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의 풍경 -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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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종석의『말들의 풍경』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말'보다는 '풍경'이라는 단어가 더 와닿는다. 제목안의 '풍경'은 우리 주변에서 반사되고, 비치는 여러 말들의 정황들을 순간 호흡을 정지시켜(나에겐 놀라움이었다--이 책을 읽는 누구든 한 홉정도는 숨을 멈추었을것이다) 그 말들의 광경을 둘러보고자함을 담고있겠지만, 나는 어느 이름모를 절간의 처마아래에 매달려 바람결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정막을 깨치는 작은 쇠종(풍경)이 떠오른다. 이 작은 '쇠종'의 울림처럼 '말'들이 은은하게 퍼지면 좋으련만, 요즘의 세상은 가벼워진 말들때문에 점점 무거워져만 가는듯하다. 하긴 어느때는 안그랬겠는가.

『말들의 풍경』을 읽고 알 수 있었던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김현'이라는 작가이고, 또 하나는 '김현'이라는 작가가『말들의 풍경』이라는 책을 훨씬 이전에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고종석'의 '말들의 풍경'은 어찌보면 선배(김현)의 말잇기를 연장하는 선에서 선배가 품었던 말의 진정을 담아 낸 것이기도 하고, 나머지 하나는 김현 시대의 '말들의 풍경'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아니 등장하지도 않았던 21세기 초입의 새로운 말들이 풍기는 품새를 첨삭한것일수도 있겠다. 뭐가 되었든 숙성된무언가를 확장한 느낌이다(사실, 김현의『말들의 풍경』은 읽어보질 않아 두 책을 비교할수는 없을 듯 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말보다는 체계화된 글로써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인데, 이 책이 보듬고 있는 내용이 글로 표현된 말이다보니 문어와 구어의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는 느낌이다. 글은 말보다 머릿속의 하나의 회로를 더 거쳐 표현되니, 깔끔과 정제로써 사고작용의 찌꺼기를 여과하지만, 말은 좀 더 날것으로 대할 수 있으므로 좀 더 순간적이고 거칠기에 사람의 본성 그 자체일 듯싶다.

말은 지극히 휘발성이라 순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공중으로 증발되지만(물론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메아리로 울려대는 독한 말들이 있긴하다),글은 그런 말의 속성을 이기기위해 태어난 것이므로 충격이 연타로 빗발치니 말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소통공간이 우주의 팽창처럼 무한히 확장되고 있는 요즘, 인터넷을 하다 횡횡하는 악플들을 보면 연타성의 글의 속성과 찰라의 충격을가하는 말의 속성이 묘하게 섞여 그런지 오래전에 TV속 치약광고에 등장하던 충치를 가장한 삼지창을 든 (귀여운) 악마보다 더 악마스럽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소통의 도구인 웹이 새로운 사회질병을 키워내는 곳으로 등장하게 된것은 역시나 주고받는 정보의 속도가 내뱉는 말만큼 빨라진 것일 수도 있겠다. 고종석의 말의 풍경에서도 지적하지만, 웹이라는 소통의 공간 혹은 도구의 이면에는 역시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한번 더 곱씹으면, 말에서 글로, 글에서 이미지로, 다시 이미지에서 비디오로 옮겨지는 소통의 그릇이 좀 더 자극적이고, 직설적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이것도 또 하나의 풍경일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이다. 산책이라함은 동네 주변을, 산길을, 들길을 가벼운 차림새로 나들이 가는 것인데, 이 책속에 들어있는 한국어에 대한 정보는 그리 가볍지는 않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고, 헛점이라도 찾으려고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려다가도 주저앉고만다(사실, 그런 꺼리를 찾을 재주도 지식도 없지만..).공감에 동감을 넘어서 감동에까지 이른다. 도대체 무슨 책을 읽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작가가 가진 한국어에 대한 그리고 언어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오롯이 표현해내고 머리든, 가슴이든 새기게 만드는 작가의 재능에 어떤 토끼든 아침에 꼭들러 먹어야한다는 전설속의 옹달샘만큼 샘이 치솟는다.

주제와 소재가 소리로 표현되었든, 글로 표현되었든, 온갖 말들이다 보니, 말과 글을 품었던 여러 인물들을 책속에서 만나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 그윽한 말과글에 대해 다시한번 느낀것처럼, 작가인 고종석 또한 이런 인물들을 통해 언어에 대한 그윽함과 진지함을 만났고 성장통을 앓았으며, 아픈만큼 성장했을 것이다. 이글을 읽고 재미나다고 느낀 부분이 있는데,  재밌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누군가의 말과 글은 누군가의 생이 끝남으로써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충 이런 문구로 정리될 듯 싶다. 작가가 쓴 '김현'에 대한 글에서도 '전혜린'에 대한 글에서도, '정운영'에 대한 글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정운영'의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라는 유작을 보았을때도 이런 감정이 파고든 적이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써 그 사람의 말과 글이 더 이상 자라지도 못하고, 씨를 퍼트리지도 못하게 된다는 것. 비록 생전에 남겨놓은 글들이 어디에선가 존재하고 있겠지만, 더 이상 이런 사람들의 사고는 진행되어지지 않고, 말과 글은 생이 끝난 그 인물의 나이대에서 멈추어 있게 된다는 것.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당연한 일일테지만, 역시나 안타까움은 느껴진다. 전혜린이 그렇다. 그녀는 자살로 인해 30대 초반에서 그녀의 모습도 멈추었지만, 그녀의 생각도, 또 더 자랄수 있는 말과 글도 모든 것이 멈춘것이다. 물론 이런 느낌은 글쟁이뿐만은 아닐것이다. 가수 김광석에게서도 느꼈으니까. 아마 감성을 파는 예술인 그리고 지식을 전파하는 지식인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이때문일 듯 싶다.

