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태어났어요 과학 그림동화 6
조애너 콜 지음, 이보라 옮김, 제롬 웩슬러 사진 / 비룡소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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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나의 사직동』이 꽂혀있던 서가부근에서『강아지가 태어났어요』를 만났다. 이 책은 웹서핑 중 어느 독자의 리뷰 덕분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책이다.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 앉아 보고, 읽었다. 지나던 학생들과 같은 책상에서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던 학생이 슬몃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싱글벙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꼬맹이들이 볼법한 책을 탐하고 있었으니 ‘이건 또 뭐임?’ 했겠다 싶다.

앞이며 뒤며 표지가 참으로 귀엽다. 웬만큼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표지에 혹! 할 만큼, 괜스레 온몸이 오그라드는 그런 기분이랄까. 더구나 강아지를 비롯해 동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아주 작고 귀여운 녀석이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고 있다. 뒤뚱뒤뚱 거리며 표지에서 걸어 나올 것만 같았다고 한다면 ‘뻥치시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지? 아마 이 책을 접하는 분들은 내 마음을 이해할 것만 같다. ‘우리 함께 뻥치실까요?’라고 당당하게(?) 권유할 것을 믿는다.(후훗..)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강아지의 탄생에 대해 적고 있다. 엄마개의 뱃속에서 나와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순간부터 눈과 귀가 열릴 때까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나(?)랑 재미나게 놀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보여준다. 사진 덕분에 더욱 자세히 고 귀여운 녀석의 성장과정을 생생하게 함께 할 수 있다. 사진이 표지를 제외하고는 흑백이라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참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한 번도 강아지의 탄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적이 없다. 그냥 쑥~(?) 나와서 어미젖을 빨고 있는 새끼강아지를 본 게 전부다. 엄마개로부터 분리(?)되어 나올 때 아주 얇은 막에 싸인 채 웅크리고 있는 사진은 참으로 경이로운 장면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그 얇은 막과 탯줄을 엄마개가 제거해주고 연신 핥아주면 더듬더듬 거리며 어미의 젖꼭지를 찾아드는 녀석의 본능과 마주할 때 역시 생명의 숭고함이랄까,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문득 사진작가 김홍희 씨가『방랑』에서 ‘엄마는 거짓말쟁이!’라고 외치던 구절이 생각났다. 엄마는 나 어릴 적에, 엄마개가 임신하고 새끼를 낳을 때쯤 되면 엄마개와 나를 격리(?)시키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람 손 타면 지 새끼 물어 죽인다. 그러니 보지 마라.’ 혹은 ‘지 새끼 태어나는 거 사람들이 구경하면 새끼를 먹어버린다.’ 등의 전설(?)을 각인시켜주었다. 뭐 다 틀린 말이고 거짓말은 아니었겠지만, 문득 이 책에서 새끼강아지의 탄생 전 과정을 다루고 있는 걸보면서 나도 김홍희 씨처럼 속으로 중얼거렸다. ‘엄마는 거짓부렁쟁이!’(후훗..)

녀석이 어미젖을 떼고 접시에 담긴 우유를 핥는다. 어색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잘 먹지 않는다. 서툴러서 그런지 먹는 것보다 얼굴에 칠하는 게 더 많은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던지. 내게도 모든 게 서툴던 때가 있었지, 하고 나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제대로 걷지 못해 좋은 말로 아장아장했겠지만 분명 뒤뚱거렸을 내 어린 날, 그 선명하지도 어렴풋하지도 않은 시간이 왠지 그립게 와 닿았다. 어느새 어른이 되었나싶다.

우유하니까 생각난다. 어릴 적, 안집에서 키우던 검둥이가 낳은 새끼에게 내 우유를 주던 기억. 그때 우리 집은 병에 담긴 우유를 받아먹었는데, 내게 허락된 양을 홀짝홀짝 검둥이 새끼에게 주다주다 나는 한모금도 못 마셨던 기억. 그땐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그냥 녀석이 먹는 것만 봐도 좋았던 것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고 행복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쭈그려 앉아 우유를 주다가 엄마한테 빗자루 세례를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엉뚱한 이야기지만, 이 책에는 아빠개(?)가 안 나온다. 아빠개도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어린애 같은 감상에 젖어본다. 태어나고 8주 정도 지난 새끼강아지 토토(이 책에 주인공 강아지 이름)는 줄에 묶여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집을 떠난다. 엄마 품을 떠나 옆집 꼬마의 친구가 되어. 괜스레 씁쓸하게 눈에 거슬리는 토토의 목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어른이라서, 쓸데없이 가련하다는 연민을 갖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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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량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미리보기 기능을 제공하고 있더군요.
혹시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상품정보에서
미리보기로 먼저 접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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