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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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꽂혀 있던 달려라 아비를 며칠 동안 읽고는 책 정보를 살폈다. 1판 2쇄 . 2005년 12월 언저리에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데 2011년 9월에야 손에 들었다. 책을 구매하고 시간을 놓쳐 그냥 묻혀두었던 것인데 '두근두근내인생'이 출간되자 '침이 고인다'와 함께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손에 들었다.

김애란은 2000년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인만큼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이 접해 본 터였다. 게다가 몇해전 이효석문화제에서 낭독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던 작가이다. 이런 기대에 맞게 첫 페이지부터 맛깔난 문장에 빠져 들었다.   

 '나는편의점에간다'는 집 주변의 세 개의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주인공인 나는 편의점에 가서 담배 디스를 사고, 제주 삼다수를 사고, 쓰레기봉투는 10리터를 산다. 나의 삶은 디스, 삼다수, 쓰레기봉투 10리터로 이루어진다. 단골로 삼았던 첫 편의점에서 점원은 주인공인 그녀에게 알은체를 하고 그녀는 두번째 편의점으로 옮긴다. 콘돔 구매에서 일어난 신분증요구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세번째 편의점으로 단골을 옮긴다. 자신의 삶은 순전히 소비행태로만 연결될 뿐인데 그녀의 삶에 개입하려는 행위에 주인공은 편의점이라는 삶의 패턴을 바꾼다. 그러나 이제 반대의 경우가 생겼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동생을 위해 열쇠를 어디엔가 맡겨야 할 때 그녀는 편의점을 떠올렸고, 그 곳에서 '저 아시죠? 저 이 근처 사는 ... 항상 제주 삼다수랑, 디스플러스랑 사갔었는데....'라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만 돌아온 대답은 '손님, 죄송하지만 삼다수나 디스는 어느 분이나 사가시는데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나는편의점에간다'는 인간소외라는 거창한 주제보다는 실제로 벌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단순히 소비행태로만 알려지기를 원하지만 정작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난감함을 표현한다.

표제작 '달려라아비'는 '누가해변에서함부로불꽃놀이를하는가'와 연계가 된다고 생각한다.  '달려라아비'의 나는 아버지가 없고, '누가해변에서함부로불꽃놀이를하는가'는 어머니가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 부재한 상황에서 오는 가족의 해체나 정신적 아픔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의 부재상황을 농담으로 웃어넘기는 태도는 삶을 관조한 듯한 태도이다. 사실 김애란의 문학성을 인정하면서도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달려라 아비를 썼을 때가 20대였을텐데 작품에서는 살만큼 살고 세상을 그려러니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최근 작품 '두근두근내인생'이 조로증에 걸린 아이를 소재로 한 것이 바로 그녀의 이런 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16쪽)
 

'종이물고기'는 작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 단편이다. 서울로 올라와 옥탑방 한칸에 자리잡은 주인공은 벽면에 포스트잇을 부치기 시작한다. 첫 벽면에는 책에서 골라낸 말들로 채웠다. 두번째 벽면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 세번째 벽면은 스치듯 지나치는 생각을 적었다. 그리고 네번째 벽면은 실제 삶속에 있는 살아있는 언어로 채우고 마지막 천장에 비로소 소설을 적어나간다. 이것은 작가의 글쓰기 과정을 보여주는 은유적인 자전소설이 아닌가 싶다. 언어로 채워진 그리고 소설로 엮여진 옥탁방은 무너진다. 채워진 포스트잇이 옥탑방의 균열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무너진 옥탑방에서 주인공의 모든 포스트잇 역시 무너져 내렸다. 옥탑방이 자기만의 문학세상이라고 한다면 무너진 옥탑방은 자신만의 세상에서 나온 현실 혹은 문학이라는 현실과의 마딱드림에서 나온 좌절로 보인다. 하지만 그 좌절속에서 '그것은 마치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가쁘게, 그러나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220쪽) 처럼 팔딱팔딱 뛰고 있는 문학에의 열정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애란에 대한 문학적 호평과 문단과 기대 그리고 그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달려라아비'는 단편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그녀의 다음 '침이 고인다'를 손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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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 원자력 르네상스의 실체와 에너지 정책의 미래
김수진 외 지음 / 도요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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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전 일본의 원자력 사고로 전 세계의 원자력 위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원자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많은 안전사고를 냈지만 지진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 일본 원전 사고가 발생할 즈음 원자력과 관련된 책 목록을 만들었었다. 아쉽게도 시간이 흐른 뒤 이 책만을 읽었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환경전공, 기자 등 총 7명의 저자들이 모여 몇가지 주제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중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원자력의 안전성, 경제성 그리고 원자력 문제를 다루는 사회,정치적 문제까지 다루는 종합서적이라 할 수 있다.  

