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어디에선가 "나의 죽음은 우주의 종말과 같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죽음으로 내가 누려야할 모든 것들은 그걸로 끝이다라고 할까...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의미의 뉘앙스를 풍겼다. 그런데 이 책은 우주의 종말로 인한 나와 우리 모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정확히는 우주의 종말은 아니고 지구의 종말이며, 더 정확히는 지구 생명체의 종말이다. 그러니까 혜성과의 충돌이 있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작가인 '이사카 고타로'의 다른 작품들(요즘 인기있는...『러시 라이프』나 『중력 삐에로』,『사신치바』,『마왕』...등등...그러고 보니...요즘 들어서 이 작가의 책들이 많이 쏟아지는 느낌이다...)를 읽지 않았으므로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어떤식으로 이야기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대충 다른 서평이나 책 소개 페이지의 작가소개를 읽어보니 인생에 대한 무거운 소재들을 유머스러우면서도 그리 심각하지 않게 다룬다는 글들을 보았다.
 
『종말의 바보』의 경우만 하더라도.... 종말을 향해 다가가는 사회의 혼란은 담담하게,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은 무거운 것들과는 반대로 증폭을 시키는 듯하다. 그러니 무겁고 어두운 소재들은 이것들이 가지는 심각성이 밝고 사랑스러운 소재들에 비해 심하게 가려지는 듯 하다. 그는 부정적인 것들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것에 대해 이야기하길 원해서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는 이것이 '이사카 고타로'의 문체이다. 긍정의 문체.
 
이 책에서도 인간이 가지는 죽음을 경배하는 폭력성과 이기심, 종말에 따른 혼란등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을 혜성 충돌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폭발적으로 늘어놓는다.
 
보통 이런 종말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내용들은 예기치 않은 죽음이 아닌, 결정되어 있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삶을 유지하는 힘들 중 자신의 죽음이나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 전혀 예견할 수 없다는 것도 한 몫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도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안다.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이 책의 구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면...여러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다른 단편의 엑스트라...그러니까 같이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이웃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 주민들은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이웃이다.
 
단순한 질문이지만...이 소설은 한가지 질문을 던진다. '만약 세계가 멸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앞으로 한 3년정도 남았다."
 
이 책의 작가인 '이사카 고타로'의 답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안다.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가족과 함께(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이다. 물론 대처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소설 속 주인공들의 유일한 종말을 대비한 움직임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여러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구가 혜성과 충돌 3년을 앞둔 시점에...서로 소원했던 부모와 자식이 용서와 화해를 구하는 이야기, 어지러운 세상속에서 부모를 잃고, 자식을 잃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끼리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여 힘을 모아 마지막까지 살려는 이야기, 비록 세상의 종말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를 낳아 더욱 강한 가족의 결속력을 추구하려는 이야기..등등... 거의 대부분의 단편들이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혜성의 충돌로 인한 세상의 물리적 종말이 아닌 정신적 메마름에서 나타나는 이 사회의 각박함과 이기주의적이고 개인적인 관념들로 인한 세상의 피폐함을 가족의 해체에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작가 생각대로 이 사회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역시나 혜성이 충돌하든 안하든 각박한 이 세상은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중일지도 모를일이다.
 
혜성이 다가오고 이 지구상 어느곳에도 피할 곳이 없다. 그래도 가족들을 데리고 피난을 가기도 하며, 가족들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기도 한다. 그러니까 가정의 존재는 절망적인 사회를 유지하게끔 하는 유일한 생명끈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속에서도 어느정도의 혼돈의 시기가 지나가고 다시 그럭저럭 사회의 모습이 유지되는 장면들이 나온다. 물론 따지면 따질것이야 많지만(사회의 혼란속에서 의외로 먹을 것은 쉽게 구하는 듯...)...이는 판타지적 장르라 여기고 보면 머라 할 말이 없다. 암튼 이러한 세상의 종말을 향히 치닫고 있는 불행한 과정속에서 야기되는 사회의 혼돈과 모순을 해결해주는 것은 곳은 국가도 아니고 사회도 아닌 각 개개인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정(혹은 가족)이다.
일례로 가족이 없는 가장의 자살 또한 이 책에서는 그려지고 있다. 
 

