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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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시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나를 잡아주십시오'라는 쪽지, 피해자의 입에 물려진 리췬 담배, 교살에 쓰였음이 분명한 지문 찍힌 줄넘기줄... 연쇄살인범의 다섯번째 범행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본지인(本地人)이라는 다잉메시지가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일까. 합동특별조사팀은 다잉메시지에 희망을 걸고 범행현장 인근 주민들의 지문을 모두 대조하는 지리한 작업에 착수한다.

노랑머리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망나니로 강아지를 학대하고, 상인의 등을 쳤으며, 부녀자를 희롱했다. 그런 그가 요즘 눈독 들인 이가 국수집 아가씨 주후이루다. 하지만 주후이루는 당찬 성격으로 노랑머리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고, 약이 오른 노랑머리는 그녀를 겁탈하기로 마음 먹고 한밤중에 공원으로 볶음밥을 배달시킨다.

주후이루는 막연한 불안감에 호신용으로 과일칼을 숨겨 가지고 배달을 갔고, 위력을 행사해 겁탈하려는 노랑머리에게 칼을 휘두르고 만다. 한편, 주후이루를 몰래 사모하던 궈위가 이 모든 상황을 짐작하고 노랑머리 뒤를 좇다 위력을 행사하려던 시점에 돌을 들어 그의 머리를 내려친다. 결국 노랑머리는 돌에 맞은 뒤 칼에 찔려 사망하고 만다. 젊은 남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그때 우연히 뤄원이 그들을 발견한다. 뤄원은 닝보시 공안국 형기처장이으로 검시와 물증감식의 대가였다. 하지만 8년 전 아내와 딸이 실종된 뒤 돌연 경찰을 그만둔 뒤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뤄원은 노랑머리가 학대하던 개를 구해준 전력이 있어 젊은 남녀가 딱했다.

뤄원은 과거 자신의 특기를 살려 범행현장의 증거를 없애기 시작했다. 노랑머리의 전화기에서 녹음된 목소리를 사용해 친구에게 전화를 건 뒤 끊어 범행발생 시간을 조작했고, 주후이루의 다리를 일부러 다치게 한 뒤 편의점에서 치료약을 사도록 하여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었다. 또한 범행현장의 족적과 흔적을 지우기 위해 주변에 돈을 뿌려두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찰을 상대하는 노하우를 젊은 남녀에게 철저히 교육시켰다.

다음 날 시체가 발견되자 경찰은 주후이루가 볶음밥을 배달갔다는 사실을 알아내 그녀를 취조하지만 증거, 알리바이, 취조태도 모두 그녀를 비껴 갔으므로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랑머리의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이 다섯건의 연쇄살인범의 지문과 같다는 것이 밝혀지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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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버지를 살해한 딱한 아들의 범행을 눈감아 주었다가 경찰에서 쫓겨난 수학교수 옌량, 아내와 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의 지문과 특징을 입수했으나 인력 부족으로 수사가 중단되자 연쇄살인을 일으켜 경찰이 지문을 대조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뤄원.

고차방정식은 일반적인 공식에 의해 풀어나갈 수 없고 해를 추정하여 대입한 뒤 근사값을 찾아나가야 하는데, 두 천재의 대결 과정이 그렇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과 흡사해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의문은 있는 작품이지만, 쯔진천 특유의 사회파적 시각과 중국사회의 현실이 맞물리며 그 나름의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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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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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LP 음반 수집 취미는 작품이나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으므로 잘 알려진 바다. 그런 그에게 또 하나의 수집 취미가 있으니, 바로 로고나 캐치프레이즈 등이 인쇄된 티셔츠를 모으는 것이다.

책머리에는 강렬한 노란색 바탕에 TONY TAKITANI라 프린트된 티셔츠가 소개된다. 단돈 1달러에 산 이 티셔츠는 사실 TONY TAKITANI라는 사람이 선거에 나서면서 홍보용으로 제작한 티셔츠인데, 중고로 이 셔츠를 구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저런 상상력을 발휘하여 단편 소설로 꾸며 내게 되었다. 티셔츠 수집 취미가 그의 글쓰기 작업에 영감을 불어넣은 예라 할 수 있을까.

