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곳으로부터 - 지하철 1호선 첫번째 이야기
김수박 지음 / 새만화책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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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도서관 서가를 산책하다가, 내 방에 아무렇게나 너부러져 있는 책들을 눈으로 훑다가, 종종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겠다는 둥, 저 책은 ‘누구’에게 어울릴 것 같다는 둥, 요 책은 ‘누구’에게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둥 하는 생각. 반면에 누군가 서점의 한쪽 코너에서 책을 뒤적이다 내 생각이 나서 보내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 기분이란 그저 책 한 권 선물 받는 것 이상으로 오묘한 것이다. 

 

『사람의 곳으로 부터:지하철 1호선 첫번째이야기』는 생산자님이 보내온 책이다. 그냥 내 스타일(?) 같다며, 그냥 생각나서 보낸다는 메모에는 내심 부담감을 덜어주는 배려도 함께 담긴 듯하다.『을지로 순환선』을 보내드린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에 이 책의 제목에서 내가 떠오른 건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누군가 책을 보면서 나를 떠올려준다는 게 참 기분 좋은 일이며 오묘한 기분이 아닐 수 없다. 

 

김수박. 저자의 본명인지 필명인지 모르겠으나 이 여름과 어울린다(?)는 생각에 잠시 웃어본다.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건축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김수박. 그의 만화가 품고 있는 주제는 아리송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관계’에 대한 모색이 차분하게 담겨 있다고 할까. 무수히 많은 익명의 사람들 틈바구니 속의 나, 남과 여의 관계,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이간질하는 보이지 않는 세상사의 의식들이 슬며시 녹아 있는 맛이다.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색채가 참 오묘하다. 개중에는 흑백도 끼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감이 짙다. 인물들의 표정은 심하게 혹은 적당히(?) 일그러지고 왜곡되어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조금 적나라하게 인간을 표현하고자 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솔직함을 우리네 가식 위로 덧씌웠거나. 강요도 비판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김수박의 만화는 담백한 맛이 배어있다. 저자의 말처럼 ‘치우치지 않음’이라는 미학일 수도 있고, 그저 ‘내뱉어 보는 권유’일는지도 모를 담백한 맛이랄까.  


‘관계’ 속에는 다양한 우리네 삶의 모습이 집약되어 있는 듯하다. 저자가 만화를 통해 군데군데 드러내는 것 중에 이별도 있고 사랑도 있다. 꿈도 있으며 처절한 자기비판도 있다. 세상사를 향한 주정처럼, 푸념처럼 무심히 내뱉고는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할 넋두리와 한탄도 있으며, 어설피 보이는 욕지거리도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적의도 보인다. 등장인물의 이름 중에 개 이름을 갖다 붙인 걸 보면 꽤나 솔직하다(?) 못해 매서운 맛도 느껴지는 듯하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들은 ‘관계’ 속에서 피고 지는 역동성을 갖는 생명이 아닌가 싶다. 들숨과 날숨의 사이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일어나고 누우며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다채로움 그 자체이다. 때론 이 다채로움으로 인해 번민하고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관계의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관계의 재조명·재설정 과정을 통해 조금씩 관계라는 울타리로부터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 인간의식의 중요한 작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금도 이 좁은 땅 그 어디에서 우리를 잠시 떠올려주는 고마운 존재가 있음을 기억하는 일,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일, 그것은 꽤나 흐뭇하고 행복한 일일 것이다. 우리 역시 일상의 잠시나마 누군가를 자연스레 떠올리는 그런 기분 좋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부유하는 많은 생각들 틈에서 이처럼 소중하고 행복한 생각의 한 귀퉁이를 잡아 베어 물 수 있는 일상이 모든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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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4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gpickEr 2009-07-15 16:32   좋아요 0 | URL
선물받은 책이랍니다..^^* 후훗.. 보내드리고 싶지만 역시나.. 선물 받은 책은 아직까지 나누지 못하겠더군요..^^*; 헤헤..

늘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헤헤..
좋은 날 되셔요..
 
