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템플턴의 가치 투자 전략 - 금세기 최고의 바겐 헌터가 전하는 불패의 역발상 투자 법칙
로렌 템플턴 외 지음, 김기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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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템플턴의 가치 투자 전략》은 이벤트에 응모해서 당첨된 책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응모를 할 때 책제목을 잘못 봤다. ‘가치’를 ‘시간’으로 잘못 본 게 그 첫 번째 실수(?)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서 응모했다는 게 내 그릇된 책 욕심이 부른 두 번째 실수이다. 실수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세 번째 실수는 마음씨 좋은 이벤트 담당자께서 덜컥 나를 당첨자 명단에 넣은 것이라 하겠다. 아무튼 숙제(?)를 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았으므로 키보드를 두들겨본다.

이 책은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투자냐, 주식투자에 관한 존 템플턴의 ‘원칙’ 내지는 그가 구사한 ‘전략’에 대해 여러 경험과 성공적이었던 사례, 통계수치를 들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비법전수라고 책 뒤표지에 적어 놓긴 했지만 비법을 전수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존 템플턴의 투자에 임하는 자세와 노력, 그로 인해 배양(?)된 철학이 잘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말하건대, 주식으로 대박나기를 원하는 사람들 중에 그저 기술적인 부분만을 필요로 하는 사람, 단기간에 가시적인 수익을 올리길 갈구하는 사람, 어떻게 하든 수익만 올리면 된다는 사람들은 굳이 이 책을 탐독할 필요는 없다. 즉, 어떤 종목에 투자할 것이며 언제 사고 언제 팔 것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판단기준이 모호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노력하려는 의지가 아예 없거나 그런 것에 전혀 가치를 둘 생각이 없는 사람은 차라리 이 책보다는 손쉽게 물을 떠먹여주는 ‘쪽집게 실용주식서(?)’를 한 권 더 보는 게 낫겠다는 말이다. 물론 그런 실용적인 주식서가 존재한다면, 그렇게 믿는 당신이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느냐? 그건 아니거든. 내가 뭐 경제 관련 학과를 전공으로 이수하긴 했지만, 전혀 아는 게 없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말하는 것은 적어도 이거 하나는 알겠다는 티끌 같은 감(?) 때문이랄까. 이 책은 존 템플턴의 성장과정을 시작으로 그가 어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감’을 갈고 닦았는지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스스로 많은 시간을 들이고 그만큼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로 체득한 것들을 정리하고 발전시킨 투자원칙에 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기술적인 부분들은 부차적인 것이고, 그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 바로 크게 봤을 때는 삶에 있어서의 줏대 있는 ‘인생관’이고 작게는 삶의 일부로써 투자에 임하는 올바른 ‘가치관’이다. 양적인 부분과 더불어 삶에 있어서 질적인 부분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자신만의 철학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 어떤 것도 건져 올릴만한 게 없다는 뜻이랄까.

그러면, 이 책은 아주 훌륭한가?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그럼 별론가?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직 수익에 급급한 사람 중에서 현재 자신이 추구하는 광신도적인 양적추구에 목을 매다는 사람에게는 별로인, 그저 그런 책이 될 확률은 높다고 본다. 반대로 존 템플턴이라는 매력적인(?) 한 투자가의 성공적인 삶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어떤 노력을 했기에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지, 어떤 자세로 투자에 임했는지에 대한 철학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괜찮은 ‘자기계발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가 추구한 인생론이 궁금하다면 썩 괜찮은 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수 때문에 내 손에 들어온 이 책, 정작 내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책인가? 이벤트 담당자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솔직히 책 안 읽고 간단하게 리뷰를 쓰고자 했던 마음도 없지 않았다. 선입견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내가 투자(주식)에 관해 무지한 사람이고, 결정적으로 메리트를 느낄만한 주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생각보다 얻은 게 많은 책이었다. 투자가로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그가 한 노력들은 실로 대단했다. 국가, 경제, 사회, 정치, 기업에 대한 분석 및 공부뿐만 아니라 역사와 그의 숱한 경험을 통해 걸러낸 단순하지만 힘 있는 자신만의 원칙을 이끌어낸 현명함, 검소와 절약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삶의 자세, 삶을 늘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대한 자신감과 유연성 등등은 내게 다소나마 의미 있는 것들이었다.

반면, 그가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시장’에 관한 언급 중에 몇몇 의문스러웠던 점이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자유경제를 가장 이상적인 시장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완전히 동조하는 건 아니지만 특별한 이의는 없다. 하지만 가장 단순한 것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즉, ‘보이지 않는 손’이 이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에서 수익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에 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거나 아예 무시한 듯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쟁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게 무슨 잘못이래?’ 이렇게 말할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상적인 시장의 형태라면 양쪽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이런 내 의문이 순진하다 못해 바보스럽기까지 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설명부족’이라면 부족일 수 있는 아쉬운 점이었다.

또 한 가지는 ‘강제적인 손’에 관한 그의 견해이다. 앞으로의 국제사회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라고 하지 않았던가? 국가차원의 적절한(?) 시장 간섭이나 규제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국가로서 국민에 대한 의무 중 하나 아닌가? 이런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손 치더라도 자유방임의 논리로 인해 행여 한 국가의 경제 및 사회가 흔들리거나 무너질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것까지 감안하면서, 배려하면서 투자하고 수익을 올리겠다는 양심적인 투자자가 전체 ‘발 없는 유랑자본’ 중 얼마나 될까?

끝으로, 비슷한 맥락이지만 ‘바겐 헌터(저가 물품 매수자)’ 혹은 ‘바겐 헌팅’이 갖는 의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컨대, 내가 농사꾼인데 도무지 농사를 지어서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나뿐 아니라 농업자체에 위기가 닥친 상황이다. 농사고 뭐고 땅을 팔고 싶은데 반값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욕심인가? 무조건 제일 싼 값에 그 땅을 사들이겠다고 덤벼드는 이들이 앞서 말한 ‘바겐 헌터’이다. 존 템플턴이 말하기를, 주식에 있어서는 최고 80%까지 인하된 가격에서 매수하면 좋다고 한다. 가치 투자의 핵심은 기업이 지닌 가치에 비해 평가 절하된 시장가격에 주목하여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땅에 ‘바겐 헌팅’을 적용한다면, 끔찍하지 않은가? 나(농사꾼)의 삶은 그럼 어떻게 되나? 아주 헐값에 사들인 땅으로 큰 수익을 올리면 장땡(?)인가?

                                                                   *
엉뚱한 소리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부끄럽네요. 아무튼 제가 뭘 알아서 이런저런 말을 했겠습니까. 죄다 그릇된 의문이라면 무지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기획의도를 잘못 해석해서 낳은 어리석은 물음일 수 있으니 너그러이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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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n 2009-07-1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미있는 시각으로 글을 쓰셨네요^^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생과 사 피와 살이 튀는 주식시장에서 템플턴 같은 사람은 좀처럼 나오기 힘든 거지요...

ragpickEr 2009-07-15 16:30   좋아요 0 | URL
아..^^*;; 이렇게 부끄러운 글을 읽어주시고..
면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주식분야에 관심이 많으신가봅니다..살짝 둘러봤더니..

사실 저는 아는 게 워낙 없어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리뷰를 적은 것 뿐이랍니다..^^*;; 재미나다는 표현이 어떤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저는 무지해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좋은 나날이시길 바라며..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