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간단하게 소개되었던 책 중 오래된 연장통이 2월엔 자세하게 소개되었다. 1월 만큼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은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알찬 책들이 소개되었던 2월이다.  

 
〈리영희 프리즘-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김동춘·김현진·안수찬·오길영·은수미·이대근·이찬수·천정환·한윤형 지음/사계절·1만3000원.

 

한겨레신문에 소개된 책들 가운데 짧게 소개된 리영희 프리즘이라는 책이 가장 눈에 띤다. 우리시대 지성으로 불리던 리영희 선생 팔순을 기념해서 나온 책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시의적절해 보인다. 2MB 정부의 방향이 대한민국을 20년 쯤 뒤로 돌려버렸기 때문에 -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측면에서도 후퇴했다고 생각한다 - 다시 리영희가 부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영희, 그는 우리 시대 ‘사상의 스승’으로 불린다. <리영희 프리즘-우리 시대의 교양>은 단순히 그의 팔순을 기념하는, 그에 대한 일방적 존경과 흠모가 넘치는 헌정도서가 아니다. 리영희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시대에 대한 고민과 비판을 담았다.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등을 통해 한 시대를 꿰뚫는 통찰과 고민을 던진 비판적 지성의 상징 리영희. 그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몽롱한 의식에 끼얹은 찬물 한 ”였다. 그는 “지식을 전달한 사람이라기보다는 각성을 전달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바가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5682.html

 
                


〈감정노동〉 앨리 러실 혹실드 지음 /이매진·1만7000원.
이 책 역시 간단하게 설명되고 있는 책인데 몇 일전 서점에서 제목을 보고는 관심을 두었던 책이다.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듯 본디 감정을 숨긴 채 직업상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학자인 지은이는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 항공 임원과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참여관찰을 통해, 자본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감정까지 통제해 활용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자본은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이에게 “낯선 이에게 늘 사랑한다고 말하고, 항상 웃을 수 있게” 훈련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사무실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드는 비서,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만드는 웨이터, 호텔 데스크 직원, 잘 나가는 제품이란 확신을 주는 영업사원” 등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이다. 하지만 그 웃음의 가면 뒤에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과정에서 각종 질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2007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 노동자의 56.2%가 우울증과 스트레스 질환을 앓고 있었다. 또 감정노동이 여성에게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은 무려 27년전에 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지금 번역이 되어 소개된다. 역설적으로 우리사회가 이런 감정노동이라는 부분을 감당하기에 너무 폐쇄적인 노동윤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백화점 등 캐셔들에 대한 노동문제가 이슈화된 것이 바로 2~3년 전의 일이니 우리도 이제는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있고,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손님은 왕이라는 논리에 밀려 웃음을 파는 서비스직을 당연시 여기는데 이런 생각이 맞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박노자도 여러번 지적했던 바이기도 하지만 유럽의 서비스직들은 웃음까지 팔지는 않는다.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에 젖어든 사람들이 유럽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는 상당히 기분나쁜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유럽의 경우 본인이 사장인 경우 왕왕있어 친절하지만 점원들에게 친절함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파리의 점원들은 지독하게도 불친절하다. 그들의 논리는 바로 상품을 파는 것이지 웃음까지 팔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3117.html

 

특이하게도 2월에는 기독교를 다룬 책이 3권이나 소개되었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김두식 지음/홍성사·1만3000원

그동안 기독교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을 해왔던 김두식교수가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들고 나왔다.

