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부제는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이다. 먼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십년동안 이어져 올 수 있는 소년문고가 있다는 것이. 물론 우리나라도 비슷한 몇 개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생명력이 이와 같지 않다. 제대로 된 책을 만들지 못하는 문화탓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책으로 가는 문>은 하야오에게 인상깊었던 이와나미 소년문고에서 50권을 선정하는 일과 그와 관련된 어린이 및 어린이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 대한 저자의 짧은 소개이다.

 

<어린왕자>

처음으로 다 읽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말로 내뱉으면 소중한 뭔가가 빠져나가 버릴 것만 같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습니다. 한 번은 읽어야 합니다. 어른이 되면 같은 작가의 <인간의 대지>도 읽어보세요. (18쪽)

 

책을 읽으면서 맞다. 어린왕자에 대한 가장 정확한 설명이다. <어린왕자> 말을 더 붙이면 붙일수록 사족이 되는 책이다.

<톰 소여의 모험>

이 얼마나 자유로운 소년 시절인가요. 그런데 이 책은 무척 어려운 시대에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책으로 평가되었으니까요. 요즘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을 테지요. 훨씬 자유로운 시대이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몹시 부자유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 아닌가요. (45쪽)

 

<톰 소여의 모험>에 대한 하야오의 평을 들으면서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은 훨씬 더 부자유스럽다는 말이 가슴을 후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니까.

 

하야오는 어린이 책에 대한 평과 함께 어린이 문학, 일본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고 있다.

제가 학생이었을 무렵, 전쟁 전 세대 선배들에게 물으면 "부모 몰래 읽었다"라든가 "읽을 책이 없어서 옆집 아저씨한테 다쓰카와분코를 빌려와 닥치는 대로 읽었다"라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책 따위나 읽으면 제대로 된 사람이 못된다" 하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도 했습니다.
....
이러한 생각이 바뀐 데는 전쟁에 패배한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사고를 하지 않으니까 이런 어리석은 전쟁을 해서 나라를 망하게 했다"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하고 생각이 바뀌었으리라 생각합니다. (84쪽)

 

전후 뒤바뀐 생각들. 평소 하야오의 생각이 묻어나온 글이다. 그가 보기에 일본 우익들은 여전히 사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는 계속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계속 채워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보다 축구전문가가 되고싶다 - 축구를 보는 힘을 키우는 100가지 시선
시미즈 히데토 지음, 홍재민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드컵 기간 중 부서내 축구전무가가 되었다.

한국 러시아전에서 박주영을 욕하는 분위기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그래도 박주영이 움직임이 좋은 장면이 있었어. 박주영이 컷 아웃하면서 두명의 수비진을 끌어냈을 때 손흥민이 컷인하면서 기회가 났단 말이지. 문제는 박주영이 볼은 못 가지고 있더라도 그런 움직임을 계속 보여줬어야 하는데 딱 한번뿐이라는게 문제지.."

 

알제리전을 마치고는, "왜 김선욱을 안 쓰는지 모르겠어. 김선욱이 기량도 좋지만, 일단 체격이 좋잖아. 김선욱을 활용해서 공을 올리고 손흥민이 움직임이 좋으니까 세컨드볼을 노리는것도 괜찮을 텐데 말이야"

 

  

 

<누구보다 축구전문가가 되고 싶다>를 읽고 나서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한 수 높아 졌다. 단순히 아는 척만 하는것이 아니라 그만큼 축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공을 잡은 선수외에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얼마다 허둥대는지가 보였다. 축구를 보는 눈이 뜨였다.

 

일본인이 쓴 책이지만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되새겨 볼만 하다.

 

한국선수 중에 커트인과 아웃 플레이에 가장 능한 선수는 이근호라 할 수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패스를 찔러줄 패서만 있다면 이근호의 움직임은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127쪽)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팀은 수비 압박의 출발 위치가 높기 때문에 최종 수비 라인을 높게 형성해야만 콤팩트한 조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크로아티아전(2013년 9월 10일)에서는 센터백과의 스타일 문제가 있었다. 그 경기 선발 출전했던 중앙수비수 곽태휘와 김영권은 공중전에 강할 뿐 아니라 발 기술면에서도 기본기를 잘 갖춘 정상급 수비수들이다. 그러나 곽태휘의 경우 스피드에서 문제점을 드러낸다. 최종 수비 라인을 높게 올리면 그만큼 배후 공간을 향한 스루패스나 롱패스로 돌파를 허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센터백의 발이 빠르지 않으면 커버링이 지연되고 만다. 둘 중 한 명의 발이 빨라서 어느 정도 보완할 수도 있겠지만, 두 선수 모두 느리다면 최종 수비 라인을 성공적으로 유지시키기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홍영보 감독이 홍정호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가 발 기술을 갖춘 데다 스피드를 갖췄기 때문이다. (183쪽)

이번 월드컵에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홍정호를 기용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격과 수비, 시스템 골키퍼의 특성에 대한 설명.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까지.

