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독재 - 삼성권력 80년, 민주주의를 지배하다
이종보 지음 / 빨간소금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정확하게는 삼성과 삼성사주를 분리해야 한다. 많은 오해가 삼성과 삼성사주를 하나로 보는데서 기인한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을 빌미로 적지 않은 국민들이 삼성을 지지한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발생한다. 삼성과 삼성사주를 하나로 엮어 보면서 삼성사주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도 만만하지는 않다. 적폐세력 덕분에 그들의 목소리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삼성에 대한 긍정적인 분들을 위해 사족을 하나 먼저 말하고 가자면, 삼성이 지금의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이건희의 삼성 시절 삼성은 거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듯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자동차, 상용차를 제외하곤 이건희가 직접 관여한 사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삼성이 문제가 되는 중요한 이유는 책에서 나오니 이후에 언급하고,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건희-이학수 체제와는 달리 이재용-최지성 체제가 뭔가 조급해보인다는데 있다. 바로 그 조급함 덕에 최순실을 이용하며 적폐세력의 핵심이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건희와 다르게 경영에 개입하고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이재용과 이학수 보다 마음만 앞선 최지성 체제가 결국엔 삼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한다. 


 사실 책은 8월에 읽었지만, [적폐]라는 주제 읽기를 하느라 후기가 좀 늦어졌다. [적폐]라는 주제읽기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건 나머지 네권에서도 삼성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 다는 것이다. 검찰, 언론, 국세청과 엮이지 않은 곳이 없다. 

 일단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지방 유지에 불과했던 삼성은 이병철 부친의 이승만과의 연줄을 계기로 중앙으로 진출한다. 이 과정에서 원조물자와 관련된 제일모직, 제일제당으로 앉아서 부를 축적하게 된다. 

 게다가 삼성은 금융업을 장악해 주요 시중은행의 절반정도를 장악하는데, 그 은행들이 관리하던 기업들이 하나하나 이병철의 손에 넘어간다. 그리고 학계 및 이기붕 등 주요 정치인들을 참여시켜 경제연구소를 만들기까지 한다. 

후에 방송,언론사까지 갖게되니 이병철은 금융, 언론 및 국가어젠다를 좌우할 수 있는 연구소까지 손아귀에 갖게 된다. 

이병철은 누구보다 뛰어난 정치적 자본가였다. 원조 물자와 원조 자금에 의존해서 성장한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상 기업가 정신 보다 정치권력과의 유착이 기업 간 경쟁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열쇠가 되었다. 원조 물자와 원조 자금을 배분하는 권한은 정치권력에게 있었고 정경유착은 필연이었다. 굳이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갈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러한 구조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은 인물이 바로 이병철이었다. (45쪽)

박정희가 집권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경제에 있어서 일반인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돈을 어떻게 빌리는지조차도 모르던 박정희는 기업 특히 이병철을 활용했고, 이병철은 박정희 정권을 활용해 삼성의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사카림 밀수사건 처럼 박정희와 이병철은 국가 권력을 활용해 자심들의 부를 축적한 공범이었다. 게다가 이병철의 일본 인맥은 박정희 정권이 한일협정을 체결하는 기본이 된다. 이후 수출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일본의 상사를 본따 종합상사 제도를 도입하고, 삼성물산이 정부지정 1호 종합상사가 된다. 수출중심의 정부정책으로 삼성 등 대기업은 수출에 주력하던 중소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도록 했고, 몇몇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의 발판이 된다. 