"법학자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지금까지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슬픔·절망·희망을 담은 책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펴냈다. 그에게 교회는 기쁨의 원천이면서 슬픔의 근원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은 쓰고 싶어서 쓴 책이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쓴 책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책은 제목처럼 세상 속의 교회가 아니라 교회 속의 세상이 돼 버린 한국 교회의 현실을 비판한다. 세상 속에 있기는 하지만 세상과 구별돼야 하는 공동체가 어느새 철저히 세속화해 ‘교회 속에’ 세상의 가치와 기준이 들어오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세속화된 교회는 날로 그 힘을 축적해,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적 발언까지 시작한다. 반공·친미·기복의 기독교를 비판하면 당장 친북·친공·불신의 기독교인으로 낙인찍힌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해야 할 역할을 국가와 보험회사에 빼앗겨버렸다. 교인들 모두 부자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을 나눠주자는 메시지는 있어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자는 메시지는 없다. 이처럼 샬롬 공동체의 본질을 잃어버린 결과, 교회도 세상도 아닌 중간적 의미의 조직이 급증했다. 기독교 대학, 기독교 기업, 기독교 로펌, 기독교 정당, 기독교 시민단체 등 ‘기독교+거시기’를 만드는 것이 마치 기독교인의 중요한 소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3104.html

 

<한국의개신교와반공주의> 강인철 지음/중심·2만9000원

한국의 개신교와 반공주의는 2월에 출간된 책은 아니다. 장정일의 책 속 이슈라는 칼럼에서 소개된 책이다. 

 
"강인철의 <한국의 개신교와 반공주의>(중심, 2006)는 우리나라의 ‘개신교 보수주의’는 신학적·정치적 보수주의가 아니라 ‘개신교 반공주의’의 틀로 보아야 깊고 넓게 보인다고 말한다. 한국 개신교에서 반공이 최초로 명문화된 곳은 1932년 초, 교회 내의 보수주의자들과 자생적인 기독교사회주의자들 사이에 타협책으로 제정된 12개조의 ‘사회신조’(社會信條)다. 여기서 한국 개신교는 “일체의 유물교육·유물사상·계급적 투쟁·혁명수단에 의한 사회개조와 반동적 탄압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넣어, 반공주의를 교리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교회가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이유로 무신론과 같은 신학적 이유야 당연히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6·25를 전후해서 북에서 월남했던 목사들의 김일성에 대한 증오를 빠뜨릴 수 없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승만과 미국 교회의 지원을 받으며, 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시민종교’가 되어버린 반공주의와 한 몸이 되는 게 ‘선교적 이익’에 부합했던 사실이 크다. 월남한 목사들은 반공주의의 시민종교화에 기여하면서 하나같이 초대형 교회를 일으켰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7079.html

한국의 개신교는 이와 함께 개발독재의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압축성장과 똑같이 성장해왔다. 노동탄압 속에서 한쪽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운동을 통해 권리를 외쳤지만 다른쪽의 노동자들은 일요일 교회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하나님의 은혜를 거론하며 기복신앙이 자리잡으면서 교회는 군사정권에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반 일리히의 유언〉데이비드 케일리 엮음, 이한·서범석 옮김/이파르·1만5000원

신문기사에선 이반일리히의 책을 기독교문명비판이라는 이름으로 이반일리히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이반 일리히는 최근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사상가인데 <학교없는 사회>, <그림자노동> 등 그의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교회가 생산·소비의 실물경제에 녹아든 지 오래이며, 대형화·관료화함으로써 복음조차 제도화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은 한낱 ‘서비스에 대한 요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는 게 일리히의 진단이다. 이미 60년대에 일리히는 남아메리카에서 벌어진 ‘미국식 선교화’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최선이 타락한 것’의 모델이라고까지 말한다. 거기엔 무비판적인 신앙이라는 기독교인의 치부가 있다는 지적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7089.html


2월에 소개된 책들은 재밌는 현상이 하나 있다. 기독교를 비판한 책들이 3권 소개가 되었는가 하면 윤리적 소비를 소개하는 책과 비판하는 책이 있었다.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천규석 지음/실천문학사·1만5000원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라는 책을 통해 철학적 논쟁을 불러왔던 천규석씨가 이번에는 윤리적 소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왔다.

