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연결 - 검색어를 찾는 여행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 북노마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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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문화와 현실 상황을 연결하는 사유 방식은 아즈마 히로키 담론의 전매특허와 같습니다. 다만 논의의 무게 중심이 디지털. 서브컬처보다 현실 쪽으로 향한다는 사실이 이번 책의 특징이에요. 

이런 변화의 원인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작가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136쪽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어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경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학교라는 젊은 공동체를 떠나 문화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인지. 
어떤 이유인지 분명하지 않아요. 아니, 이 이유들이 모두 작용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관광지화 아이디어 자체는 동감할 수 있어요. 표현이 다소 문제일 수는 있지만, 방향은 분명히 옳습니다. 엄숙히 사라지기보다, 대중화되어 더 오래 기억되는 편을 선택했을 뿐.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누가 다른 사람의 선택을 비난할 수 있겠어요?

관광객이란 개념도 좋습니다. 정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중간상을 만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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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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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정작 추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정교한 트릭은 없지만, 논리력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애당초 추론이나 논리적 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설정과 구조를 갖춘 경우가 더 많아요.

그보다 작가가 집중하는 부분은 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입니다.
20대 여성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겠지요. 그렇기에 작품 속 사회적 발언은 주로 젠더 차별, 청년 실업, 직장 내 성차별, 육아 및 시집살이 등으로 국한됩니다. 이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 없지요.

이런 문제와 발언에 동감하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겁니다. 이것이 이 작품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계층도 있고, 주장에도 논리적으로 허술한 부분이 있습니다. 보다 넓게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쉬워요. 그보다 한 주제를 치밀하게 파고들지 못하고, 확장만 도모한 점은 더욱 아쉽고.

그러니 장르소설보다 세태소설로 보는 편이 더 적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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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도전 요리왕 1 : 일본 - 음식으로 맛보는 세계 역사 문화 체험 백종원의 도전 요리왕 1
백종원.얌이 지음, 이정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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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스토리텔링이 좋습니다. 대결, 정보 습득, 개그. 이렇게 세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학습만화로도 가치가 있지만, 그보다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더 큽니다.

이런 경향도 최근 학습만화의 추세에요. 학습을 줄이고, 재미를 강조하는 것.


이 책, <백종원의 도전 요리왕> 시리즈도 그렇습니다.
다만, 학습적인 측면은 요리와 관련 역사.문화로 한정하는 편이 어땠을까요? 그리했다면, 오히려 집중 효과가 발휘되었을 겁니다.
지금은 교과서와의 연계를 너무 고려했기 때문인지, 맥락에서 벗어난 정보도 제법 많아요.


이 작품에서 가장 빼어난 부분은 개그 표현입니다. 포인트를 잘 잡아냈고, 표현도 뛰어나요. 장면 연출력이 좋아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여지가 많습니다.


백종원이라는 유명인을 내세운 부분은 양날의 칼입니다.
화제성을 높이는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리스크를 안고 있기도 해요. 이런 방식의 콘텐츠는 결국 그 대상의 인기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에만 통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종의 한정판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 정도로 그치기에는 작품의 완성도가 너무 높습니다.

차리리 백종원을 명시하지 말고,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간접적인 제시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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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사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6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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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분명히.
그래서 예민하고 날카로운 감성을 가진 이들이 여기에 끌리곤 하지요. 자존감이 높은 시절에는 더욱 그럴 수 있고. 정신분석가 프로이트 방식으로 말하면 타나토스, 즉 죽음에 대한 열망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보다 본질에 가까운 설명은 이것이 아닐까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물론 인정합니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스스로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를 지켜보는 이들은 참으로 힘들 겁니다.

소설 또한 마찬가지. 이 작품을 보다 날카롭던 나이에 읽었다면 다른 느낌이었을까요? 그러나 지금은 버겁습니다. 동감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자신을 훼손하는 입장보다, 그를 안타까워하는 입장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사라져 가는 존재가 풍기는 애잔함. 그것이 전부인 작품이에요.
이 분위기는 <석양>에서 더 잘 느껴집니다. 시대 배경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일본 패전 직후라는 시대 분위기가 아니라면, 이런 태도가 과연 먹혔을지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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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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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넓은 범주에서는 ‘몸‘에 대한 이야기고, ‘개그‘를 주된 무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퀴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맥락은 통해요. 오히려 성 정체성을 심각하게 다루기보다는, 일상적으로, 아니 그보다 장난스럽게 취급한다는 점에서는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내용은 평이해요. 직장 생활의 고단함이야 새로울 것 없고, 조직문화나 꼰대를 대하는 태도도 여타 밀레니얼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울증이나 자기혐오도 몇 년 동안 여러 작가들이 반복했던 설정이니까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동시대성이라 하겠고, 우려를 더하자면 패션화된 포즈 설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당장 성급하게 평가를 내릴 필요는 없지요.
결국에는 진정성이 문제일 것입니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작가가 자기 개성을 얼마나 지속하는지 살펴보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더 지켜보겠습니다.

부디, 당신의 길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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