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원래 올해 책의 날에 이벤트라도 있을까 해서 기다렸건만 이벤트는 커녕 알라딘이 열리지 않아 좀 실망했었다. 뭐 책갈피라도 줄까해서..ㅋㅋ..
이 이벤트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으나 다른 분들 글을 읽고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몇 개가 떠올라 적어본다. 1번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는... 내가 관심있는 작가가 그리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관해서는 더욱.
그래서 뒷북 이벤트에 뒷북으로 거의 막판에 참여해본다.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마이클 크라이튼... 인생이라는 타이틀은 너무 거창할 듯 하고, 그가 나중에 쓰고 싶어했지만 쓰지 못한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뭐가 있었는지 듣고 싶다. 그의 죽음이 여전히 애석하기만 하다.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질문이 재밌다. 책 속의 등장 인물보다는
단 하루라는 단어에 시선이 고정된다.
그러니까 단 하루 동안만 등장 인물의 삶을 산 다는 말은 그 등장 인물의 일생 중 가장 찬란했던 그 하루를 말하라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면 뻔하지 않은가. 백설공주의 남편, 신데렐라의 남편, 개구리 왕자(구색 맞추기 위해 인간 아닌 동물 포함...), 이몽룡(구색 맞추기 위해 우리나라 사람 포함...) 중에 하나 고르겠다.
음.... 그리고 그 하루는 당연히 책의 마지막 장...
"그 뒤 둘은 죽을때까지 행복하니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The End...." 에서 오래오래 살기가 시작되는 그 첫 날....
만약 단 하루가 아닌 그냥 일주일이나 한 달, 아니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아 참... 골라야지... 신데렐라 남편 뭐시기 왕자로 정했음... 백설공주 남편과 경합을 벌여 승리...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낚였다는 의미가 기대했었다의 반대급부쯤 되므로 최근에 읽었던 책 한 권을 찝을 수 있겠다.
그 책은 '마크 해던'의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이다. 사실 재미없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별다른 감흥이 없었을 뿐이다.
기대했던 또 다른 '크리스토퍼(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주인공)'가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름 묵묵히 읽어나가긴 했는데 SF치곤 외계인 침공을 저지하는 방법이 꽤 유아스러웠다.
오프라인 서점에 마실 나간 김에 잠깐 쳐다보고 나중에 집에 와서 구매한 책인데 책 끝에 들어가 있는 '작가의 말'에 이런 글귀를 오프라인 서점에서 읽었었다.
"... 그리고 2007년 말쯤, 옥스퍼드에 있는 성 필립 앤 제임스 학교에서 커다란 소포가 왔습니다. 앨리슨 월리엄스라는 선생님이 보내신 소포인데, 몇 년 동안 학생들에게 그 책을 읽혀왔고, 학생들이 모두 좋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왠지 재밌겠다 싶어 구매한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이젠 제대로 '작가의 말'을 읽어 나가던 중 유독 이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라일락 4반....유치원 애들인가? 아마도 병설 유치원?
그래도 초반에는 나름 상상의 날개를 펼쳐들긴 했었다. 이 작가 아이디어 좋은데~~~ 하며...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요즘 보니 표지가 이쁜 책이 많이 나오는 모양인데
(특히 문학쪽에서), 표지가 이쁘면 당연 사고 싶은 마음이 드나 그렇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최악의 표지만 아니면 된다는 기분으로 책을 읽는 모양.
개인적으로 이뻤던 표지는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2>이다. 정말 책들의 도시의 서가 다운 그런 그림이다. 그림 가운데에서 책을 읽고 있는 요상한 모양의 외눈박이 생물체가 있는데 '부흐링'족이다(아마도).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책들의 제목의 다양함이다. 책의 이름들에서 생기를 발견할 수 있다. 가령 <백조의 목에 걸린 매듭>이라든지, <손잡이가 없는 단지>, <차닐라와 오리개구리>와 같은 재치있는 책들이 등장한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글쎄...아마존에서 눈팅하다 맘에 든 모든 책들은 반드시 나와주었으면 하는데, 사실 재밌는지 유익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흥미가 가는 책들이 몇 권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기다리는 책이 있으니, 한 2년 넘게 기둘리고 있는 책(2008년부터 기둘리고 있음..)...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유명한 장하준 교수의 동생 장하석 교수의 <Inventing Temperature>이다.
