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는 녀석들을 위한 표준어 정리


저는 개인적으로
“이건 인정해주길 바래요
“뭘 더 바래?”
바랠바래야지
“내 진심만은 알아주길 바랬어
“설렘과 바램으로 부풀었었는데”와
같은 경우에 쓰이는 기본형 “바라다”의 비표준 활용형도
표준어로 인정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건 인정해주길 바라요
“뭘 더 바라?”
바랄바라야지
“그가 내 진심만은 알아주길 바랐어”와
같은 표준 활용형은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실생활 대화에서 저렇게 쓰이는 경우는 꽤 드물다고 할 수 있죠. 
거의 모두들 “인정해주길 바래요/뭘 더 바래?/바랠 걸 바래야지/진심만은 알아주길 바랬어” 따위로 쓰잖아요.

제 생각엔 “바라다”가 “바래다”로 변해 대체 활용되는 현상은
단순히 비표준적/비문법적인 오류가 개입된 활용 현상만은 아니라고 봐요.
아직까지도 우리말 문법에는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혹은 우리말 언어학자/문법학자들이 주목하지 않았거나 파악하지 못한
음운 현상/언어학적 기제/문법적 규칙 등등이 많다고 봅니다.
그런 밝혀지지 않은 현상/기제/규칙 따위가
저런 비표준적 활용 현상을 일으킨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기본형 “하다/되다” 등등이
“공부를 하라”
“공부를 해라”
“공부를 했다”
“사람이 되라”
“사람이 돼라”
“사람이 됐다”
등등으로 활용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위와 같은 경우, 기존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은 기본형 “하다”가 “하라”(○)와 “해라”(○)로 이중 활용되는 걸 허용하고 있죠. 반면 기본형 “되다”가 “되라”(×)와 “돼라”(○)로 이중 활용되는 건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되라”는 또 경우에 따라 허용과 불허를 넘나듭니다.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이 무쟈게 복잡하죠). 또한 “공부를 했다”(○)나 “사람이 됐다”(○)는 허용하는 반면, “공부를 핬다”(×)나 “사람이 됬다”(×)는 허용하지 않고 있죠. 이런 비일관성이 우리말 문법에 비일비재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문법적 비일관성이 “바라다”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활용 지침에도 나타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즉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국립국어원에서 제시하는 “바라다”를 적법하게 활용하는 언어학적/문법적 근거와, “공부를 핬다/사람이 됬다”를 틀린 용법으로 규정하고 “공부를 했다/사람이 됐다”를 맞는 용법으로 규정하는 언어학적/문법적 근거가 서로 모순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규정에는 과거 시제 선어말 어미 “-았/었-” 성분을 결합한 “하였다”와 “되었다”를 “했다”와 “됐다”로 축약해 사용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왜 이런 문법 규칙을 “바라다”가 “바래다“로 바뀌어 “바래/바래요/바래야지/바랬어” 따위로 활용될 때는 적용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죠. 오히려 국립국어원 측은 기본형 “바래다“와 그 활용형들을 방언이나 잘못된 것으로 치부해 인정하지 않고 있죠. 대신 “바라다”와 그 활용형들만 인정하고, 표준어 규정과 맞춤법 규정에 따라 써야만 한다고 정해놨습니다. 즉 “바라다”의 어근 ‘바라’에 선어말 어미 ‘-아-’를 결합한 ‘바라아-’를 축약 법칙에 따라 ‘바라-’로 줄이고 여기에 다시 여러 어말 어미를 결합해 “바라/바라요/바라야지/바랐어” 따위로 써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별도 표준어로 인정하는 “바래다”는 방언인 “바래다”와는 다른 말로서 (1)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2)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 이런 뜻으로만 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판단으로는 말/언어의 자연스런 활용 현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해서, 그 밑바탕에 근원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언어 활용 기제를 정확히 밝혀내, 그 자연스런 근원적 기제에 따라 활용되는 말들도 (다시 말해 일반 언중이 폭넓게 사용하게 된 비표준어들도) 적법하고 표준적인 것으로 선별 ·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전향적 시각에서 보면 “바라다”가 “바래다”로 바뀌어 “바래/바래요/바래야지/바랬어” 따위로 활용되는 사례도 얼마든지 표준적 사례로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죠. 해서 우리 언중들은 오래전부터 “바라다“와 “바래다“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해주길 ‘바래왔던’ 것이죠.

 

하지만 우리의 ‘바램’과는 다르게 이번 국립국어원의 《2014년 표준어 추가 사정안 발표》에는 “바래/바래요/바래야지/바랬어” 등등에 대한 전향적 고려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그렇지만 표준어로 인정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아무튼 국립국어원 측에서 내놓은 “바라다/바래다”의 활용법에 관한 기존의 규정과 설명은 인위적으로 정립한 문법에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측면이 많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이것 말고도 국립국어원 측의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는 이런저런 논란점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죠.