티셔츠가 그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즈음인가 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무지 티셔츠를 언더셔츠, 즉 내의로나 입을까 티셔츠 자체를 나들이옷으로 입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관심, 제품에 대한 홍보 목적, 그 밖의 실용적인 이유로 티셔츠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티셔츠에 새겨진 문구나 로고가 그 사람이 지향하는 바, 또는 관심있는 분야를 나타내는 아이콘이 되었다.

서핑, 레코드, 맥주, 록음악, 귀여운 동물, 대학교와 슈퍼 히어로... <무라카미 T>는 하루키가 관심있어 하는 것들이 프린트된 티셔츠에 대해 짤막하게 써내려간 글들을 잡지 <뽀빠이>에 1년간 연재한 뒤 이를 엮은 책이다. 무더운 여름 한낮에 한 시간 가량 한가로운 마음으로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책이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마음에 드는 티셔츠를 사기 위해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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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유물 읽는 감정사 (총8권/완결)
영완(映完) / 문피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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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박해진은 도굴꾼 아버지를 둔 덕에 어릴적부터 고미술품을 접하며 감정에 관한 안목을 착실히 키웠다. 그러다 아버지가 남겨준 유물 덕에 사이코메트리 능력까지 갖추게 되자 유물 감정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가 된다.

국내 내로라 하는 미술관과 대기업 오너의 미술품을 감정해주며 명성과 재산을 얻게 된 박해진은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세우고, 미국, 이탈리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위작을 가려내고 진작의 행방을 찾는 등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는다. 또 일본으로 반출된 고미술품을 되찾는 과정에서 야쿠자들과 대결하는가 하면, 사우디 왕가의 공주를 만나 초능력을 가진 유물들과 세계의 힘에 관한 비밀도 알게 된다.

몇 달간 목디스크 탈출증으로 목, 능형근,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잠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저녁 나절에 몸을 지치게 만들 목적으로 부천 시내를 하릴 없이 걸었는데, 이 때 <유물 읽는 감정사> 를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자극적인 설정과 각국 고미술품에 대한 흥미진진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웹소설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반복해서 듣다보니 치밀한 고증과 자극적 구성으로 푹 빠져들었다. 종반부로 접어들며 떡밥의 상당수를 뭉개는 등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재 과정에서 일어나기 마련인 집필 동력 상실 등을 생각하면 큰 흠결이라 보기 어렵다. 오디오북 성우들의 연기도 상당히 뛰어나 추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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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목 1 : 진단편 - 내 목 통증 해석하기, 개정증보판 백년 목 1
정선근 지음 / 언탱글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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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대만여행을 갔는데 이틀째 되는 날 부터 견갑골 안쪽 능형근 부위에 통증이 느껴졌다. 언제나처럼 '담이 붙었다'고 생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도 '누군가 악의를 갖고 뾰족한 볼펜으로 찌르듯' 아파왔다.

회사 부근 정형외과에 가니 의사가 엑스레이를 살펴본 뒤 목이 다소 일자목 형태이나 목뼈 사이가 넓은 것으로 보아 목디스크는 아니라고 판정했다. 진통소염제와 근육이완제 복용, 물리치료를 병행했지만 증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을 옮겨보기로 하고 집 근처 신경외과를 갔다. 초음파(정확히 뭘 봤다는 건지 설명해주지 않음), 주사치료, 물리치료를 처방한 의사는 이전 병원 치료비의 열 배를 청구했다. 물론 나아지지 않았다.

그 후 능형근 통증은 어깨, 목덜미 등을 옮겨 다녔고 팔과 손이 저렸다. '피가 뭉쳐서 돌아다니므로 사혈을 해야 한다', '신경이 눌렸으니 근육 사이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 '부항을 떠야 한다', '추나가 도움이 된다' 등등 한의사와 주변인 조언에 따른 처방을 받았지만 갈수록 통증의 강도는 세졌다.

유튜브에서 권하는 갖가지 좋다는 스트레칭도 했다. 목 당기기, 목 옆으로 늘리기, 손목 잡고 반대방향으로 잡아 뽑기, 벽에 팔꿈치를 대고 밀기, 목 주변 근육 강화하기 등등.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심해졌고, 그 즈음 사무실 직원이 이 책을 권해서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전형적인 목 디스크 탈출증이었고, 내가 느낀 통증은 연관통과 방사통이었다. '담에 붙었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은 목디스크 탈출증에 따른 연관통이었던 것이다.