 

"기호식품은 상품화 역사 자체가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수탈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전세계 기호식품 주요 생산지들에는 서구 열강들이 무자비한 수탈을 위해 생필품 중심의 자급적 전통농업을 철저히 파괴한 뒤 건설한 기호식품 단작 플랜테이션(모노컬처), 도태당한 현지 노동력을 대체한 추악한 아프리카 노예무역 등 원주민 절멸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천규석도 공정무역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일품목 경작 때문에 외부 의존형으로 바뀐 원주민들의 삶을 온전하게 복원시켜주기보다는 오히려 그 왜곡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 결과 이득을 얻는 쪽은 지금의 뒤틀린 국제분업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기업 등 자본, 그들과 결탁한 지배그룹이 사실상 사유하는 국가다. 게다가 원거리 공정무역은 운반과 이동 등에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함으로써 지구 생태계 파괴를 가속시키고, 자원 거래를 장악하고 있는 강자들의 이익을 더욱 배가시킨다. 이런 불평등·생태파괴 구조를 온존시킨 채 “사실은 자신들의 기호적 필요와 이익사업을 위해 (공정무역을) 하면서도 마치 시혜를 베풀듯”하는 공정무역의 위선을 천규석은 질타한다. 결과적으로 “공정무역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세계시장체제에 예속된 농업의 국제분업을 기정사실화하고 거기로부터 차선이라도 구하는 현실주의자들의 자기위안 행위일 뿐이다.”

대안은 그가 지난 수십년간 계속 주장해온 지역적 자급자치 소농공동체의 복원이다. 소비도 “자급자치적 소비보다 더 높은 윤리적 소비는 없고”, 또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급이다. 제국주의 ‘외세’의 식민지·신식민지 수탈 출발점은 바로 이 자급체제를 강제로 무너뜨려 외부의존체제로 만드는 것이다. 자급이 무너지면 자치도 무너진다. 자급자치 소농공동체를 무너뜨린 이 외세의 대변자, 착취의 실행주체는 자본가와 관료 등 지배세력이 사실상 사유화한 국가다. 제국주의 일본도 외세였지만, 국내적으로는 중앙집권적인 국가도 자급적 소농공동체에겐 외세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4523.html
 

<윤리적소비> 박희진·김유진 지음/메디치·1만1000원

아주 짧게 소개 된 이 책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양적·질적 만족을 얻는 합리적 소비가 과연 최선일까? 생산과 유통, 소비뿐만 아니라 재생까지도 염두에 둔 소비,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 화장품 하나로 누군가의 비참한 삶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비라면? 그렇게 해서 세상을 바꾸는 소비가 바로 윤리적 소비다."가 책 소개의 전부이다. <천규석의 윤리적소비>와는 차별화된다는 것을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69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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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한겨레신문 책과세상을 통해 소개되었던 책들 중에 관심가는 책들을 몇 권 뽑아봤다. 당장 읽기는 힘들겠지만 독서목록에 올려놓고 기회를 엿볼 참이다.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세계문학전집에 관한 기사도 두차례정도 실렸었는데 일단 6권의 책을 찜했다.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 읽기는 3권이니까 총 8권인 셈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11가지 시선>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비평사, 15,000원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다. TV 드라마가 기획되는 등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전망인데 이와 관련한 책들이 출간되지 않을까 싶다. 6월을 전후해서 한국전쟁 읽기를 시도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김동춘교수의 전쟁과 사회라는 책도 있고, 계간지 등에서도 한국전쟁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된다. 분량과 시간이 된다면 브루스 커밍스의 책 한권 정도 엮어서 읽어보면 될 것 같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는 올해, 이 전쟁을 주제로 한 남한과 독일 학자들의 연구결과물이 <한국전쟁에 대한 11가지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역사문제연구소와 독일 포츠담현대사연구센터가 2005년 공동주최한 국제심포지엄 내용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 책은 냉전시대 최초의 대규모 국제전이었던 한국전쟁이 남북한을 현재의 모습대로 강제한 가장 큰 계기였으며, 국제사회에서도 냉전체제를 공고히 한 전쟁으로 평가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607.html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지음/사이언스북스·1만5000원

