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휴를 맞아 외할머니댁에 놀러간 마도카는 토네이도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해 엄마를 잃고 만다. 

그로부터 8년의 시간이 흐른 뒤, 전직 경찰관 다케오가 마도카의 경호 업무를 맡게 된다. 마도카는 모 대학 연구실에서 각별한 보호를 받는 것 같았는데, 특이한 것은 마도카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가령 물이 흘러가다 멈출 지점을 정확히 알아 맞춘다거나, 풍선이 떠가는 방향을 예측한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는데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다케오는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그 즈음 온천지역에서 연달아 두 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데 미즈키 요시로라는 이름의 영화제작업자와 나스노라는 배우가 희생자였다. 둘 다 황화수소에 중독되어 사망했는데, 황화수소는 온천지역이라면 공기 중에 어느 정도 떠돌게 마련이었지만 중독사할 정도로 유출되어 고여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관계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에 교수 아오에가 해당 지역을 면밀히 조사했지만 역시 특이사항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면 마도카라는 여성이 두 지역 모두에서 출몰했다는 점과, 그녀가 한 청년의 행방을 뒤쫓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편, 말단 형사 나카오카는 사건에서 뭔가 수상한 점이 있지 않나 코를 킁킁대며 조사하다가 아마카스 사이세이라는 천재 영화감독의 블로그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블로그에 적힌 일지를 읽어나간 끝에 기기이한 우연들에 맞딱드린다.

아마카스 사이세이의 딸이 수년 전 자살을 기도한 끝에 딸과 아내가 사망하고 아들은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아들을 치료한 의사가 공교롭게 마도카의 아버지였다. 게다가 딸이 자살에 이용한 치명적인 가스 역시 다름아닌 황화수소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해내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물리학을 활용해 그러한 원자의 시간적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완전하게 예지가 가능하다.


라플라스가 세운 가설로, 나중에 그러한 존재를 물리학에서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치고 다소 억지스럽고 몰입감이 떨어진다. 독자가 감정이입할 대상(희생자든 주인공이든)이 딱히 없다는 점이 큰 이유인 것 같다. 그것은 잦은 시점 변화 때문인데, 스토리가 속도감을 얻은 대신 독자가 관심 줄 대상은 희미해져 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드게임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와타나베 미츠야는 이제 고3이 되었다. 하지만 진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 학창시절 야구에 몰두했지만 가나가와현 지구예선 2회전에서 6회 콜드패했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공부하는 것은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야구를 계속 하자니 콜드패할 정도의 실력이라 입증된 것 같아 의욕이 나지 않는다.

미츠야가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결정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던 그 시기에 사건이 일어난다. 중학교 동창 히로키가 피습당해 쇄골 골절로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은 것이다. 히로키는 범인이 히로요시, 통칭 토로요시라고 했다. 당한 것은 히로키 만이 아니었는데, 중학교 2학년 당시 히로요시를 왕따 시키고 괴롭혔던 아이들이 괴롭혔던 강도에 걸맞는 보복을 차례로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미츠야의 절친 료타 등이 히로요시를 잡아 혼쭐을 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료타는 중학교 시절 히로요시의 왕따에 앞장섰던 구제불능의 문제아였기 때문에, 보복의 강도로 치면 료타는 목숨으로 갚아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따라서 료타는 히로요시보다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

미츠야와 료타가 매일 밤 순찰을 돌고, 예상되는 희생자를 만나기도 하는 등 포위망을 좁혀 가지만 히로요시는 좀처럼 꼬리를 잡히지 않는다. 미츠야와 료타는 결국 히로요시의 부모로부터 역추적을 시작하는데, 부모 역시 히로요시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듯했다.

히로요시의 아버지는 과거 히로요시와 그의 어머니를 버리고 바람을 피운 댓가로 최근 폭행을 당한 듯 했고, 어머니 역시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겨우 밥벌이나 하면서 아들의 행방도 잘 모른 채 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는 히로요시의 변화상에 미츠야와 료타는 놀라고 만다.


여름 휴가 때인 7월 26~27일, 산청 지리산 수련원에서 읽은 책인데 휴가 이후로 정신 없이 일하다 보니 이제야 독서일기를 적는다. 소설은 이시다 이라 풍의 학원물로 왕따 문제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데, 엽기적이고 섬뜩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왕따 문제에 대한 진지한 천착은 엿보이지 않는다. 왕따 문제가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한 소재로만 이용되고 폐기처분된 느낌이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 엄석대와 같은 존재는 주변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어른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듯 보이는 그 거대하고 부조리한 힘에 보통의 여린 학생은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숨도 제대로 못 쉬거나, 차라리 똘마니가 되는 편을 택해 공포에서 벗어나려 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인천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이 떠오른다.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일단은 소년법 개정을 통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사회가, 공동체가, 정의가, 부조리한 힘의 행사에 대해 반드시 보복해준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소년법 개정과 같은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한다해도, 사회가 민중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사회에 스며들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점이다. 그동안 엄정한 법의 집행은 권력에 대항하는 민중을 요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점(삼청교육대, 범죄와의 전쟁 등등)도 의구심의 한 축을 형성한다.

