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에세이 3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 우리가 희망이 없다는 것은 희망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 너무 헛된 희망을 놓지 못해서이다.

우리가 놓지 못하고 사는 것은 헛된 희망 뿐일까?
남들과 다른 모습은 도태되고 낙오되는 것만 같아서 같은 모습이 되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없는 경쟁을 불러오기도 한다.
백명의 사람이 백개의 방향으로 뛰면 모두가 일등. 그러나 우리는 한 길만을 고집하며 양 쪽의 낭떠러지 길에서 서로를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먼저 도착했다고해서 영원한 승자도 아닌데 왜 우르르 몰려다니며 '빨리빨리'와 '먼저'에 목매며 살아가고 있을까? 뜬구름 잡는 헛된 희망에 길을 잃고 있지는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6. 날카로운 꽃받침에 감싸인 목화솜을 하나하나
골라 따내는 소녀들의 손에는 핏방울이 붉은데
그 손으로 따낸 목화솜은 눈이 부시게 희어서
면 옷을 입고 쓰는 나는 불현듯 심장을 찔린다.

이 대목을 읽다가 순간 부끄럽고 죄스런 마음이 든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은 누군가의 피와 땀, 혹은 그것을 넘어서는 고통과 슬픔이 배어있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어린 소녀들의 모습은 그리 멀지않은 과거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했다.
전국의 시골에서 상경한 어린 여공들. 방직 공장에서 가발 공장에서 그리고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숱한 생활 전선에서 배움의 기회를 포기하고 잠을 포기하며 자신의 꿈 대신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의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소녀들. 그녀들은 이제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지만 자신들의 꿈만은 아직 소녀 적 그때에 머무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노해 사진에세이 3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서두에서부터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길을 잃으면 멘붕에 빠져 허둥댄다. 도심 한복판에서 길을 잃어도 그럴진대 인생에서 길을 잃는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목적지에 이르는 길이 꼭 하나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으니.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그 길을 처음 걷는 자가 될 수도 있다. 맞아, 사람이 길의 것이 아니고 길이 걷는 자의 것이니! 그 길에서 보고 듣는 것이 무엇이 될진 알 수 없지만 조금 더디 가게 되면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5. 아침에 눈을 뜨면 햇살에 눈부신 세상이 있고
나에게 또 하루가 주어졌다는 게 얼마나 큰 경이인지.
햇살을 담은 차를 마시며 서로의 웃는 얼굴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얼마전까지만해도 '소확행'이라는 말이 들불 번지듯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일상의 제한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지금처럼 소확행의 소중함이 절실해 본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차 한잔을 마주하고 함께 일상의 희노애락을 나누던 친구들은 랜선, 전화로만 소식을 전하고, 몇년째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가족도 생겼다.
날마다 새로 주어진 하루의 일상을 함께 나누고픈 이들과 나눌 수가 없게 된 지금에야 그 축복의 크기를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짐을 진 발걸음은 무겁고 느리지만
이 삶의 무게에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기꺼이 그것을 감내할 힘이 생겨나느니.

사진 한 장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는 언어로 쓰인 시에 못지 않다. 삶이 스며든 사연은 더욱이 짐작하기 어렵다.
이런 나의 부족함을 마치 미리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사진 옆 페이지의 시라고 해도 좋을 글귀들은 아름답게 씌여져 이해를 돕는다. 생각이 아름다운 사람은 글도 아름답다.
같은 모습을 보고도 누군가는 짊어진 짐의 무게를 보고 누군가는 사랑의 크기를 본다. 먼 길을 걸어 물을 길어 오는 저 사람들의 돌아오는 길은 각자가 짊어진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솟아나는 힘의 크기도 다르리라.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행하는 것들은 희생이란 이름 보단 사랑이란 이름이 더 적절하지 않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