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책 : 문학 편 1 - 르몽드, 뉴욕타임스 선정, 세기를 대표하는 100권의 책
디오니소스 지음 / 디페랑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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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책

디오니소스 (지음) | 디페랑스 (펴냄)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필독서가 있다. 그 중 대다수 책들은 고전 세계문학이다.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등의 도서들에 비해 재독, 삼독 혹은 그 이상도 읽으며 누군가에는 인생책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헐리우드의 영화판에서 소재가 고갈되는 위기마다 고전 세계문학은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배우들로 재구성, 재해석되며 제작되기도 한다.

원작의 작가가 의도했던 대로 읽히지 못하고 오독되는 어려운 작품도 있고, 당대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작가 사후에 화려한 부활을 하는 작품도 있다. 굳이 고전 세계문학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고전 세계문학의 매력은 같은 책을 읽고서도 읽은 사람마다 느끼는 감동의 깊이와 크기가 다르고 심장을 후벼대는 것만 같은 찌릿함도 개인의 상황과 사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게도 그런 작품이 있다. 꽤 두꺼운 장편의 작품이었지만 읽는 내내 언어가 주는 아름다움에 심취해 감탄을 연발하며 완독후에도 6개월이나 지속되는 여운에 가슴이 저릿저릿하는 감동이 남았었다. 바로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다. 비록 이번 <세기의 책 문학편 01>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리즈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꼭 수록되기를 기대해 본다.

처음 <세기의 책 문학편 01>의 목차를 펴보았을 때 반가운 제목들과 작가들의 이름이 이 책에 대한 기대로 설레게 했다. 어떤 작품은 이미 읽었거나 읽으려고 계획 중이고, 어떤 책은 제목도 들어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 책은 많다. ㅎㅎㅎ) 책을 읽으며 다른 책을 알게 되는 기쁨,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이 또한 독서가 주는 즐거움이다.

각 작품마다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집필의 의도, 해당작품의 핵심, 주요 부분 발췌를 통해 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보통의 다른 작품해설집처럼 건조하고 딱딱하지가 않다. 결말에 대한 해석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그 다름을 나누는 것이 책을 읽은 후 토론을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세기의 책 문학편 01>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마치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해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기분이었다.

본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책이 또 다른 책에서 명작으로 거론되며 이런 해설과 친절한 가이드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읽혀진다면 기분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뿌듯하기까지 할 것 같다. <세기의 책 문학편 01>에서 다루었던 작품들 소장중임에도 아직 읽지 못한 책들부터 일단 읽어봐야겠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10권이니까 일단 유진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부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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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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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 김지선 (옮김) | 뜨인돌 (펴냄)

사람들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지금은 여행, 게임, 운동, 창작활동(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등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독서와 영화감상이 대다수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리서치, 설문조사라고 불리지만 앙케이트라고 하던 그 시절부터 내게도 취미는 쭉 독서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자중독처럼 그저 읽어대기만 하던 독서는 나이를 먹을 수록 취향도 생기고, 깊이 있게 읽고 싶다는 욕심까지 더해지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아이들 책 얘기든, 성인들 책 얘기든 책 얘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인다고 주변 지인들이 말해주곤 한다.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해 얘기만 해도 그저 행복해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헤르만 헤세가 일기처럼 대화처럼 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은 이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가 제목부터 눈에 쏙 들어와버렸는지 모르겠다.

헤세는 역시 헤세였다. 그가 남긴 세계문학들과 비교해보아도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에서 표현된 문장들의 은유와 아름다움은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화가의 언어는 색채, 음악가의 언어는 선율이라 표현하며 글을 쓰는 이들의 도구인 '언어'가 주는 한계점을 말한다. 창작자로서 느꼈을 헤세의 고민이 보인다. '알려진 작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공인된 필력'이라며 엉터리 장사라고 일갈하는 대목에선 오늘날 일부 작가들과 출판업자들도 반성해야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어느 작가의 작품들 중 몇 가지를 골라 '전집'을 내는 것을 비판하고도 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읽는 만큼 소장의 기쁨도 누리고 싶다. 특별판 혹은 한정판으로 나오는 대문호들의 전집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잇템이다.