 
암튼...이 책의 작가..'이사카 고타로'는 다시한번 질문을 한다.
 
'당신의 가정은 안녕하신가? 세상의 종말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며 말이다.
 
만약 세상의 종말이 없다면...그러니까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이 정말 천운으로 궤도가 바뀌어 지구를 스처지나거나 '자유호', '독립호'(영화..'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하는 영화 '아마게돈'에서 나오는 혜성 폭파 임무 비행선들 이름)가 출현하여 혜성을 폭파시킨다면...혼돈 후의 이 세상을 살아가게끔 힘을 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자신의 가족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자신과 연이 없는 타인들도 누군가의 가족으로 생각하고 대한다면 아마 세상의 종말같은 것은 있지도 않겠지. 그럼 더욱 훈훈한 사회가 될 것이기에...
 
작가는 참으로 따끔한 소리를 빙빙 돌려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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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2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저번에 읽었던..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속편인 이 책을 읽었다. 책도 얇아서(230여 페이지) 뚝딱 간식먹듯이 해치웠다. 과연... 지난 <뉴욕 침공기> 이후 우리의 사랑스런 조그만 왕국 '그랜드 펜윅'에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을까...

핫핫... 리뷰를 쓰는 지금, 책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뉴욕 침공기>가 풍자적이고 동화적인 웃음으로 내 얼굴을 밝게 만들었다면, 이번 이야기인 <월스트리트 공략기>는 곳곳의 못말리는 유머로 내 눈가의 주름을 늘렸다. (한마디로 웃었다는 얘기....)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언제 봤는지 기억이 안날정도로 꽤 오래전의 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이 영화의 제목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이다. 금방..인터넷에서 찾아보니...1990년에 만들어졌다는데... 그리 오래전의 것은 아니군.. ^^"

책 소개 하면서..뜸금없이 영화얘기를 하는 것도 좀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아마...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말도 안되는 상황이 결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대충 이 책의 정말 간단한 줄거리를 말한다면... 어느 미국 기업이 그랜드 펜윅에서 나는 와인의 맛을 딴 껌을 파는데..수익이 생겨... 그랜드 펜윅에 그 개런티로 100만 달러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반적인 나라 같았으면.. 100만달러 뿐이 안되는군..하며.. 그냥 무의미하게 받았을 것을... 이 작은 나라에서는 이 100만 달러를 가지고 엄청 호들갑을 떤다. 왜냐하면..말 그대로 엄청 작은 나라이며, 전기는 커녕..외국으로 전화할 수 있는 시설도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100만 달러로 인해... 이 나라는 노동자와 지배계층 간에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인다. 지배계층의 의견은 이 돈을 없애야 한다는 것...왜냐하면.. 지금까지 전통을 중시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 이 나라가 돈 때문에 어지럽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노동자층은 이 돈을 노동자 혹은 국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얼마동안은 세금걱정도 하지 않고..또 자신들이 사고 싶어하는 것도 일부 살 수 있게 되기때문에... 그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자, 고민거리이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현실이다. 국가가 세금을 감면해주는 경우는 있지만, 보너스를 주는 경우는 듣도보도 못했다. 과연 그랜드 펜윅 국민들은 얼마되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큰 금액일 수 있는 보너스를 받게 될까... 우여곡절끝에 결국 여당이 물러나고 노동당이 국민의 힘을 얻어 야당에서 여당으로 승격이 되며.. 이 보너스들을 받게 된다. 그럼 그것으로 해피엔딩이면... 역시나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커녕...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유머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현실속의 정치를 상상의 공간에 풀어논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 상상속의 공간은 곧 현실적인 공간과 마주한다. 그랜드 펜윅이라는 작은 나라는 상상속의 나라이지만, 미국이나 그 외 유럽은 모두 다 현실로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정치적인 풍자..특히 이번 책은 경제적인 풍자가 정말 장난 아니다. 이 책 한편으로 현실속에선 무시무시하고 냉정한 경제 법칙(특히, 주식과 관련하고, 통화와 금의 시세등..)을 정말 알기 쉽게..그리고 부드럽게 풀어썼다. 간결하나마... 정말 깔끔한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급과 자본가계급간의 시각차를 뚜렷이 인식하게 만든다. 유머를 곁들여서...