안타까움이 큰 이유는 그 자리를 누군가 대신하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특히 요즘이 그렇다. 지나간 사람들의 자리를 오는 사람들이 채워야하는데, 요즘 우리의 말과 글은어떠한가. 정치적이라는 미명아래 수많은 글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니 나오지도 못하고 글쟁이들의 머릿속에만 숨어있는 판국이다. 권력과 돈의 힘아래 응당 나와야 할 글들이 전혀 다른 논지의 글들로 채워져가고 있으며, 심지어 많은 사람들의 정당한 생각의 표현, 합리적인 의심조차 가동을 멈추길 바라는 부류가 있다. 말들의 풍경을 몇몇 부류가 어거지로 바꾸고 있다. 이것이 정말 무서운 말들의 풍경일 것이다.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는 말들. 정의와 용기가 살아 꿈틀대는 말들이 자취를 감춰버린 텅빈공간. 회색의 공간. 이것이 요즘들어 자주 느끼는 내가 살고 있는 사회속 말들의 요즘 풍경이다. 지금 제대로 된 말들의 풍경을 왜곡시키고 있는 글쟁이들과 정치인들도 있다. 그들은 말들의 풍경을 제한시킨다. 말들에 굴레를 덧씌우고 있다. 그들이 알아둘 것이  한가지가 있다. 그들이 죽는다면, 그들의 글과 말들 또한 사회적 오물로 처리될 것이라고.

제대로 된 말들의 풍경은 고전이든, 한국문학이든, 외국문학이든 혹은 방송이든, 신문이든, 이 세상의 일부를 품고 있는 '누군가의' 말과 글로써 지금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시간에 대해, 스케치북에 정당한 생각으로 붓칠되어져야 할 것이다.


 
<덧붙임>
 
1. 다음에 읽고 싶은 고종석의 책 : 『감염된 언어』



2. 이외에도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언어'의 매력과 '칼럼'의 맛이 느껴지는 책들...
(물론..기고글이 아닌 것도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 리뷰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정운영의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두번째는 : 이어령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과 『디지로그』
세번째는 :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전 카이스트 총장이었던 로버트 러플린의 『한국인, 다음 영웅을 기다려라』

3. 이밖에 언어에 관한 스티븐 핑커의 책들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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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1-08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못읽은 책인데, <감염된 언어>는 강추입니다. :)
고종석의 책 절반도 못읽었지만 제일 좋았던게 <감염된 언어> 였어요.

쿼크 2007-11-0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벌써 댓글이..<말들의 풍경>은 천천히 읽을 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책인것 같습니다. 너무 빨리 읽어버리면, 감미할 타이밍을 놓쳐버릴 듯 합니다.. 저도 <감염된 언어> 조만간 읽으려구요..그전에 스티븐 핑거의 책부터 보구요..~~
 
유성룡 - 설득과 통합의 리더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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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은 사극천하이다. 주로 MBC의 '정조 이산'을 보고 있지만, '태왕 사신기' 또한 이야기의 흐름을 한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드라마이다. '태왕 사신기'는 비록 '광개토대왕'의 이름만 가져다 붙인 판타지물이긴 하지만 나의 말초신경을 자극해대니, 다음 이야기에 목을 멘다. 이렇게 역사에 빠진 나의 눈은 때아닌 호사를 부리고 있다. 결국 우리 역사에 관한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일회성 감동이 아닌, 지극한 감정을 가슴에 새겨두고 싶어서(사실 이 감정은 책을 읽고난 후의 감정이다).

그렇게 해서 읽은 책은 '이덕일'씨의 『유성룡』이다. '유성룡'이라는 이름과 관계있는 키워드가 몇개 된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충무공 이순신'장군이다. 그리고 그 뒤를 '임진왜란', '선조' 등이 잇따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당연히 '유성룡'을 앞세우고 '선조'와 '임진왜란' 그리고 '이순신'의 순서로 정렬된다. 사실, 정렬은 의미없다. 그러나 '유성룡' 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유성룡'의 반동인물로서 '선조'를 주저없이 내놓을 것이다. 역시나 반동인물이 '왕'인 것을 보면, 유성룡의 고초가 쉽게 추론되어질 수 있을 듯 하다. '임진왜란'이라는 배경이 더욱 더 고초를 증가시킨다.

