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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꿈을 꾸고 난 것처럼,  눈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기억도 있고  

시간이 지난 뒤에도 문득문득 떠올라, 자꾸만 되돌아보게 만드는 기억도 있다.  

 

몽골에서 돌아온 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여전히 아득하게 떠오르는 그 초원이…… 오늘도 앨범을 뒤적거리게 만든다.  

 



그 돌아갈 수 없는 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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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올림픽대로두엣가요제에서
정준하와 에프터스쿨이 부른 노래, <영계백숙>

윤종신이 프로듀스한 곡,
이 노래를 통해 비로소 확신하게 되었다. 
 
작곡가로의 윤종신, 그에게는 분명 "스토리에 대한 강박"이 있다. 

 

일단 이 노래의 가장 큰 장점은, 기획단계에서 미리 공개한 것처럼 '중독성'이다. 

후렴구, "영계백숙, 워어어어~"의 반복은 흥겹고 재미있다.
듣는 사람이 따라부르도록 만든다. 

 



문제는 이 부분까지 이르는 과정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 

누들랜드니, 메밀리아공주니, 쯔유쯔유강의 간장이니…
사실 뭐 그리 대단하게 재미있지도 기발하지도 않은 가사들이 이어진다. 

즉,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려고 애쓴 것이다. 
  

 
 

사실, 노래에 스토리를 넣는 것은 윤종신의 특기이다.  

윤종신표 신파의 대표작이자, 수많은 군바리들의 심금을 울렸던
<너의 결혼식>, <오래 전 그날>, <애니(annine)> 등등의 가사들을 비롯하여, 

 
* 몰랐었어, 네가 그렇게 예쁜지. 
  웨딩드레스 하얀 네 손엔 서글픈 부케, 수줍은 듯한 네 미소. 
  이해할께, 너의 부모님 말씀을. 
  지금 보니 네 옆에 그 사람은 널 아마 행복하게 해줄꺼야. - <너의 결혼식>
* 너의 새 남자친구 얘길 들었지.
  나 제대하기 얼마전. 이해했던 만큼 미움도 커졌었지만…
  오늘 난 감사드렸어. 몇 해 지나 얼핏 너를 봤을 때,
  누군가 널 그처럼 아름답게 지켜주고 있었음을. - <오래 전 그날>

 
발랄 무드송 <환생>과 위풍당당 자기주장 <내 사랑 못난이>의 가사 역시 그러하며, 

* 나에겐 누구나 말리는 못생긴 여자친구 하나 있지.
  친구들은 그녀에게 첫인사로 인상 좋다하지. 
  그후에도 친구들은 여자친구 있는 내게 소개를 받으러 나오라며 
  내 안에 그녀를 무시하면서 말을 하지. - <내 사랑 못난이>

 
서글픔을 담담하게 그린, 그리하여 내가 윤종신의 노래 중에서 가장 세련된 것이라 평가하는
<이층집 소녀>의 가사에 이르기까지. 

* 얼마나 휘파람을 연습했는지. 단지 그녀가 좋아한단 이유로. 
  그녀의 추억은 따뜻한 엄마의 품속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나 휘청거릴 때 - <이층집 소녀>


인용을 통해서도 확인되지만, 모두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노래에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의 노래 중에서 특별하게 스토리가 없는 것은 <팥빙수> 정도가 아닐까?

뭐, 이런 것이야,
작곡가로서의 혹은 가수로서의 개성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과연 <영계백숙>에도 스토리를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을까?

다시 얘기하자, 이 노래는 후크송이다. 

후크송의 대표작 <텔미>, <노바디>, <지>……
어떤 곡의 가사에도 스토리가 빠지지는 않지만 비중이 큰 곡은 없다. 

이들 노래들의 가사는 리얼리즘적, 일상적인 것이다.  
아니 한국 대중가요의 장르적 법칙에 충실하다, 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당신이 좋아 죽겠다는 것이나, 떠나려는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나.
뭐, 이미 몇백 번쯤은 반복되어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내용이다. 
 
그러니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애초부터 가사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이다. 

당연하지, 그처럼 꽃다운 소녀/걸들이 (다소) 헐벗은 복장으로 상큼하게 무대를 뛰어나니는데,
가사 따위를 왜 음미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영계백숙>의 가사는 그렇지 않다.

판타지에 바탕을 두고서 나름대로 스토리를 형성한다.
문제는 이것이다. 

판타지.

현실이 아니다. 낯설고 새로운 세계.
당연히 주목해야 알아들을 수 있다. 

한국 대중가용의 장르적 법칙에서도 (살짝) 비껴나 있다.
그러니 대충 듣고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다. 

  

사실, 후크송이란 귀차니즘의 소산이다.
가사를 음미할 필요도, 곡에 대해 이해할 필요도 없다.
애당초 그런 본격적인 감상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상대로 만든 곡이다. 

특정한 한 부분의 친근감과
그 부분에서 보여주는 엔터테이너의 매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당장 <영계백숙>을 보라. 후렴구에서 에프터스쿨의 안무는 얼마나 빛나는가!)
 

 
 

요약하면 이렇다.
후크송의 기본인 "순간적인 흥미"는 매우 탁월하다.
하지만 그 순간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 길다.

그것이 이 노래를 망치고 있다. 

대중적인 흐름에 맞추기엔 작곡가 윤종신이 가진 "스토리에 대한 집착"이 너무 크다.
어찌보면 '강박'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를 과감히 털어 버리고, 보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유행에 따르기 위해서는.  
 

그런데…… 나는, 

주저리주저리 이어지는,
애절하고 감상적인,
때로는 궁상스러운 신파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윤종신의 이야기가 좋다.

설령, 그것이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의 아날로그성이 좋다.
 
  

야, 이 바보야. 난 널 사랑하고 있어.
얼마나 내게 위안이 됐는지.
긴 아픔 멈추게, 다시 웃게 만든게 너야.
- <애니(an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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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강박동감.. 2015-02-13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의 결혼식은 정석원씨 작사로 알고있는데.
아닌가요..

그 노래가 나온 공일오비는

정석원씨가 전곡 작사작곡으로 알고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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