원자력이 각광받는 가장 큰 원인은 무한에너지라는 희망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을 재추출 할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게 되면 약 95~96%의 우라늄을 다시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원자력 발전에 활용 가능하다는 논리인데, 문제는 재처리 과정에서 약 1%의 플루토늄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는 핵확산 금지조약 등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이슈가 되는 것도 바로 이 원자력폐기물 재처리 과정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한미원자력핵협정과 한반도비핵화선언에 의해 원자력폐기물 재처리를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사실 원자력폐기물 재처리는 원자력의 재사용보다는 플루토늄 보유를 통한 핵무기 보유를 실제 목적으로 하고 있어 무한에너지가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형성되지 않는다. 

원자력을 무한에너지로 바라보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다에 녹아있는 우라늄 등을 활용할 수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라늄 역시 다른 천연자원처럼 확보하고 있다.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원자력을 주목하는 두번째 이유는 경제성이다. 원자력 생산이 화력, 수력 발전 등 기존의 발전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원자력발전소 건립, 유지 관리를 위한 비용을 간과한채 생산비용만 따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 건립 등은 민간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일본이나 핀란드 등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원자력 개발 등 상당한 부분을 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두번째는 우라늄 채광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우라늄을 쉽게 채광하던 시절과과 달리 이제는 상업성이 있는 우라늄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90년대 까지 우라늄의 가격은 파운드당 10달러 미만으로 안정적이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 한 때 136달러까지 치솟는 등 예전처럼 싼 가격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중국 등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늘어날 계획이기 때문에 우라늄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보여 30~40달러 수준 이하로는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우라늄 보유 역시 석유와 마찬가지로 몇 몇 나라가 독점하고 있어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았던 것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쉽지 않은 틈을 타 원자력을 청정하다는 이미지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화력발전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기본적으로 안전하지 않는 원자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 단순히 탄소배출량을 이유로 친환경적이라 주장하지만 이번 일본 원자력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자력은 환경자체에 큰 위협요소이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원자력 르네상스라 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더 이상 원자력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런 위험성을 무시하고 있고, 중국은 새로운 원자력 강국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런 원자력 르네상스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1950년대에 장밋빛 과학을 바탕으로 인류의 에너지를 해결해줄 것으로 원자력이 대두되었었다. 특히 핵폭탄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인류에 과학에 대한 무한 신뢰는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원자력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기후변화의 해법으로 원자력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는 50년전의 유행과 크게 다를바 없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것이라는 믿음 등이 그것이다.  

원자력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위험의 범위와 정도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에 대해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불감증'이라는 원인도 있겠지만, 정보를 왜곡하고 감추기도 하며 때로는 애국주의를 내세운다. 실제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던 원전 사고에 대해 국가적인 행사를 이유로 숨겨왔고, 최근에는 원자력 수출이라는 미명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의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원자력에 대한 무지이다. 원자력의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달리 실생활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다. 식품중에 방사선 조사 식품이 있다. "방사선 조사 식품이라는 방사선 물질에서 방출되는 빛으로 멸균처리된 제품을 말한다. 방사선은 식품을 통과하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통해 물체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형, 손상시킨다. 식품 속의 병균이나 공팡이 등은 모두 죽게 되고 다시는 식품에 생물이 번식하지 못할 상태로 변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방사선 조사 식품은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상하거나 싹이 나지 않고 상온에서 몇 개월을 두어도 변질되지 않는다."(133쪽) 우라나라의 경우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고추가루, 건포도 등의 경우까지 방사선을 쐬고 있어 방사선에 노출된 식품과 상당히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의 경우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해 까다로운 규정을 가지고 있다. 2003년 6월 스위스에서 한국산 라면의 판매가 중단되었다.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해 스위스 보건성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인체에 해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표기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여 판매가 금지되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지금 현재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당장의 대체 에너지를 찾기 힘든 현실과 원자력이 갖는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결정이 너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원자력 정책은 어떻게 해 나갈지 과학적인 접근 외에도 정치, 사회적 접근 없이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의 문제는 에너지에 대한 문제이자,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원자력발전 자체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꼭 상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에너지와 안전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빨간 불을 끄는 기술은 아직도 없습니다. 그리고 고준위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은 여전히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못합니다. .... 결국은 수명이 아주 긴 방사는이 남게 됩니다. .... 100만 년이 지나도 아직 10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남아 있다면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불, 끌 수 없는 불, 독성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이러한 불을 만들었다는 것은 에너지 기술을 만든 게 아닙니다. 인간이 만든 불이라면 끄고 싶을 때 끌 수 있어야죠. 원자력의 불은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지만 끄고 싶을 때 끌 수 없다는 점에서 빵점짜리 기술입니다. 마음대로 못하는 기술입니다. 따라서 이건 완전한 기술이기는 커녕 인간이 의존할 기술도 아닙니다."(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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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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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가 아닌 그가 논쟁의 핵심이었던 적이 있다. 그리 잘 생기지 않은 얼굴에 입담을 과시하던 그가 노무현 대통령 노제를 사회를 보고 KBS에서 짤렸다. 그가 방송에서 정치를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그의 정치성향이 문제가 되었고, 논쟁의 한가운데 섰다. 그런 그의 이름이 달린 책이 한권 출간되었다.