암튼...이 보너스를 받은 국민들은 그렇게 염원하던...TV, 세탁기...등등을 산다. 근데.. 웃긴것은 이 나라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다만.. 이 물건들이 갖고 싶었다는 이유에서 이것들을 산 것인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고...결국 정부에 전기를 끌어주라고 요구를 하게 된다. 정부 또한 고민 끝에 전기 시설을 마련해주는데..글쎄..이것이 말 그대로 정부 돈이고 국민 돈으로 해결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말해...정부 여당인 노동당이 말했던 세금 감면은 말 그대로 공중에서 사라지고 더욱 무거운 세금이 국민들을 짓누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순진한 국민들을... 참..이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인플레이션 현상' 또한 겪게 된다.

그래서 이 국민들과 정부는 완전 우울모드로 들어갔고...그 한 해 동안 모든 국민들이 딱 2명만 제외하고 그 한 해를 완전 정신적, 경제적 공황으로 보낸다. 그런데 이러한 공황에서 제외된 2명은 자전거포 주인과, 은행장이다. 그 이유는 책을 보면 알게된다..^^"

그 다음해...더욱 더 우울한(?) 소식이 있으니.. 작년 대비 와인 맛 껌 수익이 1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늘어났다는 아주 슬픈(??) 소식이 정치권을 긴장시키니..결국 이 나라의 공주가 나서는 것이다. 전혀 경제라는 개념을 탑재하지 못한 따뜻하고, 활발한 이 나라의 젊은 공주가 특유의 돈 쓰는 기술과 엉뚱한 낭비 기법을 통해 이 천만 달러를 소비한다는 혼자만의 심사숙고한 결론을 낸것이다. 이 공주의 기발한 공중에 돈을 날리기 기법은 어디선가 들은 것 같기도 한..'주식투자'를 통한 해법에 있었다. 그래서.. 신문 경제면의 주식시세란의 한 회사를 눈감고 연필로 찍어 걸리는 회사에 주식을 투자하기로 했으니...

이 것이 바로...앞서 말한...<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영화가 아니고 먼가... 이 영화를 본지 오래된 관계로 대충 줄거리를 전한다면.. 벙에 걸린 형사가 그냥 죽을 수 없어... 범죄현장에서 순직하여..자신은 명예롭게 죽고, 가족은 아마 어느정도의 연금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 죽으려고 나서는 범죄 현장마다...자신이 자랑스럽게 순직하는 것이 아닌.. 범죄를 일망소탕한다는 엉뚱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서 그대로 펼쳐진다. 솔직히 말한다면...이 책이 영화보다 먼저 만들어졌긴 했지만, 암튼...이 공주 또한...돈을 허공에 뿌릴 작정을 하고 투자를 한 주식이 갈수록 대박을 친다는 정말 상상만 해도 유쾌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정말...기발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쾌한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책을 읽으면...더욱 더 그러함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유쾌한 이야기이고 재밌는 이야기지만, 이 책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모든 세상사를 향해 날카로운 풍자를 들이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이야기 하나하나...에피소드 하나하나가...날을 세우고 있다. 재미는 있지만, 정말 우리에게 생각할 것을 많이 전해준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돈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신용이라는 것이다. 이 신용이 무너진다면..아무리 많은 돈도 종이쪼가리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곧곧에 숨어있고, 드러나있다.