예전 장하준 교수의 집안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동생인 장하석 교수가 과학철학쪽에 몸담고 있음을 알고 나서부터 흥미를 가진 책.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어떤 오탈자냐에 따라 지극히 다르게 반응. 일반적인 반응, 그러니까 거의 99%는 "뭐야...다음판 살껄..."하고 1마이크로 세컨드 동안 찝찝해하다 잊는 경우가 다반사. 하지만 나머지 1%는 막 웃는다. 출판사나 역자 때문에 웃는게 아닌, 나 때문에...정말 그런 일이 있었음...말도 안되는 오자때문에...그리고 처음에 오자인지도 모르고 있다 오자인 걸 알고나서 그때까지 문맥에 맞추려 애썼던 내 자신이 너무 웃겨서...
'바람이 프랑스어와'에 대해 아는분들도 계시겠지만... '바람이 프랑스어와'라는 글귀에서...바람이 프랑스쪽에서 오는 것으로 망상적인 해석을 하고 무리없이 소화. 이렇게 해석해도 어느정도 이해될 수 있는게, 책 속 주인공은 대영제국의 해군 군인으로 맞겨진 임무를 완수, 전투도 승승장구(중간에 쪽박 찰 때도 있지만...), 쭉 계급이 올라가며 득템(계급이 올라가면 지휘할 수 있는 배의 격도 상승...)하는 마치 게임 플롯을 따라가는 듯한 전투 and 성장소설. 그런데 배를 타고 항해하다 보면 바람이 프랑스쪽에서 온다는 문맥이 그리 이상치 않았음. 프랑스 함대와 전투하는 경우도 있고 또 바람의 방향에 따라 전투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그 후에도 상황에 맞지 않게 몇 번이나 등장하여 뭔가 잘못되어 있음을 직감(그러니까 너무 늦은 직감). 프랑스와 전혀 상관없는 바다에서 함포전을 하는데 프랑스쪽에서 바람이 분다는 것에 의문을 품음...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령 스페인 함대와 전투하는데 바람이 프랑스쪽에서 분다는 말은 말이 되질 않았고, 바다 한가운데서 도대체 프랑스라는 저 멀리 있는 육지를 왜 집어 넣었는가에 의문을 품음... 더 쉬운 예로, 우리나라 남해에서 배들끼리 전투하는데 저 멀리 베트남에서 바람이 온다고 생각하면 책을 읽다 그러니까 베트남이 남해의 그 전투장소와 같은 위도 상에 있는지 아니면 좀 북쪽에 있는지 아래쪽에 있는지 머리를 굴려야함.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 많은 장소중에 왜 하필 바람이 베트남에서 오는지 작가의 고귀한 상상을 이해하려하니 머리가 어질어질...이 부분에서 책의 문맥 밖을 막 돌아댕김...
암튼 알고보니 '바람이
프랑스어와'는 '바람이
불어와 '였다는... 이때는 정말 무슨 대단한 것을 발견한 냥 으쓱대기도.... 바람이 불다의 '불어'를 '프랑스어'로 적은 이 망칙한 번역 오류를 너무 늦게 깨달아 한심하여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음..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번역으로 인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또 깊은 사색에 빠지고... 여전히 책의 문맥 밖에서...
이 책은 오타를 제외하면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다. 추천 책 중의 하나... 바다에서 싸우는 전투씬, 그리고 비밀임무 침투등등 열 권이나 되지만 정말 지치지 않는 책이다. 책은 'C.S. 포레스터'의 <혼 블로워>라는 열 권 짜리 시리즈물...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추리소설을 완독했다라면 좀 이상하지만, 정말 3번은 보았던 책이 있다. '스티븐 새건'의 <디스커버리>라는 책인데, 책 속의 배경인 불안한 중동지역에서 정확한 것은 기억나진 않지만 모세의 10계명인가 뭐 그런것을 찾는 장르소설이다. 그런데 세번이나 봤음에도 기억도 안나다니...다만 읽을 당시의 재밌게 봤던 감정만 남은 모양이다. 친구들에게 심지어 친구 여친에게도 책도 빌려주고 그랬는데 별 반응없이 돌아왔던 아픈 기억도 있다.
다음으로, 역시나 장르소설... 집에 거의 모든 '시드니 셀던'책이 있어서 어렸을때 이미 다 읽었었다. 그 중에서 내 나름의 최고는 <최후 심판의 날의 음모>라는 책이다. 사실 절반은 정말 최상이고, 나머지 절반은 어리둥절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당시 '시드니 셀던'이 아닌 '로버트 러들럼'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책이다. 이 책을 분실한 뒤 절망감에 휩싸여 헌책방 뒤져서 또 사왔던 적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책들과 함께 버렸던 슬픈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 봤던 책과 함께 사라지다 아니 버려지다....