근대 이후 단 한번도 민중에게 위해를 가한 집단이 처벌받지 않은 오욕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가, 공동체가 나를 지켜줄 것이다' 라는 믿음을 버린 지 오래이며 '각자도생' 네 글자만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버트 랭던이 등장하는 세 번째 음모/추리 소설로, 작품을 관통하는 음모의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프리메이슨이 미국 워싱턴 D.C. 지하에 보물을 숨겨두었는데, 그 보물의 위치는 피라미드의 심벌론을 해독해야 알 수 있다. 보물의 성격이 어떠한지를 알 수는 없으나, 발견자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한다는 것은 틀림 없다"


로버트 랭던은 위와 같은 음모는 말이 전달되면서 곡해된 것이라 치부하던 부류였다. 하지만 친구이자 프리메이슨의 고위 단원인 솔로몬의 잘려나간 손목이 국회의사당에서 발견되고, 그 사건에 CIA 보안실이 뛰어 들면서, '문제의 보물'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각종 상징들을 해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데 이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자신의 성(性)을 스스로 거세해버린 말라크라는 수수께끼의 괴물이 있다. 처음에는 단지 프리메이슨의 보물에 미친 광신자인줄 알았으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가 솔로몬의 집에 침입해 솔로몬의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게다가 지금은 솔로몬의 여동생 캐서린의 목숨마저 노리고 있다.


미국의 심장부에 숨겨져 있다는 프리메이슨 보물의 실체는 무엇이고, 수수께끼의 악마 말라크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 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해운대 해수욕장이 바로 건너다 보이는 수련원을 빌려 밤마다 에어컨 바람을 쐬가며 읽었다. 


음모론은 진실의 이면에 있을 법한 가공의 사실에 그럴싸한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낸 이야기이므로 음모론 자체에는 전혀 모순됨이 없다. 모순된 부분은 생성되는 과정에서 매끄럽게 다듬어지거나, 혹은 생략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실을 잘 모르는데 음모론부터 접하면 음모론의 충격적인 내용과 완벽한 논리에 빠져들어 깜빡 진실로 오인하고 만다. 그런데 이런 음모론의 성격 때문에 음모 소설은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약점을 갖게 되고,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를 갖추기 힘들다.

하지만 댄 브라운은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에서 너무나 그럴싸한 음모론을 제시하기 때문에 독자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헤깔리게 되고, 깔끔한 마무리로 소설이 끝나기 때문에 음모론의 진위 여부를 떠나 지적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번 <로스트 심벌>은 밑밥은 잔뜩 깔아놓고 기껏 송사리 낚는 수준의 결말을 제시하는 바람에 김빠진 콜라 같은 소설이 되고 말았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10655048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너럴 루주의 개선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3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도조대학병원의 오렌지 신관 1층은 구명구급센터로 이곳의 책임자는 하야미 부장이다. 그는 ICU(집중치료실)을 관리하며 '제너럴 루주'로 불렸다. 그가 이런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는 과거 큰 화재가 일어났을 때 아직 경험이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병원 전체의 통솔권을 틀어쥐고 수많은 사상자들을 일사분란하게 치료해 냈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개선장군 같았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안색이 창백해 보이면 환자와 병원 스탭들이 동요할 것이라 생각해 하야미가 입술에 립스틱을 칠한 것이 제너럴 뒤에 '루주'가 붙은 이유이다.

그런 하야미에 관한 투서가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원회에 날아든다. 내용은 그가 특정 회사와 유착관계를 맺고 부정한 금전을 취득하고 있으며, 간호사도 한 패라는 내용이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원장이자 부정수소외래(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사소한 증세의 외래 환자를 돌보는 진료) 센터를 맡고 있는 다구치는 고민에 빠지고 만다. 하야미의 성품을 알기에 그가 이유없이 유착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 뻔했고, 대학 때 부터 친한 그를 조사하는 것이 껄끄러웠던 것이다.

너구리 같은 병원장은 다구치에게 에식스 위원회와 상의하라며 한 발 물러나 버리고, 에식스 위원회는 지난 번 <바티스타 팀> 사건으로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분풀이를 하기 위해 하야미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착관계에서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모두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썼다는 히라토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심각한 윤리 위반이라는 에식스 위원회.

다구치가 하야미를 방어하기 위해 에식스 위원회 공격을 간신히 무력화시키던 그 때, 홀연 응원군이 나타난다. 바로 후생성의 시라토리. 게다가 이번엔 얼음공주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실수가 잦은 의문의 간호사(사실은 의사) 히메미야까지 대동하고 나타났다.


2007년 추석 때 당직을 섰다. 지금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당시에는 편의점에서도 책을 팔았다. 지금은 세븐 일레븐으로 통합된 바이더웨이에서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사서 한나절 시간을 잘 보냈는데, 10년여가 지나서 그 후속편을 읽는다.

