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에게 주는 지침 - 세상을 따뜻하게 사는 한 가지 방법
이남석 지음 / 평사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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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에게 주는 지침> 이 책은 '알바가 알아야 할 11가지 진실'이라는 챕터로 시작을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나서서 일하지 말라', '시간 약속 지키지 마라', '짱 박힌 곳을 찾아라', '주인의 약점을 잡아라', '네 물건인 양 여겨라' 같은 지침들입니다. 책 앞부분을 읽으면서 '뭐야, 이 책! 알바하면서 농땡이 피우고 주인 속이라는 거야?' 이런 생각에 약간의 반감까지 느껴졌습니다. 알바에게 주는 지침이라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알바들한테 요령을 가르치는 책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풍자라면서 비꼬는 듯한 저자의 말투도 마음에 안 들었구요.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의도가 점점 잡혔습니다. 저자는 알바비 제때 주고 알바를 존중하는 착한 알바 주인에게는 절대 해코지를 말라고 합니다. 알바의 돈을 떼어먹고, 시간 외로 조금이라도 더 일을 시키려고 하고, 빵꾸가 난 돈을 알바에게 뜯어 메꾸려는 쥐 새끼 같은 나쁜 주인에게는 응징을 가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진상부리는 나쁜 손놈과 손년은 반드시 응징하고 착한 손님은 반드시 대접하라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협력의 진화> 책이 생각 났습니다. <협력의 진화> 책을 보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최고의 전략은 '먼저 협력하되, 상대방이 배신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응징한다' 입니다. 응징하지 않고 상대방의 배신에 가만히 있으면, 배신을 일삼는 인간들은 계속 더 배신을 하면서 희생자를 만들어 나가고 됩니다. 그렇지만 배신을 할 때 반드시 응징을 하면, 배신을 일삼던 이들도 어쩔 수 없이 협력을 하게 되고 사회가 점점 협력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됩니다. <알바에게 주는 지침>에서 저자가 말하는 지침은 결국 착한 알바 주인을 늘려 행복한 알바를 늘리고, 결국 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지침인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전단지 알바, 패스트푸드점 알바, 주유소 알바, 배달 알바, 편의점 알바, 아이스크림 가게 알바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알바에 대해서 그 진실을 밝힙니다. 각각의 알바에서 주인들이 어떤 방식을 알바들을 등쳐서 돈을 버는지, 거기에 대처하기 위한 알바들의 행동 지침을 알려줍니다. 알바를 하면서도 알바의 본질을 생각을 하면서 하라고 합니다. 착취적인 알바 시스템에서 생각없이 일하다보면 나이를 먹어도 계속 알바의 챗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각종 알바들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보여주는 걸 읽다보면 알바로 연명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청년층들이 한 없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알바는 나이 든 세대가 단순 반복 노동을 하는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착취 구조의 완결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청년기는 평생 먹고 살아가기 위해 직업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그처럼 소중한 청년기를 허비하며 학비를 벌기 위해서, 또는 생존이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알바를 해야한다.

문제는 그 알바의 대가가 터무니없이 낮아서 알바에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알바 본연의 속성인 본업과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다.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장년기가 되어도 알바를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어 있다.


<알바에게 주는 지침>, 257p


그럼 해결책은 없는가? 저자는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알바비를 높이는 겁니다. 학교를 휴학하고 6개월 동안 내내 알바를 해야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지금 현실을 벗어나려면, 학교를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알바를 해도 학비를 마련할 수 있게끔 알바비가 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번 째 방법은 사회적비용을 낮추는 것입니다. 알바비를 세 배 높일 수 없다면 청년기에 지출되는 비용을 낮추어주는 것입니다. 대학등록금, 교통비, 통신비 등을 알바로 충당할 수 있을 만큼 낮추는 것입니다. 알바 문제는 단순이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청년들이 알바에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희망없는 청년층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결국에는 우리 사회와 국가의 미래도 불행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알바 문제가 자본주의 사회의 최약자 층의 문제이면서,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이 사회가 가진 문제의 밑바닥, 핵심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바에 매인 청년층의 삶을 개선해 주지 않고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얘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다른 분들도 읽으면 물론 좋겠지만, 학교 선생님들이 우선적으로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고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알바의 본질을 알게했으면 합니다. 학교 교실에도 비치를 하고 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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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tility 2015-05-06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고싶었는데 정성어린 리뷰감사합니다^^
 
깊고 진한 커피 이야기 팸플릿 시리즈 (자음과모음) 2
장수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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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작은 책을 좋아한다. 크고 두꺼워서 들고다니면서는 읽기 힘든 책보다는 작은 크기에 가지고 다니기 적당한 두께의 아담한 책을 한 손에 들고 돌아다니면서 읽는걸 즐긴다. 그런 면에서 <깊고 진한 커피 이야기> 책은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일반적인 교양서적이 300페이지를 넘어서는데, 이 책은 101페이지이니 보통 책의 1/3 정도의 분량이다. 그만큼 두께도 얇고 가벼워서 한 손에 가볍게 잡히고, 출퇴근 시간에만 읽어도 하루에 다 읽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책의 분량이 다른 책보다 작으니 내용 면에서 부실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읽어보면 오히려 1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독자가 기억하기에 딱 좋은 분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짧게 얘기할 수 있는 주제를 300페이지 분량으로 길게 늘여 쓴 것이 책이라는 말도 있듯이 책의 분량이 많아도 그 안에 기억할만한 핵심 내용은 50p도 안 되는 책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쓸만한 부분이 어딘지 찾아야 하는 분량만 많은 책들보다는 꼭 전달하고 싶은 핵심적인 얘기만 담백하게 담은 책들이 더 진솔하게 느껴진다.