진화심리학에 대한 소개와 최신의 연구까지 담은 책이 하나 나왔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 분석을 진화론을 통해 설명하는 학문이다. 아직까지는 생소한 분야이긴 하나 앞으로 주목받는 학문분야가 될 것 같다. 환경에 맞춰 생명체들이 진화한 것 처럼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환경 혹은 사회에 맞춰 진화해왔음을 이야기한다. 마음, 생각이 순전히 나의 의지에 의해서 발현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진화심리학?

다윈의 진화 이론으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하려는 학문이다. 인간의 마음 역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생각이다. 전중환 교수는 인간 심리의 모든 측면에 대한 진화적 접근이라고 요약한다. 어떤 심리현상도 이 틀로 분석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진화심리학은 심리학의 모든 분야를 통합하는 이론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면 연장통은?

나사와 못, 장도리와 톱, 뭐 이런 잡동사니 공구들이 잔뜩 담겨 있는? 맞다. 전 교수는 인간의 마음이 그런 공구들이 빼곡한 연장통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오래된’ 연장통이다. 현대에 비로소 필요성이 대두된 첨단 공구들은 들어 있지 않다. 톱·망치처럼 전통 공구들만 있는 연장통이기에 오늘날에는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마음은 삶은 무엇이며 신은 어떤 존재인가 같은 추상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다. 어떤 짝을 고를 것인가, 비바람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포식동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이처럼 수백만년 전 인류의 진화적 조상들에게 주어졌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게끔 마음은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포’ 정서는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 공포 덕에 인간은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똘똘 뭉쳐 적과 맞서는 적응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웃음은 200만~4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위험하고 허기진 채 보낸 우리 조상이 어쩌다 안전하고 배부른 상황을 맞았을 때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생겨났다고 한다. 심신의 스트레스를 털고 좋은 기분으로 새 지식을 습득하자고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사회적 신호가 웃음이라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526.html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 읽기 1~3〉

송기호 지음/서울대출판문화원·1만4500~1만5500원
서점에 갔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발견했다. 오래된 연장통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했다면 이 책은 우리가 말하는 우리 곧 한국인에 대한 것들을 풀어냈다. 3
 

"우리는 왜 우리인가?
송기호(54·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이 질문에 답하려고 십수년간 자료를 모았다고 했다. 이 물음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시는가.
‘우리’라는 울안에서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에 깃들어 사는 ‘우리’가 먹고 입고 자는 방식은 다른 문화권에 견줘 무엇이 독특한가. 당신은 이를 딴 나라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한발 더, 우리의 고유한 무엇, 그 문화를 찾았다면 그것은 언제부터 비롯된 건가. 
 

젊은 시절 발해 연구에 코를 박아 ‘송 발해’로 불렸던 지은이가 그런 문제의식으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건 1995년. “한국사 전체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생활사”를 쓰고 싶었다. 그로부터 15년. 그는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 읽기>라는 문패로 우선 세 권의 책을 내놓았다. 1권이 <이 땅에 태어나서>, 2권은 <시집가고 장가가고>, 3권은 <말 타고 종 부리고>이다. 이 세 권이 한국인의 삶과 죽음, 가족과 의식주, 신분질서와 그 유토피아를 다뤘다면, 앞으로 나올 4~5권은 국가·제도와 외교·이민족을 키워드로 풀어 놓을 예정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519.html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1만2000원