전두환 정권은 노골적으로 기업들에 비자금을 요구하고, 삼성은 그에 대한 대가로 율곡사업, 차세대전투기사업, 반도체사업 등에서 특혜를 입는다. 전두환 정권의 프로스포츠 정책에도 적극적이어서 삼성이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노태우 정권은 노골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채웠는데, 삼성 역시 자신들의 금융회사와 중앙개발주식회사(에버랜드)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 김영삼 정권에서는 말도 안되는 삼성자동차 사업을 추진하고, 삼성자동차는 시작도 못해보고 망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야무진이라는 삼성상용차가 만든 트럭도 있다. 삼성상용차 역시 망했는데, 김대중 정부는 덕도 못보고 삼성의 똥을 해결해야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언론이 이미 삼성에 길들여진 후였다. 삼성자동차가 망하고, 삼성상용차가 망하면서 그 폐헤가 국민들에게 돌아갔는데도 그것을 지적하는 언론은 없었다. 오히려 두 정부의 재벌정책이 한국경제를 망치는 것인양 몰아세웠다. IMF라는 국가재난의 제공자였던 보수정권과 대기업들은 언론을 등에 업고 외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담론을 형성했다. 

삼성 근본주의는 민주주의의 실질적 발전을 향한 시민의 정치적 요구를 차단하고, 그것을 주도할 주체로서 삼성을 세우려는 움직임이었다. 삼성 신화에 힘입어 삼성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한 점 오류 없는 신성한 존재로 비춰졌다. 한마디로 삼성 근본주의는 국민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근거를 삼성에서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 이야말로 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드는 새로운 우상이며, 전례 없는 탈정치적 성향을 악화시키는 장본인이다. 
삼성 근본주의가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삼성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 이었다. 정치적 책임은 피하면서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는 방법으로 삼성이 선택한 것이 바로 일상생활이었다. 삼성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은 삼성권력이 국민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삼성 은 다양한 물적 자원을 국민에게 제공하면서 사회적 인기를 획득 했다. 이제 국민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삼성을 새로운 지배자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
삼성 사회는 국민의 다양한 삶의 욕망을 삼성에 종속시키는 사회였다. 삼성권력은 국민의 삶에 속속들이 스며들어 욕망을 자극했다. 삼성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은 건설, 조선, 중공업, 군사무기, 전자와 같은 굵직한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보험 증권과 같은 금융, 의류, 식품, 유통, 놀이공원, 심지어 동네 카페까지 삼성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삼성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삼성이 운영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가고, 삼성이 지은 아파트에 살고 삼성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삼성의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며, 삼성이 지은 놀이동산에서 여가를 즐겼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길은 삼성으로 통했다. 일상생활의 사적 영역마저 삼성화가 이루어진 것 이다. 
삼성화가 이루어지면서 삼성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사라지고 삼성권력은 이념적인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삼성 은 국민의 소비로 성장하는 기업가을이 아니라 국민의 생산과 소비의 구조와 형태를 결정하는 갑이 되었다 우리가 삼성을 선택 하는 게 아니라 삼성이 우리 삶의 양식을 선택하고 결정했던 것이다. (177-178쪽)

권력을 쫓던 삼성이 지금은 거대한 권력이 된 느낌이다. 정유라가 재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재용은 특검의 무리한 수사의 희생양으로 칭송되었을 것이다. 정유라가 증언하자 대부분의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이재용이 없으면 삼성이 망할 것 처럼 연일 뉴스를 내보낸다. 

북한의 3대세습은 비판하면서, 이재용 일가의 3대 세습은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이재용 일가가 법의 테두리내에서 삼성이라는 그룹의 소유권을 정상적으로 상속, 증여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재용의 3대 세습을 위해 국민연금이 동원되어야 하고,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이 동원되었는데도 왜 문제가 아니라는 건지 모르겠다.

삼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삼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넘어온 과정과 그들이 권력이 갖고, 유지하는 방식이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삼성은 내부에서 알아서 할 때 잘된다. 오히려 이건희의 경영판단은 실패했고, 이재용 역시 훌륭한 경영이라는 것을 보여준적이 없다. 