저번 <뉴욕 침공기>가 현대사회를 공격하는 중세기사로 묘사될 수 있다면..글쎄...이번 <월 스트리트 침공기는> 뭐랄까... 음.... 생각이 안난다... 암튼... '주식'의 '주'자도 아니..'ㅈ'도 모르는 한 아가씨의 대담한 행동이 결국은 미국을 넘어 세계의 모든 통화를 위협하게 하니..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경제 시스템이 한가롭거나... 대수롭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역시나...약자가 강자를 엎드려 절받게 하는 이야기는 재밌다. 그리고 통쾌하다..

과연...이 공주는 1000만 달러...정확히는 600만 달러를 가지고 (나머지 400만은 국민들 빚을 완전 탕감해주고 조금 남김..) 얼마나 벌 수 있을까...핫핫..

여러 생각할 거리는 있지만, 귀차니즘으로 이만 리뷰는 끝....

시간되면...다들 한번씩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미국이야말로 세금을 짜내는 데 있어서는 탁월한 솜씨를 지닌 나라니까요. 세금 때문에 못 살겠다며 반란을 일으켜서 세운 그 나라가, 나중에는 세금 분야의 마키아 벨리가 된 셈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해서 거두어들인 돈이 한 달에 무려 수십억 달러씩 되었는데, 미국 정부로선 그걸 자국 내에서는 다시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야말로 지금 우리가 처한 입장과 똑같았던 겁니다. 어떻게 하든지 국내 경제에 영향이 미치지 않게 하면서 그 잉여자금을 다 써버려야만 했던 거죠.
 그렇긴 하지만 우리에 비하면 미국의 경우는 훨씬 더 나은 셈이엇습니다. 그만한 규모와 힘과 명성이 있는 나라이니만큼, 결국 해외 여러 나라의 각종 문제에 대한 원조 계획을 세워서 그 막대한 금액을 뭉텅뭉텅 써버렸으니까요. 그 덕분에 여러 나라가 미국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었구요. 물론 그렇게 돈을 쓴 효과가 아직 확실히 드러났다고 할 수야 없지만, 하여간에 자국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고 잉여자금을 처리했던 겁니다."
 
(주석 : 미국 독립혁명을 촉발시킨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지세'를 비롯한 영국 정부의 각종 세금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꼬집는 발언이다.)
 