 
조지 오웰이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일전에 한번 조지 오웰을 읽었다. 동물농장을 다시 읽고, 박홍규의 평전과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생활이라는 책을 읽었다. 사실 카탈로니아 찬가까지 읽을 에정이었지만, 1984를 영문판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흐지 부지 되었다. 1984, 카탈로니아 찬가와 함께 이 책을 함께 읽어보면 될 것 같다. 
"그의 대표작 <동물농장>과 <1984년>은 일종의 반공 우화 소설로, 사회주의의 ‘적자’로 군림했던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흔히 소개되고 그렇게 읽힌다. 아이러니다. 아니, 반토막 진실이다. 그가 1937년에 발표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그런 독해가 상당 부분 오독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1936년 초 오웰이 좌익 출판단체로부터 영국 북부 탄광지대의 대량 실업 문제에 관한 르포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이다. 그는 편집자 빅터 골란츠의 부탁을 받고 두 달에 걸쳐 위건과 리버풀, 반즐리 등 탄광지대를 집중 취재했다. 그곳에서 그는 가난한 노동자와 실업자들이 묵는 하숙집과 탄광노동자의 가정에 머물며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고,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도 박탈당한 노동계급의 삶을 체험했다. <위건 부두…>는 당시 대량 보급되며 반향을 일으켰는데, 오웰은 스스로 <위건 부두…>를 통해 전투적이며 정치적인 작가로 거듭났음을 밝히고 있다. 그는 훗날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1936년부터 내가 쓴 진지한 작품들은 그 어느 한 줄이건 전체주의에 맞서기 위해,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쓴 것들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99224.html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사회평론, 2만2천원
 
삼성 이건희 회장이 단독특별사면 되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삼성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삼성과 싸운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의 사생활을 담은 이야기를 담은 책을 한권 펴냈다.
 
 삼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여러가지로 갈려있지만 일단 국가 경제라는 측면이 강화될 때 삼성의 불법은 가려진다. 법 위에 있는 삼성인데, 우리 사회는 이를 용납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2333.html

 


압축 성장, 저항의‘파국’ 힘을 농축시키다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모순적 이중성
과실 커질수록 비판의식 늘어나 '파국'

 

<동원된 근대화〉
조희연 지음/후마니타스·2만원


 

"<동원된 근대화>는 박정희 독재체제를 붙들고 숙고해온 사회학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의 야심작이다. 지은이는 2007년 출간한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에서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조망한 바 있다. <동원된 근대화>는 이 역사 서술을 전제로 삼아 박정희 체제의 근본성격과 작동방식을 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박정희 시대 이해의 지평을 넓혀 놓는다.

지은이는 박정희 독재를 규정하는 핵심 용어로 ‘개발동원체제’를 제안한다. 지은이의 설명을 따르면, 개발동원체제는 후발 국가들이 국민을 동원하여, 개발·발전·성장으로 요약되는 ‘근대화’를 지향하는 체제다. 이 체제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후발 국가들에서 특히 전형적으로 나타나는데, 박정희 체제는 바로 ‘후-후발 국가의 개발동원체제’라고 할 수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978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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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제주도에 세번정도 다녀왔다. 처음 제주도에 놀러갔을 때는 김영갑이라는 사진가에 대해서 몰랐을 때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번은 두모악갤러리에 무척이나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도통 사진에 관심없던 아내와의 짧은 여행동안 두모악갤러리행 시간을 내기에는 빠듯한 여행이었고, 마지막 세번째는 아이들(조카)과 함께 한 가족여행이라 움직임에 제한이 있었다. 아쉬움이 남는 제주도행이었다. 모 카메라 회사 광고에 등장하는 두모악갤러리를 볼 때마다 그 아쉬움이 기억난다.

사진에 관심을 조금 두면서 사진 관련 서적을 가볍게 한 두권 읽다 중 김홍희의 "나는 사진이다." 이라는 책에서 김영갑이라는 이름을 발견하였다.

