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피터팬
제랄딘 맥코린 지음, 조동섭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100년만에 돌아온 피터팬. 이야기속에서는 20년의 시간이 흐른뒤이다. 20년뒤 네버랜드는 과연 떤 세상이 되었을까? '돌아온 피터팬'은 상상과 모험을 멋지게 그린 이야기이다. 상상하면 음식이 나오고, 요정의 가루를 뿌리면 말 그대로 마법처럼 날아다닐 수 있고, 시간이 흘러도 나이를 먹지않으며, 이 모든 상상이 꿈의 공간 네버랜드라는 곳에서 펼쳐진다. 솔직히 피터팬이 돌아온 이야기가 아니라, 전편 주인공들이 다시 네버랜드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난 이 책을 읽은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꼬마가 나한테 이렇게 물어본다면...
 
"형(실은 아저씨쪽에 가깝지만..), 후크가 악어에게 잡아먹힌거 알아?"
 
난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
 
글쎄, 피터팬의 속편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그 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줘야 될까? 아니면, 그 꼬마말대로 후크의 최후의 모습에 동의해야할까?
 
그러니까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 책은 '팬픽'에 가깝다고나 할까? 피터팬의 후속 이야기로는 전편의 명성이 너무 크다.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아마도....후속편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고 할까. 전편을 능가할 것이라고는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후속편을 쓰려면 전편에 결말지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이끌어내기 위한 구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구실은 꽤 괜찮은 듯 보인다. 흔들리는 네버랜드, 흔들리는 피터팬...
 
꿈과 상상의 땅 '네버랜드', 우리는 꿈속에서 날아다니는 꿈을 꾼다. 꿈은 항상 내가 중심이다. 비록 피터팬과 같이 있더라도 말이지... 그런데 이야기의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 그들의 모험담이 좀 빈약하다. 다시말해 앞서 말했던 그 구실에 관한 설명이 너무 많다. 왜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꿈속의 모험은 이유가 없는데, 굳이 '왜' 라는이유를 단 모험담이 그닥 맘에 들지 않았다.
 
피터팬만큼이나 꽤 멋진 반동적 인물이 후크다. 오히려 전편에서 후크때문에 피터팬이 돋보였을 정도니까(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후크의 매력은 이유없이 네버랜드의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이유가 없다. 그는 해적이고, 또 해적들의 선장이니까. 이것만 가지고도 그는 충분히 악(동)의 이미지를 가진다. 근데 이 후속편 '돌아온 피터팬'에서는 또한 이유를 곁들인다. 왜 그가 나쁜사람이 되었는지, 왜 그가 네버랜드에 왔었는지... 그게 머 중요하다고...
 
그리고 조금 더 맘에 안드는 것은 후크의 변신이다. 그의 변신은 어른인 나에게는 매우 약하다. 내가 어리다고 가정해도, 글쎄..요즘 무수히 쏟아지는 판타지 모험 이야기들 (해리포터등등...)과 비교해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물론 소설의 크기가 해리포터 시리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결국, 나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은 여러 구실들에 대한 조금은 지루하고 약간은 횡설수설적인 점이며, 어느정도라 딱히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부자연스럽다는 것. 그리고 여러 인물들이 가지는 이야기들에 거의 중심점이 없으며, 그냥 방탕해지고, 독선적인 피터팬만을 위한 소설이었다는 것에 있는 듯 하다. 이야기속에서 교훈을 결코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이 책을 본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이야기의 구성에는 좀 실망했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내용물...머라 말해야되지? 그러니까...피터팬과 아이들의 상상하는 점이랄까? 이런것은 꽤 맘에 들었다.
 
맨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먹을 것을 얻기위해서는 피터팬이 상상을 해주어야하고, 날기위해서는 요정의 가루가 필요하고, 추운 산속에서 요정이 불을 피워주고, 비록 구체적으로 네버랜드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은 잘 나진 않지만, 여러가지 사연이 깃든 지명을 가지고 있는 그곳이 맘에 들었다.
 
청소를 싫어하는 피터팬이 웬디에게 툭 던진 이말..'청소하기 싫으면 악몽이나 쓸어' 이런 말들이 좋았다. 너무 기똥차지 않나? 이 한마디가 얼마나 피터팬이 뚱딴지처럼 행동하는지..그냥 단 한줄의 문장이지만 피터팬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런 것들이 그나마 이야기속에 집중시키는 감초였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야기는 좀 어수선하지만...
 