세계문학, 고전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번역은 애증의 관계와도 같다. 몇년 전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읽으며 '번역문학도 이토록 아름다운데 원서로 느끼는 문학의 아름다움은 얼마나 더 클까?'하고 크게 아쉬워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비슷한 고민을 헤세도 했었나 보다. 훌륭한 고전들이 번역 중에 원서와 달라져버려 작가의 의도마저도 변질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과연 어떻게 표현할 것이란 말인가!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를.

책을 좋아하는 소위 책쟁이들이 공감하며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한 페이지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제법 길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데도 글이 주는 공감과 깊이에 음미하고 곱씹게 되니 매페이지마다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하고픈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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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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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상)

헨리 제임스 (지음) |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거액의 복권에 당첨이 되거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이른바 졸부들에게 기존의 연락도 뜸하던 지인들이 갑자기 친분을 과시한다거나 새로운 인물들이 친한척 접근하고 마치 큰 도움이라도 줄 것처럼 다가오는 일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속아 패가망신하고 차라리 보통의 삶을 살았던 예전보다 못한 삶이 되었다는 뼈저린 후회를 티비나 인터넷에서 접해보는 일 또한 어렵지 않다.

이런 이유로 아직 상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모부에게서 7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이사벨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은 단순한 기우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쁘고 착하고 지적인 소양도 부족함이 없는 이사벨이지만 그녀를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어른들이 곧잘 쓰시곤 하던 "헛똑똑이"였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도 해당될지 모르겠으나 자유를 원하는 그녀가 캐스퍼 굿우드와 워버턴 경의 청혼을 물리치면서 (말도 안되게) 길버트 오즈먼드에게는 마음이 기운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세상물정 모르는 이 젊은 아가씨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람 보는 눈마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 것이다. 애초에 영국으로 건너오게 된 이유는 이모 터치트 부인의 권유에 이끌렸기 때문이었는데, 이 터치트 부인도 당대의 평범한 여성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녀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모부 터치트 씨를 이사벨이 더 가깝게 느낀 것도 이해가 된다. 터치트 부인은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오듯 조카를 데려와 놓고는 그다지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들 랠프마저도 엄마인 터치트 부인보다는 아버지 터치트 씨와 더 안정되고 친밀한 심리적, 정신적 유대감을 갖고 있다.

이사벨이 원하는 자유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던 사촌 오빠 랠프는 아버지의 유산을 이사벨과 나누지만 그런 호의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독이 든 성배가 되고 만다.

그녀가 가진 것 없는 고아였을 때 청혼을 해왔던 캐스퍼 굿우드나 워버턴 경의 의도는 오직 이사벨 자체만을 본 순수함이라고 볼 수 있지만 거액의 유산을 받은 상속녀가 된 뒤에 나타난 오즈먼드에게 이사벨은 한 번쯤 의구심을 가져보아야 했었지 않을까. 멀 부인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녀가하는 말을 무조건 여과없이 믿고 따르는 이사벨에게 영리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모두가 당연히 그럴 리 없다고 간과하던 일은 누구 하나 단 한번의 경고도 없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선택을 하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던 이사벨은 어쩌면 애 딸린 홀아비에 직업과 수입마저 변변치 않은 오즈먼드를 자신이 '구원'이라도 할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

이사벨. 너 정말 오즈먼드랑 결혼 할거니?

하... 이거 하권 읽으며 고구마 먹듯 가슴 좀 두드리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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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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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문

앙드레 지드 (지음) |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좁은 문> 본문 28페이지

사람들이 꿈꾸고 그리는 사랑은 저마다 다르다.

비슷해 보이지만 쌍둥이마저도 다르다는 지문처럼 각자가 바라는 사랑도 그러하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표현하고 받고 싶은 사랑에 큰 온도차를 보이거나 방향이 전혀 다르면 성격차이 등의 이유로 이별을 택하는 연인이나 부부들도 있다.

