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계속 가라
조셉 M.마셜 지음, 유향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북로그를 시작한지 2년 정도가 지나고 있다. 북로그 세상을 개구쟁이처럼 뛰어다니면서 절실하게 느끼고 깨달은 게 있다면, 이웃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내 삶의 스승이구나! 하는 것일지라. 매일같이 개구쟁이마냥 버릇없이 굴어도 자상하게 너그럽게 어르고 받아주신다. 마치 세상을 다 아는 양 오만한 낙서를 휘갈겨놓아도 ‘그건 아니다!’가 아닌 ‘그건 좀 다른 것 같다’고 나 스스로 잘못 인지한 점을 깨닫도록 이끌어주신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면서도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염려해주신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시고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신다. 정말이지 북로그를 하면서 나는 이웃님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동시에 내 속에 가득 찬 삐뚤어진 생각을 비우게 되는 듯하다.  


북로그 세상의 많은 스승님들 중 개인적으로 ‘적재적소’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 드는 분이 있다. 햇귀님! 햇귀님 앞에서 나는 ‘꼼짝 마라!’다. 내가 부려놓은 생각들, 내가 휘갈겨놓은 낙서들 틈을 파고들어와 지금 내 마음 상태까지 꼬집는 햇귀님 앞에서는 정말이지 ‘꼼짝 마라!’다. 나도 인간이기에 때론 에둘러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고약한 것은 그렇게 애매모호하게 에둘러 놓고는 내 심정을 알아달라고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바라고 바란다는 것. 햇귀님은 단칼(!)에 ‘네 속마음을 내가 알지, 요놈아!’하신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정말 북로그 초창기 때는 햇귀님이 무서웠던 게 사실이다(?).  


*

“ ······ 다시 한 번 일어서서 폭풍에 맞서는 행위가
어리석어 보이거나 심지어 자기 파괴적인 거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게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의 마음 어느 구석엔가는 번뜩이는 도전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단다.
그것이야말로, 그 도전 정신을 일깨움으로써
폭풍이 우리에게 강해지는 법을 가르치는 방식이 아닐까 싶구나.

얼마나 많이 불어 닥치건 간에 폭풍에 맞서 대항하다 보면,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굳이 폭풍만큼 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된단다.
그냥 서 있을 정도로만 강하면 되느니라. 

겁에 질린 채 떨면서 서 있든, 주먹을 휘두르면서 서 있든지 간에
우리가 서 있는 한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 아니겠느냐.”
..  


∥..본문 中..∥  


『그래도 계속 가라』는 마인드맵을 견실히 가꿀 수 있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자기계발서라는 꼬리를 달고 있는 책을 지독시리도(?) 안 보는 편이다. 사실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고 부끄러움 때문이기도 하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 적어도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게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를 확인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걸 고백해야 하는 부끄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리뷰가 늘 엉망인 이유가 이와 다르지 않다(아! 지금도 삼천포로 빠져버리지 않았는가!).

마인드맵을 가꿀 수 있게 해준다고 느낀 이유는 삶에 대한 성찰이 주를 이루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실천적 내용도 그런 과제도 던져주지 않는다. 그저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를 하염없이 들은 기분이다. 삶이야말로 인간의 최종 목표이고 목적이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삶은 삶일 뿐이고 그냥 ‘있는 것’이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렇게 ‘있은’ 삶을 어떤 마음으로 인식하고 살았는지 이야기해 줄 뿐이다. 삶은 그냥 그렇게 늘 ‘있는 것’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마음의 길을 잘 다듬으며 그저 ‘살아가는 것’에 충실하고자 ‘마음먹음’으로 인해 길은 자연히 열리고 선명해지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운명도 숙명도 모두 그 속에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항상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해. 그것이 아무리 하찮고, 더디고, 고통스럽다고 할지라도, 또 우리가 지닌 것이라고는 그 마지막 한 걸음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여행과 우리 자신에게 그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 빚을 지고 있단다. 마지막으로 한 걸음 더 내디딘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하려무나.(p120~p121)

내 걸음걸음이 너무나도 무겁고 힘겨웠을 적에, 북로그 대문에 ‘체’아저씨의 고뇌에 찬 사진을 내걸고서 엉뚱한 낙서만 매일 같이 해댈 적에, 햇귀님은 단 한 문장으로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걸 기억한다. ‘Hasta la victoria siempre!’ 이 한 문장에 정곡을 찔렸던 것이다. 마치 발가벗겨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한 건 전혀 부끄럽지도 더 이상 걸음이 무겁지도 않았음을 기억한다. 위의 인용한 구절은 햇귀님이 내게 하는 말 같기도 했으며, ‘체’아저씨가 ‘Hasta la victoria siempre!’를 외치며 시작한 멋진 연설문 같기도 했다. ‘단지’ 한 걸음이 아니라 ‘오직’ 한 걸음이라는 걸 가슴에 새기게 된 구절이다.  


**

앞에서 햇귀님과 어울리는 말이 ‘적재적소’라 했던가. 이 책을 선물 받았을 당시, 나는 마치 오줌이 마려워 안절부절 못하는 그런 심정이었음을 기억한다. 그냥 가라! 어디든 가서 시원하게 오줌보를 비워라! 참아야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꼭 이런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이 책을 보았지만 그 당시에는 책 제목만 만날 쳐다보면서도 위안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런 틈을 파고들어와 어떤 메모도 없이 날아든 이 책. 제목처럼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계속 가라고, 지금은, 아직은, 물론 언제나 그렇게 계속 가야만하는 게 삶이라고. 햇귀님은 그렇게 차분한 인상과 참 어울리는 미소만 지긋하게 짓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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