그러니까 난 투박한(?) 빵속의 부드러운 크림을 먹었다고 생각한다. 피터팬과 아이들의 모험담은 그리 매력있지는 않았지만, 아이들과 피터팬의 생각들, 상상들...이런것은 맘에 들었다.
 
2006.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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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3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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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디어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에 이은 세번째 '그랜드 펜윅 공국'의 알콩달콩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가 나왔다. 1편이었던 뉴욕 침공기는 세계의 무력 시위에 대항하는 이야기였고, 두번째 월스트리트 공략기는 거대 자본주의앞에 무릎꿇는 세계 경제에 대항하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세번째 달나라 정복기는 점점 치열해져만 갔던 1960년대 후반 우주 정복 싸움에 나섰던 미국과 소련에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이다.
 
잠깐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땅덩어리도 코딱지만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순수하기 그지없는 그랜드 펜윅 공국이 점점 예산에 쪼들리게 되는데...그래서 비록 없이 살지만, 유럽 정통의 명망있는 국가라고 자부하는 이들의 수장인 '마운트 조이'백작은 미국에 절대로 원조(원조자체는 수치스럽다고 생각...)가 아닌, 특별 차관으로 500만 달러를 요구하게 된다. 이 차관은 그랜드 펜윅의 수도시설 정비와 공국의 마스코트라이며 군주인 '글로리아나 대공녀 12세'의  모피코트를 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미국은 그들의 정치적 야욕과 독선적 우주 개발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통 크게도 5천만 달러를 무상으로 준다. 500만 달러도 아닌 5천만 달러를 받은 그랜드 펜윅은 당혹감에 빠지는데...
 
과연...그랜드 펜윅으로서는 가지고만 있어도 부담되고,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이 큰돈을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우주 정복(여기서는 달 정복...)의 야욕을 어떻게 무마시키고 세계의 안정을 이룩하게 될까?
 
이 작품은 '레너드 위벌리'가 1962년에 쓴 작품이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은 작품이 나온 해보다 6년 뒤인 1968년이다. 실제로 이때는 미국과 소련이 한창 우주개발을 위한 인공위성과 로켓을 발사하기에 여념이 없을 때이고, 국가적 위신때문에 먼저 달에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려고 온 힘을 쏟을 때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맹목적으로 우주선을 먼저 한 기라도 쏘아 올리려는 두 거대 국가에 대한 풍자를 늘어놓는다. 그 때 당시의 세태를 풍자함으로써 작가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이 단지 그들만의 야심을 채울 뿐이며, 상대국에 대한 우월한 지위만을 확인할 뿐이라는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막상 1960년 당시 아프리카는 20여개의 신생 독립국가들이 새로이 국제 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들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원조에는 인색한 거대 국가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랜드 펜윅' 시리즈의 장점은 거대 국가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비판이지만, 매우 웃기다는데에 있다. 솔직히 그랜드 펜윅은 세계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전화도 없는 나라에서 다른 국가들 소식은 늦을 수 밖에 없을 뿐더러, 물을 길어다 목욕을 하는 작은 나라에서 세계의 사건 사고에 뛰어들 여력도 없다. 그런데 항상 의외의 일이 유발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들은 먹고 살며 조용히 지내기에도 바쁜데...항상 세계를 흔드는 굵직 굵직한 사건에 휘말려 혼란스러운 세상을 깡그리 정화시킨다.  그것도..웃기게...
 
그래서 이 책이 매력적이다. 20세기 중반에 쓰여졌지만 지금도 이 책의 풍자가 유효한 것을 보면 말이다. 예전에 앞서 나온 책을 읽고 리뷰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레너드 위벌리'라는 작가는  '아일랜드' 출신의 신문기자 출신 작가이다.그래서 그런지 세계의 경제적, 정치적 구조가 거대 국가들에 의해 재편되어 가고, 또 이념적으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되어가는 그 때 당시의 냉전의이라는 시대상이 매우 불만족했을 것이다. 돈많다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힘있다고 유세 떠는 것도 아닌 이들 거대국가들의 유치하지만 세계인들을 볼모로한 몇가지의 불편한 경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선량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비록 작가의 웃음과 풍자가 책 속에서 넘실거리고는 있지만, 책이 주는 무게는 한없이 무겁다.
 