경향신문의 똑!똑!똑!을 통한 만남이 책으로 한권 엮여져 나왔다.

 

그의 만남은 남녀노소, 좌우상하를 가리지 않는다. 정치인에서 연예인, 해녀에서 교수까지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그려낸다.

그런 만남에서 속내를 엿듣는 것은 하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김제동은 고현정에게 아이와 관련한 민감한 질문을 꺼내든다.

"민감하긴 한데, 아이들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건 그 아이들 몫이야.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건강하게 태어났고 부족함 없이 잘 자라고 있잖아. 단 한가지, 엄마가 가까이서 키워주지 못한다는 결핍이 있는 거지. 그런데 그건 그 아이들 운명이잖아. 훨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그 아이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엄살을 안 떨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104쪽)

 

홍명보에겐 월드컵 승부차기를 묻는다.

" 제 개인적으로 2002년에 스페인과의 승부차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그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제가 5번째 키커였죠.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 앞에 4명 있는데.... 한 놈만 못 넣어라. 같이 죽자 생각했죠. 허허. 못 넣으면 이민가야 할 형편이었거든요. 나중에 히딩크 감독한테 왜 나를 마지막에 넣었느냐고 따졌죠. 그랬더니 경험이 많아서 넣었다고 하시더군요."(91쪽)

 

하지만 그의 만남이 재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유인촌 장관과의 만남에서는 '나는 유 장관이 장시간 밝힌 원론적 주장에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259쪽)고 표현한다.

 

김제동의 이 만남은 결국은 사람답게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맺는다. 책의 처음을 연 이외수에게 던진 "어떻게 살아야하느냐"고 질문한다.

"실력과 인성을 갖춰야 한다고 얘기하죠. 가령 불의와 결탁했을 때 내 삶이 편해지고, 정의를 선택했을 때 내 삶이 불편해진다면 어느 편을 택하겠느냐? 젊은이들이 불의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하면 나는 반문하거든요. 제일 큰 희망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고 봐요. 별게 아니야. 짐승처럼 살지 말라는 거죠. 온고이지신,이게 순리에 맞는 겁니다."(19쪽)

짐승처럼 살지 말란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짐승처럼 사는 사람 혹은 이들이 많다. 부자들 감세해주겠다고 안달하는 청와대에 계신 분들, 기업하기 어렵다며 시급 몇 백원 못올리겠다는 기업인들, 돈만 된다면 동네 구멍가게까지 차리려는 대기업....

 

책은 신영복선생님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한다.

"전에 선생님께서 자유의 의미를 말씀하시길, 자기의 이유로 사는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반 에덴이 쓴 동화 이야기를 자주 예화로 들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길섶에 있는 버섯을 가리키며 '이게 독버섯이다'라고 말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독버섯이 충격을 받아 쓰러지죠. 옆에 있던 친구 버섯이 위로하는 말을 들어보세요.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이야. 식탁에 오를 수 없다, 먹을 수 없다는 자기들의 논리일 뿐인데 왜 우리가 그 논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지?' 우리 자신이 갖는 인간적 이유, 존재의 의미를 가져야죠. 신자유주의적 가치와 질서에 포획당한 환경에서 투철한 자기 이유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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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런치 -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 박정은.김진미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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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미국은 아직 선진국이다. 부정부패가 만연하지 않은. 세금에 대해서도 그렇다. 미국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위해 세금을 쓸 걸 같다.
과연 그럴까? 뉴욕타임즈의 기자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은 미국의 세금 문제에 대해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기득권층은 공짜점심을 먹는데 그것은 바로 미국민들의 세금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1년 7월 사우스캐롤라이나, 그곳에서 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 77명에 사망자 8명. 그 사망자 가족 중 한명이 소송을 제기했고다. 선로보수 업체 CSX가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고도 10년간이나 선로 보수 없이 내버려두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 5,600백만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물론 그 가족은 그 배상금을 기부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CSX의 원가절감액은 24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CSX는 당시 열차 차량이 앰트랙(미국 공영 철도회사)이었고, 앰트랙과의 계약상 앰트랙 소유 철도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음을 내세워 앰트랙으로부터 해당 배상금 전액을 회수한다. 즉, CSX는 안전소홀로 얻은 부당이익을 그래도 지켜낼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철도민영화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철도 민영화를 통해 각 부분의 민영화를 얻어내면서도 그들은 로비를 통해 책임은 모두 공기업에 돌리는 법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즉, 위험은 국민의 세금으로 보충하고 수익은 그대로 챙겨먹고 있다.