나에게 있어서 '유성룡'은 역사속의 주변인물이다. 그만큼 이 인물을 알아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나의 무지가 크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나의 탓만은 아닌것이 역사는 기득권자를 위한 기록이기도 하며, 아무리 메마른 감정으로 당시의 상황을 살폈어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역사는 그 '기득권'의 기록을 바탕으로 해석되기에(여기에서 기득권은 '선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성룡의 반대파인 '서인'을 의미한다), 아마도 '유성룡'이 역사를 이끄는 역할에서 점점 소외된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다. 어느 책에서는 '선조'때만큼 쟁쟁한 신하들을 본적이 없다라고 쓰여있는데, 임진왜란이라는 전쟁 때문에 국난을 극복하려던 당시의 조정 신하들이 다른 왕들때보다 더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이 책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 책에서 '선조'는 전쟁을 수수방관하고 자신의 일신을 위해 조선땅을 버리려했던 인물로 묘사된다. 어느정도이냐 하면, 임진왜란이 터지자마자, 그(선조)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도망이다. 가자...북쪽으로... 물리적으로 나라가 가지는 의미는 그에게 그당시 없는 듯 보인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안녕, 가족의 안녕, 그 안녕을 위해 필요한 몇몇 신하들. 오직 그뿐이다. 왕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던 그가 조선이라는 땅덩어리를 자신과 동화시키는데 실패한 인물로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선조' 자신이 못되어먹은 왕은 아니다. 다만, 왕이라는 옷이 그에게 맞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유성룡'은 그런 '선조'를 곁에서 보좌하며, '선조'의 요동내부(遼動內附) - 요동으로 도망가는 것 -를 막은 인물들 중에서 가장 주동 인물로 묘사된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선조'가 의주로 파천(播遷) - 임금이 난을 피해 도성을 떠나는 것 - 을 떠나는 장면부터 말이다. 이런 인물위주 혹은 사건위주의 서술을 하는 역사책은 시간과 공간에 있어서 표현의 한계를 보인다. 이는 당연하다. 모든것을 한권에 담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 한계를 인식하고 좀 더 포괄적인 역사를 받아들여야만, '유성룡'이나, '선조', '임진왜란'과 같은 각각의 키워드가 의미하는 특수성을 넘어, 보편적 역사 인식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몇가지 생각거리를 나에게 던져주었다.

역사 자체가 인과의 서술이기에, 당시 몇 십년간의 흐름은 그 당시에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간이라는 실줄과 날줄로 꼼꼼히 엮어져있다. 첫째, 왜 '선조'일까? 둘째, 왜 서인과 동인으로 나뉘어졌을까? 셋째, 왜 임진왜란이 일어났을까? 넷째, 가장 중요한 생각거리인 왜 유성룡이란 인물이 중요할까? 정도의 몇가지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이덕일'의 '유성룡'이라는 책에서 보인다. 물론, 첫째와 둘째, 셋째는 크게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흐름에 관계되어 소개만 될 뿐이다. 그래서 이순신에 대한 사항도 적절히 나와주어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듯 하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셋째와 넷째 질문일 것이다. 셋째 질문인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이유는 그 당시 조선 주변에 흐르던 국제정세와 무관치 않다. 바로 이웃인 중국과 바다건너 일본의 상황까지도 살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 책을 읽고 쓰는 감상문이기에 넷째 질문(왜 유성룡일까라는...)에 무게를 두려 한다.

이 책의 표지에는 '설득과 통합의 리더'라는 문구가 나와있다. 단순하게 '유성룡'이라는 인물을 표현한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난후, 이와 같은 일목요연함을 보여주는 문구는 더 이상 없다라는 생각이다. 여기에서 '설득'의 재료는 그가 가진 논리성과 충직성이다. 논리를 떠나 감정으로만 대하려는 '선조'와 항상 부딪히는 것을 암시한다. '선조'가 요동으로 짐싸들고 떠나려 할 때, 요동땅에 임금의 가마가 단 일보라도 벗어난다면 더 이상의 조선은 없다라며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선조의 자질부족과 전략적 무능을 애써 유연히 질타하는 말이기에, 이는 정유재란까지 끝난 후, 유성룡의 탄핵에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이 책의 저자는 보고 있다. 또, '선조'가 도성을 버리고 도망다니고 있는 당시, 과감히 세자책봉을 건의함으로써 차후 '광해군'이 자발적으로 난을 적극 타개하는데 힘을 실어준다. '광해군'을 거리를 두고 있는 '선조'에게는 마땅치 않은 고변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조정 간신배 무리들의 모함을 뒤집어쓴, '이순신'을 위해 최선의 방어를 펼친다. 만약 '유성룡'이 그 방어에 무너졌다면, '이순신' 또한 사라졌을테이고, 그 뒤의 상황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듯 하다. 결국, 이런 설득이라는 고변들이 쌓여 '유성룡' 자신에게 칼이 되어 돌아오니, 그는 탄핵을 당하여 그의 고장으로 쫓겨갔다. 덧불어, 유성룡의 세력 약화를 안 '이순신'은 그가 살아돌아가도 못된 무리들에게 몸 성치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더욱이 그는 가정과 가문을 이끌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 적지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했을 거라는 작가의 추론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결국 유성룡이 파직당한 1598년 11월 19일, 이날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적의 유탄을 맞고 전사한다).