p.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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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1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상당히 동화적인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책들은 읽는 도중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독자의 입장에서 구현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지지만, 이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영화적 상상보다 동화적 상상을 하면서 읽었다. 이 이야기는 권선징악의 정통 동화의 끝맺음을 보여주진 않지만, 어찌됐던 매우 해피한 맺음을 보여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소설은 <레너드 위벌리>라는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가 쓴 한편의 "그 당시 국제 사회의 정세를 풍자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위에서 동화적 상상력을 이끌어낸다고 하였는데, 어찌보면 신문 한 쪽 구석의 1컷 짜리 카툰의 느낌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정치적이나 매우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우리의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한편의 마당놀이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분명 전체 이야기의 흐름은 가볍고 쉽게 웃음짓고 또..심하면 눈물지을 수도 있지만, 그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분명한 것은 신문기자로서의 사회적 여론을 이끌어가는 책임감도 좀 들어가있지 않나 싶다.  또한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로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강대국들의 유치함이나 비열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조국의 국제사회 지위로 인한 상대적 깨끗함(?) 대한 애절한 감정도 들어있을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아무튼..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시대가 꽃피기 시작하는(?)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이 소설에 쓰이는 소재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역시나 그러한 것들을 가지고 웃음짓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또한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약소국은 항상 처량하다. 이 책에서 미국이 아닌 뉴욕을 침공하는 이유도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와인의 수출로 번 돈으로 연명하던 작은 국가가 인구 증가와 더욱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조를 바라는 과정에서 나온 소위 국가 회의의 결과가 전쟁을 통한 동정심 유발이라니..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만 제외하면 정말 풋풋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정말 눈물(?)짓게 만드는 것은 미국(정확히는 뉴욕)까지 갈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까지의 교통비 문제가 정말 백미다. 특소세를 만들어 품삯받듯..버스비를 가지고 마침내 그 항구에 도달하여..범선을 타고 간다니..정말 유쾌한 상상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그리고 <H.G.웰스>의 '우주전쟁'에서 쓰일 법한 이야기 과정도 독자의 흥미도를 배가시키며 당시 미국인들의 공황의 심리를 이 소설에 아주 부드럽게 차용했다고도 보여진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인슈타인>의 과학자의 양심에 비유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역시 작가의 시각이 비추어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뉴욕에서 도달하여 일어난 일은 예전 <장르노>가 출연했던..[비지터]라는 영화가 나의 상상력에 한 몫을 하긴 했다. 그래도 결코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과학적인 논리는 없지만, 매우 강력한 과학적인 무기가 나오니까..(원자폭탄보다 더 무서운..) 그 당시의 미,소간의 냉전이 얼마나 세계인들을 가슴 떨리게 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내용은 어찌어찌해서 모든 세계인이 특히, 강대국과의 싸움에 새우등 터질 수 있는 약소국이 만족할 만한 지위를 누리게 된다는 것도 어찌보면 작가의 이상향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대국들의 세력, 무력 시위에 번번히 피해를 보면서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약소국들간의 자신감,그리고 공동체 회복은 앞으로 우리 글로벌한 세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약소국들의 소리 높이기는 이 현실적인 사회에서 성공할지 어떨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요즘 국제 사회가 에너지 자원으로 개편되어 가고 있는 요즘의 이 구도가 결코  소설에서처럼 강대국들간의 쉬운 합의는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와인으로 시작한 이 소설의 진행은 그 차기작에 와인맛 껌으로 그 바톤을 넘기게 됐으니 그 뒷이야기도 사뭇 궁금하다.
 
 
** 이 소설속 맘에 들었던 부분을 몇자 적어봅니다..**
 
"생과 사를 결정하는 과학자들의 힘은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하등한 생명체를 능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같은 인간들조차 능가한다는 것 말입니다. 제 삶은 단지 식물보다 우월할 뿐입니다. .......(중략)........하지만, 이제는 전쟁에 참가한 나라만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는 전혀 관여하지도 않은 다른 나라들까지 고통을 받는 형국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나무들과 같이 이들 다른 나라들에겐 아무런 발언권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p. 217>
 
"사실 이 사람들이 이야기해야 할 내용은 그냥 한 마리의 돼지처럼 확실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돼지를 제멋대로 썰어서 베이컨을 만들고, 햄을 만들고, 족발을 만들고, 껍질을 말리는 식입니다. 그러니 결국 나중에 가서는 도대체 애초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완전히 까먹고 마는 거죠. 햄 위원회에 있었던 사람들은 돼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햄이라고 주장하고, 베이컨 위원회에 있었던 사람들은 베이컨이 아니었다면 돼지 따위는 존재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식입니다. 그러니 결국 아무런 결정도 못 내리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지금 분명히 우리 앞에 있는 놈이 돼지인지 뭔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중략). " <p.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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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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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간의 스포일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나...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조금만 읽어보면 나오는 부분이기에 큰 무리는 없을 듯...그래도 이 책을 보실 분은 이 리뷰 보시지 않는게 좋을 듯..싶네요~~

                   친애하는 스티븐 호킹,

 
                      저를 당신의 제자로 받아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오스카 셸
 
                       <p. 31 >
 
 
'오스카 셸' 자신만의 완전무결(?)한 논리로 세상을 읽어내고 호기심으로 세상을 풀어나가려는 9살난 꼬마. 이쁜 아줌마 앞에서는 성숙한 척, 자신의 나이를 자신의 얼굴과 최대한 맞추어 12살이라고 거짓말 하는 꼬마. 또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을 너무나 일찍 맛 본 꼬마. 어린아이 답지 않게 꼬마답게 자신과 가족에게 닥친 이 슬픔을 이겨내려는 이 책의 사랑스런 주인공.
 
