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펴내는 격주간 출판전문잡지가 얼마전 300호를 맞으며 300호 특집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꼽았다. 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자연스레 기획회의 300호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의 저자 300인'은 "최근 5년간 1종 이상의 단행본 저서를 출간한 저자 중에서 현재까지의 성취와 향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가능성에 더 주목하여 선정했다"고 한다. 기획회의 300호를 읽으면서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저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읽거나 소장한 저자들의 책이 꽤 있는가 하면 이번에 처음 알게된 저자도 있다. 대여섯명씩 구분해 정리해 볼 요량이다.
강명관『성호, 세상을 논하다』(자음과모음, 2011), 『조선풍속사 1~3』(푸른역사, 2010), 『시비를 던지다』(한겨레출판, 2009)
강명관의 이름을 처음접한 것은 대여섯해전 한 일간지에서 고전을 소개하던 꼭지에서 였다. 주로 역사, 한자와 관련된 고전들을 소개한데서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강명관의 저작들을 항상 눈여겨 보았지만 아직 읽은책은 없다. 그렇지만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나오다』,『조선의 뒷골목 풍경』,『조선풍속사』는 꼭 읽어보고자 하는 책이다.
기획회의에서는 '강명관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등의 책을 통해서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의 생각을 한층 친숙하게 만들어놓았다'(176쪽).' '책에 대한 책'은 '책 벌레들의 책'으로도 영역이 확장되었는데, 강명관의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김풍기의『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김상웅의 『책벌레들이 동서고금 종횡무진』등이 그에 속한다'(179쪽)
강명관은 기획회의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개 재래의 한국사 연구는 거창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 경제, 뭐 이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문화를 다룬다 해도 기본적으로 그것은 민족문화의 우월성을 말하는, 일종의 영웅서사시다. 나의 일상, 아니 대한민국 거의모든 사람의 일상이란 그저 그런 것! '범상'이란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범상함은 역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인가. 국사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 위대한 한국사에 등장하지 않는 그런 범상한 일상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조선사회에 대한 편견은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양반체제가 여성과 평민, 노비를 제도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억압하여 그들로부터 성性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체제라는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억압과 착취가 매우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게, 때로는 잔혹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역사 연구는 그 점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왜냐? 그것은 현재사회의 지배-피지배 관계를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146,147쪽) 저자의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 역사라는 것이 큰 줄기 외에도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인데 사실 기존의 역사는 이런 점에 부족했다. 다만 근래에 들어서 미시사라는 이름으로 실제 삶을 역사화하려는 시도가 있어 반갑다.
김용석『철학 광장』(한겨레출판, 2010),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푸른숲, 2010), 『메두사의 시선』(푸른숲, 2010)
김용석교수는 오래 전 한 TV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책과 관련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오래되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그를 계기로 김용석교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다가왔었다. 개인적으로는 『두글자의 철학』이라는 책을 통해 그의 사회, 문화와 철학을 엮어냄(단순히 철학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을 읽었다.
'전통적인 문학비평이 독자들의 시야에서 한걸음 물러나면서 비평의 카테고리를 장악한 것은 문화비평과 고전비평이다. 김용석의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은 그러한 경계의 지표가 될 만하다. 그는 문화전반과 일상에 대한 문화철학적 성찰을 통해서 일종의 블루오션을개척했고 『깊이와 넒이 4막 16장』,『서사철학』같은 유래없는 책을 낳았다.'해리포터에서 피버노까지' 아우르는 넓이에서만큼은 견줄 만한 저자가 드물다.'(176쪽)
박정자『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기파랑, 2011),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기파랑, 2009),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조각』(기파랑, 2009)
박정자는 예전에 고흐읽기를 할 때 『빈센트의 구두』라는 책을 지은 저자 정도로만 알고 있다. 예술권하는 저자들이라는 꼭지에서 '현대철학으로 미술을 해석하며 예술과 인문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빈센트의 구두』의 저자 박정자'(219쪽)로 소개하고 있다. 잘 몰랐던 저자라 살펴보니 예술을 철학으로 설명하는 많은 책을 내었다. 다만 기파랑에서 출간한 책들이 대부분인 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 책에 관심이 조금 있으면 출판사이름에서 출판 성향이 보이기도 하는데 기파랑은 썩 땡기는 출판사는 아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보자면 하지만, 책 제목으로만 본다면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이남석『논리를 찾아라!』(토토북, 2011),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사계절, 2010), 『아빠,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토토북, 2009)
이남석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가이다. ' 마지막으로 주목할 저자는 『자아 놀이 공원』의 이남석이다. 이남석은 심리학자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들며 엮는 하이브리드형 작가다. 철학, 심리,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라면 앞의 작가들과 큰 차이는 없으리라. 그는 더 나아가 지식을 소설 형식에 녹여내 감성적 지식을 풀어낸다.
『자아 놀이 공원』은 청소년인 주인공이 특별한 놀이공원에 초대받으며 시작한다. 프로이드의 빙하 놀이관, 융의 UFO 전시관, 스키너의 입체 게임관, 매슬로의 피라미드관, 에릭슨의 서바이벌 게임장 등에서 벌어지는 환상 여행을 통해 유쾌하게 심리학 지식을 전한다. 일종의 에듀테인먼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이 전하는 정서적 지식은 독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자아의 발견과 성장으로 이끈다. 이남석 저자는 자아, 사랑, 폭력을 주제로 한 청소년 지식소설 3부작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청소년 교양서의 평가가 인색한 한국출판계가 새로운 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235쪽)
정수일『21세기 민족주의』(통일뉴스, 2010),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창비, 2010), 『문명담론과 문명교류』(살림, 2009)
정수일 교수는 깐수라는 이름의 간첩사건으로 옥고를 치뤘다. 그의 사상에 대한 의심을 떠나서 대한민국학계는 중국에서 중동에 이르는 이슬람 혹은 씰크로드의 대가를 얻은 셈이다. 그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옥고를 치루면서도 치열한 학자정신을 발휘하여 『씰크로드학』,『고대문명교류사』,『이슬람문명』,『문명교류사연구』 등의 저서를 쓰고, 『이븐 바투타여행기』,『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 난해한 고전을 번역하여 역사학계를 놀라게 했다. 동서 문명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콘을 만들어낸 것이다.'(185쪽)
항상 읽을 책 목록에 올려놓았지만 읽을 기회가 나지 않았지만 학술적인 성격이 덜한 대중서들의경우 작가의 전집을 읽어볼 필요가 있음을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실크로드 문명기행』,『이슬람문명』,『한국속의세계』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한창호『영화와 오페라』(돌베개, 2008),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돌베개, 2006),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돌베개, 2005)
한창호라는 이름은 씨네21을 정기구독하면서 알게 되었다. '영화와 오페라'라는 꼭지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영화와 다른 장르의 예술을 엮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