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아빛 초상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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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이사벨 아옌데 (지음) | 조영실 (옮김) | 민음사 (펴냄)

기억은 허구다. 우리는 부끄러운 부분은 잊어버리고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만 선택하여 인생이라는 융단에 수를 놓는다.

-세피아빛 초상 본문 430페이지

출생의 비밀을 안은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다.

뻔히 보이는 비밀을 당사자만 몰라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에 꽉 막힌 고구마를 안기기도 하지만 사이다같은 결말을 보여주리라는 희망을 비치기에 일희일비하는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결말까지 함께하게 된다. 막장 스토리라며 입방아를 찧어대지만 막장의 기본인 사랑과 배신,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에서 보다 고전문학에서 더 자주 등장하는 오래된 소재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세피아빛 초상>은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소설이다.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가 빛 좋은 게살구마냥 실속없었던 베스트셀러들과는 달리 별기대없이 시작한 <세피아빛 초상>은 작가 이사벨 아옌데에 대해 검색하고 싶어질 만큼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운명의 딸>과 <영혼의 집>과 더불어 아옌데 3부작이라 불리우는 <세피아빛 초상>. 검색해보니 아옌데 3부작에 대한 극찬이 쏟아진다. 출간 순서로는 맨 마지막이지만 줄거리의 시간상 흐름으로 본다면 두번째라고 한다. 작년에 코맥 매카시의 <국경을 넘어>를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국경 4부작처럼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을 읽고 난 뒤엔 나머지 두권 <운명의 딸>과 <영혼의 집>에 대한 흥미와 궁금증이 더해졌다.

<세피아빛 초상>에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한다.

여자와 가난한 사람은 아는 게 없어야 고분고분하다 생각되어지던 시대에 태어나고 자라 글을 배우지 못했던 파울리나는 사업적인 면은 타고났다고 할 정도로 앞을 내다보는 시야가 탁월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모하리만치의 용기와 강단을 보인 엘리사도 당대의 여성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타오 치엔과 엘리사의 딸 린 소머즈도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어머니 엘리사 만큼의 현명함은 없었다.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며 신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니베아는 앞선 세 여성보다는 한 발 나아간 모습이지만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은 가정이라는 한계를 가졌다.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이 사라진 아우로라 델 바예는 피네다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이전의 여성들과는 다른 진취적인 지식인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아우로라 주변에서 그녀의 인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나 선택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순간에는 남성들이 있었다. 부모없이 자라게 된 아우로라에게 자신의 성을 준 세베로,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이 모조리 사라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원인 모를 악몽이 계속되었던 이유의 중심 외할아버지 타오 치엔, 결혼이 아니어도 사랑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진정한 사랑 이반 라도빅과 사진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또 다른 나를 알게 해 준 스승 리베로 그리고 새할아버지 윌리엄스는 타오 치엔이 살아있었다면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을 현명한 판단과 심정적 지원을 해주었다.

잃어버린 기억과 헤어져야 했던 사람들을 다시 찾고 만난 아우로라는 변화하는 시대만큼 달라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왠지 아우로라는 그럴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사진과 글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감춰지고 왜곡된 진실을 물리친채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말이다. <세피아빛 초상> 한 권으로도 좋았지만 아옌데 3부작을 모두 읽으면 더 완전한 감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생의 비밀이 이토록 진부하지 않을 수 있다니, 박경리 <토지>의 칠레판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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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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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마침내 홀로 있게 되자 눈부신 평화가 찾아왔다. 아이들도 떠나고 없었다.

가사일과 육아로부터의 해방. 에드나의 평화가 이순간 진심 부럽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가면 겉으로는 서운한 척 해도 속으로는 기뻐하는 일이 비단 남편들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니 하루 종일 밥 해먹일 생각에 이 더운 날씨에 주방 가스불 앞에 서있는 시간이 길어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물론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보람되지만 더운 건 더운거고 힘든건 분명 힘드니까 말이다.
조용히 책 읽는 시간만이 혼자를 즐기는 시간이었는데 이마저 아이들 방학때는 줄어들고 만다. 생각해보면 나도 학창시절에는 방학을 목 빠지게 기다렸으니 그맘 모르지는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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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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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오진초바에게, 안나 세르게예브나에게 급사를 보내 주세요. 이 근방에 그런 지주가 있어요...

지주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던 바자로프가, 사랑  따위 낭만적인 감정이라며 비웃던 바자로프가 사랑한 지주 안나 세르게예브나. 결국 그 자신이 조롱하던 것들에 그 누구보다 깊숙히 발을 담궜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떠오른 것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마지막이 될 만남. 어떤 원칙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바자로프도 죽음만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은 무의미하다며 냉소하던 그에게 한걸음에 달려와준 오진초바. 스스로에게 좀 더 솔직한 두 사람이었다면 이토록 허무한 죽음은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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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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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사건의 책임자니까 남아서 집을 지키겠어요."
"이 집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합쳐도 당신 목숨이 더 귀중해요. 제발 같이 가요."

혁명으로 인한 힘겨루기 속에 많은 이들이 잡혀가고 많은 이들이 고문당하고 죽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진지하게 읽고 있다가 갑자기 윌리엄스의 행동이 이리도 멋지게 두드러지다니!
칠레로 건너올 때도 혼자 된 안주인인 파울리나를 지켜주기 위해 결혼을 감행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홀로 남는 것으로 파울리나와 그 가족을 지키려 한다. 이런게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이란 말인가. 윌리엄스가 집사로 살기 전의 삶은 비록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남자들보다 귀족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무사히 살아있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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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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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에드나는 (중략)우리랑 달라요. 불행히도 에드나는 실수로 당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도 몰라요."
"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십대 때부터 휴가지에 오는 기혼 여성들을 잘 따라다녔다는 로베르. 이번에는 그 대상이 에드나이다. 남편의 요구에 습관처럼 복종하고 따랐던 에드나가 간밤에 흘린 눈물도 예사롭지 않은데, 로베르의 접근은 그녀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게 될까?
십 수년전 대한민국을 애인 신드롬에 빠뜨렸던 드라마 <애인>이 오버랩된다. 가부장적인 남편과 가정밖에 모르는 아내의 외로움, 그리고 그 외로움을 파고드는 다정한 남자. 남편으로 인한 외로움을 다른 남자에게서 위로 받는다면 그 사랑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이들의 휴가가 끝나면 감정도 식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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