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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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펴냄)

한 해, 두 해, 십 년, 이십 년 그리고 똑같은 삶. 그리고 죽음. 산 위로 올라간다고 상상했지만, 사실은 완벽하게 일정한 속도로 내리막길을 간 거였다. 그랬다. 다들 내가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히 그만큼 삶은 내 밑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본문 80페이지

톨스토이의 작품에서는 유독 죽음이 자주 등장한다. 톨스토이는 두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홉 살에는 아버지를 잃었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일찍부터 경험했던 것이 그의 소설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죽음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부모의 부재로 후견을 맡았던 고모 마저도 그가 열네 살이 되는 해에 사망하고, 유년 시절부터 계속된 가까운 이들의 죽음은 성인이 되어서도 형들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의 소설 중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주인과 일꾼', '세 죽음' 이 세 편의 중단편은 "죽음을 맞는 자세"에 대해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다. 삶이 죽음으로 인해 더 빛나듯이 톨스토이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죽음 보다는 삶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말기에는 거의 종교인과 다름 없었다는 톨스토이다. 그가 이 세 편의 중단편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죽음을 맞는 자세이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을 맞는 자세를 통해 이들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 다가올 미래 중 가장 확실한 미래는 오직 죽음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불확실한 것들에 매달리고 버둥거리며 확실한 미래인 죽음은 부정하고 회피한다. 마치 그 죽음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타인의 일이기만 한 것처럼 말이다. 이반 일리치의 장례식에서 그를 알던 이들이 겉으로는 애도를 표하면서도 속으로는 저녁에 있을 카드놀이를 생각하고, 그의 사망으로 인한 인사 이동과 승진을 계산하고, 이반의 아내는 더 받을 수 있는 연금을 궁금해하는 것처럼.

조금 더 높은 사회적 위치, 조금 더 많은 소유에 대한 갈증과 욕망에서 소설 속 이반과 바실리 브레후노프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약자를 존중하는 이반 일리치의 속내는 약자를 존중함으로써 그들로 부터 받는 존경심으로 인한 우월감이었다. 이 거짓된 삶이 죽음에 다다르고 나서야 위선임을 깨닫는다. 아울러 자신을 둘러싼 모든 위선도. 오직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라고 말하는 게라심만이 삶과 죽음을 동일하게 바라보는 정직한 자세를 갖는다.

<주인과 일꾼>에서 이해타산적인 태도로 죽음의 위기에서 신과 협상을 벌이려던 바실리는 죽음의 본질을 깨닫고 변화된 자아로 죽음을 맞았다.

 

<세 죽음>에선 죽음을 맞는 세 가지 자세를 통해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죽음을 그린다.

병에 걸린 귀부인은 끝까지 병의 현실을 부정하고 푸념과 원망만을 늘어놓다가 어둡고 부정적인 고통스런 죽음을 맞는다. 마부 흐뵤도르는 죽음을 인정하고 초연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장화를 젊은 마부에게 선물하지만 묘비를 세워달라는 부탁을 하며 완전한 초연을 이루지는 못했다. 묘비 대신 나무 십자가를 세우기 위해 베어진 나무만이 타인을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죽음을 맞았다. 더구나 귀부인의 죽음 후 사당이 세워지고 흐뵤도르의 죽음 후 나무 십자가가 세워지는 것과는 달리 나무의 죽음은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고 죽음 자체로 주위와 조화를 이룬다.

죽음을 맞는 자세는 삶을 대하는 자세와 통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톨스토이가 전하는 죽음의 이야기로 지난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의 시간을 많은 이들이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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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위로 -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이강룡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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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서 삶의 위로를 구하는 요즘이지만 모든 건 조화가 필요하죠. 과학과 인문의 조화로 여전히 답답한 삶의 질문에 위로를 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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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순자 -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철학 수업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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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순자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펴냄)

불확실한 미래에 용기가 필요한 오십

새로운 꿈을 찾는 오십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은 오십

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때다.

- 오십에 읽는 순자, 표지글에서

오십의 나이를 한 해 남겨둔 지금 운명처럼 <오십에 읽는 순자>를 만났다. 공자의 "논어"를 비롯한 지혜로운 옛 성현의 철학이 담긴 책들을 모두 소장하고 있으나 읽겠다는 다짐 만큼이나 책장의 장식품이 되어버린지도 오래다. 하지만 <오십에 읽는 순자>를 읽고나니 잊혀졌던 결심은 새롭게 의지가 생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과연 순자의 철학은 얼마만큼의 깨달음을 줄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아주 없었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는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 인문학 강사인 저자 최종엽 님의 글을 통해 접하는 순자의 사상과 철학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현실감있게 들리니 말이다. 아마도 순자의 철학이 공자의 정신 철학 보다는 행동 철학에 집중되어 객관적이며 현실적인 이유도 클 것이다.