이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한번 정도 읽어보아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이 시리즈의 원제속에는 항상 'mouse(생쥐)'라는 글자가 있는데...얄팍하지만 무서운 고양이 무리 속에서 이 생쥐(그랜드 펜윅)가 어떻게 그들을 요리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나올 네번째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다음편은 아마도 '석유'를 가지고 장난치는 서구 자본국가들을 요리할 듯 도 싶은데... 암튼 기다려진다. 책이 얇아(270여 페이지 정도..) 너무 쉽게 읽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200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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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을 위하여 - 꼬마 아인슈타인 미구엘의 이야기
마크 웨이클리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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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아인슈타인을 위하여』는 자연과학을 쉽게 풀어쓴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인공으로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는 책도 아니다. 단 권으로 되어있는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독자들에게 삶의 무게를 의미있게 전달한다.

한권으로 되어 있다보니... 이 책이 지닌 구성이 좀 단조롭긴 하다. 내용이 단순하다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이라는 인간에게 편리성을 부여해주는 일종의 툴(tool)에 대한 전문적이고 상세한 내용이 생략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긴...이런 것들이 제대로 들어가 있다면...SF 부류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SF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를 꼽으라면...글쎄...얼마전에 개봉했었던...메이저 제약회사가 가난과 질병에 찌든 아프리카인들을 무서운 결핵약의 실험체로 이용한다는 『콘스탄트 가드너』정도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즉, 과학과 대비되는 윤리적인 면에서는 비슷하게 부합되는 듯 하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역시나 많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가진자들의 재난(질병과 같은)을 대비해 준비한 복제인간의 생존욕구(ㅎㅎ..)를 다룬 영화『아일랜드』, 그리고...'에단 호크'와 '우마서먼'이 주연한 유전자 조작을 이용하여 태어난 우성 형질을 가진 인간들을 대우하고 그렇지 못한 열성의 유전자를 가진 인간들은 배척한다는 미래상을 보여주고 윤리적인 문제를 다룬 『가타카』등도 더불어 떠오르는 영화이다...
이 몇편의 영화들이 주는 공통점은 마이너 인생 혹은 소수의 가지지 못한 자들은 인류의 발전과 진보라는 대의의 명제 앞에서 희생되어도 된다는 다분히 서양중심의 이기적인 사상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이 책은 과학기술과 이것들을 제어 해야 하는 혹은 제어 할 수 있는 '윤리'라는 소재를 서로 대칭점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는, 생명윤리를 존중해야한다는 계몽성을 가진 소설이다. 그러나...단순히 이러한 계몽(이미 이런 비윤리적인 것들은 독자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 계몽이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하지만...)을 하거나 인간들에게 무자비한 과학기술의 오용과 남용을 경고 해주는 단순한 소설이었다면, 매우 건조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겠지만 이야기 한편으로 한 아이의 성장 드라마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차가운 이야기로 될 법한 흐름을 따뜻한 감성이 흐르는 이야기로 변모시킨다. 그리고 이 순수하고 감수성이 넘치는 아이가 가진 시각과 감정으로 인해...그만큼...이 소설이 지녀야하는 어떠한 SF적 그리고 과학기술적 장치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지 못하더라도 깊이있는 이야기를 가지는 듯 하다.
(이 이야기가 과학적 지식의 부족으로 비논리성을 추구한다기 보다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술적 도구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을 뿐이지...결코 과학적, 분석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작가는 간호사, 물리학자, 신경외과 의사등의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과의 면담을 통해...자료 조사를 했다고 작가의 프로필에 나와있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기억의 이식'이다. 이 소설은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명망있고 노벨상 수상 경력이 있는 한 교수의 기억을 다른 사람..정확히는 다른 인격체에 주입시킴으로써...과학이 대변하는 대단히 효율적이며 진보한 세상으로의 관문을 과연 열수 있겠느냐에 대한 자답이다. (갑자기..영화가 떠올라서 하는 말인데..『이터널션샤인』이라는 '기억'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도 떠오른다. 주제가 '사랑'이었던가?) 그리고 마찬가지로 '기억의 이식'에 대한 다른 소설로 프랑스 작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늑대의 제국』이 떠오른다.