   <깊고 진한 커피 이야기>는 커피가 어떻게 해서 이슬람에서 유럽으로 넘어가고 유럽 문화까지 바꾸게 되었는지, 커피의 역사를 '들려 주는' 책이다. 강연의 내용을 옮긴 책이어서 그런지 눈 앞의 청중에게 편안한게 이야기 해주는 식의 문체여서 책을 읽는 느낌이 아니라 재미난 커피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무릇 무엇의 역사를 다룬 책들은 지루하기 십상인데, 이 책은 눈 앞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식으로 간결하면서도 재미나게 전달하고 있어 커피의 역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커피의 역사에 대해서 아느냐고 동석한 친구들한테 잘난 체좀 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커피의 역사 한 가지만을 심플하게 다뤄 독자가 한 가지는 꼭 알게끔 하는게 이 책의 미덕인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있는데 책이 작고 아담한만큼 가격도 좀 더 착해졌으면 하는 것과 재독의 가치가 별로 없어 한 번 보고 나면 끝이라는 점이다. 커피의 역사를 인포그라픽 형태로 만들어 삽입한다던지 나중에 참조할 수 있는 핸드북의 특성을 약간 부여하면 소장의 가치가 더 생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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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5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nuhorizon 2012-07-25 17:25   좋아요 0 | URL
저도 카페 찾아다니는 거 좋아하는데 '카페로드' 서비스 관심이 가네요. 제 리뷰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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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진리인양 떠들어대는 사람을 보면 일단 재수없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하나의 생각에 완전히 몰입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열의가 넘치는 모습을 ... 어떻게 보면 과도할 정도로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재수없다는 생각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또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그럴 때 그 사람은 내게 실제 나이와는 상관없이 젊은 청년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저자, 사사키 아타루에 대한 첫느낌이 딱 그러했다.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의 책일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 이 책을 집어들고 첫 번째 밤을 함께 새운 후,  내 느낌을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이 적었다. (이 책은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있는데 하룻밤이 하나의 챕터에 해당한다)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이다. 

책에 대한 믿음에 대한 책이다.

믿음? 아니다. 책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점령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책은 대중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인터넷에 정보가 넘치고 모바일 기기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시대에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책에 대한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짧은 글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 맞추기 위해 이제는 책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나마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취직이나 성공을 위해 정보를 얻는 목적으로 책을 보는 경우가 또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책이 무시당하고 있는 시대다.


저자 사사키 아타루는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혀 반대의 이야기를 꺼낸다.


역사를 바꿔 온 혁명의 본질은 책....다시 말해 텍스트이며,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희망도 책이라고...


저자는 인간의 역사를 발전시킨 혁명의 본질이 책 (텍스트) 라는 것을 역사상 중요한 혁명의 실례를 들어 이야기 한다.


라틴어로만 되어있던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마르틴 루터가 어떻게 혁명을 만들어 냈는지...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가 쓴 코란이라는 책이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정보와 데이타베이스가 중세해석자 혁명에 빚진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주제의 이야기지만 저자의 독특한 문제 덕분에 이야기에 빠져서 술술 읽혀지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여름 밤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와인 한 잔을 앞에 놓고 앉아 있는데,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친구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그 책들을 통해 자신이 얻은 통찰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열의가 넘치고 확신에 차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빠지는 것이다.


책의 뒷 표지에 인용되어 있고 책 속에서 저자가 두 번이나 반복해서 적은 글을

나도 따라 인용해 본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사사키 아타루가 하고 싶은 말의 정수가

이 짧은 글에 잘 표현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철학사상 견줄 것이 없는 걸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최종부인 제4부가 

몇 권이나 배포되엇는지 아십니가? 출판사의 버림을 받아 자비로 40부를 찍었고 7부만 

지인들에게 보냈습니다. 세계에서 단 7부입니다.


그렇다면 니체는 패배했을까요? 진 걸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런 건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는 스물여섯 살 때 병에 걸려 대학을 그만두었고, 책을 냈으나 바그너 일파로부터 중상을 받아 

전혀 팔리지 않고, 알려지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고, 보상받지도 못하고, 그리고 끝내 발광하여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유폐된 상태에서 죽었습니다. 

자신의 명성이 올라간 것도 알지 못한 채. 


그게 패배인 걸까요? 아무것도 되지 못한 걸까요? 