이병철, 이건희의 삼성은 권력을 탐냈지만, 권력을 드러내는데는 조심스러웠다. 이재용의 삼성은 최순실 사건에서 보듯이 스스로 권력이 되어 버렸다. 이재용이 삼성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삼성의 역사를 꼼꼼하게 되짚어 내고 있다. 간단하게 스토리만 요약했지만, 삼성과 노조와의 관계 등 이책에서 읽어볼 내용은 훨씬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대사의 한 타래를 삼성으로 채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삼성이 현대사의 각 장면마다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는 것도 의미있다. 


* 나머지 책들은 적폐라는 태그로 계속 작성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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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8 0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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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9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회의나 할까? -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회의의 기술
김민철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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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다른 책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기록 : 여행>을 읽는 김에 같이 읽게 된 책인데, 책을 고르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일단 출판사가 과학책을 전문으로 펴내는 사이언스북스다. 게다가 추천사는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가 썼다.

 

장대익 교수는 광고라는 밈Meme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험하기 위해 회의에 참관한다. 그가 말하는 TWBA의 회의는 박웅현 팀장이 화두는 던지지만, 그가 회의를 주도한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한다. 회의가 어떻고, 회의시간을 꼭 지켜야 하고, 회의는 1시간 이내로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평등함이 아닐까. 일반 기업에서의 회의는 무턱대고 회의만 소집하는 사람, 혼자만 잉기하는 리더 아니면 다른 의견이 나오면 얼굴 붉히는 리더만 있지 않은가.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가 회의에 대해서 명확하게 아는 것은 있다. 회의만큼 기적적인 순간은 없다는 것. 회의실에 들어올 때는 빈손일지라도 나갈 때는 빈손일 수 없다는 것. 집중해서 하는 회의 한 시간은 혼자 아이디어를 내는 스물네 시간보다 가치 있다 는 것. 그만큼 회의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들 간의 화학 작용은 중요 하다는 것. 회의만 효율적으로 잘 해도 일은 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는 것. 회의의 위대함에 대해 말을 하자면 끝이 없다. 


물론 모든 회의가 다 성공적일 수는 없다 회의에도 흐름이 있고, 물살이 있다 잘못된 조류에 휩쓸려 낯선 곳을 한참이나 헤매기도 하고, 좌절하고 술이나 마시게 되는 밤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는 오솔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길로 모두를 인솔하 기도 하고, 그렇게 겨우 도착한 곳이 원래 서 있던 곳임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 포기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눈앞에 탄탄대로가 보이기도 하고, 그 길로 따라가다 엄청난 대어를 낚기도 하고, 결국 실패하고 각자의 머리를 쥐어박기도 한다. 인생이 원래 다 그런거니까. (18쪽)

 

<우리 회의나 할까?>는 TBWA의 주요한 네개의 광고가 나오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 바탕에는 저자의 꼼꼼한 회의록이 있다. 회의중 막히는 경우가 있다면 특정한 날 회의록을 토대로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회의과정을 보면 박웅현 팀장의 역할이 상당해 보이지만, 저자와 장대익 교수의 추선사를 보면 방향을 다시 잡아주는 역할에 충실했던 것 같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막내라 할지라도 방향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 의견을 개진하게 해준다는 것, 한명이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회의를 통해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배울 점이다. 

 

