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델, 에셔, 바흐 : 영원한 황금 노끈 -상 까치글방 150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지음, 박여성 옮김 / 까치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박여성 님이 번역한 『괴델, 에셔, 바흐』는 완전한 오역의 종합판입니다. 이런 불량 번역판을, 출간한 지 무려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찍어내고 있는 출판사와 번역자는 크게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번역자 박여성 님과 도서출판 까치 측에게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식인의 양심과 윤리가 아니더라도 흔한 세상의 상식에 비춰볼 때, 이런 불량 번역판을 자세한 내역을 모르는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판매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비양심적이고 반지식인적 행태입니다. 박여성 님의 번역판 『괴델, 에셔, 바흐』는 원문의 오독, 오역, 180도 정반대역, 비문이 책 전체에 걸쳐 수도 없이 넘쳐납니다. 따라서 이 번역판은 정상적인 독서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오직 자신의 지적 수준만을 탓하며 이 심오한(?) 번역판을 암호 풀듯 해독해 나가시느라 머리를 쥐어뜯으셨을 수많은 독자님들! 이제 이 번역판을 집어던지시길 감히 권합니다. 결코 우리 독자들의 지적 수준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래의 원전 『괴델, 에셔, 바흐』는 책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논증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많은 논리적 추론 과정과 연쇄적인 논증 절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갖 학문의 경계선을 종횡무진하며 전개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맛물리고 엇물리고 겹겹이 중첩된 그물망 혹은 다중 고리의 논증 체계에서 번역이든 해독이든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면, 우리는 그 순간부터 단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 독자들이 이 번역본을 읽다가 맞닥뜨리는 이런 골치가 지끈지끈거리는 독해의 어려움은 원전의 심오함 때문도, 우리의 부족한 지력 때문도 아닙니다. 바로 원저의 완벽한 논증 전개를 완전히 뒤죽박죽으로 망쳐 놓은 불량 번역 탓이었던 것입니다. 원문의 의미를 180도 정반대로 오역한 곳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최악의 불량 번역문을 기진맥진 헤쳐나가는 순수한 우리 독자들이 진퇴가 불가능한 의미불통의 덫에 단단히 걸려들고 마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미 알만한 분들은 이 번역본의 터무니없음을 다들 알고 있죠. 그러나 이 명백한 불량 번역판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우리의 출판계, 나아가 소위 지식인들, 학계, 번역계는 도대체 어찌된 것입니까? 이것은 그냥 하나의 사소한 오역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호프스태터의 원전이 우리에게 끼치는 학문적 영향력과 그 중요성은 우리의 소위 지식인들이 이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을 때 앞다투어 서평란을 만시지탄이니, 일대 사건이니 하며 찬사/감동/경외감 일변도로 채웠던 데서 잘 드러납니다. 그동안 우리의 지식인들은 현란한 지식의 향연이니 철학 문학 예술 과학의 왼갖 꽃봉우리들을 종횡무진한다느니 하면서 이 번역본을 현학의 전거와 과시로써 얼마나 많이 인용해 왔습니까? 게다가 서울대는 권장도서 100권 중 하나로 이 번역본을 선정해 열심히 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말이 되지 않는 엉터리 번역문과 악전고투하며 악순환의 두뇌 씨름을 벌이는 우리 독자들에게 『괴델, 에셔, 바흐』 불량 번역판이 끼치는 엄청난 손실과 해악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헛되이 소모되어 날아가 버리는 독자들의 지적 에너지와 귀중한 시간을 그 누가 보상할 것입니까? 거듭 말씀드리건대, 번역자 님과 출판사는 이제부터라도 이 불량 번역판을 하루빨리 모두 거둬들이시길 촉구합니다. 심각한 문제점을 통감하여 다시 번역하여 재출간하기로 했다면, 먼저 회수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 아닙니까?

이 오역의 종합판은 "자비의 원리principle of charity"를 아무리 후하게, 아무리 정교하게 적용하여 읽어나간다 해도 선의의 독자들을 끝내는 배신하고 마는 불량품에 불과합니다. 거듭 해당 번역자와 출판사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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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2015-01-2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전 원서로만 봐서 몰랐습니다만, 번역 문제가 꽤 심각한가 보군요.
그간 지인 몇몇분들께 번역본으로 선물했었는데,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ualia 2015-01-22 23:11   좋아요 0 | URL
surlogic 님, 댓글 고맙습니다.

윗글은 제가 알라딘에 블로그를 만든 날에 써올린 것이군요. 사실 윗글 써올리고 난 뒤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쓴웃음도 나오고 자조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뭐 핵심적 주장 내용은 지금도 철회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 어조가 자못 심각/엄숙/엄정하고 비장하기까지(?)해서요;;;;;ㅠ 즉 경직된 엄숙주의와 단죄주의가 너무 생경하게 드러나고 있는 글입니다. 윗글 뒤로 저는 이런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기로 했습니다(만 아직도 유연성/융통성/자기지시능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surlogic 님 덕분에 서툴렀던 지난날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네요. 감사 드립니다.

닉네임 2015-01-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qualia님 블로그를 살짝 구경하게 됐습니다.
제 쾌락 분야가 인공지능/인지과학인데, 이곳에서 많이 접할 수 있네요.

qualia 2015-01-23 22:2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surlogic 님과의 댓글 대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흥미진진한 인공지능/인지과학 얘기 나눌 날도 오겠지요.
우리나라 인공지능/인지과학 전문가들이 정말 탁월하고 흥미진진한 책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대니얼 데닛, 미치오 카쿠, 레이 커즈와일, 닉 보스트럼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