'유성룡'의 설득이 주로 왕(선조)에게 행하여졌다면, '통합'은 자신과 같은 신하들을 향한다. 통합을 이야기하려면, 다시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동인과 서인이 있기 이전에 '사림파'가 있었다. 이 사림파는 훈구파의 대항마였으며, 이후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서인과 동인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유성룡'은 동인으로 자리 잡았는데, 특히 정치함에 있어서 '서인'들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그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어떤 해석으로는 그가 우유부단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중도를 지키려고 노력하였지만, 결국 그는 이런 붕당을 이기지 못하고 탄핵되어 파직당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그가 어려움속에서도 조선을 소신있게 이끌려는 노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현실의 벽앞에 무기력할정도의 쓰러짐도 보인다. 그래서 '통합'을 이루려했으나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책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다시 서인들의 학문적 이념을 '송시열'이 이어받게 되고 이는 곧 노론의 집권이다. 역사의 흐름이 다시금 반복된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난 후, 병자호란이 그 뒤를 이으니 말이다.

요즘 TV에서 한창인, '정조 이산'은 어찌보면 이런 결과물에 잉태된, 긴 긴 흐름속의 하나의 여울목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선조'도 물론 그러했고.

지금은 어떠한가. 과연 우리는 흐름을 바꾸었나?  


<덧붙임>
 
1. 이 책과 함께 읽어도 좋을 역사서...

        

     

먼저.. 『사도세자의 고백』과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역시 '이덕일'이다.  이 외에도 이 작가의 여러 책이 있지만 우선 안읽어본 분이 계시다면 이 두권을 먼저 추천한다(참..나 또한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라는 책은 읽어보질 않았다).

그밖에 '김훈'의 『칼의 노래』가 있다. 이순신의 관점에서 본 임진왜란을 그리고 있는데, 저자의 간결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이 책과는 반대의 관점, 즉 일본군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정유재란)에 관련한 책이 있다. '조두진'의 『도모유키』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이 역시도 문체가 간결하다. 기자 출신들은 다들 문체가 이러한가.

그리고  얼마전에 출간된 책으로, '기축옥사' 사건을 중점으로 한 '정여립'의 반란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무수히 많은 동인이 죽게 된다. (위에서 소개했던『유성룡』에도 이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 '이한우'의 군주열전 중 한편인 『선조, 조선의 난세를 넘다』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선조'를 임진왜란을 무사히 극복한 성군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 읽어보진 않했지만, 정말 성군으로 생각하는지 어떤지는 읽어봐야만 알 수 있을 듯 하다. 관심있는 분은 한번 보시고 이야기 해주시면 좋을 듯...

그 외에도 몇가지 이순신 관련 책도 있지만 몇권씩 되기에 소개를 하지 않는다.

2. 아..그냥 지나칠뻔 했는데...이 책을 빼놓을 순 없겠다.
 
 이 책은 '배기찬'의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라는 책인데, 여기에서 코리아는 옛 고조선때부터 지금의 한반도인 우리 땅을 지칭한다. 가장 큰 주안점은 동북아의 정치 판도의 변화인데,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의 코리아와 더불어 서양의 힘싸움을 역사적 시간 순으로 보여준다. 과연 이 책에서 보여주려는 우리나라가 겪었던 패턴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괜찮은 책이며, 한번쯤 읽어둘만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3. 이 책의 저자인 '이덕일'씨의 역사 칼럼이 있는 페이지...(링크는 한겨레 21)
--> 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계신 분은 다 아실 듯 하지만, 그래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링크를 첨부한다. 간결하면서도 정말 좋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책을 읽으실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한번 들어가셔서 보아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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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정운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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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운영'... 솔직히 그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예전에 MBC의 <정운영의 100분 토론>에 나와 진행했던 키가 훤출하고 빼빼마른 모습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런데 그의 책 두권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 관심있게 보지않고,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그 두 권이 유고집이란다. 지병인 '신부전증'으로 작년(2005년)에 돌아가셨다는데, 너무 애석한 마음이 들었다. 생면부지의 남이라도 TV에서 몇번 뵈니 안타까운 마음만 흐를 뿐이었다.
 
그 두권의 유고집은 <자본주의 경제산책>이라는 책과 친구가 선물해 주어서 읽은 바로 이 책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라는 책이다. <심장은~>이라는 책은 일반인을 위한 칼럼집으로,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의 죽음이 더욱 애석할 따름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작가의 생각을 따라잡는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그가 평생 간직해온 화두가 무엇인지 대략 가늠할 수는 있는 듯 하다. 그는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졌는데, 몇 편의 칼럼들을 읽으니 세상이 그에게 진보라는 명찰을 주저없이 달아주었다는 느낌이다.
 
이 책속에는 지금 우리 시대안에서 서로 부딪히고 갈등을 일으키는 다양한 양면성과 양극화에 대한 언급이 줄기차게 들어차 있다. 경제학자로서 느끼는 성장과 분배에 관한 관념들, 진보주의자이면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그의 생각들, 더욱 더 가까워진 세계화 교류에 대한 생각들 등... 신문 칼럼이다 보니, 각 내용이 지면을 많이 차지 하지 않으면서도, 일갈 따끔한 면을 느낄 수 가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그의 세계가 마음에 들었다.
 