사라져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
박영희 지음, 강제욱 외 사진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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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을 사들일 때 다소나마 신중(?)을 요하는 편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을 통해 미리 ‘간보기’를 하거나, 여의치 않을 땐 이웃님들의 ‘손맛’이라도 몰래 탐한 후 결정(?)한다. 하지만 역시나 내 지랄 같기도 한 버릇 하나(?)는 불쑥불쑥 튀어 올라 내 신중함을 조롱하듯 무너뜨리기 일쑤이다. 뭔가 느낌이 닥쳐오는 책 앞에서는 그 결과가 어찌될지는 전혀 상관할 바도 문제될 바도 아니다. 오랜만에 제목과 표지, 그리고 기획의도에 반해 홀린 듯 지름신이 내린 책이 바로『사라져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이다.

EBS에서 예전에 방영한《사진 잘 찍는 법》이라는 영상을 찾아서 보던 중에 이 책에 얽힌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순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는 것이 다분히 동정이나 연민의 그것과는 다른 감정샘의 폭발이었다. 한 젊은 카메라 수리공의 안타까운 죽음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이 시대에 분명 존재하면서도 우리네 관심 밖으로 밀려나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일명 ‘수공업자’에 삶의 흔적을 담아냈다는 기획의도가 참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지름신 강림(?)을 허용하게 된 것이다.

35세라는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 행복한 카메라 수리공과 이 책에 실린 여섯 명의 ‘장인’들은 대구, 포항, 경산이라는 지역성에 국한된 채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모든 장인들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금)세공사 김광주 씨, 제과제빵사 이학철 씨, 선박 수리공 황일천 씨, 이발사 문동식 씨, 철구조물 제작사 김기용 씨, 자전거 수리공 임병원 씨. 이들은 분명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쉽게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 아이러니에 대해 우리는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하루 꼬박 힘들게 손을 놀리고 발품을 팔아도 얼마 안 되는 푼돈이 전부이지만, 하나같이 그 웃음만큼은 만족을 말하고 있다. 왜 씁쓸하고 고달프지 않겠냐마는 이들의 낯빛은 자애롭기 그지없다. 한때는 ‘기술자’라는 직함으로 세상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으로 살았던 사람들. 그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고 인정받으며 그만큼의 행복에 감사하며 살은 사람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이라곤 ‘장인’이니 ‘수공업자’니 하는, 인정할 수도 그렇다고 부인할 수도 없는 바스러질 것만 같이 남루한 딱지뿐이다.

그들의 꿈은 소박했고 순진무구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 지난 시절 품었던 꿈이란 빛바랜 액자 속에도 담기지 못할 만큼 조각조각 나 일찍이 흩어져 버린 먼지와 같이 느껴진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꾸역꾸역 눈칫밥 먹어가며 미술대학에 들어가 화가를 꿈꾸었던 그때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마르크스를 읽고 운동권에 뛰어들었던 그때는 또 얼마나 의욕이 넘치고 당찼던가. 그 힘든 도제식 선박제조기술을 배우고 드디어 배목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그때는 또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던가.

꿈에라도 생각이나 했을까. 붓을 놀리는 손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해나갈 줄로만 알았지 그 손에 함석가위가 들리고 철판을 자르고 마름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 그렇게 읽고 또 읽어대던 책을 손에서 놓아버릴 줄을 누가 알았을까. 목선 만들어 이제 자식새끼들이랑 마누라 호강시킬 일만 남았다고만 생각했었지 선박 수리공이 되어 하루 만 오천 원 일당으로 혼자 남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들은 그렇게 옅어지고 사위어 갔다. 이젠 누구도 그들을 선명히 기억해주지 않는다. 그것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