일부 치료, 특히나 추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목디스크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한 일등공신이었다. 추나를 받은 날은 하루종일 끙끙 앓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유튜브에서 권하는 동작 대부분은 이 책에서 금기시 하는 동작들이다.

저자는 서울대 재활의학과 교수로 극심한 목디스크와 허리 디스크를 본인이 직접 겪은 경험이 있어 환자의 심리 상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실제는 이론을 경악케 한다"는 신념 하에 증례 위주 설명을 하기에 어려운 대목이 없다. 고개를 끄덕여 가며 읽는 사이 통증의 원인을 이해하게 되고(1권), 목디스크 탈출증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2권).

다음은 목디스크와 관련된 용어이다. 목디스크로 고통받는 분들은 병원 진료와 함께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목디스크 두 개의 목뼈 사이에 끼어 있는 물렁뼈

섬유륜 앙금이 들어있는 찹쌀떡 모양의 목디스크 중 떡 부분에 해당하는 부위

수핵 찹쌀떡의 앙금에 해당

종판 펑퍼짐한 찹쌀떡의 위아래 평평한 면

후관절 아래위로 연결된 두 개의 척추뼈 사이에 있는 관절

목 디스크 손상 섬유륜이 깨지거나 종판이 깨지는 것

디스크성 목 통증 목 디스크가 손상되어 디스크 자체에서 생기는 통증

연관통 손상된 목 디스크로부터 멀리 떨어진 문제 없는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

목디스크 탈출증 수핵이 섬유륜을 찢고 디스크 밖으로 나가는 것.

방사통 수핵이 섬유륜 뚫고 뒤로 탈출되면 팔로 가는 신경뿌리에 묻어 염증 일으킴

경추전만 사람이 앉거나 서 있을 때 목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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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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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학습연구사의 학습잡지 <5학년의 학습>과 <6학년의 학습>에 연재한 시리즈로, 전형적인 학원 미스터리물이다. 주인공은 아이들을 믿지 않는 냉철한 성격의 비상근 교사로 임시로 맡은 반에서 범죄 사건이 일어나면 이를 해결해 나간다는 설정이다.

1장 6x3은 하마구치라는 선생이 사망하면서 남긴 6 x 3 이라는 다잉메시지를 푸는 것이 관건이다. 六 x 三 은 사실 한자를 쓴 것이었다는 것이 트릭. 사망한 하마구치의 남편 이름이 交三(고조) 였던 것. 체육을 싫어하는 왕따 소년이 체육실에 있는 공을 모조리 펑크내는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2장 1/64은 도박하는 아이들 이야기다. 한 반 전체가 프로야구 경기 승패를 맞추는 도박에 골몰하는데, 판돈 관리를 맡은 아이가 불량배에게 돈을 갈취당하자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아이들에 대한 어떤 연민도 보여주지 않고 그들의 영악함을 담담히 고발한다.

3장 10x5+5+1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순수하고 소심한 선생을 카나리아를 도망치게 만들었다고 윽박질러 번지점프를 강요하는 아이들 이야기다. 문제의 수식은 선생이 자기의 체중과 동일한 무게를 계산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써놓은 것.

4장 몰콘은 비인기 투표가 유행하자 한 아이에게 가짜 엽서를 잔뜩 보내 자살을 기도하는 내용이다.

5장 무토타토는 수학여행을 중지하지 않으면 자살한다는 내용의 협박 편지를 둘러싼 에피소드. 여기서 문제 되었던 것은 선생무토타토(ムトタト)아케루나 라는 문장. 사실 (ムトタト)는 이외(以外) 라는 한자를 모르는 아이가 가타카나로 잘못 쓴 것.

6장 신의 물은 길냥이를 싫어하는 어른이 고양이용 물을 담아놓은 통에 비소를 넣어서 일어난 사고를 다루고 있다. 네코(ネコ)를 신(神)으로 고치는 바람에 '신의 물'이 된 것.

번외편으로 류타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순간접착제로 문을 붙여서 마치 블록으로 문을 막았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트릭이 실린 '방화범을 찾아라'와 가정주부가 사고로 죽기 전 마지막으로 건 전화가 하필 번호가 잘못 눌려 다른 집으로 연결된 이야기가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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