영특하지만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이 아이에게는 하나의 숙제가 있다. 자신만의 숙제. 그리고 엄마랑 할머니는 결코 알아서는 안 될 숙제.
 
그 숙제는 자신의 아빠의 죽음에 관한 숙제이며, 자신이 슬픔을 이겨 낼 수 있는 지혜를 주는 숙제이고, 항상 아빠 곁에 있음을 느끼게 하는 숙제이다. 엄마랑 할머니한테는 결코 알려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건 두 분에게 슬픔을 안겨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읽자마자 이 꼬마가 혹 자폐증이 아닌가 의심했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세상에 갇혀사는 것은 아닌지 해서 말이다. 또 예전에 읽었던,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번역서 제목 :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문학수첩리틀북스' 펴냄)의 '크리스토퍼'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어쩄든 '오스카'는 자폐아는 아니다.
 
'오스카'는 항상 자신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아빠를 좋아했다. 신문이나 잡지의 오타를 체크하는 모습의 아빠도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오스카의 아빠는 2001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장악당한 비행기와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는 시간에 그 건물에 있었다. 그리고 2년후, 오스카의 가족은 아빠의 시신이 없는 빈 관을 묘지에 안장한다.
 
오스카는 아빠의 체취를 그리며 아빠의 손길이 닿은 물건 이것 저것을 엄마 몰래 만진다. 이 꼬마에겐 슬픔을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없다. 다만 부츠의 무게만을 느낄 따름이다. 부츠의 무게란 기분이 나쁘면(오스카 생각으로 절망적인 상태를 경험하게 될때) 엄청 무거워지고, 기분이 좋으면(오스카가 원하는 답을 얻거나 정말로 기분이 좋아질때) 이 부츠의 무게는 날아갈듯 가벼워진다.
 
아빠의 죽음은 가장 무거운 부츠를 신은 상태이다. 오스카는 부츠를 가볍게 하고 싶었고, 아빠의 파란 꽃병속에서 하나의 알 수 없는 열쇠를 찾게 된다. 'Black'이라고 쓰여진 종이 하나와 함께...
 
오스카는 아빠를 찾으러 나선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빠의 죽음은 알고 있으니, 아빠의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Black'씨라는 사람을 찾으러 나선다. 그리고 꽃병속에서 찾은 알 수 없는 열쇠에 맞는 열쇠 구멍을 가진 'Black'씨의 물건(혹은 열쇠로 여는 문 혹은 자물통과 같은)을 함께 찾기 위해서. 이 자물통이나 문은 아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이야기 해 줄것이다.
 
이게 바로 오스카의 숙제이다.
 
이 소설은 오스카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스카의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2차대전의 폭격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만 했던 오스카의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 이야기는 오스카의 할머니 편지속에서 오스카의 현재 이야기와 교차 편집되어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이 작가는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단순히 희생자들이 불쌍하다는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삶 그리고 그 사람과 얽혀있는 가족의 삶,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이들과의 연계를 보여주고 싶어한 듯 하다. 2차대전은 2000년대를 이어나가는 새로운 씨앗인 '오스카'에게도 그 영향을 미쳤다. 희생자들의 죽음은 단순히 생명의 불꽃이 사그러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헛된 죽음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오스카가 수많은 'Black'씨를 만나는 것 자체가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연계성을 말하는 듯 싶다. 비록 대다수의 'Black'씨들은 오스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오스카는 그들의 삶을 훔쳐보게 된다. 비록 차이는 있을 망정,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는 그들 또한 나름대로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다. 무엇이 시끄럽고 무엇이 가까운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제목의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친애하는 오스카,
 