작가 가이도 다케루는 1961년 생으로 현직 외과의사였는데 틈틈히 쓴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 덜컥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상을 수상하자 곧 작가 활동과 본업을 병행하기 위해 병리의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직 의사답게 각종 병과 처치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사실적이고, 특히 병원 시스템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에 대해 미시적인 분석까지 곁들이므로 메디컬 미스터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작가이다. 단점은 읽다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을 너무 남발한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국 방콕의 사창가에서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 아틀레 몰네스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대사는 샛노란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등 한가운데는 손잡이가 푸른색 유리로 장식된 칼이 꼽혀 있었다. 노르웨이 외무부 국장 닥핀 토르후스는 해리 홀레를 태국으로 파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다. 사안이 민감하기 때문에 팀을 꾸려선 안되고, 해리 혼자만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토르후스의 주장에 경찰도 이의가 없었다.

한창 알콜 중독에 빠져 정신 못차리던 홀레가 약간의 마찰을 빚은 끝에 태국으로 파견되고, 그곳에서 현지 경찰들과 팀을 꾸린다. 큰 체구에, 대머리이며, 미국인 혼혈 리즈 크럼리 경위와 그녀의 팀원들이 해리를 돕는다.

해리는 여러가지 의문사항을 조사하지만 각각의 사실들이 하나의 일관된 줄거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첫째, 대사의 가방에서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성적 남용을 당하는 사진이 발견된다. 그는 소아성애자였을까? 하지만 대사의 딸 루나에 따르면 대사는 동성애자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대사는 누군가를 협박하기 위해 그 사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둘째, 대사가 타고다니던 차량에서 약을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캡슐이 발견된다. 현지 경찰은 엑스터시인 것 같다고 말하지만 해리는 그것이 천식약임을 알아본다. 대사관저에서 미모의 비서 아오가 천식약을 먹는 것을 본 해리는 대사와 그녀의 관계를 의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산펫이라는 늙은 운전기사와 불륜관계였다.


셋째, 대사의 등 한복판에 꼽힌 칼은 보통 버마쪽에서 두 자루 한 쌍으로 만들어지는 칼인데 칼날에서 순록 기름이 검출된다. 범인은 노르웨이 인일 수도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었다.


넷째, 산펫에 따르면 대사는 최근 경마도박으로 10만 달러를 잃었고, 빚에 쪼들려 사채업자를 찾아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사의 집안은 막대한 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왜 대사는 겨우 10만달러를 해결하지 못해서 쩔쩔 맸을까? 그리고 사채업자를 찾아가자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하는 거구의 중국인 우의 정체는 무엇일까?


산발전으로 제기되는 단서들을 추적하던 해리는 바클레이스 타일랜드 지사의 유능한 중개인 옌스 브레케의 진술이 주차장 CCTV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대사의 부인 힐데 몰네스와 불륜관계였기 때문에 동기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얼마 뒤, 주차장을 관리하던 짐 러브라는 사내가 살해당하고, CCTV가 조작되었음이 밝혀져 옌스 브레케는 혐의를 벗는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용의자는 오베 클리프라 라는 노르웨이 출신 건설업자였다.

어린아이를 성적으로 남용하는 사진의 주인이 오베 클리프라일수도 있다는 많은 증거들이 나오고, 한쌍으로 제조된 칼의 나머지 하나가 그의 집에서 발견된다. 그 시점에 루나가 납치되고, 부랴부랴 오베 클리프라의 은신처를 찾아간 해리는 너무 늦었음을 깨닫는다. 루나는 납치된 직후 살해된 것 같았고, 오베 클리프라의 머리에도 총알 구멍이 나 있었다.

오베 클리프라가 경찰의 포위망이 조여오자 자살한 것으로 결론나려는 찰나, 해리는 오베의 손이 루나의 머리카락 밑에 있음을 발견한다.


------


<바퀴벌레>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두번째 소설로, 우리나라에는 2016년에 소개되었지만 노르웨이에서 발표된 해는 1998년이다. 해리 홀레가 알콜 중독으로 정신 못 차리고 있고, 비아르네 묄레르는 이제 막 PAS(경찰간부)로 승진했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레이먼드 챈들러나 더실 해밋 풍의 하드보일드 색채를 띠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수수께끼 풀이의 정교함이 오히려 묻히는 분위기다. 소설 중반부터 꾸준히 복선을 깔고 논리구조를 쌓아가다가 마지막에 빵 터뜨리며 한바탕 카타르시스를 맛보여줘도 될 법 하건만, 해리는 너무나 과묵하고 스타일리쉬하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추리한 바를 중간중간 독자에게 얘기해주지도 않고 꿍하니 안고만 있다가 맨 나중에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식으로 풀어내니, 독자 입장에서는 '어... 이런 얘기가 있었던가?' 하며 앞장을 뒤적이게 된다. 아직 작가의 초기작이라서 다소 거친 면이 느껴진다.

 

소설의 범인은 동기가 제일 많은 사람이고,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이는 곳도 범인을 감추는 부분이다.


집에 에어컨이 없어 푹푹 찐다. 북유럽 소설을 읽으면 잠시나마 한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젠장, 소설의 배경이 태국이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읽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10544958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