 

십수년전 영국의 한 지역에서 삼성의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세금을 받지 않고 각 종 보조금 혜택을 제시하며 유치해낸 적이 있다. 이는 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로 많은 예시로 사용되었다. 아직도 삼성이 그곳에 공장을 운영할까? 삼성이 공장을 철수하면서 그 지역은 삼성 유치전보다 더 큰 경제적 암흑기를 맡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철수하고 그 지역경제에 미친 폐해에 대해서는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 지역에서는 대단했겠지만)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아주 기본처럼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각 지역 경제를 위해 세금면제, 보조금 제공 등의 특혜를 주면서 기업 혹은 월마트 등 대형 상점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래서 대기업은 이런 점을 악용한다. 보조금을 더 주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 설립하겠다고. 게다가 그 대기업 유치를 위해 '강제토지수용권'까지 행사한다. 만약 거부한다면? 그 지역에서 경찰서를 철수시키고, 각종 공공기관을 철수시킨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나라와 다를바 없는데...

문제는 이런 조치들로 개인의 권리가 침해받을 뿐 아니라 세금을 내지 않는 그들을 위해 세금을 낸다. 지역살림을 위해 세금을 걷어야 하지만 유치기업에 대해서는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으므로 세금수입 부족분은 기존 주민들에게 거둬야 한다. 게다가 그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 지급을 위해 주민들은 추가적인 세금을 내야 한다. 대기업은 그 지역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보조금 수입이 있으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게 된다. 지역주민의 세금으로 그들의 이익을 보충해주니까.

 

"그들은 더 부유해질 수만 있다면 정부가 더 커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이 속한 계층을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과 보상을 획득해왔다. 오늘날의 정부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민간부문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들은 호화스러운 잔치를 벌이고는 계산서는 우리들 나머지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말 그대로의 '공짜점심 Free Lunch'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공짜점심'은 정부가 개입을 했든 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한쪽이 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쪽에서 경제적 혜택을 얻는 것을 칭한다.  .. 우리 경제에는 다양한 보조금이 존재하는데,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교모하게 설계되거나 알아차리기 힘들게 구성되어 있다."(37쪽)  

 

저자는 실제로 이런 공짜점심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500여쪽에 달하는 내용이 구체적인 사례들로 채워져 있다.

 

그 한 예가 바로 프로스포츠 구단이다. 미국 전 대통령인 부시조차 텍사스 레인저스라는 메이저리그 야구팀을 이용해 엄청난 보조금을 챙겼다.(물론 그가 챙긴것은 야구단 뿐은 아니지만..)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인수해 워싱턴 내셔널즈를 창단하는데 4억 5천만달러가 소요되었는데 워싱턴이 구장 건설 등 야구단 유치를 위해 사용한 보조금은 6억 1천만달러에 달한다. 구단 인수비용보다 보조금이 더 컸다. 구단주는 구단을 인수하자마자 구단의 가치는 인수비용보다 커진 셈이니 주 세금으로 앉아서 돈을 번 셈이다. 보통 구단주들은 미국 최고의 부자들인데 그들은 납세자의 세금을 프로스포츠단을 통해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에 바쁘다. 그래서 '음모의구장'이라는 책을 쓴 전 뉴욕 타임스 기자는 가장 부유한 자들에게 사회주의식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고발한다. 시민들에게 돈을 거둬 최고의 부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특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왜 그런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니 이해가 간다. 일반 납세자들이 부자들의 '공짜점심'을 대신 지불하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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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더 -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프리라이더 1
선대인 지음 / 더팩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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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는 경제학적 용어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그 혜택을 보는 사람들을 뜻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단독주택이 있는 골목에 폭설이 내렸는데 10가구가 살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중 8가구에서 나와 골목의 눈을 말끔히 치웠다면 눈을 치우지 않고 골목을 이용하게 된 두가구는 프리라이더(무임승차)로 볼 수 있다. 무임승차자 문제는 주로 공공재(공공의 성격을 가진 물건이나 서비스)에서 발생하게 된다.
 