책 뒤에 보면 축구를 보는 즐거움도 훈련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다! 라는 문구가 이 책의 전체를 말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 소설 조선왕조실록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혁명1권은 공양왕 4년 임신년 3월 무술일(1932년 3월 17일) 부터 시작한다. 이날은 이성계가 낙마한 날이다. 날던 새도 떨어뜨리던 이성계가 낙마하고 그 뒤로 보이지 않는 많은 움직임이 있다. 그 중심에 정도전과 정몽주가 있다. 역사서로는 잡지 못했던 그림이 소설을 통해 그려진다. 이성계가 말에서 떨어진 그날 이후 정도전과 정몽주는 묘하게 동일한 입장에 서 있다.

 

이성계를 경계하던 이들은 정몽주를 중심으로 왕위를 노리고 있는 이성계를 제거해야 할 기회임을 들어 정몽주를 보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이방원이 정몽주가 걸림돌이라면서 정도전에게 정몽주 제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둘은 이성계, 정몽주 모두 제거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성계가 왕을 욕심냈다면 이미 위화도 회군 때 왕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1권에서의 정몽주와 정도전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는데에는 서로 다른 생각이었지만.

 

전하! 500년의 시간을 가볍게 여기시면 아니 되옵니다. 향나무는 인간들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들을 보듬어 안고 수명을 늘려 왔사옵니다. 나무도 이와 같을진대, 고려와 같은 큰 나라가 회생할 방도가 어찌 없겠사옵니까?(155쪽)

 

그 꼴을 당하고도, 멸망에 이르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정년 자위할 수 있을까. 이런 나라를 과연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까. (142쪽)

 

정도전은 이방원과 정몽주에 대한 처리를 두고 부딪힌다. 그런 과정에서 정도전이 생각하는 왕권국가의 모습이 드러난다.

왕도 사람이다. 어진 이도 있고 각박한 이도 있으며 똑똑한 이도 있고 멍청한 이도 있으며 유약한 이도 있고 강건한 이도 있다. 왕이 전권을 휘두른다면 혼군(昏軍) 혹은 폭군의 도래는 시간문제다. 왕은 신하를 두려워해야 하고 신하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 두려움은 힘에서 나오고 그 힘은 법과 제도를 통해 뒷받침된다. 내 구상의 핵심은 왕을 예외로 두지 않는 것이다. 왕은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이지만 전체를 뒤바꾸지는 못하는 체계 속 일원이다. 이렇게 짜 둬야 왕이 설령 삼강과 오륜을 무시하더라도 체계 속에서 고쳐 나갈 수 있다. (239~240쪽)

 

이를 현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 있겠다. 대통령중심제의 국가는 대통령이 권한이 막대하다. 그 권한을 재상 즉 의회가 견제하고 법과 제도라는 체계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 보인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의회를 밑으로 생각하고 법과 제도를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꾼다. 이런 젠장, 정도전이 500년 전에 한 고민이 지금도 유효하다니.

 

 

김탁환의 소설을 처음 읽어본다.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오랫만에 접하는 역사소설이라 그러려니 한다. 김탁환의 소설을 쭉 읽다보면 문체가 익숙해져 쭈욱 읽히는 때가 오긴 할 것이다. 책 말미에 보면 김탁환은 '소설 조선왕조실록'을 기획하고 있다. 물론 대놓고 조선왕조실록이라 하지는 않을것이다. 정도전과 조선개국을 다룬 '혁명'처럼 그에 걸맞는 제목을 찾아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돈과 그의 시대
김창현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신돈은 요상한 승려라는 기억이 있다. 아마도 신돈을 주제로 한 드라마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신돈에 대한 생각이 확 틀어지게 된 것은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를 읽다가 신돈의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고려말 상황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설명때문이다.

 

시신을 수습하던 매골승이었던 신돈은 그 신분 때문에 많은 이들의 견제와 미움을 샀다. 하지만 반대로 그 점 때문에 공민왕의 신임을 받았다.