모든 게 쓸데 없는 것이었을까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니체 자신이 말한 '미래의 문헌학'이라는 것입니다.




작년부터 한 해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 기록하고 통계를 내보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사사키 아타루 앞에서 1년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면 한 대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고.... ^^


책은 읽을 수 없습니다. 읽을 수 있다면 미쳐버립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읽는다는 것입니다.


그에게 책이라는 것은 반복해서 읽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것이며,

읽어버리고 말면 미쳐버릴 수 밖에 없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끔 하는 것.

최후에는 고독한 싸움으로 이끄는 것이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 책 읽기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다른 책들과는 전혀 다른 형식이지만

어떤 다른 책보다 저에게는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해주네요.

책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합니다. 신선한 충격을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읽어버렸기 때문에 쓸 수 밖에 없는 그런 날을 고대하며...


쿤의 별점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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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소설 읽는 시간 - 세계 문학 주인공들과의 특별한 만남
정여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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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소설 읽는 시간>은 기획이 참신한 책이다. 어린 시절 읽어봤을 법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문학 소설들을 , <데미안> Vs. <호밀밭의 파수꾼> 과 같이 2권씩 묶어서 하나의 꼭지로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책들을 보면 <데미안>, <폭풍의 언덕>, <오만과 편견>, <춘희>, <동물농장> 등등이 있는데 읽었을 것 같은면서도 의외로 사람들이 잘 읽지 않은 책들이 많다. 오히려 영화로 접했을 법한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점이 <소설 읽는 시간> 이 책의 장점이 되는 동시에 약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두 권의 소설을 비교하는데, 그 두 권을 다 읽은 독자가 얼마나 될지, 그게 의심스럽다 (나만 그런가? ^^;) 그러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글에 오롯히 집중을 하고 이해를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머지 안 읽은 책을 찾아 읽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려먼 책에서 다룬 소설에 대해 읽게 만드는 호기심과 흡인력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작가가 과견 그랬는지는 사실 약간 의문이다. 글의 중간 중간에 원 소설의 지문을 인용하면서, 책에 대한 느낌, 기억을 얘기하는데 사실 잘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런 부분이 책을 소개하는 책의 어려운 면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건 나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나 이외에 이 책을 통해 명작 소설들에 다가가는 계기를 가지는 다른 독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고전 들에 대한 문턱을 낮춰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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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차이/골드포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골드포인트 - 숨어 있는 치명적 문제를 발견하는 힘
우치다 카즈나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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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책에 대해 편견이 꽤 있는 편이다. 그래서 첫 인상이 나쁜 책은 잘 읽지도 않는 편이지만, 읽고 나서도 좋은 편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런 케이스에 해당됐는데, 그 이유는 내가 올해 읽은 책 <위험한 경영학>에서 경영컨설팅의 허구와 사기성에 대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위험한 경영학>에서 컨설팅회사들의 사기를 이야기 하면서 대표적인 예로 삼은 것이 BCG매트릭스 였는데, 이 책의 저자가 Boston Consulting Group의 일본 대표라니 처음부터 책에 대해 반감이 든 것이었다. 물론, 책에 대해 첫인상이 나빴다가도 책을 읽고 그 느낌이 확 바뀌는 경험도 가끔 있지만, <골드포인트> 이책을 읽으면서는 불행스럽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책의 제목이면서 이 책의 주제인 '골드포인트'는 '풀어야 할 문제'를 말한다. 골드포인트 사고란 '자신이 풀어야 할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고, 골드포인트 중에서도 최상위의 개념을 '그레이트 골드포인트'라고 부른다. 문제 해결보다 중요한 것이 제대로 문제를 찾고 정의하는 것, 다시 말해 골드포인트를 찾는 것이라고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외친다. 그리고 골드포인트의 후보를 찾고, 범위를 좁히고, 확정짓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런데 읽다보면 여타의 문제해결 방법과 무슨 차이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이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이런 책을 안 읽어도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뻔히 다 알만한 내용들이다. 다만 이 책에서 내세울 만한 거란 건 '골드포인트'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어 거기에 이름을 붙혔다는 것 뿐! 

  MBA, 컨설팅 회사가 잘 하는 것이 뻔한 내용을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잘 포장해서 비싸게 팔아먹는 것이라더니, 이 책 역시 그랬다. '골드포인트'라는 책에 새로운 포인트는 없었다. 노 포인트!  책의 중반 이후 부터는 다 뻔한 이야기라 크게 와닫지가 않았고, 오히려 책의 서두에 나온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상사로부터 과제가 주어졌을 때, 즉 뭔가 명령을 받았을 때는 일단 의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다. '컨설팅 회사 사람이 썼다는 책은 일단 제목의 번지르함부터 의심하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골드포인트'라고 문제를 발견하는 획기적인 비법을 전수해주는 책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책들과 차별점이 크게 없을 뿐, 문제정의 과정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나와 있으니 문제해결 과정의 체크리스트로 활용하는 목적이라면 쓸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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