또한 이 책은 몇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고, 그 장에 맞는 몇가지 칼럼들이 그 장을 채우고 있는데 첫 장의 제목이 '정운영의 여시아독 如是我讀'이다. 그의 독서를 담고는 있지만, 독서로 끝내지 않고 세상의 이야기들을 그가 읽은 책의 내용에 비유를 하는 것인데, 책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의 독서가 부러울 따름이다. 세상만사 어느것이라도 그가 읽었던 책들 중 어느 대목을 끄집어 내어, 한(大) 소리 하는 그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리 학자라 하여도 왠만큼 책을 보지 않고서는 이렇게 구성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메모의 힘이겠다는 생각도 ...
 
다양한 칼럼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칼럼이 크게 다르지도 않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제 성장의 문제, 그리고 그것에서 발생하는 분배의 구조, 그리고 이 둘 중 어느것에 더욱 집중할까라는 진보와 보수의 방법론 차이, 나아가 우리 사회가 다변화 되면서 세계 각국과의 교류로 인한 세계화의 과정속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보완점, 그리고 취할 점... 대부분 경제적인 것들과 정치적인 것들이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학자의 죽음은 애석하다. 그가 이루고 싶어한 것, 알고자 싶어한 것. 이것들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소리 없이 덮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의 죽음 1년후에 그가 남긴 글의 자취가 책으로 나왔으니, 비록 그가 하다 못한 이야기일 망정, 그가 평생 화두와 연구 분야로 삼고 공부해 온 모든 분야의 것들이 의미없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일은 없을것이라는 생각에 그래도 적이 안심이 된다.
 
그가 진정으로 바라고 염원한 것들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그의 말대로 조금씩 양보한다면 그가 관점에서 보는 한국 경제, 정치에 관한 관심의 맥을 끊지 않고 이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칼럼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 어떠한 문제점의 보완책과 대책 마련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 내보이는 것 보다는, 그러한 방법론을 구축하라는 하나의 성토의 장으로 볼 수 있으니 일반인인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면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하나의 이슈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소개로 여러가지것들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읽은 내가 가진 매우 긍정적인면이다.
 
그가 책에서 언급했던, 약 4년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의 한국 정치와 경제의 과정과 그에따른 결과가 궁금했듯이, 지금은 새로운 대선과 그 이후의 여러가지 정책의 수립과 그에 대한 과정이 어찌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제발 대선 주자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유권자들 혹은 국민들에게 공약(空約)으로 인해 단순히 헛된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 아닌, 정말 제대로 된 경제적, 정치적 진찰을 시도하여 정말 우리 몸에 꼭 맞고, 대다수의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공약(公約)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새로운 해를 맞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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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카파 - 그는 너무 많은 걸 보았다
알렉스 커쇼 지음, 윤미경 옮김 / 강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 링크 :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의 나의 리뷰 바로가기..
 
 
'로버트 카파'...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그의 일생을 바쳐 전쟁터만을 누볐으며, 비참한 전쟁터에서 사랑을 했으며, 전쟁으로 인해 사랑을 잃었고, 결국 그 자신도 전쟁터에서 산화한 전설적인 종군기자. 전쟁은 그에게 모든 것을 가져다 주었으며, 모든것을 앗아갔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인생 여정을 되짚어보면, 40년의 짧은 인생동안 그가 카메라를 놓지않으면서도 누렸던 것은 딱 다섯가지이다. 전쟁, 여자, 술, 포카, 담배...
 
그의 40년이라는 짧은 일생동안 그가 신물나게 들었던 소리는 딱 세가지이다. 포탄음, 부상자의 신음소리, 그리고 사진기만이 가지는 고유의 찰칵거리는 소리.
 
그는 자유스러우면서도 가벼운 인생의 행보를 즐겼고, 압도적이면서도 무거운 그 당시의 시대 분위기에 갇혀있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오버랩되는 영상이 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초반장면으로 잔혹하면서 인격 말살을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주는 D-day날의 '오마하 해변'에 연합군 군인들이 상륙하는 장면과 역시나 2차세계대전을 그린 드라마(영화를 넘어선)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여러 장면들이 그것이다. 우리들은 이러한 장면들을 책이나, 영화,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해 보고 그 실상(처절함)에 단순히 몸을 떨기만 하면 되지만, 그 영상속의 누군가(군인, 종군기자)는 실제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어떤 영상보다 나를 무겁게 짖눌렀다.
 
'로버트 카파', 글쎄.. 자신의 업을 천직으로 믿었던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종군기자라 하면... 외부적으로 보이는 그에 대한 말일듯 싶다. 그렇다면 그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직설적으로는 '바람둥이', 좀 더 그럴듯하게 표현하면...'로맨티스트'쯤 되지 않을까?
 
그 또한 카메라를 든 군인이므로, 피와 살점이 튀는 전쟁터 밖에서는 따뜻한 사랑을 갈구하는 한 명의 외로운 남자였으리라. 사랑하던 여인도 전쟁터에서 만났고, 결국 전쟁터에서 여인을 잃었으니...그에게는 전쟁터가 모든 것이었다. 결국 '카파' 본인도 전쟁터에서 불행한 죽음을 만났으니...이 사람만큼 기구한 운명을 가진 자도 드물것이라 생각한다(그의 운명의 아이러니는 다른 기자의 갑작스러운 휴가때문에 그가 대신 사진을 찍으러 가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때만은 신도 잠시 눈을 감았던 듯 하다.).
 
'카파'에게 여인은 중요하다. 어쩌면 '카파'는 여인들에게 둘러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이미지이며 환상이다. 그 자신도 이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였다.
 
