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의 약속 - 5.18 광주항쟁과 특종의 순간들, 이창성 사진집
이창성 지음 / 눈빛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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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미치오의 사진을 시작으로『장날』,『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을 인상 깊게 보면서 사진집에 대한 관심이 한층 깊어졌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28년 만의 약속』은 일단 제목에서 뭔가 사연이 있음이 느껴져 관심이 증폭(?)됐다. 5·18에 관한 사진집이라기에 기대가 너무 컸었는지도 모른다. 부제 ‘5.18 광주항쟁과 특종의 순간들’을 포착(?)하고는 뭔가 불안한(?)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특종과 낙종사이에서’라는 목차를 보면서 내 불안(?)은 깊어졌다. 반면, 취재일지를 통해서 그날의 과정을 좀 더 체계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던 건 꽤나 괜찮은 수확이었다.

전체적으로 내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사진집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강의시간에 여러 영상자료를 통해본 암울하고 보다 사실적인 장면들을 내심 기대했던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장면들, 사진들만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저자 서문 ‘광주항쟁과 나의 사진기자 30년’이라는 제목을 찬찬히 뜯어봤다면, 도중에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서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의 사진기자 30년’을 회고하고 때론 ‘특종’을 통한 기념의 순간, ‘낙종’을 통한 아쉬움의 순간이 ‘광주항쟁’보다 더 짙게 배어있기도 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고 혼자만의 기대감 때문에 ‘항쟁에 관한 보고’는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감흥이 줄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5·18에 관한 사진들은 여태 본 것과는 조금 다르기도 했다. 도입부 스무 장 남짓 사진은 컬러사진이다. 5·18을 늘 흑백사진으로 접해온 나로서는 컬러사진이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굉장히 다채롭고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는 점은 사진이 담고 있는 장면들의 중요도(?)와는 무관하게 좋은 느낌이었다. 또 비통함에 눈물을 흘리는 사진, 발악하는 사진 등의 일색이 아니었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전운이 감도는 순간을 담고 비장함까지 서려있는 모습들을 주로 담아냈다. 5·18전체를, 그 피의 현장이 타깃이 아니라 그해 오월, 그곳에 살았던, 오로지 오월을 견디고 살아내려 했던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을 담으려고 노력한 듯하다. 달리 보면, 아주 객관성을 유지하려 애쓴 것 같기도 하다.

아무렇게나 나부러져 있는 시신들, 도청 진압작전 직후 상황, 계엄군의 발포로 시민군이 아닌 일반 시민의 죽음, 시신운구 과정에 투입된 청소차량(일명, ‘쓰레기차’) 등의 사진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진 속 많은 ‘사람’들의 표정은 씁쓸하고 건조한, 어떤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한 듯 한 그 표정들이 더더욱 나를 아프게 했다. 그네들의 마음을 죄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늘도 한두 시간이 고작이지만 조용히 그 ‘오월’을 잊지 않으려 애쓴 나를 위로해본다.

저자 서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매년 5월이면 나는 광주항쟁 기간에 마주쳤던 시민군들의 그 형형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내게 취재편의를 제공해준 시민군 지휘부는 계엄군 진압 때 거의 모두 사망했다. 살아남은 자로서 그들에 대한 채무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을 낸 의도가 무엇인지 잘 배어있다. 하지만 사진집을 덮고 이 구절을 곰곰이 되새겨보며, 차라리 제목(‘28년 만의 약속)을 부제(‘5.18 광주항쟁과 특종의 순간들’)로 정했다면 좀 더 솔직한 책(?)이 되어 좋았을 걸, 생각했다. 그랬다면, 내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 독자가 이 책의 리뷰에 “책 제목을 ‘28년 만의 약속’보다 차라리 ‘28년 동안 지키지 못한 약속’이라 했던 것이 나을 뻔 했다.”고 말한 게 생각난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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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의 약속』찾느라 여러 사람이 고생(?)을 했다. 도서관에서 혼자 30여 분 동안 책을 찾았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총 두 권 중 한 권은 다른 캠퍼스에, 나머지 한 권은 분명 이곳에 있다고 나오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혼자 끙끙대다가 결국은 근로학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참을 찾더니, ‘이 책 여기 없네요. 잠시만요.’ 어디론가 가더니 담당자를 포함해 세 명이 두 팔 걷어 부치고 와서 뒤적뒤적한 결과 근 한 시간 만에 찾았다. 무튼 엉뚱한 곳에 책이 꽂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책을 찾느라 고생한 그네들이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던 게 생각난다. ‘다들 시험공부 하느라 열심히 공부하는데 이건(?) 뭐임?’하는 눈빛이랄까. 전공서적도 아닌, 전혀 연관성조차 찾을 수 없는 책 네 권(『말과 사람』,『다신전茶神傳(사진으로 읽는)』,『탐욕의 시대』, 그리고 어렵게(?) 찾은『28년 만의 약속』)을 든 나를 의심스레 쳐다보더라. 책상에 삐딱한 자세로 앉아 책을 뒤적이는 내내 뒤통수가 따갑더라니.(ㅡ,.ㅡ*;) 앞으론 열심히(?) 혼자 힘으로 책을 찾으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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