(성공한 사례만 다뤄서 그러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추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회의록 작성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하고(일반 회사에서 이렇게 썼다가는 혼날수도 있다. 일반회사 회의록은 또 하나의 보고서이고, 때로는 상관이 자기는 그런말 한적 없다고 하기도 한다.), 광고회사의 회의는 어떻게 되나 알고 싶으면 읽을 만 하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거론되는 사례들이 조금 시간이 지난 광고라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것은 TBWA가 독립적인 광고회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모두 광고회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인 광고회사가 광고수주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과는 다른 위계질서가 덜 할 수도 있다. 특히 회의에서는. 그러나 독립적이기 때문에 수익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할 것이다.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야 주기적으로 계열사 광고가 들어올 테지만 TBWA는 광고 수주를 못하면 바로 수입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또 다시) 그럼에도 이 회의가 의미있는 것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회의 궁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참고로 광고회사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쯤에서 광고 만들기에 대해 설명하자면, 광고 만들기는 오케 스트라 연주와 같은 것이다 맨 처음 광고주가 광고 회사AE를 불러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회사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 로 나아갔으면 좋겠는지, 어떤 목적의 광고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 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AE들은 회사로 돌아와 프로젝트에 필요한 팀을 꾸린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광고주에 관한 자료를 찾고 분석하여 방향을 잡은 뒤 AE 들은 PT에 참여할 여러 팀을 만나 오리엔테이션을 해준다. 그중 한 팀이 제작팀이다. 제작팀에는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그리고 팀장인 CD가 있다. 그들은 AE들의 오리엔테이션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AE들과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에선 카피를 쓰고 이미지를 만든다. 인터렉티브팀은 프로모션 아이디어부터 인터넷 광고까지 외부 환경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효과적인 접점에 관한 아이디어를 낸다. 매체팀은 타겟에 맞는 매체를 중심으로 어떤 채널에 언제 광 고를 내보낼지, 얼마의 돈을 분배할 것인지 전략을 짠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AE들이 진두지휘를 하며 하나의 선율로 만들어 낸다. 마침내 광고의 완성이다. (21쪽)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다른 주제인데, 연휴에 임시저장 해 둔 후기들을 꺼내 서둘러 완성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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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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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인줄 알았던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책 중에 두번째로 읽은 책이다. 전작 <모든 요일의 기록> 보다 여행에 집중한다.

무턱대로 움직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곳을 기록하기도 한다. 뭐 좀 시니컬하게 말하면 누구나 다 자신만의 여행기가 있고, 이 책은 그 카피라이터의 하나의 여행기일 뿐이다. 공감하거나, 공감하지 않거나.

 

 

남의 여행은 남의 떡이다. 언제나 더 커 보이고, 언제나 윤기가 흐른다 흠집은 좀처럼 찾아지지 않고, 부러운 행운만 넘쳐 흐른다. 어쩜 그 여행의 풀밭은 그토록 푸르른지 남의 여행을 직접 이야기로 듣는 시대를 지나, 이제 블로그에서 각종 SNS에서 남의 여행을 보게 되면서 이 증상은 좀 더 심각해진다. 앞뒤 맥락 따위 존 재할 수 없는 그 찰나의 사진 한 장을 보며 우리는 여행에 필연적으 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주름살을 제거해버린다. 저 여행은 모든 것 이 풍족해, 저 여행은 커피 잔에 떨어지는 빛 하나까지 어쩜 저렇게 완벽할까 저 사람은 내내 행복하기만 할 거야, 같이 간 사람이랑 싸 우는 일도 없겠지. 돈이 왜 부족하겠어. 돈이 부족하다면 저런 걸 사 지도 못하지. 여행은 왜 또 저렇게 자주 가 시간도 넘쳐나나 봐 명백히 세상은 엄친아들의 여행으로 넘쳐난다.

 알고 있다 나의 여행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일 것이란 사실을 내가 나의 SNS를 보고 있어도 이토록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여행이 없어 보인다. SNS에서는 내가 방금 버스를 놓쳤다는 사실도 어마어마하게 바보짓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도 엄청 비린 생선을 엄청 비싼 돈에 먹었다는 사실도 편집된다. (241-242쪽)

 

감각은 여행을 왜곡하는데, SNS는 그 감각을 편집한다. SNS에서 편집된 세상. (시뮬라시옹까지는 아니고)

 

저자가 잡고 싶은 여행 그리고 기억을 가볍게 읽어나가다

문득 멈춰선 문단

그리고 바로 허핑턴포스트에서도 포스팅 되었던 부분이다.