그의 본명은 '앙드레 프리드만(이 책에서 나온 대로...)'이다. 그가 '로버트 카파'까지 변신하는 도중의 일화가 그리 가볍지 않을 뿐더러 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잠시...카파의 여인에 대해 언급한다면...카파가 앙드레였던 시절...동네 여자친구였던...'에바 베슈뇌'는 헝가리의 반유대주의 때문에 어쩔수 없이 헝가리를 떠나야 했으며, 그 위기를 이용하여,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의 베를린으로 향한다(이때까지만해도 독일의 반유대주의는 헝가리보다 심하지 않았던듯..). 이때 앙드레 또한 떠나는 에바를 보며...그 또한 헝가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1년후(1931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떠나 독일 베를린에 도착하는 앙드레. 결국, 베를린에서 다시 '에바'와 조우한 '앙드레'는 먹고살기 위해서 에바를 통해 유명한 사진사(오토 움베르스)의 암실 조수로 들어간다. 이게 그의 인생의 서막이다.
 
그는 이곳에서 사진에 관한 기본 기술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 후 직관적인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고(이때 찍은 사진이 스탈린 최대의 정적인 '레온 트로츠기'였다. 트로츠기가 앙드레의 첫번째 촬영대상이었다.), 얼마후에 정치적으로 혼란한 베를린을 떠나게 된다. 그는 자유스럽고 예술가로 넘쳐나는 파리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운명의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작은 빨간 여우'라 불리는 '게르다 타로'가 바로 운명의 여인인데, 앙드레는 '볼셰비즘'을 가지고 있는  이 여인에게 매혹당한다. '게르다'는 앙드레의 사진에 대한 열정과 전문적인 능력을 알아보았고, 방탕한 그에게 한 가지 사업을 제안한다. 그 사업이란 바로 사진을 찍어 파는 일인데, 이 역시 지금까지 앙드레가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게르다가 구상한 사업은,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미국 사진기자를 만들어 '카파'의 이름으로 사진을 파는 것이다. 이 미국 사진기자는 좀 더 좋은 사진(원래 앙드레는 좋은 사진을 찍었으므로..)을 더욱 비싸게 팔 수 있었다(멋드러진 미국 사진기자의 이미지를 팔아서) 카파의 사진은 앙드레가 찍은 사진값의 거의 두배이상을 받아냈다. 결국, 실제적으로는 앙드레와 게르다가 같이 일하는 형식이었지만, 그들의 사업은 가상의 '로버트 카파'를 창조하여 세명이서 운영하는 사업체를 만들었으며...앙드레가 찍은 사진은 가상의 인물인 '로버트 카파'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가게 되는것이다.
 
그것이 '앙드레 프리드만'의 두번째 인생의 서막이며, 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전쟁터로 몰아넣는 계기가 된다. 물론, '로버트 카파'로서는 첫번째 인생의 서막을 연 것이다. 
 
이쯤에서 보면...카파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매우 크게 다가온다. 후에 '게르다'가 죽고...몇년동안 사귀게 되는 '핑키'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를 포함하여, 그 당시 할리우드에서 제일 유명했던 '잉그리드 버그만'까지 포함하면, 주위의 여자가 바뀔때마다 그의 인생도 조금씩 바뀌어갔으며, 그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도 커져만 갔다.
 
시대는 영웅을 원하는 시기였고, 카파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덧칠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찍은 수많은 사진은 극단적인 위치에서, 극적인 장면으로 채워졌다. 또한 사람들은 전쟁이 보여주는 이미지의 비참함에 매료되었으며, 이는 상업적으로, 정치적으로 카파를 한단계, 한단계씩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내가 이 책을 읽기전에 보았던 책이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카파'의 제 2차 세계대전의 자전적인 종군기이다. 그래서 이 책은 카파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한 이 책은 카파의 내면적인 이야기들을 그리 많이 다루지 않았다. 카파 자신이 하는 이야기였기에, 그에 대한 내부적인 시각보다는 외부적인 시각에 중점을 두었다.
 
그런데 지금 소개하고 있는 이 책 '로버트 카파'는 '알렉스 커쇼'라는 저널리스트가 카파의 여러 주변인물들과 그때 당시의 소개되었던 카파의 인터뷰, 자료 등등을 가지고 카파의 인생을 재구성한 책이다. 카파의 어렸을 때 이야기부터(물론 많이 나오진 않는다), 그의 죽음까지 생생한 증언과, 정보를 바탕으로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실로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그때 당시의 사상과 이념에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도 좋겠지만(물론 사상과 이념, 철학에 문외한이더라도 쉽게 읽힌다. 다만 카파의 내면을 스스로 캐내기 위해선 필요할 듯도 보인다), 이 책을 읽기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다. 하나의 양념일 뿐이다.
 
솔직히 이 책은 사상과 이념에 대해 중요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카파의 괘적, 전쟁터의 포연을 따라가는데에 중점을 두었다.
 
앞서, 잠깐 짤막하니 카파의 여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것은 정말 카파의 흥미진진한(?) 활약상의 감초일 뿐이다. 무섭도록 대담한 카파의 발자취를 따라가길 원한다면, 정말 이 책의 모든것을 음미해보길 권한다.
 