이러한 기억 이식이라는 기술적 시술에 드리워진 암울한 그림자로써 이 책에선..인격체의 말살을 다룬다. 그리고 이 부분이 과학과 대비되는 윤리의 영역인 것이다.

너무 윤리적인 부분을 말하였는데...역시나 이것은 또 한편의 성장 소설이므로..한 소년의 따뜻한 감성의 발로에 절로 감동받는다. 이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이 작가가 아이의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 작가는 교직원으로 있다고는 했지만...)

가끔...나도 그렇지만, 누구나다 한번쯤은 상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무슨 상상? 가령...책이나..사전을 베고 자면..다음날 책속의 지식들이 다 머릿속으로 들어와있다면..얼마나 좋을까..하는 무지 몽매한 상상 말이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말도 되지 않는 욕심이며 본능이다. 이 책이 비록 과학이라는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지적 욕심을 다루었지만, 결국은 이 소설에서의 과학은 인간이 가진 아주 비논리적이면서 야비한, 좋지않은 의미에서의 본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속에서의 과학은 인간의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본능을 충족시키키 위한 수단으로 결코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소재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학이 가진 양면성...즉...긍정적인 요소가 지극히 위험한 부정적 요소를 끌어낼 수 있음을 이 책에서는 말하는 듯 싶다.

끝으로...이 책과 유사한 여러 영화들을 앞서 말했는데..그 영화들은 이 소설의 일부분을 대변하는 것들이고..전체적인 이 소설의 느낌은...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욕심을 부린 인간이 '스크루지 영감'으로 비치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이 책은 삶의 무게를 다시 돌아보게끔 만드는 것 같다.

2006. 0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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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궁의 묘성 - 전4권 세트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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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순전히 '칼에 지다'라는 책 때문이다. '칼에 지다' 또한 아사다 지로의 책인데, 정말 감명깊게 읽었다. 올해에 읽은 책 중 인상깊게 읽었던 책을 몇권 뽑으라면 그 중 '칼에 지다'와 '창궁의 묘성'을 자신있게 가리킬 수 있으리라. 이 책 '창궁의 묘성' 또한 '칼에 지다'와 같이 역사적 사실에 배경을 둔 소설이다. '칼에 지다'가 일본 막부 말기 '신센구미(신선조)'의 일원인 '요시무라 간이치로'라는 인물을 시대라는 용광로속에서 녹여버렸다면, '창궁의 묘성'은 뜻밖에도 배경을 중국(정확히는 청나라 말기)으로 옮겨와, 나날이 기울여져가는 청나라 왕조를 거대한 땅덩어리를 노리는 서양 열강 제국들의 먹잇감으로 만들었다.
 
이 소설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뚜렷하다. 자신의 야욕을 이루어내기 위해 온갖 노림수를 쓰는 인간들과 자신의 일신은 생각치 않고 오직 대의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인간들의 대비로 확연히 구분되어진다.
 
소설은 문수와 춘운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연다. 그리고 이들은 시종일관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객체로서 스토리를 양분하여 진행시킨다. 그러나 이 둘의 이야기가 진짜는 아니다. 이 진짜가 아니라는 의미는 두가지이다. 한가지는 정말 말 그대로 이 둘은 실존인물이 아닌 소설속 양념으로써 아사다 지로에 의해 탄생한 인물이라는 점과, 나머지 하나는 이 두 인물의 성장과 성공, 실패에 관한 이야기가 아사다 지로가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사다 지로는 이 두 인물이 발 디디고 서 있는 그 땅(청나라)과 그 시간(청나라 말기)을 말하고 싶어한 것이다. 그 시간, 그 땅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것이 아사다 지로가 스스로 풀어나가고 싶어했던 이야기의 중심이다.
 
이 소설은 수많은 갈등을 품고 있다.
 