공민왕은 대대로 벼슬하고 권세가 있는 집안인 세신대족世臣大族과 새로 진출한 초야신진草野新進, 그리고 유학을 공부해 과거에 급제한 유생儒生들을 탐탁하지 않게 여겼다. '세신대족'은 친척과 당파가 나무뿌리처럼 서로 연결되어 엄호한다며 싫어했다. '초야신진'은 마음과 행동을 잘 꾸며 이름을 낚지만 귀하고 현달해지면 집안이 시원치 않은 것을 부끄러워한 나머지 대족과 혼인하여 처음의 마음가짐을 다 팽개쳐버린다며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생'에 대해서는 유약하여 결단력이 부족하고 문생이니 좌주니 동년이니 하며 당파를 이루어 사사로운 정에 휩쓸린다며 비판했다.(187쪽)

이런 과정에 독립적으로 개혁을 할 만한 인물은 바로 승려였고, 그가 바로 신돈이었다. 왕은 뒤로 물러나고 신돈이 앞장서 고려를 개혁하기 시작했다.

신돈의 개혁의 가장 정점은 바로 노비제도를 바로잡는 것이었다. 신돈은 원래 양인이었다가 불법적으로 노비가 된 사람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노비가 양인이 되는 과정에서도 신돈은 노비 소유주가 아닌 노비의 말을 먼저 들었다. 가히 혁명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공민왕은 점차 권력이 강해지는 신돈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신돈이 개혁을 실시하기 위해 등용한 유생들도 신돈을 배신하기 시작했다. 결국 공민왕은 신돈을 제거하기 이른다. 그리고 고려의 개혁은 거기서 끝난다.

 

'신돈과 그의 시대'를 정도전과 엮어서 읽다보면 신돈의 개혁사상이 정도전의 사상보다 훨씬 더 혁명적이고 근대적임을 알 수 있다. 정도전에게 새로운 시대는 재상들이 중심이 된 나라다. 거기에 일반 백성은 없다. 물론 일반백성은 땅을 불하받아 국가에 조세를 내는 존재로써는 인정되지만 신돈처럼 혁명적인 사상을 갖지는 않았다. 신분제도 자체를 바꾸고 싶어하지 않았다. 신돈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성균관을 짓는데 그 성균관을 통해 왕조교체의 세력이 만들어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조선왕조 및 신진사대부, 정도전은 모두 신돈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신돈의 개혁이 지속되어 노비제의 근간이 바뀌었다면 고려,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 너머 꿈을 꾸다 - 정도전의 조선 창업 프로젝트
박남일 지음 / 서해문집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 너머 꿈을 꾸다'의 부제는 '정도전의 조선창업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저자는 정도전을 조선창업의 기획가로 평한다

 

정도전은 잡다한 호기심에 충만한 '다 빈치Leonardo da Vinci' 같은 미시적인 기획가가 아니다. 거시적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미시적 각록에 충실한 기획가였다. 또 기획가 정도전의 삶은 '주식회사 조선'이라는 거대한 창업기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과 거의 일치한다. 세계 역사상 보기 드문 독특한 기획가인 것이다. 정치가로는 실패했지만, 5백년 제국의 기획가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정도전의 삶은 오늘날 국가나 기업, 사회에 매우 심오한 매세지를 던져 줄 것이다. (13쪽)

 

정도전은 고려는 이미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있었다. 그 때 이성계를 만나게 된다. 이 책 '꿈 너머~'에서는 정도전이 이성계를 통해 조선 창업에 착수할 때 이방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새로운 왕조를 이야기하지만 이성계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그 때 이방원은 조용히 정도전을 찾아 이성계의 옆에는 삼봉 정도전이 꼭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정도전은 조선창업이라는 기획을, 이방원은 실행을 한다.

 

조선창업의 첫 프로젝트는 위화도 회군이다. 회군과정에서 창업팀(이성계, 정도전 등)은 최고의 적수 최영을 제거한다.

두번째 프로젝트는 토지제도의 개혁이다. 이과정에서 위화도 회군의 한 축이던 조민수가 물러난다.

세번째 프로젝트는 새로운 왕 공양왕이 세워진다. 그리고 보수세력은 완전히 밀려난다.

마지막은 군권의 장악이다. 그렇게 조선창업 프로젝트는 차근차근 진행된다.

 

정도전을 기획가라고 본 저자의 시선은 신선하다. 조선창업 프로젝트라는 이름아래 연결되는 흐름을 정도전과 여말선초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너무 기업 냄새가 난다. 모 대통령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자리를 버리고, 대한민국의 CEO라고 이야기한 것 처럼 조금 작위적인 느낌이다. 신선하면서도 아쉬운 점이 바로 이 느낌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