카파에 대한 이야기는 둘째치고라도, 그때의 전쟁, 사회, 인간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참, 카파의 무거운 이야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길 원한다면,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먼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 후, 더 많은 카파의 이야기를 듣길 원한다면, 이 책 '로버트 카파'를 읽으면 될 것이다.
 
<덧붙임>
 
** 카파의 두가지 책...'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와 '로버트 카파'의 표지에 나온 사진은 의미가 깊다.
 
1. 먼저...'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의 표지는 앞서 이 책의 리뷰에서도 밝혔지만... 카파가 찍어 '라이프 LIFE'지에 보낸 100장이 넘는 사진들 중 간신히 살아남은 10장정도의 사진중 하나이다. 그때 당시의 오마하 해변에서의 연합군 군인들의 몸부림이 흐릿하지만, 그래서 더욱 극적으로 분위기를 살려낸 사진이다.
 


 

2. 다음으로 '로버트 카파'의 표지에 실린 사진...

이 사진은 카파 개인적으로 그가 찍은 사진 중 가장 비통한 사진이라 한다. 1945년 4월 18일. 전쟁이 끝난 후에 촬영한 것인데, 전쟁이 끝나는 날에도 군인은 이렇게 죽어가는 것이다. 카파는 독일 라이프치히에 도착한 후 라이프치히의 전경을 찍기 위해 한 아파트로 들어간다. 잠시 책에 나온 카파의 인터뷰속 회상을 들어보자.


 

...(중략)... 그래서 나는 "맨 위층에 올라가면 전투 마지막 순간의 라이프치히를 멋지게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르주아들이 산 듯한 그 아파트로 들어갔더니 젊은 병사가 발코니에 있었다. 젊은 하사는 무거운 기관총좌를 설치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맙소사, 전쟁은 끝이 났다. 사격을 하는 병사의 사진을 더 보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4년 동안 이와 똑같은 사진을 찍어왔다. ...(중략)...그러나 병사의 모습은 마치 전쟁 첫날인 듯 단정해 보였고 아주 진지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좋아, 이제 이 전쟁의 마지막 사진이 될 거야."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카메라를 세워 놓고 그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내가 그의 사진을 찍는 동안 그는 저격병의 총에 사살되었다. 아주 맑고, 어쩐지 아름답게 느껴지는 죽음이었다. 나한테는 이 일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중략)...

이 사진과 관련한 또 다른 사진...


 

** 위 사진들은 매그넘 싸이트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1. 『매그넘 site』로 가기 (클릭)

2. 로버트 카파의 사진 보기...(클릭!! 매그넘의 '로버트 카파'로 넘어갑니다...)

200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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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2006-11-2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그넘 싸이트가 개편되는 바람에 링크 주소가 바뀐 듯 합니다...예전에는 로그인이 필요치 않았는데....우선 그대로 놓아둡니다...~~
 
신화 추적자 - BBC 다큐멘터리 샹그리라.아르고호 원정대.시바의 여왕.아더 왕 이야기
마이클 우드 지음, 최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누군가가 말했다. 이 세상은 원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고... 만약 이 세상의 원초적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신화가 될 것이다. 다시말하면 이 세상 이야기들의 시발점쯤 되지 않을까?  이 책 『신화 추적자』는 그 시발점이 되는 것들 중 몇가지 이야기들을 시공간적으로 따라가보는 여정의 이야기이다.
 
신화는 비록 주로 고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아주 먼 옛날 어느 순간에 뚝딱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신화 자체는 또 하나의 구비문학(혹은 구전문학)이며, 수천년에 걸쳐 덧씌어진 인간사의 욕구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덧붙여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들이 절로 든다. 그러니까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신화속 사람들로 표현될지도 모를일이다. 약간은 방향이 다르지만...역시나 일부 SF에서는 우리가 발 디디고 서있는 현재의 지구도 신화속 공간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네가지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다룬다. 신화가 가질 수 있는 진실성을 바탕으로 그 당시의 지리적 여로를 추적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책을 따라 여행에 동참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바로 지명때문인데... 생소하기도 하고 도저히 머릿속에서 쉽게 기억되지는 않았다. 물론 책속 그림들 중에 지도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먼저 첫번째 여정은 동양의 신화로 출발한다. 이 신화는 숨겨진 파라다이스 '샹그리라 Shangri-La'에 관한 것인데...서양인의 눈에 비친 동양은 아마 낙원을 품고 있었던 듯 하다. 1900년대 이후에 서양인들이 속속 티벳을 발견(티벳이 위치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 맞을 듯 싶기에...)하기 시작했으며, 불교와 접목하여 동양인이 말하는 지상낙원의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매우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로 '샹그리라'가 쓰이고는 있지만, 예전 서양인의 눈에 티벳의 고원지대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에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험한 지형때문에 영적이고 신비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인 듯 하다. 보통 신(들)은 높은 곳에서 아래의 속세를 지긋이 지켜 보고 있지 않은가. 책에 따르면 인도에서 처음 기록된 티벳 신화로 알려졌지만, 그 후 서양인들이 하나 둘 씩 인도를 통한 지리적 접근을 통해 티벳의 신비롭고 동양적인 그리고 불교적인 이미지의 베일을 벗기기 시작했으며, 1933년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 Lost Horizon>이 발표되고, 1937년 헐리우드 영화로 상영되며 무릇 정신적, 경제적 공황시대를 살고 있는 서양인들에게는 절망적 세계를 벗어날 수 있는 위안을 주고 꿈을 꾸게 만드는 지상낙원으로 믿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우드'는 티벳 지역과 히말라야 접경지대에 이젠 부서진 몇몇 건물만이 남아있는 '구게 왕국(9세기에 창건되어 17세기에 비극적 인 종말을 맞음...)'을 샹그리라로 굳게 믿고 있다.
 