 

이 세계에서 우리는 유용해야 한다. 지나치게 유용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만큼 자야하고 유용한 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 먹어야 하고 유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쉬는 데에도 유용함은 빠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휴가의 목적을 리프레쉬라고 말하겠는가, 리프레쉬 단어가 프레쉬해 보인다고 속으면 안 된다. 실은 일하기 좋은 상태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평가의 기준은 언제나 우리의 유용함이다.  그러니 일상 속에서 꿈꾸는 사치는 이런 것이다. 햇빛 아래 맛있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읽거나 멍하니 먼 곳만 보거나 지나가는 사람들만 구경하거나 그러니까 있는 대로 여유를 부리는 텅 빈 시간, 한껏 무용한 시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한껏 무용해지자 마음을 먹는다 .아무것도 안 할 거야라며 짐짓 호탕하게 말해본다. 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 마음에는 다시 유용함이란 기준이 자리 잡는다. "언제 또 올 수 있겠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것도 못 보면 아깝잖아.. 등등 유용함은 각종 핑계를 달고 여행 한가운데에 뻔뻔하게 자리잡 아버린다. 그리하여 '무용하자라는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여행자의 스케줄은 봐야 할 것" 가야 할 곳, 먹어야 할 것, 사야 할 것 등등 유 용한 것들로만 빼곡히 들어차게 된다. 무용하고 싶지만 무용한 시간을 견딜 힘이 우리에겐 없는 것이다. (162쪽)

 

어찌 보면 여행이라는 것이 그 무용한 시간을 견딜힘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움직이기 전의 마음과는 달리 조급해지는 마음밀물. 그리고 돌아올 때 쯤이면 실은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인데라는 아쉬움의 썰물이 항상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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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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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자인줄 알았다. 여자이름이다.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제목이 참 흥미로웠다.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봤다. 왠걸 과학책 전문출판사인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우리 회의나 할까?>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책을 들었는데, 카피라이터다. 그것도 박웅현과 함께 일한다.

 

카피를 못하는 카피라이터란다. 기억력은 최악이란다. 그래서 기록을 한다고.

어떻게 보면 상투적이고, 어떻게 보면 솔직한 내면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기대하지 않고 읽었지만, 바로 부러움이 앞선다.

 

물리적인 환경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적 환경에서도 나는 천혜의 환경을 누리고 있다. 남편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몸도 일으키지 않고, 안경도 끼지 않은 채로 침대 옆에 있는 책부터 펴는 사람이다. 책을 읽다 좋은 부분이 나오면 꼭 내게 읽어준다. 책을 다 읽고 난후에도 그 책을 정리한글을 써서 내가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

이 환경은 회사에서도 계속되는데, 10년 넘게 한 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웅현 팀장님은 좋았던책이 있으면 꼭 권해주시고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신다. 그분의 독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남편에 비해 팀장님과는 관심 분야도 꽤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읽게 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 다 그리고 그때마다 팀장님과 나는 서로 읽고 좋았던 부분을 정리해서 교환한다. 신기하게도 같은 책을 읽고도 좋아하는 부분은 꽤나 달라서 팀장님이 내게 보내주시는 요약본을 보면 새롭게 그 책을 읽는 느낌까지 든다 그뿐만이 아니라 좋은 책이 있으면 내게 무심하게 선물해주는 선배도 있고, 책 이야기로 술자리를 꽉 채울 수 있는 친구도 있고, 어쨌거나 인간관계적으 로도 나는 천혜의 환경을 누리고 있다. (16-17쪽)

 

가정에서, 직장에서, 술자리에서....