제목과 표지, 그리고 기획의도에서 받은 그 표현할 수 없었던 감동에 비해 다소 깊이는 떨어지는 듯 한 게 사실이다. 사실 제목에 환상을 심어 풀이해버린 내 부족함과 어리석음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글 역시 소박하고 담담하며 다소 싱거운 편이다. 이 사람들이 무슨 ‘우리 시대의 장인들’이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면, 누가 이들의 존재를 옅어지게 했는지에 대한 고민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 책을 계기로 주변에 하도 닳고 닳아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느 소박하고 무심한 ‘기술자’를 한 번이라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끝으로, 많은 사진가들이 참여했다. 모두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젊은 수리공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다. 그에게 치료받은 카메라들이 사위어 가는 수공업자들을 담아냈다. 사진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나지만, 하나같이 소박하고 소탈한 느낌이다. 무엇하나 꾸밈이 없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어쩌면 이 사진에 담긴 ‘장인’들은 본래 그런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돋보이기 위해 요즘 사람들처럼 치장하지도 자신의 기술을 뽐내지도 않는 사람, 그저 묵묵히 아는 만큼 세상을 보고 보이는 대로 만족하며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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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샬롯 2009-07-0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중간에 얼굴 참...친근한 느낌인데요.^^

ragpickEr 2009-07-13 06:46   좋아요 0 | URL
인상이 참 좋지요? ^^* 아저씨도 그렇고 특히나 젊은 분은.. 물론 유명을 달리하셨지만..

조촐하지만 담백한 맛이 배어 있는 책이었어요. 초라하지 않은 시선으로 그네들을 그려낸 터라 더욱 좋았던..^^*

에샬롯 2009-07-14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 닮았어요.^^ 저분..그래서 친근한지도 모르겠어요. 저분 선한 표정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EBS 60분 부모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자녀교육서
김미라.정재은.최정금 지음 / 경향미디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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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태 자기주도학습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방목(?)형태에 익숙해져 있어서 늘 선택은 내 몫이고 그만한 자유가 없었다. 공부는 늘 시험기간에만 했었고, 늘 교복 다 찢어먹으며 운동장에서 뒹구는 게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이고 활력이었다. 딱 한 번, 중학교 3학년 때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늘 무한한 자유 아래 노닐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몸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는 편인데, 하루아침에 스스로 공부하는 습성을 기른다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늘 게으른가보다.  


『60분 부모』는 부모교육상담 전문 프로그램을 엮은 책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즉 ‘과똑똑이’가 아닌 ‘행복한 똑똑이’로 아이를 키우고픈 부모의 열망을 해소해주기 위한 심리학습 클리닉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저 그런 류(?)의 책이겠거니 했던 게 사실이다. 아이야 어쨌든 간에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단련·훈련(?)시키는 방법론만 장황하게 늘여놓았겠지, 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의미 있는 독서가 된 것 같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재미가 붙은 이유를 들자면, 처음에는 나중에 내가 아빠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좀 더 좋은 교육방침과 환경을 제공해주리라, 고 생각했지만, 읽어나가면서 내가 아이 된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무한방목으로 자란 터라, 체계적이면서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지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아이와 부모뿐만 아니라 나처럼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배어 있지 않은 어른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읽었던『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이 개인적인 경험과 실천에 의한 공부방법론을 제시했다면, 이 책은 심리학습이라는 전문성에 기초한다. 물론 칼 비테의 경우도 전문적인 교육학에 기초해 자녀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룩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이 책이 조금 더 현실적인 부분에서나 아이의 심리적·육체적 발달이라는 부분에서 보다 설득력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실제 사례들이 아주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고 책을 보는 부모로서는 절대 남의 얘기가 아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유아기, 초등 1~3학년, 초등 4~6학년으로 구분해 교육지침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이 생각보다 내용이 알차고 좋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단순히 공부방법이나 연령에 맞는 학습의 측면만을 고려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신체발달과 함께 정서적인 발달 역시 중요하며 학습 측면을 강조하기에 앞서 정서적이고 인지적인 측면의 충족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교육방법론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즉,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서는 무엇보다 정서적인 발달이 시기상 먼저이고 모든 인지적 발달의 기초이자 기본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가 아주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정서적(심리적)인 부분을 얼마나 부모가 잘 인지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을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롭게 충족할 수 있느냐가 행복한 똑똑이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늠한다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은 아이의 정서적인 욕구와 자존감이 학습에 있어서 어떻게 동기유발하게 할 것이며, 어떻게 공부에 대한 거부감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동화하게 만드느냐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무작정 이것저것 학원만 많이 보낸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독립적인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싶다.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영어조기교육과 독서에 관한 부분이다. 이제 갓 말을 떼기 시작한 아기에게 영어테이프와 비디오를 종일 틀어준다든지, 무작정 초등학교 3학년 전에 몰입식 교육을 시킨다든지 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비디오 중독증이라든가, 학습의욕 저하를 일으켜 효과는 고사하고 앞으로의 학습에도 부작용이 따른다는 게 그 이유이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무래도 아이의 관심이나 자발성, 의사존중, 그 연령대에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심리적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독서의 경우 계획에 따라 꾸준한 독서, 일정량의 독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독서를 하나의 ‘놀이’로 활용하라고 한다. 즉,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때도 한 단락씩 번갈아가며 읽는다든지, 책을 읽은 후 질문을 만들어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든지 등 서두르지 말고 다분히 ‘읽기’에 그치는 독서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 더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그 순간을 부모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다분히 읽기 혹은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 정신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놀이로써, 아주 자연스러운 의사교환이나 일상적인 행위로써 독서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책읽기는 단순한 지식이나 감상, 독서력을 위한 교육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부모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정신적인 교감이라는 말이 참 와 닿았다. 하나의 놀이로써 아이에게 쉽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건 역시나 현명한 부모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고독한 책읽기를 하는 아이를 상상해 본다. 어릴 적 내 모습이 꼭 그랬던 것 같기도 한 것이, 아무튼 아이를 고독하게 만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끝으로, 이 책의 주된 내용들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만들어 가야 효과를 높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로 초등학교 때까지는 가정교육이 전체 교육에서 7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는 학원순례로 빙빙 돌려대는 요즘의 실태를 보면 이 책에 나온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에 조금은 우려감이 없지 않다. 결국 아이에 대한 관심과 진심어린 사랑이 적어도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고 느끼게 된 책이다. 물론 내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면서.