 "그는 어느 매체에 발표하거나 유명세를 얻기 위해 보여주는 사진을 찍는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고, 결국 아무도 찍을 수 없는 바람소리까지 사진 속에 끌어다 넣었다. 먹고사는 일보다 한 통의 필름이 더 소중했던 그는 최소한의 생계와 삶 이외에는 모든 것을 사진에 투자했다. 자신의 청춘과 열정, 그리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사진에 투자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의 제주도를 재창조해낸 유일한 사진가라고 생각한다."(15쪽, 18쪽 '나는 사진이다' 중)

바람소리까지 사진 속에 끌어다 넣었다라는 말이 나에게는 굵은 글씨로 읽혔다. 어떻게 바람소리를 사진속에 넣을 수가 있을까라는 궁금한 속에 김영갑이라는 사진가를 찾아 보았다. 그 순간 김영갑이라는 사진가는 김춘수의 시 '꽃' 처럼 의미있는 사진가가 되었다.

그리고 듣게 된 김영갑 사진가의 사망소식, 그제서야 나는 바람소리에 가려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뒷부분을 읽게 되었다. 사진에 모든 것을 건 그의 삶.

 "그런 그가 지금 병들어 몸을 제대로 쓸 수도 없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손목과 손가락 정도다. 그지경이 되도록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찾아 온몸으로 인생을 살았다. 사진에 모든 것을 건 그의 삶."(18쪽 '나는 사진이다' 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으면서 그리고 사진을 응시하며 나는 제주도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을 바람소리를 듣기 위해 가만히 바라보아야만 했다. 관광수준의 제주도 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유명한 관광지들을 도장 찍듯 방문하고 달리는 렌터카에서 스쳐 지나갔던 제주도의 모습을 그의 사진에서 보고자 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통해서.

 "사진은 이미지의 미라이다. 내가 원하는 사진은 박제된 동물이나 새가 아니다. 새의 생김새나 크기를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다. 새가 숲에서 즐겁게 노래하는 모습, 무리끼리 지저귀는 소리에 숲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그런 분위기에 빠져들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는 그런 숲의 분위기를 사진으로 표현하려 한다."(136쪽)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180쪽) 

김영갑은 그런 사진을 위해 전화를 반납했고, 어떤 편지에도 답장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치열한 외로움으로 몰아갔다.불현듯 만나게 될 순간을 위해 그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그리고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제주도의 분위기와 소리와 바람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한 삶은 예술적 치열함 뿐만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사진 찍겠다고 찾아든 제주도, 주민들이 보기에 그는 수상쩍은 사람일 뿐이었다. 간첩으로 몰려 신고당하길 여러차례. 여름이면 찾아드는 습기와 곰팡이의 공포,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필름을 그렇게 그는 잃어야 했다. 폭우로 삼년동안 고생한 필름이 없어지는 경험까지.

결국엔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그의 사진이 그 갤러리에 걸렸다. 그리고 지쳐버린 그의 체취는 사진속에 남겨두어야 했다.

 "병원에서 루게릭 병 진단을 받고 내 생의 유효 기간이 정해졌을때,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것은 그동안 찍어둔 사진과 필름들이었다. 내가 죽고 나면 그것들을 나만큼 사랑하고 아껴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205쪽)

바람소리에 매몰되어 있던 내게 그는 그의 사진에 대해 들려준다. 어떻게 사진을 봐야 할지.

 "그릇의 쓰임이 빈 공간에 있듯, 사진 속의 공간도 최대한 비워놓는다. 도예가가 찾잔을 만든다. 그 잔을 쓰는 사람이 물을 담으면 물잔이 되고, 술을 담으면 술잔이 된다. 옛날 옹기들이 장독대에서 이제는 방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꽃병이 되기도 하고, 우산꽂이가 되기도 한다. 사진도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나 자신을 위해 찍는 사진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위한 사진이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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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 눈빛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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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00년대 문화아이콘 중에 하나는 바로 사진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기능들을 활용하다가 DSRL의 유행까지. 거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그런 사진의 대중화의 장을 마련했다. 나 또한 그런 흐름에 맞춰 8년 동안 5개의 디카를 구매했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구입한 하이엔드 디카까지. 그런 와중에 인터넷상에 유명한 블로그를 즐겨 찾아다니기도 하고, 디카 활용법에 대한 책도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이미지 만들기의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는 사진들에서 조금 더 나아갈 순 없는가 하는 의문에 빠져들게 되었다. 찰나의 거장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의 사진, 굿을 통해 전통과 그 안에 담겨있는 삶과 사상을 그려낸 김수남, 그리고 사진을 찍는 동안 인간의 예의를 갖췄던 살가도의 사진을 대하며 더 이상 찍기 놀이보다 진중한 자세로 보기에 마음을 두기로 했다.