먼저 청나라는 한(漢)족의 나라가 아니다. 만주족의 나라이다. 하지만 만주족은 한족을 중용하여 청나라를 이끌어가는데, 어찌 갈등이 없지 않을 수 있을까. 한 예로 '만한전석 滿漢全席'만 보더라도 두 족(族)들의 암묵적인 반목이 그 시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두번째로 서태후와 광서제의 갈등이다. 정확히는 이 둘간의 갈등이라기 보다는 환관(내시)들과 문관의 갈등, 그리고 보수세력과 진보세력간의 갈등이다. 이는 중국내의 갈등으로 볼 수 있겠다. 또한 농민 혁명까지 포함하면 이미 중국은 안에서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번째는 그 시대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서양 열강들과 중국과의 갈등, 그리고 일본과 중국과의 갈등, 서양 세력들(일본을 포함한)간의 갈등... 중국땅에 발을 디딘 외세의 모든 갈등이다. 청,일 전쟁이 있었으며, 영국과의 아편전쟁, 베이징 조약(이 조약으로 영국에게는 홍콩을, 러시아에게는 외만주를 빼앗겼다)등 등이 있었다. 결국 중국은 한마디로 안으로나 밖으로나 화약통이었다.
 
이 모든 갈등의 소재를 아사다 지로는 '창궁의 묘성'이라는 소설로 아우르며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완성시킨 것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역사속의 정치를 다루고 있지만 그 시작부터 이것을 다루지 않는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다룸으로써, 나아가 이 개인이 중국이라는 나라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는 일명 성공 스토리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처음부터 무겁게 시작하는 것이 아닌, 한번 읽으면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는 이야기부터(인간의 본능을 다루는 오히려..이쪽은 판타지라 부를 수 있겠다) 시작된다.
 
여기에서 개인은 앞에서 언급한 두 인물 문수와 춘운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인물이 초반에 등장한다. '백태태'라는 한 노파인데 이 노파는 이 둘에 대한 운명을 점친다. 여기에서 '창궁의 묘성'이 등장한다. '창궁'은 중국 황제가 있는 '자금성'을 가리키며, '묘성'은 북두칠성의 한 별로, 나라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운명이 서린 별이다.
 
과연 누가 '창궁의 묘성'이 될까..(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
 
문수와 춘운은 나이차가 있긴 하지만 둘 사이의 우정은 끔찍하다. 하지만 이 둘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은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킨다. 이 둘은 서태후와 광서제만큼이나 가까우면서(서태후와 광서제는 피가 섞이지 않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이다) 멀다. 문수와 춘운이 변방에서 중앙으로 진출하면서(이 진출과정 또한 매우 흥미롭다) 점점 이야기는 무거워지고 그 스케일이 커진다.
 
청나라 말기, 중국은 입헌군주제를 받아들이려 한다. 천자(중국의 왕)가 존재하면서 서양 방식의 정치 체제를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영국과 일본을 따라 하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의 이 시대는 개혁말고는 답이 없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 그렇고, 조선의 갑오경장이 그렇다. 중국은 이미 양무운동으로 서양식 병기와 군대를 갖추기 시작했으며 이는 외세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내의 크고 작은 변란들을 제압하기에도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고, 결국 변법운동도 실패로 끝나갔다. 이 모든 개혁의 실패는 일본이 메이지 유신으로 나라가 바뀐 것 만큼이나 청나라 또한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결국은 청나라는 얼마안가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천자가 사라지고 말았다.
 
간단하게나마 역사적 배경을 풀어놓긴 했지만, 이 소설을 읽어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 뿐이 나오질 않는다. 이 모든 이야기를 두 명의 입장에서 그리고 두 명의 운명의 끈으로써 풀어냈다는 점은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정말 아사다 지로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인간의 운명을 믿고 싶다. 인간이 운명을 개척하든, 아니면 하늘에서 내린 천운을 순순히 받아들이든..운명은 분명 존재할 듯 싶다. 운명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던지(그래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던지) 아니면 자신 밖에서 맴돌며 자신을 조종하던지(그래서 정해진 운명을 가게 되던지) 간에 말이다.
 
한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들은 그들 자신만을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이미 나라의 운명을 놓쳐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느꼈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린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느꼈다. 소수의 인간 때문에 그 뒤에 서있는 엄청나게 많은 인간들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정말 무서운 것이다.
 
 
 
강자이었음에도 결국 모든 것을 수탈당한 약자의 위치로 들어선 중국이 다시금 강자의 입장으로 세계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있는 것도 그렇고, 항상 약자의 위치에 있던 일본이 어떤 기회로 하여금 그들을 강자의 위치에 올라서게 한 것도 그렇고, 항상 약자(물론 항상 약자는 아니었지만...)이면서, 강자들 틈에 끼어 있으면서, 바람앞에 촛불 흔들리듯이 흔들거리면서도 한국이 당당히 세계속에 서 있는 것도 그렇고 ...(물론 이 소설에서 조선은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다. 이때의 시대는 조선을 버린듯한 인상을 받았다 - 일본인이 쓴 중국 소설이라 그런가??)
 