'순자'하면 사람은 본디 악하게 태어나지만 후천적인 배움과 예의로 선하게 교정된다는 '성악설'을 떠올리기 쉽다. <오십에 읽는 순자>는 그간 수박 겉핡기 식으로 외워왔던 이론의 명칭 아래 숨은 깊은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아 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수고 대신 장점을 키워 발전, 확대 시킨다는 대목은 많은 자기계발서에서도 다루는 이야기다. 단점 없는 사람 없고, 완벽한 사람 또한 없으니 단점에 집중하고 매몰되어버리기 보다는 장점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하는 나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저자는 글쓰기를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주장한다. 성공한 유명 인사들의 습관 중 일기 쓰기가 거의 공통적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중년에 하는 공부는 나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나를 위한 공부'여야 한다는 대목에선 울컥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고 하였던가! 당연한 진리들을 "알고 있다" 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삶을 과연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성공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실패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실패는 없다. 성공과 과정이 있을 뿐이다. 각자의 배움과 각자의 노력에 따라 과정의 깊이와 길이는 다르겠지만.

평균 수명은 늘고, 은퇴의 나이는 빨라지고 있다. 은퇴 이후의 삶을 불안해 하면서도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많다며 주저하고 도전 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십에 읽는 순자>를 읽고 나니 확실하게 알겠다. 배움에 있어 결코 늦은 나이란 없다는 것을!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하기엔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며, 지금이 가장 좋은 나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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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앰버슨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0
부스 타킹턴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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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앰버슨가

부스 타킹턴 (지음) |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내 말은 우리가 가진 것들과 우리 생각에 참으로 견고해 보이는 것들은 사실 연기와 같다는 얘기야. 그리고 시간이란 그 연기가 올라가 사라지는 하늘과 같은 거지.

- 위대한 앰버슨가, 본문 162페이지

우리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우물 안에서 나고 자란 개구리는 제가 속한 세상의 전부가 우물이라 믿고 우물 위로 보이는 동그란 하늘이 이 세상 하늘의 전부라 의심없이 믿는다. 아마도 조지의 우물은 앰버슨이라는 가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앰버슨 가문의 일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들먹거리는 이 젊은이의 오만은 그의 어머니 이저벨을 제외하고는 곱게 보아주는 이가 없다. 조지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그야말로 앰버슨의, 앰버슨에 의한, 앰버슨을 위한 것이다. 아무런 노력없이 주어진 행운의 금수저였던 그가 사는 방식은 '뭔가를 하는' 것보다는 '무언가로 사는' 쪽이었다.

루시와의 결혼을 꿈꾸며 사랑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아버지 유진 모건과는 잘 지내기는 커녕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저벨과 유진이 젊은날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이어가려 하자 이 둘을 갈라놓는 조지의 이유는 억지에 가깝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애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루시와 의붓 남매가 되는 것을 염려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앰버슨 가의 일원인 어머니가 사람들의 입방에 오르내리며 앰버슨 가와 그 안에 속한 자신이 뒷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치욕스러웠을 뿐이다. 그러나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가문의 자존심과 명예가 조지에게, 앰버슨가에 있기는 있었을까?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세상이 달라져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은 오만의 댓가는 컸다. 할아버지의 부를 누리며 직업 따위는 갖지 않겠다는 조지 앰버슨 미내퍼의 오만한 행복은 그의 바램만큼 길지 않았다. 성실한 노동을 깔보고 업신여기던 자신이 생계를 위해 위험한 직업을 가지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언젠가 무언가가 분명 그 녀석을 쓰러트릴 것이고, 그때 제발 그 꼴을 살아서 직접 보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사람들 조차도 그를 잊을 만큼 세상의 변화는 조지 앰버슨 미내퍼를 위대한 앰버슨가의 사람에서 에이커스 화학 회사 직원 G. A. 미내퍼로 만들었다.

조지 삼촌의 투자가 실패하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시드니 삼촌 내외가 알짜배기 재산을 분할해 가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가 엄마 이저벨에게 집문서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며 천사로 바라봐 주었던 엄마가 죽지 않았다면 그리고 두 다리가 골절되는 큰 사고를 겪지 않았다면 조지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을까?

앰버슨 소령에게서 시작된 앰버슨가의 부귀영화는 3대를 잇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모두가 앰버슨가를 칭송했듯이 이제는 유진 모건을 동경한다.

이들의 얘기가 멀리 동떨어진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가까이든, 멀리서든 한 두번씩은 접해본 누군가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망나니 금수저 재벌 3세와 오냐오냐로만 키운 모성애, 몰락했던 어느 재벌 총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위대한 앰버슨가의 몰락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죽음까지, 진정한 위대함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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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4 : 결정적 한순간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부스 타킹턴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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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4. 결정적 한순간 』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을 초역으로 만나는 기쁨과 이미 익숙한 유명 작품들도 재독하는기쁨을 누리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을 시즌 1부터 한 권도 빠짐없이 모으는 중이다.

특히나 "결정적 한순간" 이라는 주제로 돌아온 이번 시즌 4의 표지들은 어느 인친 님의 말씀처럼 하나의 미술 작품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결정적 한순간"이라는 주제는 살아오며 맞이했던 혹은 피할 수 없었던 내 인생의 결정적 한순간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한가지 주제로 매 시즌마다 5권씩 동시 출간되는 흄세는 기다림의 기쁨과 기대감을 준다. 벌써 시즌 5를기다리는 독자가 나 하나만은 아닐듯하다. "할머니라는 세계"라는 주제로 돌아올 흄세 시즌 5.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제외하곤 제목도 처음인 소설들이지만 흄세의 다음 시즌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대되는 마음 감출 수가 없다. 흄세 시즌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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