플라토닉 러브, 에로스적인 사랑, 신을 향한 사랑, 부모 자식간의 사랑 등 여러 사랑 중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하는 정답은 없으며 어느 사랑의 가치가 가장 높다고 할 수도 없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정립되기 전에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나 가까운 이들의 부도덕함을 알게 된 경험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신뢰 자체에 문제가 생겨 믿음이 기본이 되야하는 사랑이 힘겨워질 수도 있다. 마치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한 알리사가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사랑보다 정신적인 사랑에 집착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제롬을 향한 알리사의 사랑 그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동생 쥘리에트가 제롬을 짝사랑하는 것을 알게된 후 동생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접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제롬의 마음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쥘리에트는 반항하듯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떠난다. 정숙하고 조신한 알리사와 대조적으로 왈가닥인 쥘리에트이지만 쥘리에트는 결혼 후 안정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이런 동생을 보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 좋았으련만 제롬을 향한 알리사의 태도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제롬에게 보내오는 편지에는 그리움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지만 막상 눈 앞에 마주하게 되면 서먹하고 피하려다 못해 밀어내기까지 하는 모습이다. 아무도 둘 사이의 사랑을 반대하는 이 없건만 스스로를 신과 제롬사이의 장애물로, 제롬을 신과 자신사이의 장애물로 여기는 듯하다.

아내를 사랑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배신하고 젊은 장교와의 불륜과 도피를 했던 엄마를 지켜봐야했던 트라우마였을까. 알리사는 신의 품안에서 정숙한 정신적인 사랑을 완성하려한다. 하지만 생각과 마음이 늘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니 알리사는 혼자서 번민하고 괴로워하다 끝내는 외로운 죽음을 맞는다. 어머니의 타락한 사랑이 넓은 길이었다면 자신은 애써 어렵고 힘든 좁은문으로 향하려 했던 것일까.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이다.

<좁은문>은 사촌 누나를 사랑했던 앙드레 지드의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집필했다고 한다. 아마도 알리사가 그 누나 마들렌을 빗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알리사가 자기 삶의 목표로 삼았던 성경구절처럼 좁은문으로 향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길은 아님을 역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랑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알리사가 지키려했던 숭고함은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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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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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 권도희 (옮김) | 소담출판사 (펴냄)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더이상 정신의학의 논문 주제나 강력 범죄의 뉴스에서만 접하게 되는 단어는 아니다.

무차별, 무동기의 연쇄살인 범인에게나 적용될 것 같던 범죄자들의 특징은 그 특징들을 교묘히 감추고 우리의 이웃, 친구, 직장 동료로 평범함을 연기하며 우리와 함께 일상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심리학자의 티비강연에서 보았던 소시오패스의 특징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누군가의 이웃들의 얘기이기에 공포가 현실이 되는 오싹함마저 준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모든 일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들의 심리는 우리가 개인주의, 이기주의라 부르는 것과 그다지 먼 거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충"으로 불리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도를 넘는 이기적인 사례들은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셀 수 없이 많다. 인구의 4퍼센트가 소시오패스라고 하는 통계는 어쩌면 실제 수치보다 적게 책정된 것은 아닐까.

모두가 르네 베빌라쿠아의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맥스를 지목할 때에도 에릭은 맥스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맥스 자신조차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여준 에릭의 신뢰는 맥스 뿐만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 처했던 여러 인질들의 목숨까지 구했다. 비록 에릭의 사람에 대한 신뢰가 범인을 눈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맹점을 만들기도 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얹어진 "관계"자체에 무게를 둔다. 관계를 위해 신뢰를 쌓고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게 된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에게 사람은 관계가 아닌 도구일 뿐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여기기에 신뢰는 자기만을 향하게 만들고 이런 과정에서 가스라이팅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자신이 목적하는 용건이 없다면 인간관계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은 사람사이의 관계마저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데에서 현실공포로 다가온다.

너무 평범하게 이웃에 섞여있고, 너무 자연스럽게 평범함을 연기하고 있으며, 사회 어느 계층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점,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들이 공포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소설에만 존채하는 일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나는 중이기에 <15분마다>에서 에릭에게 일어나는 연이은 불행이 단순한 소설 속 설정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에 빠질일만은 아니다. 나머지 (96퍼센트에 해당되는) 동료들은 에릭에 대한 신뢰를 접지 않았고 아내 케이틀린과의 소송도 합의로 마무리 되었으며 에릭이 진심으로 걱정했던 맥스도 제 삶의 정상궤도로 오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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