 

***********************
덧붙여,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많더군요..
자기계발서로도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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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샬롯 2009-07-0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탐이 나네요.^^ 보관함에 담아뒀어요. 나중에 읽어보려고요.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마워요.

ragpickEr 2009-07-13 06:44   좋아요 0 | URL
덧글이 매번 늦네요..^^*;; 책이 탐나셨군요. 그러고 보면 에샬롯님은 제가 아는 어떤 이웃님이랑 참 비슷한 취향이신 듯~후훗.. 보내드리고 싶은데..한 발 늦은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이 책을 다른 이웃께 보내드려서..^^*;;

죄송해요..일찍이 코멘트 확인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ㅡㅡ;;

에샬롯 2009-07-0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에게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름을 먼저 알기 전에 먼저 경험해보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아니면 스스로 찾게 해주고 싶어요. 그게 제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겠죠..^^ 물론 사랑으로요. 잠자기 전엔 꼭 책을 읽어줄 거고요.^^

ragpickEr 2009-07-13 06:4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그렇답니다. 아이가 큰 숨을 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살도록 해주고 싶다는.^^* 가장 큰 선물.. 에샬롯님은 좋은 부모가 될 것 같네요~^^*

잠자기 전에 꼭 책을 읽어주는 그런 분이 되시길 바라며..^^*
저도 책 읽어주는 아빠가 되야겠어요~^^* 이히히히~

좋은 날 되셔요..

에샬롯 2009-07-1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좋은 책 소개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어떤 이웃--a 저번에도 그렇게 말씀을 하셨었는데...어떤 이웃..^^제가요. 그렇게 특징이 없어요.^^ 생긴 것도 특징없게 생겼어요. 예. 좋은 부모 되고 싶어요.^^
 
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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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감기 몸살로 몹시 아프던 어느 날 아침으로 기억한다. 세계문학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와 처음 만났었다. 볼리비아의 소금사막을 달리며 구수한 경남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를 만나고부터 내 일상은 조금씩 변해간 듯하다. 게다가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절묘했던 햇귀님의 선물『나는 사진이다』와 많은 귀띔은 나로 하여금 김홍희를 더욱 깊이 흠모하게 만들었다.  