(내가 온라인에서 최초로 산 책도 역시 '시드니 셀던'꺼.. 그 책 이름은 <어두울 때는 덫을 놓지 않는다> 라는 책...)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책에 관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은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모두 버린일이다. 군대가기전 책들 정리하면서 버리고, 이사가면서 버리고 해서 지금은 어렸을 때 봤던 책이 아예 없다. 그 중 가장 안타까운 책은 금성출판사에서 나오고 신동우 화백이 그렸던 칼라판 학습만화 '한국의 역사'라는 전집이다. 10권 짜리인데 이 책만큼은 지금도 왜 그렇게 아쉬운지... 정말 보고 또 보고 그랬는데...
이런 만화 있었으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뭐 좋은 책이 앞으로도 나오겠지만 좋은 역사 관련 학습만화는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다.
인터넷에서 찾은 책 이미지가 있는 사이트(추천 블로그입니다. 한번씩 들어가 보세요~~) 링크를 해봅니다.
(링크 -->
만화의 숲 : 만화의 숲에 나무를 심는 행복한 아저씨)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기껏해야 전집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10권짜리 수호지와 삼국지를 읽었고 그 중 특히 수호지를 좋아했다. 남들은 삼국지가 좋다는데 뭐 호불호를 가릴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의 경우엔 수호지가 좋았다. 뭐랄까...판타지성이 강하다고 할까. 영웅들만의 세상, 양산박에 모여 세상을 향해 몸부림 쳤던 그 영웅들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수호지나 삼국지는 많은 이들도 골랐을 테이고 심지어 무협소설들은 10권도 훨씬 뛰어넘는 책들도 있으니, 나는 좀 더 다른 책을 꼽아보고 싶다.
어렸을 때, 집에서 TV를 통해 영화를 보면서 소름이 끼쳤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런 대표적인 영화로 꼬맹이때 본 스타워즈와 슈퍼맨이 있다. 그런데 이런 SF말고 첩보물이 한 편 있었는데 <잃어버린 얼굴>이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그냥 거실에 앉아 뭐 재미난 거 없나해서 TV를 돌리다보니 제목이 화면에 올라오면서 막 시작하는 거였다. 중간부터 본 것도 아니고 이제 막 영화 시작이었는지라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그런 영화였다. 재미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하였다. 당시에 대여책방이 붐이라 읽을 책들 빌리러 동네 책방에 자주 가곤 하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난 지 얼마 안되어서 책방 가장 윗 칸에 <잃어버린 얼굴>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였다. 그때는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했다. 그런데 무슨 놈의 책이 이리 많은지, 1부가 세권, 2부가 세권, 3부가 세권이나 되었는데 정말 거짓말 않고 책장이 꽉 차 보였다. 그 9권의 책은 한눈에도 다 안들어올 정도로 너무 두껍게 보이기도 했고 또 거대해보였다(그러니까 심정적으로...). 작가는 '로버트 러들럼'.
그래서 <잃어버린 얼굴>을 가장 두꺼운(실은 두껍게 보인) 책으로 선정한다.
후속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해서 우선 1부 세 권을 빌려 룰루랄라 집에 들고와서 읽기 시작했는데 1권은 그럭저럭 재밌게 보았다. 그런데 2권이나 3권은 좀 진도가 늦어졌다. 그래도 예전에 봤던 영화를 떠올리며 봤는데 나중에 2부 세 권은 졸면서 봤다. 또 3부 세 권은 솔직히 끝까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이놈의 책이 읽어대도 끝이 보이질 않는데 정말 세상에서 그렇게 두꺼웠던 책은 첨봤다.
그런데 주위에서 <잃어버린 얼굴>을 모르더라. 친구에게 이런 영화가 있다고 하면 정말 그런 영화가 있냐고 보고 싶다고 주위에서 정말 난리가 아니었는데...내가 또 이야기도 재밌게도 했고...~~ 나중에 10년까지는 아니고 한 8~9년쯤 시간이 꽤 흐른뒤에 영화로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본 시리즈 3부작 중 1부인 '본 아이덴티티'였다. 그 뒤에 2부인 '본 슈프리머시'와 3부인 '본 얼티메이텀'이었다.
나중에 '잃어버린 얼굴'을 인터넷을 통해 봤는데 추억을 떠 올리며 보긴 했지만 왠지 모를 촌스러움이 보였다. ㅋㅋ...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그저 적절한(혹은 조금 싼) 가격에 좋은 책을 내주면 그저 감사. '뿌리와이파리'도 좋아하고, '까치글방'이나 '승산'이나 '한승'도 좋아하고, '샘터','김영사'나 '바다'도 좋아함.. 문학이나 장르소설쪽 출판사도 좋아함...어렸을때는 '금성출판사'나 '계몽사'를 좋아했음...꽤 많은 전집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디즈니 그림명작>은 꼭꼭 아껴두었다가 보려 했으나 군대 간 사이 분서갱유의 화를 당함...그러니까 그냥 버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