암튼...이들은 현재에 다시 갈등하고 있는 중이다. 정치를 잘 모르지만, 이 변화무쌍한 역사의 중간에 서있는 개인들(국가의 중요인사와 정치인들)은 과연 믿을만 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끝으로 중국의 이야기지만, 일본 작가가 그려서인지는 몰라도 후반부에 일본의 이미지가 상당히 부드럽다.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야생 육식동물들 속에서 일본은 그 이미지가 도망치는 먹잇감을 위하는 듯한 설정이 좀 못마땅하다. 이토 히로부미가 어떤 인간이 되었든...한국인으로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정말 대작이다. 흥미롭다. 그리고 시대의 목소리들을 들려준다. 그래서 알찬지도 모르겠다.
 
 
 
<덧붙임..>
 
역사소설을 읽으니..요즘 나온...김탁환의 '리심'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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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미야베 미유키'의 가벼운 소설을 읽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예전에 '이유'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유'에 비하면 '스텝파터 스텝'은 정말 가벼운 소설에 해당한다. 한 젊은 도둑이 강압(?)에 못이겨 어린 쌍둥이 형제의 양아버지가 되어 셋이 주변 사건들을 파헤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짤막 짤막한 이야기들이 가벼운 웃음을 선사한다.
 
'미야베 미유키'가 1987년에 등단한 것을 고려하면, 이 책은 1993년에 쓰여졌으니까..그녀의 초반 작품군에 해당될 듯 싶다. '이유'를 제외하고 그녀의 다른 책들은 읽어보진 않았지만,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가볍게 웃음지으며 볼 순 있지만, 웃음을 위한 소설도 그리고 사회 비판을 무겁게 다룬 소설도 아닌 어쩌면 조금은 밍숭맹숭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읽어가는 도중 차츰 몰입이 되긴 했지만, 상황 설정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 막 개발되기 시작하는 도시 외곽의 한 집에 사는 쌍둥이 형제, 부모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예 등장도 하지 않는다. 다만, 쌍둥이들은 부모가 서로 다른 사람과 바람나 집을 나갔으며, 이 부모는 서로 상대방이 아이들과 함께 사는줄 알고 있다. 물론 쌍둥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도둑. 이 도둑은 옆집을 털려다 어쩌구 저쩌구 해서 쌍둥이들의 협박에 못이겨 양아빠 노릇을 하게 되는데... 이 설정이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작가가 쌍둥이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글쎄...왠지 편해보이려는 수작의 냄새도 난다. 얼굴도 같고, 성격도 같고..생각하는 것도 같고.. 괜찮은 캐릭터를 별 수고스러움 없이 세트로 만들어버렸으니... 이렇게 쌍둥이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런데 내용은 더 가관이다. 이 셋이서 사회 부조리를 캔다. 정말 엉망진창이군...
 
그래도 재밌다. 왠지...이 주인공들 데리고 이런식으로 책 한권 딸랑 하나만 냈다는 것이 더욱 무책임하게 보인다. 하나의 사건들이 그리 복잡하지도 책 페이지도 많이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들여 스토리를 좀 더 세분화 시키고, 주인공들의 과거도 들먹이면서 좀 더 이야기를 늘여, 시리즈 같이 만드는 것이 더욱 괜찮을 듯 싶은데...
 
이들이 사건을 풀어나가고...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것도 재밌지만, 난 이들의 과거가 궁금하다. 왜..이 쌍둥이들은 지들끼리만 살고 있을까?. 정말로 부모는 살아있는 것일까? 왜..머리도 비상한 이 도둑은 도둑질을 하고 있을까? 그 계기는 무엇일까? 왜 이 도둑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일까...
 
정말...이들의 과거가 궁금하다. 비록 한권으로는 구성도 약하고 사회비판적인 내용도 약하지만... 씨리즈로 두,세권 정도 더 나온다면...굉장한 그럴듯한 이야기가 될텐데..
 
이건 마치...'미야베 미유키'의 습작뿐이 안되는 듯...
 
그래도 가볍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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