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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연결 - 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이종관 외 지음, 백상경제연구원 엮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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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스토리텔링이 인기다. 분야를 가리지않고 모든 것에 이야기를 입혀 상품화시키고 있다. 이유가 뭘까?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스토리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걸까?
지금까지의 시대는 개성보다 획일화를 통한 통제의 용이함과 개인보다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희생과 단합을 강조해오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내게는 특별했던 경험이 사실은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인 경험이었기에 이제는 진짜 나만의 스토리가 필요해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물건을 갖게 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게 되더라도 거기에 깃든 사연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기를 바라는 인간의 작은 욕심이 스토리텔링이라는 한 흐름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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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옥 - 노비가 된 성삼문의 딸
전군표 지음 / 난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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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의 짝으로 수양은 친구 송현수의 딸을 점찍었다.
힘없는 왕의 자리, 더구나 언제 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왕의 자리라면 왕비라는 이름도 허울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외척으로 권력자의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언제 멸문지화를 당할지도 모를 풍전등화의 신세였다.

다른 한편 수양은 성삼문의 딸 효옥을 며느리로 눈여겨 보고 있었다. 한명회가 자기 딸을 수양의 며느리로 만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효옥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 뻔했다.
피로 잡은 권력은 유지할 때도 피가 필요한 법. 대의와 사사로운 욕심의 경계는 어느 편에 서서 합리화를 하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수양에게는 역모, 선왕에게는 충을 보인 많은 목숨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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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황홀경과 광기를 동반한 드라큘라의 키스
브램 스토커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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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펴냄)

매년 여름이면 더위를 잊게 해 줄 공포물이 인기다. 나라마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괴담과 전설, 죽은 존재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중에서도 <드라큘라>는 이제 별 거부감이나 이질감 없이 영화와 소설, 드라마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소재다. 오히려 너무 많은 외전과 외전의 외전 그리고 원작의 재해석과 새로운 스토리로 원작을 알기 어려웠다. 원작의 내용을 알고 읽을 때는 복선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지만 결말을 모르고 읽는 소설은 (특히나 스릴러나 공포 소설인 경우) 긴장을 내려 놓을 수 없는 조마조마함의 묘미가 있다. 원작을 읽어본 적이 없었던 드라큘라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궁금증과 주인공들에 대한 응원이 가득했다.

미나의 이름은 동명의 영화에서 드라큘라가 동반자로 삼고 싶어히는 여인으로 본적이 있다. 브램 스토커의 원작에서도 미나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고 하지만 동반자의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미나의 친구 루시에 대한 부분이 의외로 많아 소설의 중반부를 훌쩍 넘긴다. 루시와 정신병원의 렌필드를 통해 드라큘라의 능력과 한계를 보여주고, 반 헬싱 박사와 루시를 사랑했던 세 남자 존 수어드와 아서와 모리스 그리고 조나단과 미나 부부를 한 팀으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전개를 보인다. 부끄럽지만 원작에서도 반 헬싱이 등장한다는 것은 몰랐다.

죽지 않는 존재가 된 루시의 영혼을 평화롭게 잠재우기 위해 육신을 다시 한 번 죽여야 하는 잔인하고도 고통스러운 의식은 약혼자인 아서가 맡았다. 사랑하는 이의 손에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거나 영원한 안식을 얻는다는 설정은 뻔하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요즘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지 않는가? "당신 손에 죽는다면 행복하겠어요"라고.

드라큘라를 없애기 위해 모인 다섯 남자를 지지하고 큰 도움을 주던 미나 마저 드라큘라에게 물리자 이들의 결속력은 더욱 커지고 복수심과 정의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단해진다. 이런 와중에 보이는 미나의 모습이 당차다. 보통 고전에서 보이는 여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사랑밖에 난 몰라'가 주류임에 반해 드라큘라의 미나는 여성의 섬세함으로 다섯 남자가 생각하지 못하는 디테일을 챙기며 드라큘라의 추적에 일조한다. 더구나 본인이 드라큘라에게 물려 의식이 제어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비탄에 빠져 절망감에 젖어 있는 대신 끝까지 싸우려는 의지가 인간이 가진 희망이 아닌가 싶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공포물임에도 고전은 고전이다. 죽음과 피가 주 소재이면서도 피비린내의 잔인함보다는 점잖게 공포 분위기를 유도한다. 드라큘라의 잔인함보다 미나의 강인함과 남자들의 우정과 사랑, 정의감이 돋보였다. 드라큘라를 쫒는 마지막 추격에서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미나를 데리고 드라큘라의 본거지인 성으로 가는 반 헬싱의 선택은 가장 큰 어른이 보여주는 희생이지 않았을까. 세상은 모르는 어둠의 전쟁을 치루며 결국 모리스의 죽음이라는 아픔은 남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하커 부부의 아이를 통해 계속되는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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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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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펴냄)

"20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미학자, 그리고 세계적 인기를 누린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설명이다.

수도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장미의 이름>, 프리메이슨의 기원인 성전 기사단의 비밀을 둘러싼 <푸코의 진자>와 비교해 본다면 같은 작가가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가 무거운 주제로 시종일관 무겁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 반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익살과 유머로 독자를 이끈다.

4개의 큰 단원 "실용 처세법,성조기, 카코페디아 발췌 항목, 내 고향 알렉산드리아"로 나누어 수록된 각기 다른 소주제들은 제목만 보아도 그 엉뚱함에 웃음이 난다.