김홍희의『방랑』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을 때만 하더라도 그를 그저 사진 좀 찍는 사람, 생각보다 재미난 사람, 조금은 촐싹거림이 몸에 밴 유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나는 사진이다』라는 제목을 보고 ‘참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참 그답다’는 생각은 조금씩 변해갔다. 이게 김홍희구나! 싶었고, 김홍희는 사진답구나!(?) 싶었다.

만약 당신이 프로라면 아마추어처럼 사진을 즐겨라. 만약 당신이 아마추어라면 프로보다 훨씬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연구하고 시간을 할애하라. 그리고 즐겨라! 그럼 반드시 걸작을 찍게 될 것이다.(p21)  


“프로는 사진을 자랑하고, 아마추어는 카메라를 자랑한다.”는 말이 있다. 당신은 무엇을 자랑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신의 수중에 있는 카메라이다. 당신과 함께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거침없이 일을 해주고 즐거움을 주는 카메라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사진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p83)  


이 책은 사진을 처음 접하거나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담고 있다. 처음 발아하기 시작한 사진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싹이 주변에 이미 쑥쑥 자라나 멋들어지게 자리 잡은 모습에 결코 기죽지 않도록 배려한다. 내 고물 휴대전화에 장착된 카메라와 유행이 지난 동생의 디지털 카메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었던 건 바로 김홍희의 배려심 때문일지라. 또한 사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사진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길러내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생각들을 사진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능하게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사진을 읽을 줄만 알면 사진 공부는 끝이다. 읽을 줄만 알면 쓰는 것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 략···)

사진도 하나의 문장을 읽고 쓰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진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 좀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p113)  


가브리엘 보레의『사진의 이해』와 최민식의『사진이란 무엇인가』에서도 위와 같은 말이 나온다. 사진은 하나의 언어이며, 사진가는 그 언어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라고. 또 만약 아주 오래전부터 카메라가 있어왔다면, 시인은 펜 대신 카메라를 들었을 거라고. 어쩌면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사진공부 역시 우리네 마음공부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과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서 성숙해가듯 사진가가 일상을 재발견하고 기록한 것을 읽어내고 소통하면서 우리는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새로운 것을 깨닫는 게 아니라 그저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그런 마음의 눈을 키우는지도.  


사진의 진정한 목표는 생명의 공생에 있다. 생명의 공생은 생명 대 생명의 교감이다. 거기에 감동이 있는 것이다. 남을 감동시키기 위해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알게 됐다면, 우리가 느낀 감동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거짓 위에 서 있는 진실의 허상일 뿐이다. 그 사진을 보고 감동한 우리 모두가 패악을 함께 저지른 것이다.(p261)  


이 말 참 좋다. 참으로 와 닿는 말이고 김홍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내가『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의 저자 호시노 미치오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생명 대 생명의 교감! 관찰자가 아닌 동일한 시공간에서 서로의 호흡을 느끼는 짜릿하면서 경이로운 순간을 맛보는 것만큼 황홀한 게 있겠나 싶다. 생명 혹은 사물에 대한 소중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마음 때문에 그의 사진이 좋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꽃을 찍고는 다른 이들이 감상할 수 없도록 꺾어버리는 행위, 사진 구도에 방해가 된다고 주변의 가지나 풀들을 함부로 제거하는 행위, 한 인간의 고통과 죽음을 담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에게 독약을 먹여가면서까지 셔터를 누르려는 욕망, 그리고 그런 것을 아름답다고, 감동적이라고 말하는 우리들. ‘거짓 위에 서 있는 진실의 허상’을 경계하라고 김홍희는 말한다. 어쩌면 생명의 공생 없는 사진은 사진이 아닌지도 모른다. 또 그런 사진은 그 본질에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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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을 볼 때 가장 유심히 보는 부분은 얼굴보다는 표정이다.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만연한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특히나 맑은 눈을 대할 때면 알 수 없는 전율이 밀려드는 듯하다. 그 눈에 비친 많은 감정들 중에 조금은 슬픔의 빛이 서려 있는 눈, 그런 눈과 마주할 때면 ‘내 마음 나도 몰라요!’가 되기 일쑤이다.  