사진 보기의 관심에서 사진읽기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필립 퍼키스의'사진강의 노트'는 제목과는 달리 본질적인 측면에서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이라는 부제처럼 사색으로 가득차 있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법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가 재 표지 부제를 확인하고는 내 선입견을 탓했다. 물론 책 두께로 미루어 단순히 사진찍기 강의가 아닐 것이라는 것, 그리고 사진책임에도 사진보다는 글과 여백이 많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을 책이라는 점은 미리 눈치챘다.

하지만 몇 쪽을 넘어가지도 못해 당혹감에 빠져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책에 밑줄을 치는 대신 살짝 접어두거나 얇은 포스트 잇으로 표시해 두고 있지만, 밑줄을 긋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책의 절반을 접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만치 않을 책이라는 점은 미리 눈치 챘지만 마치 현자의 삶의 대한 지혜가 담긴 책 처럼, 이 책은 사진의 현자가 남긴 사진에 대한 통찰로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진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술이 아닌 본질을 이야기한다.

" 보여지는 것, 그자체. ...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

  그것의 의미를 경험한다는 것, 몇 초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며 그 존재를 느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가 배제된 목소리, 음악의 선율, 도자기, 추상화, 그것의 현존, 그것의 무게, 그것의 존재와 나의 존재의 경이로움. 사실 그 자체의 신비.

  아마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남은 길이의 반만큼을 끊임없이 가고 또 가야 되는 제논의 역설과 같다." (19~20쪽) 

그리고 사진강의와 더불어 예술로써의 사진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예술의 본질까지.

 "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해서 사진을 찍고, 다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때까지 카메라를 치워 놓고, 다시 발견하고, 다시 찍고, 다시 치워 놓고... . 대개 사진 촬영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사진 매체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루는 방식은 아니다.

   접시 가장자리에 가만히 놓여 있는 포크를 찍은 앙드레 케르테츠 Andre Kertesz의 사진이 있다. 테이블에는 포크의 그림자가 늘어져 있다. 사진속에 있는 것은 그게 전부다. 그러나 이 사진은 변형의 힘을 지니고 있다.

   예술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누가 세잔의 그림 속에 있는 사과 한 알에 신경쓸 것이며,반 고흐의 우체부 그림에 찍힌 무수한 점들을 누가 문제삼을 것인가? 포크든 사과든, 작품의 대상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예술가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어떻게 바뀌었느냐, 바로 이 점이 예술의 핵심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를 찍어내는 본성 때문에 이른 사진에서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저 소박한 도자기나 낡은 음반에서 지직거리며 들여오는 레스터 영의 재즈 멜로디가 어째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형태 가운데 하나일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었다." (71쪽~72쪽) 

분명 이 책은 조금 더 아름다운 사진을 원하는, 실용적인 기술에 대한 소개와는 거리가 먼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가족사진, 여행사진찍기를 넘어서 나름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보다 나름의 시각을 갖고 사진을 대하고 싶은 사람들은 분명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제자리에 머물다가 내민 첫걸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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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의 유혹 -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 난장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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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는 녹색이 대세다. 물론 환경문제를 이야기한 것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 녹색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화두이다. 2MB 정부가 녹색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환경에 대한 무지에서인지, 아니면 환경을 보는 순간 녹색이 또 하나의 돈벌이라는 감이 왔는지, 그냥 자신이 하고자했던 건설 경영에 녹색을 입혔다. 이와 관련한 우석훈과 배병삼교수의 시의적절한 2개의칼럼이 있다.