             당신이 자기 얘기를 조리있게 하는 것을 보니
             똑똑한 젊은이일 거라 생각되지만, 당신을 만나 본적도 없고,
             어떤 과학을 연구했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추천서를 써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
             제 작업에 대한 친절한 관심에 감사드리고,
             당신의 과학 탐사 여행과 그 밖의 일에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제인 구달
 
             <p. 276>
 

 
이 책은 정말로 재밌다. 가끔 가슴을 막히게 하는 감동도 있다. 그리고 오스카의 당찬 호기심과 사고가 정말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이 책 중에 약 60여가지의 사진들이 나오는데..스토리와는 그리 상관없는 사진들이 나온다. 처음엔 무슨 사진일까 어리둥절했지만, 그 사진들은 오스카의 콜렉션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에 관한 콜렉션...
 
그런데 오스카는 '스티븐 호킹'에게 답장을 받게 될까?
 
 
              친애하는 오스카 셸,
 
             미국 당뇨병 재단에 기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1달러 지폐 한장 한 장이
            -당신의 경우에는 50센트지만- 모두 소중합니다.
            미래의 장단기 목표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우리의 선언문과 과거 활동과 성과를 담은
            브로슈어 등 재단에 관한 자료를 동봉했습니다.
            이 절박한 대의를 위해 기부해 주신 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생명을 구하셨습니다.
 
                                                              감사를 드리며,
                                                         퍼트리샤 록스버리
                                                                  뉴욕 지부장
 
             <p.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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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만큼 큰 미소
마이클 커제스 지음, 조혜진 옮김 / 홍익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이야기는 1987년도에 있었던 이야기로 실화이다. 이 소설의 개괄적인 내용은 자폐아, 다운증후군과 같은 학습장애아들이 NASA 우주 센터 주체로 열리는 과학경시대회에 참가하면서 겪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예전의 <화성의 인류학자>라는 책이 계속 오버랩된다. 장애인, 학습지진아 등등...불편함을 겪고 있는 이러한 소수의 사람들은 결국 다수의 소위 '정상적인 사람들'에 의해 보여지는 관점일 뿐이다.

우연한 기회에 NASA가 주관하는 과학경시대회(주로 천체물리, 로켓발사, 팀워크, 우주과학등의 과목으로 몇일 동안에 걸쳐 대회를 치룸)가 있다는 잡지 기사를 본 미국 한 고등학교의 미식축구 코치이자 특수아동 선생님인 <마이클 커제스>는 자폐아, 다운증후군, 학습부진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그리고 자신이 어엿한 사회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과학경시대회에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멤버는 미국내에서도 유명한 고등학교만 출전하며, 그 학교에서도 수재로 통하는 아이들로 나가는 팀이 구성되어진다. 일반 정상의, 그리고 보통의 아이들도 꿈만 꿀 수 있는 대회인 것이다. 이 대회에 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나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보통의 실력이상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대회를 장애아들을 데리고 나간다고 했으니, 학교 뿐만 아니라, 작은 지역사회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 선생님은 미식축구 코치답게 특유의 저돌성으로 밀고 나간다.