또 얼굴에 새겨진 주름을 보는 편이다. 주름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서 가장 자신다운 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무엇으로 가리고 치유(?)받기를 원하는 이들의 보일 듯 말 듯 한 주름은 내 관심 밖이다. 선명하게 패인 그 골을 따라 세월이, 그것도 아름답고 소중한 생이 흐르는 것만 같다. 그런 천연의 자국들을 만날 때면 한없이 흐뭇하고 반갑다. 더구나 삐뚤빼뚤 보기 좋게(?) 일그러지는 미소를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행복한 그 무엇이 느껴진다.  


앞 뒤표지에는 김홍희의 사진이 있다. 근사하면서도 오묘한 매력을 풍긴다. 물기가 촉촉하게 밴 눈, 그 눈 주위와 얼굴에 새겨진 자잘한 주름들, 입주위로 선명하게 새겨진 소위 팔자주름, 대충 빗은 것 같은 이마가 드러나는 머리모양이 인상적인 사진가 김홍희. 자연스러운 모습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데,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김홍희가 딱 그런 좋은 느낌이다.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얼굴이며 몸에 흐르는 사람은 언제나 사람을 기분 좋게, 흐뭇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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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이번 책읽기를 통해 알게 된 김홍희의 또 다른 매력은 그가 참 글도 잘 쓴다는 것이다. 그저 말만 재미나게 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사진만 좀 찍을 줄 아는 사람이 아니구나, 늘 촐싹맞기 그지없는 사람만은 아니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래서 김홍희는 참 그다우면서 사진답구나, 생각해본다.  


때론 읽어나가기 아까운 책을 만나곤 한다. 뭔가 막연하게 슬픈 것 같기도 한 그 기분은 느껴보지 않고는 더더욱 알 수 없는 것임을 안다. 깊지 않은 내 책읽기 동안에, 몇 안 되는 그런 느낌은 아주 인상적이면서도 말로는 죄다 표현할 길 없게끔 남아 있다. 그런 아까운 기분이 드는 책을 오랜만에 만나 더없이 기쁘다.  


‡‡‡‡‡‡‡‡‡‡‡‡‡‡‡‡‡‡‡‡‡‡‡‡‡‡‡‡‡‡¨¨주워 담기¨¨‡‡‡‡‡‡‡‡‡‡‡‡‡‡‡‡‡‡‡‡‡‡‡‡‡‡‡‡‡‡


하나의 주제를 정해 촬영해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떻게’와 ‘무엇’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진의 왕도이다.(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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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잃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숲을 동경하는 마음을 잃는 것은 더욱 두려운 일이다.(p209; [사진 - 2003. 부산 성지곡 수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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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디카도 좋고 필카도 좋다고 강조한다. 기록과 발견과 표현을 위해 사용하는 매개체는 그것이 사진이든 그림이든 글이든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처럼, 같은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라면 어떤 것이라도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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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진을 그저 빠른 시간에 기록하는 매체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중요한 역할이 얼마든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발견을 위한 기록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익숙한 것에 대한 자기 확인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런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도 역시 새로운 생각이나 표현, 또는 익숙한 것에 대한 반성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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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진이 동료들과 비평가들의 인정뿐만 아니라 소장자들의 손에서 귀하게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삶의 원점을 묻는 대중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결국 당신의 사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의 죽음과 함께 모두 불태워질 것이다.(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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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이해 동문선 현대신서 171
가브리엘 보레 지음 / 동문선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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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무엇이 계기가 되어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것은 그저 느낌이 좋아 집은 어떤 포토에세이 한 권 덕분에 사진에 대한 관심이 노골적으로 깊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 후로 몇 안 되지만 사진집을 찾아보는 재미에 빠졌고, 사진작가를 중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 듯하다. 또 이웃님들이 추천하는 ‘손맛’도 한 몫을 단단히 했으리라.  


