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장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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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우정의 조건은 서로 상대를 잘 아는 거라고, 그는 나의 삶과 마음을 펼쳐놓은 책처럼 훤히 알고 있지만, 그의 삶은 내게 꼭 닫혀 자물쇠가 채워진 책과 같다고 말했다.

내 속은 다 들여다보면서 제 속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 꽁꽁 감추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숨기고 싶은 개인적인 사연이 있나 싶어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캐묻지는 않지만 일방적으로 나의 일상과 삶,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관계가 유쾌하고 기분 좋을리는 없다.
이런 점에 대해서 <녹색의 장원> 화자는 아벨 씨를 향해 서운함을 내보인다. 아벨은 저녁 식사에 화자를 초대해 그 닫혀 있던 자물쇠를 열어 보여주기로 마음먹는다.
애초에 무엇이 그의 마음을 자물쇠로 닫아버리게 만들었던 것일까? 비밀은 언제나 흥미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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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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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2의 5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네요. 곧 50이 되는 나이에도 이렇게 설레일 수 있다는게 참 좋군요. <그녀와 그> 두 사람이 들려주는 사랑은 어떤 스토리일지, 표지의 그림처럼 설렘을 주는 사랑이길 바래봅니다.
서두에 오고 간 편지의 두 주인공, 테레즈와 로랑이 바로 "그녀"와 "그" 일까요?
편지로 이야기하는 사랑이라니 소녀 시절 읽었던 "젊은 베르베르의 슬픔"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들처럼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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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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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펴냄)

결혼 직후 신혼초는 부부간의 힘겨루기가 흔하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혹은 기선제압에 밀리지 않기 위해 별것도 아닌 일상 다반사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며 없는 문제도 애써 만들며 필요없는 갈등을 빚기도 한다.

결혼의 서약은 사랑과 화합이 그 기본이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책임과 의무를 소유와 지배로 해석해 받아들이고 철저히 주관적인 기준과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옭아매기도 한다. 주관적 기준이면 차라리 다행이려나. 자녀들의 최대 공공의 적은 엄친아, 엄친딸 이라던데 남편과 아내들의 비교 대상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옆집 남편, 아랫집 아내인 경우도 있다.

약육강식의 법칙은 늘 있어왔다. 강자를 규정하는 그 기준은 늘 변화해왔지만 강자가 군림한다는 규칙은 언제 어디서든 있어왔다. 육체적인 힘이, 혹은 사회적인 신분이 그리고 이제는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크기가 그 힘의 크기와 강도에 더 큰 힘을 싣는다. 부부 사이에서도 강자와 약자로 나뉘는 현실은 억울함과 인내를 가져야 하는 사람이 늘 정해져있다는 것을 보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감미로운 매력과는 다르게 프랑수아즈 사강이 그려내는 사랑은 아름다움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진다. 하기야 끝까지 변치않고 아름답기만 한 사랑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황금의 고삐>에서 뱅상과 그의 아내 로랑스가 보여주는 사랑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과는 다른 모습이다. 남편의 성공을 반기지 않는 아내, 아내에게 용돈을 타쓰며 자신의 성공을 감춰야만 하는 남편. 주위 사람들에게 변변치 않은 기둥서방의 이미지로 낙인찍힌 뱅상이 하는 일탈은 아내의 지인들과 바람을 피우는 일이다. 로랑스는 뱅상의 성공을 반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가 마땅히 누려야할 지적 능력 마저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마치 날 수 있는 새의 날개를 꺾어 새장 안에 가두고 먹이를 주며 새의 소유권과 생명의 은인임을 자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뱅상의 금전적인 성공은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온도차를 보인다. 갑작스레 부자가 된 이들에게 사돈의 팔촌까지 친한척을 해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로랑스는 자신의 소유물인 남편이 더이상 그녀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도, 쥐고 있던 고삐의 끈을 놓치게 되리라는 불안감도 용납할 수가 없었던가 보다. 돈으로 힘을 가졌던 그녀가 더이상 돈으로 힘을 과시할 수 없자 했던 선택. 뱅상으로 하여금 죄책감이라도 갖게 하려고 했던 것이었을까? 고삐의 수단이 돈에서 죄책감으로 바뀌었을뿐 포기하거나 반성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뱅상을 대상으로 한 가스라이팅도 주저없었던 로랑스. 곱씹어 볼수록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없지싶다.

내 목을 죄고 있는 고삐가 황금으로 만들어졌을지라도 고삐는 고삐일 뿐, 고삐의 주인은 매달린 자가 아니라 그 고삐 끝을 쥐고 있는 자다. 황금 고삐를 다이아몬드로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본들 고삐 끝에 매인 자의 현실이 주인으로 뒤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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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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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어릴적엔 잠들기 전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복권 1등을 꿈꾸고, 외계인과의 조우나 동물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된다면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해하곤 했었다. 어른이 되고나서는 상상력이 없어진 것인지 상상을 할 시간이 없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엉뚱하고 재미있는 상상이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어른이 되고나서도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잃지 않는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이런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을까?

흙보다 단단한 아스팔트나 보도블럭이 땅을 뒤덮고 있는 곳이 많아져 주의깊게 보지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개미를 매우 관심있게 관찰하게 만들었던 책 <개미>를 읽은지도 25년이 더 지났다. 그리고 이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길냥이와 대화하고 싶게 만드는 고양이 시리즈의 완결편 <행성>을 읽고 있다.