 

책은 깔끔하다. 아무런 장식 없이 무표정한 하얀색 표지에 왼쪽 상단에

'모든 요일의 여행:'

그리고 오른쪽 상단엔 부제인 '10년차 키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그러니까 그날 밤 내가 이해했다고 믿는 문장은 어쩌면 나의 철저한 오독에서 비롯된 일일 수도 있다. 선생님의 설명은 안듣고 내가 내 멋대로 해석하면서 내 세계에 빠져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독서는 기본적으로 오독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오독의 순간도 나에겐 소중할 수밖에없다. 그순간 그 책은 나와 교감했다는 이야기니까. 그 순간 그 책은 나만의 책이 되었다는 이야기니까. 그때 나를 성장시켰든 나를 위로했든,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든 그 책의 임무는 그때 끝난 거다. (40)

 

책을 오독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조금은 갸우뚱하다.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그 왜곡을 찾아 더 새로운 곳으로, 누구도 못가본 곳으로,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끊임없이 떠난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선 골목마다 프리마돈나가 노래를 한다. 이름 모를 클럽마다 라디오헤드가 연주를 한다. 나뭇잎 까지도 사각사각 잊지 못할 소리를 들려준다. 햇빛은 또 어떻고 들어본 적 없는 음악들로 세상이 넘쳐난다. 

 

그 왜곡의 음악을 듣기 위해 오늘도 여행 계획을 세운다. 그 미세한 음악까지 놓치지 않을 정도로 귀가 열린, 마음이 열린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꿈꾼다. (130-131쪽)

 

그 왜곡 때문에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고, 무의미한것에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모른다.

 

벽중독자에 가까운 내게 가장 완벽한 한 도시를 꼽으라면 포르투갈 리스본을 꼽을 것이다. 리스본에서도 알파마 지구를 꼽을 것이다. 1755년, 27만 명의 리스본 시민 중 무려 9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리스본 대지진에서 유일하게 남은 언덕 위의 동네, 알파마 지구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들 앞에서 지도는 무기력해지고,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가던 관광객들은 길을 잃는다. 한골목이 수갈 래의 길로 불친절하게 나눠지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어떤 법칙도 없이 교차된다. 차 한대 겨우 지나갈 것 같은 길로 노란색 전차가 달리고, 그 옆으로 색색의 빨래가 널려 있고, 전깃줄이 지나간다. 낡고, 좁고, 바랬다 그리고 그 낡고 좁고 바랜 것들이 모두 화려하게 빛난다. 눈앞에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알파마의 실핏줄들이 기어이 살아 남은 것이다. 지금까지도 고맙게도 (168-170쪽)

 

내 기준에서 예쁜 벽을 찾고, 그 벽을 따라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일상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뛰어나오는 건 언제나 아이들이다. 거리낌 없이 얼굴을 카메라로 들이민다. 그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그들의 부모들이다. 무뚝뚝해 보여도 가장 친절하게 낯선 이의 질문에 응대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벽들을 따라가다 예기치 않은 공연을 보기도 하고 낯선 이에게 술을 얻어먹기도 한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득 찬 바에 도착하기도 한다. 그들이 매일 들락거 리는 식당 귀퉁이에 우리의 자리가 마련되기도 한다. 그러니 어떤 가이드북보다도 낡은 벽이 나에 겐가장 훌륭한 가이드가 된다. (174쪽)

 

아마도 비슷한 느낌이다. 일본 소도시에 대한 로망. 아직 현대라는 시간을 못 쫓아온 근대의 골목들에 대한 로망. 항상 일본 소도시 여행을 꿈꾸는 내가 갖는 로망과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읽고, 보고, 들은 것을 붙잡으려 쓰고, 그것이 하나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누군가는 흘려보내 듯 가볍게, 누군가는 공감하며 읽을 정도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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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7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7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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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반 트렌드코리아를 읽었을 때는 재미있었다. 경제연구소와 경제신문들이 연말이면 히트 상품이며, 트렌드를 이야기하곤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보고서가 나오지 않거나 비중이 줄어들면서 <트렌드 코리아>가 그 빈 공간을 잘 채워준 느낌이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신조어(바로 사라질 용어들도 많다)와 개념들. 이젠 피로감이 든다. 새롭다고 게속 쏟아부어주는데, 과연 그런 내용이 트렌드인지도 모르겠다. (한달전쯤 읽었는데, 후기는 지금)

 

SNS에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를 표시하는 사람들을 꽤 보 수 있다.

