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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6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평점 :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 노인과 바다, 본문 112페이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리우는 <노인과 바다>. 그 유명세 때문인지 해적판과 표절작이 많아 번역 논란이 유난히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번역을 달리하며 매번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럼에도 삶은 계속 된다는 것. 그리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삶은 마음대로,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고 살아지지 않는다. 바다의 깊이에 따라 정확하게 미끼를 던지는 노인에게는 운이 따라 주지 않아 84일을 빈 배로 돌아와 놀림감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어부들의 마구잡이 낚시에는 풍성한 수확이라는 운이 따라주는 것이 그러하다. 바다 뿐이랴! 세상은 실력보다 운이 따르는 자에게 미소 지어줄때가 많다.
노인은 자신의 물건을 훔쳐 갈 마을 사람은 없다고 확신 하면서도 갈고리와 작살을 배에 남겨두면 괜히 쓸데없는 유혹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노인과 바다, 본문 16페이지
작은 행동 하나에도 참으로 선하게 살아온 노인의 인생이 전해진다. 그렇기에 거대한 뼈만 배에 달고 온 그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있고, 바다에 나간 노인의 묘연한 행방에 그를 찾아 나섰을 것이다. 노인을 대하는 소년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노인을 향한 소년의 관심과 사랑은 단순히 아이가 보이는 사랑이라기 보다 마치 신이 조건없는 사랑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바다에서 상어들과 고군분투하는 노인을 보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인생은 살아가야하고 살아낼 수밖에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 가족도 없이 지내는 노인이 망망대해에서 힘겨루던 큰 고기와 적이 되고 친구가 되기도 하는 모습에선 인간의 깊은 외로움도 보았다.
삶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실패자는 아니다. 의지와 확신을 가지고 맞선 노인이 그러하듯이. 물론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해서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싸움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은 패배했어도 패배자로 살지 않게 한다. 오히려 영웅적인 패배이다.
노인의 꿈에 나왔던 사자. 사자는 상대를 물리치는 치밀함과 자존심을 지녔다. 끝내 노인에게 잡히기는 했지만 노인과의 사투에서 3일이나 버틴 고기도, 큰 고기를 잡고도 뼈만 남겨 돌아온 노인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자와 같은 존재들이다.
고기 잡이에서 돌아온 노인은 다시 꿈을 꾼다. 사자 꿈을 꾼다. 삶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고난의 연속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의지와 확신을 가지고 세상에 맞서 살아가야한다고 헤밍웨이는 말한다.
미래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면, 암울한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면 <노인과 바다>를 읽어보시길!
희망을 품지 않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그뿐만 아니라 그건 죄악이기도 할 거야.
- 노인과 바다, 본문 11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