언젠가 개와 고양이가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설명하는 짧은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자신에게 먹이를 주고, 산책을 시켜주고, 씻겨주는 등 돌봐주는 사람의 존재를 마치 '신'인양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로 우러러 보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사람을 자신의 시중을 드는 존재로만 여긴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이 시중을 드는 자신의 존재가 더 대단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제3의 눈을 달고있는 바스테트가 스스로를 여신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과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설명이다.

좀비를 피해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이동한 생존자들이 막상 도착하고 나니 떠나왔던 곳보다 더 많은 좀비떼를 맞닥뜨린 영화처럼, 쥐떼들의 공격을 피해 뉴욕으로 건너간 바스테트와 그 일행들이 마주하게 된 것은 더 크고 더 많은 쥐들이었다. 옛날 서부 영화의 주인공 총잡이는 총알도 잘 피하고 헐리우드의 히어로들은 쉽게 공격을 잘도 피하더만 불행히도 바스테트 일행에게는 그런 행운이 주어지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마다 희생되는 동료들. 그 희생이 영웅심이든 어리석음이든 적과 맞서다 맞은 죽음은 언제나 숙연해진다.

바스테트 일행을 쫒아 미국까지 온 티무르. 교활하기까지 한 티무르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알 카포네에게 머리는 숙이는 복종도 망설이지 않았다. 포로로 잡아온 폴이 제3의 눈을 달고 사라져버린 위기 상황에서 승리의 여신은 과연 어느 편에 서 줄 것인가! 그런데 말야, 제3의 눈을 다는게 그렇게 쉬운 거였다면 적에게 달아줄게 아니라 같은 편에 달아주는게 더 낫지 않았겠어? 저쪽은 티무르와 폴 둘, 이쪽은 바스테트 하나. 수적 열세를 걱정할게 아니라, 응?

소설 속에서는 대통령의 꿈을 이룬 힐러리 클린턴의 등장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머가 돋보였다. 위기의 상황에서 단결하는 모습보다는 제각기 제 방식만 옳다하고 목소리를 드높이며 분열하는 인간들의 모습도 현실과 닮아있다. 2권에서는 마음과 힘을 모아 제대로 해결해 나갈 수 있겠지? 나탈리의 의심과 고민도 해결점을 찾을 수 있기를.

과연 지구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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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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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 이세진 (옮김) | 민음사 (펴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일한 승객들을 태운 동일한 비행기가 두 번 착륙했다고요?

-<아노말리> 본문 중에서

유전자 복제로 이루어지는 복제인간, 클론. 신이 허락하지 않은 인위적인 생명 창조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 모를 나와 똑같은 자아, 도플갱어. 마주치게 되면 한 쪽은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저주와도 같은 얘기는 '나와 똑같은 또 다른 나'를 결코 인정하지 못한다는 암시와도 같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본다. 미래에서 온 내가 현재의 나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경고와 조언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이젠 옛날 영화가 되어버린 '빽 투더 퓨처'에도 그런 설정의 스토리가 있었는데. 과거의 자신에게 가서 복권 1등의 번호를 모조리 알려주던 악당이. 한 번쯤 꿈꿔보지 않나? 미래로 가서 미리 복권 1등의 번호를 보고 오거나 미래에서 온 누군가가 그런 행운을 가져다 주기를. 하지만 어떻게 시간을 넘어왔는지 알 수 없고 왔던 시공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면 과거를 공유한 또 다른 나와는 과연 함께하는 삶이 가능할까?

<아노말리>는 2020년 콩쿠르상 수상작이다. 보통 이름있는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면 무겁고 어렵고 재미없고 지루한 스토리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아노말리>는 표지글에서 만나게 되는 책소개글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첫 장에서는 청부살인자를 등장시켜 미스터리로 흐르는가 싶더니 3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을 만나게 되는 이들이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은 SF스럽지만 여운은 철학 못지않다.

사랑하는 이를 가운데 두고 자신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게 되는 조애나, 또 다른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되고 부활처럼 그 뒤의 인생을 살아가는 빅토르, 또 하나의 자신과도 비밀을 공유할 수 없는 블레이크의 선택, 블레이크와는 반대로 서로의 인생을 함께 공유하고 누리기로 한 슬림보이, 자리를 바꿔 삶을 사는 앙드레, 균형을 맞춰 보려는 뤼시까지 3월들과 6월들의 선택은 모두 달랐다.

난기류를 뚫고 3개월의 시간을 건너 미래로 온 비행기의 탑승자들.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혼란스러운 사람들은 탑승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결국은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지만 비밀에 꽁꽁 쌓여 동일한 사건이 중국에서도 일어났음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것은 반전과 함께 공포로 다가왔다. 현실에서도 얼마나 많은 비밀이 이처럼 소리없이 묻혀버리고 있을까.

3개월 후 또다시 나타난 006편 항공기에 대통령이 내린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 나는 또다른 나, 분신을 마주하게 되면 어떤 선택들을 하게 될까?

모두가 재미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있구만. 이틀만에 거침없이 읽어내려간 <아노말리>.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여운이 남는다.

※선물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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