녹색이라는 말, 배병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3582.html
(녹색속의 핏빛, 배병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7169.html )
녹색성장이라는 사기극, 우석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6940.html

Sick Planet (병든 지구)이라는 원제를 가진,  녹색성장의 유혹은 의료산업, 식품가공산업, 농업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어 녹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산업들이 어떻게 환경을 맟이고 있는 보여준다.  


 의료산업은 현재 일차리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핵심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건강상식은 중요한 정보가 되었고,의료정보 역시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정보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질병들이 넘쳐나고 의학의 발전 덕분에 그러한 질병들을 치료 혹은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비밀이 있다. 불과 몇 십년전에 비해 증폭된 새로운 질병과 발병가능성을 보게 되면 그런 병들에 걸리지않은 자체가 신기할 정도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숨겨져 있는데,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종 병들들이 의료산업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 제약회사의 이윤에 맞게 많은 질병들이 과장되고 의사들에 대한 지원등으로 인해 필요 이상 처방전이 발행된다. 의료산업의 발전의 또 하나의 토대는 바로 인도를 위시한 저개발 국가이다. 친환경산업 등으로 치장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공장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유해한 화학물질을 배출해 저개발국가의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넘쳐나는 건강정보는 새로운 경제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저지방,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특히 닭을 포함한 가금류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미 산업화된 목축업에 이어 가금류 산업은 마트에 잘 포장되어 팔리는 상품의 이면을 가지고 있다. 극도로 낙후된 작업환경은 기존의 공장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문제 뿐 아니라 환경문제는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웰빙과 더불어 불어닥친 차에 대한 열풍 역시 새로운 문제점을 낳고 있다. 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남아사이의 많은 삼림들이 차 농장으로 바뀌는데 과거의 플랜테이션 농업을 떠올리게 한다. 플랜테이션 농업이 가지고 있던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차 밭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화학비료 및 농약으로 주변 환경이 멍들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경제체계 뒤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되었다. 우리의 경제체계는 산업에 쓰이는 낯선 화학물질을 방치한 채 남아내며, 천연식품을 사치품으로 취급하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전방식을 고수하며, 천연가스같이 생명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을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며, 사람과 토지를 동시에 남용하며, 소비로 인해 야기된 건강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며, 사회경제적 사다리의 한쪽 끝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의약품을 강매하며, 그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는 질병을 가져다주며, 끝없이 유해한 성장을 하는, 그런 종류의 경제체계이다." (258쪽)

지은이는 발빠르게 진화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즉 이윤이 된다면 기존의 산업에 녹색이라는 명칭을 붙여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 나타난 그린마케팅은 바로 그런 기업들의 이윤추구에서 나온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하나일 뿐이다. 녹색의 주인공은 자연속에서의 삶을 추구했던 헨리 데이빗 소로, 스콧 니어링 그리고 녹색평론 등을 위시한 환경생태주의자들이 아니라 기업이 되어 버렸다. 성장의 한계에 마딱드린 자본주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녹색을 찾았고, 기존의 모든 산업, 마케팅에 녹색을 입혔다. 지은이의 책은 바로 이런 인공 녹색이 허구의 녹색임을 밝혀낸다.

책의 결혼에서 지은이는 세권의 책을 소개한다. 모두 100여년전에 씌여진 마르크스의 '자본', 니콜라스 제오르제스쿠-뢰겐의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과정',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의'석탄문제' 이다. 녹색경제의 21세기에 지은이가 오래된 이 책을 제안하는 것은 녹색자본주의는 옷만 갈아입은 자본주의일뿐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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