욜로족을 달관족의 진화한 형태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달관족(트렌드 코리아 2016,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키워드 참조)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 도전의식과 열정을 포기하고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는 안분지족의 삶을 택한 이들이다. 일본에서 흔히 관찰되는 사토리족은 덜 벌고 덜 일하고 덜 써도 행복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발적 미취업자가 되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최소의 삶에 안주한다. 여기서 이 달관이라는 표현은 득도처럼 깊은 육체적·정신적 수양 끝에 비로소 얻는 수양의 개념이 아니다. 일본이 오랜 세월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이를 버티면서 탄생한 사토리 세대가 우리나라식으로 변형되어 등장한 개념이다. 

 

욜로족들 중에는 달관족의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욜로족과 달관족은 구분되어야 한다. 경쟁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포기하고 적은 수입으로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달관족과 달리 욜로족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 형태로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 모할지라도 도전하고 실천하는 이들이다. 달관족이 포기한 세대라면 욜로족은 꿈꾸는 세대다. 욜로족도 달관족처럼 시대에 대한 반감과 자포자기의 특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이들의 지향하는 삶의 방식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개인의 꿈마저도 대량생 산되는 것처럼 엇비슷해지는 세상에서 욜로족의 행보는 달관족처럼 부정적이라기 보다는, 훨씬 적극적으로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 나갈 가능성이 더 크다. (213쪽)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욜로 라이프는 도전이라는 긍정적인 모티브를 품고 바랜 꿈과 도전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내 실천하려는 의도가 배어 있다. 원하는 것을 실천에 옮길 때, 비로소 욜로라는 주문의 가지를 갖는다. 직접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고 꿈만 꾸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체험경제의 시대, 누구보다 적극적인 욜로족을 만족 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지향적 경험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중요해 질 것이다. (214쪽)

 

욜로족은 부정적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 나가는 사람으로 칭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인 김난도는 몇해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썼다가 비난을 받았다. 지금 젊은이들의 상황에 대한 몰이해에서 되도 않는 조언을 했다. 그런데 욜로족에 대한 설명을 보다 보니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받은 비난을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욜로족.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말하는 젊은이 상이 아닌가. 김난도는 여전히 현실과 괴리되어 트렌드라고 포장하면서 다시 되도 않는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닐까.

 

B+프리미엄이라는 트렌드에 대한 설명은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이야기하는 B+ 프리미엄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부유층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선망하던 일반 대중들의 소비태도 역시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에서는 가성비를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프리미엄을 더한 제품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는 ‘집중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트렌드 역시 핵심은 낮은 가격이 아니라 높은가치에 있으므로B+ 프리미엄이 성장하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결국 소비자의 인정에 의해서 발현되는 B+ 프리미엄이 가문과 역사를 통해 부여받은 럭셔리의 자리를 하나씩 대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230쪽)

이처럼 고급커피시장이 반응을 보이자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각종 커피전문점들도 콜드브루 메뉴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원재료의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아예 별도의 매장을 내는 전략도 유효하다. '스타벅스 리저브', '탐앤탐스 블랙', '엔제리너스 스페셜 티', ‘ 이디야 커피랩', '투썸플레이스 로스터리'등은 저가 커피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 고급스러운 맛과 향을 강조한·스페셜티 커피 Specialty Coffee'만을 취급하는 별도 매장을 운영하며 B+ 프리미엄을 실현하고 있다. (234쪽)