그렇게 다분히 사진집을 탐하다가 나도 모르게 디지털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 책좀읽자님과 나눈 대화와 햇귀님이 선물해주신 김홍희의『나는 사진이다』의 영향이 컸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가 최민식의『사진이란 무엇인가』를 읽던 중, 정말이지 ‘불현듯’ 읽던 책을 덮고 자문해봤다. ‘사진이 뭐지?’ 여태껏 내게 사진(기)이란 아주 일상적인 한 부분으로 자연스러운 것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사진집을 좀 본 터라 본디 예술의 한 장르로 당연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가브리엘 보레의『사진의 이해』는 그렇게 ‘불현듯’ 떠오른 물음으로 인해 읽게 된 책이다.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더 들자면, 사진가 김홍희와 최민식이 말하고 있는 사진의 본질은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음에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할 수 있다. 좀 과장하자면 내 나름대로 이 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던 것 같다. 결국 이 두 사진가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차이가 사진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을 증폭시킨 게 아닌가 싶다.  


『사진의 이해』는 사진의 역사를 비교적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진기의 발명에서부터 예술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사진이 자리매김하고 보편·대중화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또 발전을 거듭해가는 그 과정의 핵심에 섰던 사진가들과 그들이 갖는 개성(스타일)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 한 기분을 책의 초반부에서 경험했다. 나는 여태 사진을 보고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왜 단 한 번도 과학의 산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사진의 역사는 사진기의 발명, 즉 과학적 발견 혹은 발명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다분히 앞서 말한 두 사진가의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진철학 혹은 작가정신이나 사진의 예술적 본질에 대한 것에만 몰두한 나머지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이면서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사진은 그저 사진가들에 의해 독자적으로 응용되고 발전되어 지금의 예술형태로 자리매김한 줄 알았다. 사진은 회화(그림)의 근간과 아주 밀접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서로 비교·발전되었으며, 고고학, 역사, 인류, 지리, 의료, 복지, 과학, 사회 등등의 많은 분야들의 발전에 공헌했다. 또 그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형태와 기법(스타일 혹은 개성)이 생겨나고, 기기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지금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런 사실들을 뒤늦게 접하면서 내 호기심은 조금씩 깊어진 듯하다.

결과적으로 내가 처했던 ‘딜레마’는 어렴풋하나마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진가로서 사진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연구에 의해 가까워진다는 것. 단, 저마다의 스타일로써 그 본질을 추구해나간다는 그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것.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김홍희의 경우 여행이나 우리네 삶 속을 방랑하면서 사진의 본질 추구한다면, 최민식의 경우 철저한 작가정신과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사진의 사회적 가치와 그 역할을 촉구한다는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사진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아보면서 여러 사진가들이 말하는 사진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그 맥은 하나인 듯하다. 단지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조금 다를 뿐이고 그로 인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의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다. 사진의 다양한 기능들 중 자신의 철학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자와 세상과 자신을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뭘 몰랐던 것이다. 그저 사진보는 게 좋아서 이 책 저 책 보는 와중에 같은 사진가로서 왜 다른 소리를 할까, 라는 어리석은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이 책을 본 후 ‘불현듯’ 덮었던 최민식의『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보다 이해하기 수월해진 듯해서 좋다. 여러 사진가들의 이름이나 작품의 특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번역이 참 거시기하다는 것. 내가 좀 모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번역이 많이 어색해서 읽는데 어렵기까지 했다. 이 점이 참 아쉽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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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근대 도시디자이너와 사진가에 대해서 그냥(?) 생각해봤다. 근대 도시디자인이 철저한 질서화를 추구했다면, 근대 사진가들은 그 질서화 속에서 ‘자유’라는 무질서를 포착하기 위해 애쓴 게 아닌가 싶다. 구획되고 규격화된 합리적(?)인 도시질서 속에 무수히 많은 인간의 욕망과 저항과 자유, 그들의 얼굴에 비친 시대를 바라보는 정서를 포착(르포르타주)하고 기록했던 것이 사진의 역사와 발전은 물론 지금까지도 사진이 큰 의미를 갖는데 기인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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