저자 선대인은 공공서비스라는 것으로 이 프리라이더를 설명한다. 길을 내고, 공원을 이용하고, 불이 나면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경찰들이 치안을 담당하는 공공서비스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뉴스를 보면 이 나라의 장관이라는 이들은 대체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고,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그룹도 세금 문제(이건희가 이재용에게 넘겨주면서 상속세를 내지 않았던)가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고 장관이나 이건희 일가가 도로를 사용하지 않고, 치안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시민들의 세금으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이들에게도 공공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즉, 그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혜택만을 누리고 있는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 인 것이다.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이 각종 국방과 교육, 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게 무임승차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무임승차 문제가 만연하게 되면 그 국가는 재원 부족 등으로 적절한 수준의 공공재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종국에는 붕괴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는데 그치지 않는다. 2MB 정부에서 보듯이 탈세 등의 혐의가 있는 이들이 국가의 장관 등 국가를 운영하는 자리에 있다는 뜻이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세금을 흥청망청 써대고 있는 것인데 선대인은 그들이 어떻게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지 각종 자료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현 정부의 세금이 많이 쓰이는 곳 중에 하나는 건설사업이다. 특히 4대강으로 대변되는 현정부의 방향은 건설이외에 아무런 정책도 가지고 있지 못하는데, 선대인의 지적에 따르면 이 4대강 공사의 입찰이 대기업의 나눠먹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최저가 입찰인데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적당하게 배분받는 것은 그들이 모종의 담합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4대강 공사는 대부분 입찰 받은 시공사가 해당지역 모든 공사를 전부 다하는 턴키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런 턴키 방식은 대체로 3~40% 정도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즉, 국민의 세금으로 대기업 배불리는데 쓰일 뿐이다.

근래에 이루어지는 많은 공사 중에 하나가 바로 민자방식이다. 국가예산이 아닌 민간자본으로 건설을 하여 국가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민자공사의 경우 수익이 예상에 못 미칠 경우 국가 혹은 지방정부가 손실을 보장해 주고 있다. 어떻게 하든 수익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업인 셈이다.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더 있다. 건설은 민간회사가 하지만 공사를 마치면 운영은 페이퍼 컴퍼니에서 이루어진다. 주로 대기업들이 자본을 댄 페이퍼 컴퍼니가 운영수익 및 손실에 따른 정부 보조금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세법상 배당분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는 말 그대로 실체가 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배당을 해버리면 끝이다. 돈은 벌지만 세금을 안내고 있는 것이다. 맥쿼리라 불리는 회사가 대표적인 페이퍼 컴퍼니이다.

 

이렇게 대기업에게 국민 세금을 가져다 주는 현 정부는 부자들의 감세까지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종부세들은 세율이 낮아져 부자들의 세금을 낮춰주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들은 상속세도 내지 않고 자식들에게 회사를 상속하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세금을 내지도 않고 있고, 그 법 마저 바꿔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이 현 정부가 하는 일이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이 3~40년 전 개발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 경제는 생산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고 있었고, 금융경제나 자본경제는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세금수입이 주로 생산경제에 부과되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금융,자본경제가 생산경제의 몇 배에 달하지만 세금제도는 구식을 따르고 있어 생산경제의 세금이 몇 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 활성화등을 위해 주식차액에 대한 세금을 물리지 않는 세금구조를 갖게 되면서 연봉 5천만원의 직장인은 정해진 세율에 따라 세금을 내게 된다. 보통 2백만원 정도의 근로소득세금에 이외의 세금 더 내게 될 텐데 주식으로 5천만원의 수익을 거둔 경우에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기간 만 넘긴다면 별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봉급생활자에게는 쏙쏙 세금을 거두어 가지만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는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조금만 걷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평생 내는 세금은 약 5억 원에 이른다. 이 5억 원의 주인 노릇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 이 돈을 제대로 쓰면 이 나라 경제에 활력을 주고 국방을 튼튼히 하며 이웃의 약자들과 가난한 이들을 도울수 있다. 우리 부모님들을 좀 더 편안히 모시고, 우리 아이들 교육의 질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반면 이 돈을 잘못 쓰면 기득권의 배만 더욱 불리고 금수강산의 자연을 훼손하는 엉뚱한 사업들을 잔뜩 벌려놓게 된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이 고통 받게 되고, 많은 돈을 탕진하면서도 우리의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이 나라가 잘 되기를, 삶의 질이 올라가기를 바란다면 이제 5억 원이 어떻게 걷히고 쓰이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인시을 바탕으로 납세자 혁명에 함께 나서야 한다."(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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