B+ 프리미엄은 그동안 견고했던 고급제품 vs 대중제품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그동안 경쟁의 법칙은 고급 제품은 고급 제품끼리, 중저가 제품은 중저가 제품끼리의 경쟁이었다. 반면 B+ 프리미엄은 대중제품이 고급제품에 도전장을 내밀 며 새로운 시장을 하는 전략이다. (236쪽)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를 관심있게 봐 왔는데, 커피 프랜차이즈를 B+프리미엄으로 엮는 것은 뜬금없다. <트렌드 코리아>의 단점중에 하나가 굉장히 작위적이라는 것인데, 항상 단어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묶다 보니 서로간에 hierachy도 이상하다. 커피문화의 확산을 B+ 프리미엄으로 보는 것은 커피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듯 싶다. 단순히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고, 에스프레소 바탕의 커피를 마시던 것에서 벗어나 점점 더 커피문화가 다변화, 전문화되고 있다. 카페만 하더라도 기존 카페는 특정 로스터리에서 받은 원두를 사용하다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하는 것이 생겼고, 전문 카페도 로스터리에서 더 확장된 커피 랩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커피 문화가 바뀌고, 그 수요에 맞게 커피업체들이 대응했다고 봐야 할 것인데, B+프리미엄으로 엮으면서 커피 프랜차이즈가 새롭게 커피 문화를 만든 것처럼 이야기한다. 보다 큰 사회,경제,문화 현상을 단순한 소비트렌드에 담으려다 보니 <트렌드 코리아>가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단점이 아닌가 싶다.

 

영업에 대한 이야기는 좀 의아했다.

영업이 중요해지는 첫째 이유는 한국 경제가 바야흐로 저성장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흔히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어 려워졌을 때 마케팅이 등장했다”고 하지만 고도화된 마케팅에 더 이상 설득되지 않는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기업의 본연의 업이라 할 수 있는 고객과 기업을 연결하는 영업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기획부서와 마케팅부서, 기술부서 등 다른 부서에 이리저리 치이는 영업이지만 회사의 활동 중 유일하게 매출을 내는 부서가 바로 영업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다른 부서는 미래를 위해 현재 돈을 쓰지만, 영업은 언제나 그렇듯 기업에게 돈을 벌어다 준다. (288쪽)

물론 영업 분야가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추천 서비스와 얼굴을 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기반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발전할수록 영업의 양극화도 심화될 르소도 가능성이 크다. 인적 자원에 근간한 면대면 영업 서비스가프리미엄 컨시어지 서비스로 거듭나 오직 부 를 많이 소유한 사람들에게만 한정되고, 일반 대중들은 저가로 공급되는 빅데이터 기반의 차가운 서비스만 제공받게 될 우려도 분명 존재한다. (304쪽)

 

영업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트렌드 코리아>는 그 영업을 대면 영업이라는 한계속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기존의 영업스타일은 바뀐지 이미 오래다. 단순히 영업만 하던 패턴은 많이 변했다. 물론 여전히 기존의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영업-기술, 영업-생산이 융합되어 있다. 만들어진 물건,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기획, 생산과정에도 영업이 함께 한다.

 

<트렌드 코리아>를 읽으면서 갖게 되는 가장 큰 불만은 제목에 있다. <트렌드 코리아>는 단순히 소비 트렌드만 이야기한다. 사회, 경제, 문화의 변화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 그런데 요즘을 보면 경제전망이나 미래트렌드보다 이들의 더 권력화 되어 있다. 사실, 저자들이 경제, 경영 전문가도 아니고 소비자행동 전문가들 아닌가.

 

그리고 계속 <트렌드 코리아>에 대한 지적으로 제기되었던 것은 소비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이 책만 보면 소비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비절벽이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소비절벽으로 소비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점에 <트렌드 코리아>의 효용성에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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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08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우향님 견해에 동감입니다. 특히 민간소비지출이 감소되는 시장축소가 일어나는 현실에서 1년 단위 유행을 분석하는 작업의 효용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雨香 2017-01-08 14:36   좋아요 1 | URL
게다가 요즘은 사전 설명회 등 점점 권력화되는 것 같아 우려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