초반부에서는 비교적 가볍게 시작한다. 발상의 전환이라고나 할까? (불편을 인지하지도 못한채)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불편함에 대해 어쩜 저렇게 "맞아 맞아"하고 동의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지, 움베르토 에코의 예리한 관찰력과 다면적인 생각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일상을 남다른 시각으로 보는 능력이 그를 지금의 움베르토 에코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과학의 발전으로 신기하고 편리한 상품들의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꼭 필요하겠다 내지는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움베르토 에코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아차, 내가 속았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예를 들면 조깅 중 심장에 무리가 오면 경보음이 울리는 심장 박동기. 에코는 말한다. 뛰다가 숨차면 그냥 멈추라고! 명쾌하다.

페이지를 넘기며 뒤로 갈수록 일상에서 조금씩 무거운 주제로 옮겨간다. 행정절차, 교수형의 찬반, 섹스, 전자기기의 무분별한 사용, 정치, 작가의 사생활 등 평소 움베르토 에코가 가져온 생각들과 만나며 위트있게 꼬집고 비튼다. 그러나 이런 비틈이 불편하지 않고, 그가 저속하다거나 얄밉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의 상술에 놀아나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진짜 바쁘고 능력있는 사람은 끊임없이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늘 회의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거나 대신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라니. 신기술의 혜택이 "누구에게나" 제공되기 시작하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대목도 납득이 간다. 자동차가 보편화된 지금 우리는 그 자동차로 빨리 가는 대신 체증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같지만 정작 움베르토 에코는 화내지 않는 거 같다. 발상의 전환을 하라고,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자극하는 것 같다. 책을 시작하는 것은 작가이지만 완성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 만큼 다양한 완성작이 나오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유머가 가득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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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수도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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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수도원

제인 오스틴 (지음) | 최인자 (옮김) | 시공사 (펴냄)

제인 오스틴 사후 200주년을 기념한 국내 최초의 전집. 초판이 나오고 몇 년이 지났지만 이 분홍빛의 금장 꽃그림 시리즈는 여전히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베스트셀러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라면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오만과 편견'만을 여러번 읽었을 뿐이다.

로맨스 소설의 고전은 현대판 멜로와 얼만큼 다를까? 시대가 변해오며 여성의 지위와 신분이 달라져 온 만큼 사랑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왔다. 선택의 권리는 없고 오직 거절의 권리만 가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남성보다 더 적극적인 구애도 흠이 되지 않는 시대다.

감성 풍부한 십대 때 읽었었다면 분명 열일곱 살 캐서린의 우정과 사랑에만 집중해서 읽었을 테지만 인생 중반을 살아가는 지금 <노생거 수도원>을 읽으니 캐서린의 주변 인물들에게도 눈이 간다.

여자들은 작은 마을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던 시대. 캐서린은 요양 차 바스로 떠나는 앨런 부부를 따라 풀러튼을 떠난다. 바스에서 새로 사귄 친구 이사벨라와 단짝처럼 붙어다니지만 초반부터 그녀의 행동거지가 이상하다. 남자들의 눈을 과도하게 의식한다고나 할까? 눈에 띄는 외모로 인기가 많은 이사벨라지만 겉과 속이 늘 같을 수는 없다는 진리를 일깨우는 캐릭터다. 캐서린이 틸니 양과 가까워지자 자신과 먼저 친해지지 않았냐며 캐서린을 비난하고 데이트에 들러리로 동행하기를 강요하는 등 자기밖에 모르는 행동을 보인다. 이사벨라의 오빠 존 소프도 고구마 백만 개의 캐릭터이기는 마찬가지다.(누가 남매아니랄까봐,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가?)

소설을 대하는 태도에서 부터 존 소프와 헨리 틸니의 차이가 보인다. 소설 따위는 읽지 않는다며 오로지 말과 마차로 과시욕 뿐인 존 소프는 상대의 얘기를 자기가 듣고 싶은대로만 듣는 신기한 재주도 가졌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기는 남매가 똑닮은 모습이다.

신분 상승과 부를 거머쥘 기회로 결혼을 생각하는 이사벨라는 제임스에서 프레더릭 틸니 대위로의 환승에 실패하고 다시 제임스에게 돌아가려는 뻔뻔함을 보였다. 요샛말로 '취집'이라고 하던데. 제임스의 입장에서는 예쁜 얼굴만 보고 빠진 사랑에 비싼 수업료를 낸 셈이지만 오히려 결혼까지 가지 않았음을 훗날 가슴 쓸어내리며 다행이라 여기지 않을까.

캐서린은 틸니 가족과 돈독해지며 노생거 수도원으로 초대되어 간다. 호의를 보이며 친절하게 대해주던 틸니 장군은 돌변하며 그녀를 쫒아내다시피 돌려보낸다. 그 이유의 시작과 끝에 존 소프가 있긴 했지만 한 집안의 최고 어른으로서 캐서린의 사람됨 보다는 집안의 재산에 따라 그녀를 평가하고 대한 것은 존 소프와 별차이 없는 속물로 보일 뿐이다. 캐서린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도(사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청혼하는 헨리 틸니가 사실은 가난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시 친절해진 틸니 장군의 아들이라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가부장적인 틸니 장군, 캐서린 가족의 따뜻하고 포용적인 분위기, 규율없이 선 넘는 관용의 소프 부인의 양육 등이 그 자녀들의 성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앨런 부부를 따라나선 바스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이 캐서린의 식견과 관계에 대한 시야를 넓혀 주었을 것이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듯 관계도 장소도 때로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넓히는게 좋지 않을까? 혹시 알아? 캐서린처럼 그 곳에서 운명의 반쪽을 만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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