 
두번째 여정은 '아르고 원정대'가 '황금양털'을 찾아서 돌아오는 원정을 그린 신화의 추적이다. '마이클 우드'는 이 원정대에 몇가지 의미를 부여했는데 첫째는 지중해 너머의 세상을 탐험했다는 것(당시의 그리스인들은 지중해 너머의 세계는 상상으로만 그리고 있었다함...)과 최초의 엘도라도에 관련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즉, 황금의 땅을 찾아나서는 최초의 모험기라 부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이아손'과  '메데이아(태양신 '헬리오스'의 손녀)'라는 신화속 인물이 등장하며, 더불어 '헤라클레스'도 이 여정에 동참한다고 하니 얼마나 오래된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참고로...'아르고 Argo'는 '이아손'의 배이며 '빠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여정은 지중해와 흑해를 지나 지금의 '그루지야인 당시 지명으로 '콜키스'라 불리는 곳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콜키스'는 세계의 동쪽 끝으로 믿었다 한다. 그만큼 '황금양털'을 차지하려는 그들의 모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짐작케한다. 이들의 원정 중심에 놓여있는 '황금양털'은 '이아손'이 '펠리아스' 왕에게 그의 왕국을 요구한 댓가로 '펠리아스'왕이 '이아손'에게 요구한 것인데...이는 고대의 제물로 쓰인 양을 신화로 재구성하여 폭력과 희생, 그리고 종교를 아우르는 하나의 이야기로 된 것이다. 결국 이 신화의 핵심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리적 지식을 늘림과 동시에 그리스인들의 흑해 진출을 신화로 표현했다는데에 있다고 간결히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여러 고대 영웅들의 영웅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세번째 이야기는 성경과 코란에 나오는 '솔로몬'왕의 이야기중 조금 언급이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이 여인은 '시바 Sheba'여왕이다. 이 여왕을 '마이클 우드'가 찾아나선 이유는 바로 성경과 코란에 동시에 언급이 되기도 하며, 솔로몬 왕과 지혜와 부로 대비되는 여왕으로 호기심을 이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바의 여왕'을 찾아가는 여정은 바로 홍해를 넘나드는 여로이기도 하다. '시바'여왕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의 기원이 되는 인물이며,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왕을 만나러 가는 여정은 옛 고대의 향료 무역로를 추적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시바의 여왕'은 한쪽 발이 털이 많은 염소발을 가졌다는데...솔로몬이 이를 확인하고 고쳐주었다고 한다. 또 이 신화는 악숨('시바'의 여왕이 다스리던 제국)이라는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화와 아프리카 문화의 교역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고대 문명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네번째 이야기는 '아더 왕'의 영웅담을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읽기 전까지 '아더 왕'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그게 아니었다. '마이클 우드'는 아더 왕의 원형은 달리아다 왕국의 왕자 '아루트이르'라고 소개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더는 앵글로-색슨족에 대항한 브리튼족의 영웅으로 알고들 있는데 말이다. 아더 왕 이야기에서 또 하나 잘 알고 있는 것은 '원탁의 기사들'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에서 쓰인 '원탁'은 '로베르 드 보롱'이라는 작가의 상상속의 산물이며, 마찬가지 '크레티앵'이라는 작가는 성배와 결부시킨 이야기를 썼다 한다. 몇 세기를 지나오는 동안 여러 작가들에 의해서 살들이 하나 씩 붙고, 그러한 영웅담을 당대 유명한 영국 왕들이 차용하니 이미 상상속 인물 혹은 실제로 존재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가는 인물의 이야기는 허구를 넘어 사람들 머리에 신화라는 이름을 차용하여 강하게 인식되어진 것이다. 이미 신화로 자리잡았다면 허구든 아니든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영국 왕은 이러한 신화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였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 또한 하나의 상품으로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4가지 이야기이지만, 여정을 통한 신화로의 접근은 읽기에도 그리 쉬운것이 아니었다. 어려운 지명도 물론이려니와 간간히 곁들어지는 다른 신화의 이야기들과 고대인들의 이야기등은 또 다른 미로를 안겨주었다. 무엇이 진짜이고 허구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분명 고대 문명은 존재했으며, 그 시대 사람들 또한 존재하였고, 신화는 세상과의 교류속에 탄생한 민족적 위안거리이자 자부심일 듯 하니 말이다.
 
단순히 역사를 넘어 우리나라가 가진 신화를 추적하는 책들도 기대하는 바이다.
 
<덧붙임>
 
개인적으로.. '샹그리라' 이야기와 '아더 왕'에 관한 이야기가 좋았고...'시바 여왕' 이야기와 '황금 양털'을 찾아 여정을 나서는 '아르고 원정대' 이야기는 그리 흥미를 끌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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