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녁이 되었는데도 달리기에 무리 없는 기온이라는 생각이 들어, 뛰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코를 훌쩍이고 간간이 재채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 좀 추웠을 때, 가볍게 뛰고 싶어 반바지를 입고 뛰었을 때도 괜찮았는데, 오늘은 우주의 기운을 받지 못했는지 몸이 좀 허했나보다.
어쨌든 약간은 포근한 기온 때문인지 오랜만에 뛰었는데도 몸은 가벼웠고, 달리기는 내가 생각한 목표에 조금 다가섰다.
나 말고 뛰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질 못했다. 산책 겸 걷는 사람들은 좀 있었는데...
2.
내가 달리기 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3km를 걸어간 후, 스트레칭을 하고 역으로 3km를 뛰어오는 것. 그런데 몸이 가뿐하다고 느껴지면, 다시 스트레칭을 하고 1km 내지 2km를 뛴다. 다른 하나는 1km를 걷고, 스트레칭을 하고 2km를 뛴 다음, 다시 그곳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역으로 3km를 뛰어오는 것.
(아직 내 실력으로는 일정한 페이스로 한 번에 3km이상 뛰기가 힘들다.)
오늘은 첫 번째 방식으로 달리기를 하였다. 3km를 걸어간 후, 스트레칭 하고 집에 가기 위해 다시 3km를 뛰어왔다(사실 나의 달리기는 오로지 집에 가고자하는 회귀의 본능이 담겨있다). 그리고 마무리 스트레칭.
3.
앞서 오늘 뛴 기록이 정한 목표에 조금 다가섰다고 언급했는데, 일단 최대 목표는 3km를 14분 안에 뛰는 것. 왜 14분이냐고 물으면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달리기에 대해 검색하다 누군가가 3km를 14분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나도 14분으로 정했다(처음에 달리기 시작했을 때, 1km조차 가뿐히 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15분대 내지 16분대 안으로 돌아왔다(앞선 기록 평균은 17~18분 정도 되는 듯). 그러고도 뛸 여력이 있었다. 이때의 여력이 있다함은 내 숨이 조금 더 뛰어도 될 만큼 충분히 거칠고(거친 정도는 계산한 결과다), 발목의 통증도 없다(가끔 발목의 통증 때문에 더 뛸 수 있음에도 멈추었을 때가 있었다)는 의미. 스트레칭을 하고 조금 더 뛸까 했지만 그냥 귀차니즘이 발동.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처음엔 몸을 푸는 정도로만 뛰려 했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며 뛰기 위해 스마트폰을 가져갔다. 때로는 달리기를 하는 도중 스마트폰이 무거워 내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천천히 뛰는 것도 아니고 꽤 빨리 달릴 때는 이어폰 줄도 거추장스러웠고, 가끔은 흘러나오는 노래는 소음 그 이상이었다. 노래가 이상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오늘은 스마트폰을 들고 뛰었는데도 괜찮은 기록이 나와 마음이 따뜻해졌다..ㅎㅎ... (따뜻해지긴...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우쭐...)
4.
스톱워치가 없기에 스마트 폰에 내장된 스톱워치 기능을 사용해야 했음에도, 오늘은 기록에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기에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이제 슬슬 뛰어볼까,라고 생각했을 때 시간이 55분 이었고(오.. 좋아... 이렇게 시간이 딱 떨어지면 뛰면서 시간을 계산하기가 용이하다), 시작점에 섰을 때도 55분, 지나가는 사람들이 앞에 있어 잠시 기다렸을 때도 55분. 순간 56분이 될 때까지 기다릴까 생각도 했지만, 가볍게 뛰기로 했으니까 그냥 뛰자,하며 마지막으로 봤을 때도 55분. 에잇.
그리고 뛰기 시작했다. 조금 속력을 냈다. 그리고 아이... 좀 지치는데 했을 때가 400미터를 막 지나가고 있었다. 바닥에는 100m마다 표시가 있다. 그리고 약간 속력을 줄였고(뛰면서 생각하길, 아마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의 한 50%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느려졌다. 좀 느린 속력를 유지하다 일단 다시 속력을 올렸다. 그렇게 조금 뛰는 도중 아차... 지금 여긴 어디? 바로 앞에 표시가 있어, 뛰면서 바닥을 내려다보니 1.1km를 뛴 상태였다. 이런. 1km일 때 봤어야 했는데. 스마트 폰을 열고 시간을 보니, 01분(꽉찬 55분에 출발한 상태)이었다. 아오... 그래도 나름 00분이었으면 했는데. 그래서 다시 속력을 좀 더 올렸다. 그러고 지치면 약간 속도를 줄이고, 괜찮으면 속도를 다시 올리고. 다행이 발목이라든지 무릎이라든지 무리가 없었다. 앞에 표시가 있었다. 2km를 뛴 표시를 지나가며, 전화를 열어 시간을 보니 06분. 오... 어쨌든 1.1km부터 2km 구간이지만 5분 안에 뛰었네. 다시 힘을 내며 3km까지 뛰는데 도착점에서 시간을 보니 11분. 역시 이번에도 5분이 걸렸다.
그래서 결론은 최대 16분 정도 뛰었다. 이 기록은 15분대에 가까운 16분 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계속 코를 훌쩍이고 있다. 으이그...
(참.. 1.6km를 지나면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이마에서 또르르 뺨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낌), 도착점에서는 상당히 많은 땀을 흘렸다.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 것도 뭔가의 기준점이 된다. 가령 속력이라든지. 오늘은 좀 빨리 흐른 편인 듯.)
5. 예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씩(아주 조금씩) 재독하고 있는데, 사실 뭔가 궁금해서 찾아볼 것이 있어서 펼친 것이었다. 근데 내가 알고 싶은 이야기는 없는 듯하다.
6. 달리기하며 듣는 노래는 일단 두 곡을 무한 반복해서 듣는다.
두 곡 모두 BTS 노래들인데, 사실 BTS를 잘 몰랐다. 얼마 전에 ‘피 땀 눈물’인가 뭐신가 나와서 좀 들어봤는데, 세련된 노래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나의 감성과는 맞질 않았다. 그러다 '영 포에버‘와 ’세이브 미‘를 들었는데, 우와... 딱 내 타입의 노래들... 그래서 요즘은 뛸 때마다 두 곡을 번갈아가며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