자신과 뜻을 같이한 다른 여선생님과 힘을 합쳐, NASA에 문의하고, 또 문의하고, 여비를 마련코자 스폰서를 찾아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니고..그리고 부모들을 설득하고자 이리저리 애를 쓰며 돌아다닌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문과 소식은 그런 아이들이 어떻게 나갈 수 있느냐는 냉랭한 시선이다. 교장도 자신의 안위(혹시 잘못되어 자신의 인사평점에 잘못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를 지키고자 코치 선생님을 협박 비슷하게 해보지만, 이미 아이들과 선생님은 주사위를 던져놓은 상태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역 유지들과 교육관계자들을 통해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는 첫 단추도 아니다. NASA에서도 이런 아이들을 받아본적도 없고, 또 홍보차원에서 받아 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이 아이들은 한두가지 크거나 작은 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 문제가 가장 큰 차원이고, 또 정신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참가시켰을 경우 이 대회 자체가 크게 흔들리거나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선생님들은 각고의 노력을 쏟는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지 선생님들이 아니다. 하지만, 같은 대회에 참가하는 다른 고등학교 선생님들마저 이들을 못마땅히 여기며 불쾌하게까지 여긴다.

편견이 편견을 낳고 결국엔 편견의 장벽으로 둘러쌓인 편견만의 세상으로 그려진다.

이 아이들도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바로 결속력이 없었다. 그들은 같은 특수 아동이라 하여도 '남은 남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니..엄밀히 말해..'남'이라는 개념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다른 보통의 아이들과의 벽도 문제지만 그들 속에서도 편견과 힘이 좌지우지되는 그런 작은 세상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선생님은 처음부터 하나씩 준비를 해내간다. 그들에게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 공통점을 증폭시키려 노력을 쏟는다. 그 공통점이란 '과학경시대회에 나가고 싶은 열망'이다. 그들 또한 다른 이들과 같이 열망이 가슴속 언저리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뒷 이야기는 앞에 이야기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그 아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영역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코치 선생님도 이 아이들이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예를 들어..과학경시대회중 한가지 테스트는 물 속에서 도형들을 끼워맞추는 것이다. 거의 모든 아이들은 수영장이란 곳을 와보지도 않앗다. 하지만, 그 중 어떤 아이는 어렸을때부터 수영을 계속 해왔다. 바로 이런 것에서부터 그들 사이의 결속력이 다져지기 시작한다. 예전 같았으면, 혼자만 즐길것을 이제는 같이 해야하므로 수영을 못하는 애들을 위해 자신이 선생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바로 이와같이 스스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자신과 다른 아이들과의 동질감을 회복하면서 그려내는 이야기들이다. 바로 우리와 똑같은 사회성이 그런 학습 장애아들속에서 싹 튼 것이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우리는 가끔 장애인들을 맞이할때 편견을 통한다. 그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라는 말이 아니다. 물론 관심을 가진다면 더욱 더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관심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대할때의 똑같은 시선을 원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스스로의 자책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며, 이는 순방향으로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그들 자신과 사회 자체로 말이다.

이 이야기에는 수많은 갈등이 있으며, 그 갈등이 스스로 치유되어지는 '정화능력'을 보여준다. 갈등은 남들이 만들어주었지만, 정화는라는 힘으로 이 갈등들을 스스로 치료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 자신을 이겼다. 이 이야기의 감동은 이것에 있는 듯 하다.

이 이야기는 앞서 말한대로 실화이며, 1987년도에 일어났던 이야기다. 아무리 자유의 나라 미국이라 할지라도 시대적으로 관용이 넘치는 사회는 아니다. 물론 지금도 관용과 자비가 넘치지는 않지만, 이 이야기가 80년대 이야기라 그런지 코치 선생님과 그 아이들이 이룩했고 소원했던 이러한 일들이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성인이다. 그리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가끔 시대적 단편만을 보고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을 평가 절하하는 시각을 갖고 있는 누를 범하고 있지는 않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그대로로서 사람들을 평가하지 말고, 조금 더 시각을 넓혀 이 사람들을 하나의 삶을 가지는 인격체로 봐야할 것이다.



ps. 이 책을 읽고 약간은 내용과 벗어나서 가졌던 생각은 비록 미국에서도 제한되어 있고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렸을때부터 우주를 보는 시각을 길러주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자체가 부러웠다. NASA라는 것도 부럽지만, 이 기관이 가지는 하드웨어적인 면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면이 매우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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