편쯤, 누가 보라고 주니 그저 받아놓은 영화가 열편쯤.
나는 약간 설레여져서 영화들의 제목을 훑어 보았지만
곧 닥쳐온 예의 그 ‘감동저항증후군’에 시달리며
영화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30분쯤을 흘려 보냈다.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으나 나는 문득 두려웠다.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른 채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
뭔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로함이 몰려온다는 것.
나는 그동안 너무 지쳤다.
영화 한편 여유 있게 즐기지 못하고 , 책 한줄 맘 편히 읽지 못했으며
글 한줄 자연스럽게 쓸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쓰고 보니 심하게 찌질하게 간다.)

나는 ‘디 아워스’를 보려다 말고
‘비커밍 제인’을 보려다 말고
‘아이리스’를 보려다 말고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보려다 말고
‘시간’을 보려다 말고
‘깃’을 보려다 말았다.
그 시점에서 나는 영화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꼭 영화 한편은 봐내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무엇이 그리 어렵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을 보기로 했다.
보기로 했고 나는 그 영화를 보았다.

내가 오늘 쓸려던 건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 관한 감상이었다.
그런데 서두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이렇게 앉아 몇 줄의 글이라도 써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랬다고.
그래서 내가 영화 한편을 마음 편히 보았던 어떤 토요일 오후에 관해
이렇게 길게 설명이 되어져 버렸던 거라고..

그래서 이 페이퍼의 제목은 ‘투스카니의 태양 1’이 되어 버렸다.
내가 정한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나는 내일이 두려우므로 자정을 맞은 신데렐라가 달리듯
침대로 기어들어 가야한다. 피로가 몰려오므로 쉽게 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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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4-2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은근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엄청 궁금하게 만드는 페이퍼잖아, 흑 2편을 써주오.

rainy 2008-04-2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나도 드디어 한명 낚아 보았다^^
영화는 다른 사람에겐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나'에겐 좋았어.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인걸 알고 있었고..
나도 빨리 풀어내고 싶다..

waits 2008-04-22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금살금 살고 있는 느낌, 그런 거 참 좋아요.(어인 딴소리?ㅎㅎ)
님 글을 읽으니 갑자기, 어떤 마음일지 막 알 것 같은 느낌이...^^
'감동저항증후군'에도 불구하고, rainy님 잘 지내시는 거죠?

rainy 2008-04-22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금살금' 소리내어 읽어 보니 막 웃음이 나요. 유쾌한 웃음이 ^^
그 '막 알아줄 것 같은 느낌'때문에 이렇게 여기서 주절주절 나를 풀게 되는 것 같아요.
잘 지내고, 잘 자고, 잘 먹고.. 좋아요.
님은 공부 잘? (ㅋ)

네꼬 2008-04-2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때는 영화를 보기 전이나 후의 일들을 듣는 게 영화 이야기를 들은 것보다 더 기억에 남아요. (김영하의 『굴비낚시』에 그런 글이 많지요~) 전 이상하게 레이니님이 어떤 분인지 좀 짐작이 됐는데요? (섬세한 분이시잖아!)

rainy 2008-04-24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와주셔서 감사해요.
소심하다고 안하고 , 섬세하다고 하시는 네꼬님 정말 자상한 분인거죠^^

rainy 2008-05-2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에 가서 눈으로만 후딱 봤어요.
마음 따뜻해지는 글에. 순발력까지 갖추신 ㅎㅎ
우린 이렇게 인사를 나눴네요 ^^
 


이 겨울 어쩌면 마지막일 눈..

 

 





불빛아래 얼음처럼 차갑게 부서지며 흩날리던 눈

시리고 가난한 속수무책 내 마음에 유리조각처럼 아름답고 단호하게 박히던

하지만 나란히 손 잡고 걸어가는 저 두사람을 향해서는

조심스레 포근히 내려앉던 착하고 사려깊던 눈 . 눈송이들

 



우리 동네 만복 국수집의 따뜻한 불빛

따스한 저 곳의 불빛을 보고 있자면 매번 더 춥고 배가 고픈

화들짝 놀라듯 내 허기와 추위를 깨닫게 하는 심술궂은 불빛과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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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2-2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은 했지만, 내용은 마음에 들지 않아-_ㅠ 따스한 것들을 보면 오롯이 따스하게만 느끼기!

waits 2008-02-2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ainy님 사진 오랜만에 봐요, 만복 국수집... 좋네요..^^
좀 아까 우연히, 오랜만에 '기다려줘'를 들었어요, 그럴 때가 좋았는데...ㅎㅎ

rainy 2008-02-2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 알겠소. 그저 나도 심술을 부려본게지.
'오롯이 따스하게만' 그말 자체가 참 따스하네..

나어릴때님~
모든게 정말 오랜만이죠..
만복 국수집, 참 안어울리는 장소- 골목도 아닌 찻길에 생뚱맞게
자기가 원래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 저렇게 떡하니 자리하고 있답니다.
매일 지나가기만 하고 한번도 못 가봤는데
언제 한번 국수 먹어요 ^^ 보쌈에 동동주도 좋구요 ^^ (더좋나? ^^)

네꼬 2008-04-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번째 사진 좋아요. 왼쪽에 가만 드러난 공중전화부스와 누군가의 먼 뒷모습. 으흠. 추운 것도 같고, 따뜻한 것도 같고.

rainy 2008-04-24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 것도 같고, 따뜻한 것도 같고, 그리움 같기도 하고..
제겐 시절이 시절인만큼 공중전화에 대한 로망, 그리움같은 게 있답니다 ㅎㅎ
이제 동전을 손에 쥐고 심호흡을 가다듬은 시간이.. 다시 제게 올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