참고로, 위와 같은 제 논리에 따르자면 표준어 “설레다/설렘”에 대응하는 비표준어 “설레이다/설레임”도 얼마든지 표준어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실생활 대화에서는 “설레이다/설레임”이 훨씬 더 널리 쓰일 것입니다.

위 사안은 논란의 여지가 아주 많은 사안이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중간 정리하는 차원에서 간략히 적어본 것입니다. 그러나 저 또한 아직 국어 문법을 잘은 모르기 때문에 오류를 저질렀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좀 더 깊이 논의할 숙제로 남겨놔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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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23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준말만 생각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어떻게든 쓸 수 있는데
`바래다`가 ˝빛이 바래다˝라는 뜻이 워낙 세기 때문에
`꿈을 바라다`를 나타내는 `바라다`를 `바래다`로도 쓰는 일은
아마... 아주 힘들리라 느낍니다 ^^;

qualia 2015-08-26 02:00   좋아요 2 | URL
숲노래 님,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의견은 현대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바라다’의 변형 ‘바래다’를 문맥과 상황에 따라 아주 많이 쓰고 있다는 관찰을 근거로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 의견은 일종의 변형 ‘바래다’가 표준말 ‘바라다’와 같은 뜻을 나타내는 낱말로서 공존하고 있는 현상/현실을 그것 그대로 반영하고 기술한 것이란 얘기죠. 현대인들의 언어 생활을 잘 살펴보면 쉬운 발음 선호 현상이나 특정한 어감 선호 현상 따위 때문에 ‘바라다’보다는 ‘바래다’를 쓰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언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형태와 뜻과 문법도 바뀌어가지 않을 수가 없겠죠. 그렇다면 표준어 ‘바라다’의 변형 ‘바래다’가 21세기 들어 현대인들 사이에 아주 많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언어학자/문법학자나 언어연구소/문법연구소 등등은 외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언어 현상/현실을 받아들여 공식화하는 절차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제가 판단컨대 표준어 ‘바라다’의 변형 ‘바래다’는 이미 그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언어학자/문법학자나 언어연구소/문법연구소 등등은 밥먹고 놀고만 있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겁니다.

숲노래 님, 저한테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ccsajaksks 2016-09-07 17: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래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복수표준어로 인정되면 좋겠다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예시가 부적절하네요
일단 이중활용이라는 말을 처음 봅니다 됐다는 되다에 -았/었을 붙여 되었다로 활용된 후 되어가 축약되어 됐이 된 것이지 이중으로 활용된 것이 아닙니다 했다도 하다에 불규칙 -여가 붙어 하였다로 활용된 후 하였이 했으로 축약된 것이구요 이중활용이 아니라 보았다가 봤다로 축약되는 것과 같은거죠
바래, 바램은 원형 바라다에 -아,-았이 붙고 난 후에 축약된 형태가 아니기때문에 문법적으로 틀린게 맞습니다
-하다로 끝나는 모든 단어가 -여로 불규칙활용되는 것처럼 -라다로 끝나는 단어가 모두 -래로 활용되면 불규칙활용으로 인정 할 수도 있겠으나 자라다처럼 자래, 자램으로 활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있기 때문에 표준어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설레이다는 활용의 문제가 아니라 사동표현이 아닌 것에 사동접사 -이를 잘못 썼기때문에 틀립니다
-이는 먹다 -> 먹이다 처럼 어떠한 행동을 시켰을 때 붙이는 것이고 누군가가 설레게 시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레는 것이기 때문에 설레이다가 아니라 설레다가 맞습니다 설레이다라는 말 자체가 없고 설레다 설레었다 설렜다 설렘으로 활용됩니다

qualia 2016-09-07 20:17   좋아요 2 | URL
tjwus 님,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tjwus 님께서 반론하신 사항들에 관해선 앞으로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어 문법은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미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분석해서 비판해주신 점 거듭 고맙습니다.

과객4 2016-10-05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검색으로 흘러들어왔습니다. `많이 쓴다`라는 것 자체가 합리성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만을 기준으로 보면 규정을 바꾸는 게 편할지 모르지만 미래의 잠재적 한국어 사용자(한국어는 한국인만 쓰는 언어가 아니죠)의 수를 생각하면 불규칙 활용은 적을수록 좋다고 봅니다. 바래를 인정해야 하는 근거는 오직 `익숙함` 뿐인데 그건 막상 적응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qualia 2016-10-11 12:57   좋아요 2 | URL
과객4 님, 촌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객4 님의 위 논리는 그 논리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성립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제가 위에서 전개한 논리에 대한 완전한 반박 논리로는 좀 미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점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해서 답변드리고 싶습니다만, 우선은 제가(제 주장이) 모자란 점이 무엇인가 살펴보는 것이 더 나을 듯합니다. 저한테 생각할 수 있는 논점을 던져주셔서 거듭 고맙습니다. 답글을 늦게 드려서 죄송하고요~.

국립 2020-04-27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한국어 문법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많은데, 실생활에서 ‘설레다/설렘‘보다 ‘설레이다/설레임‘이 훨씬 더 널리 쓰인다고 ‘설레이다/설레임‘도 표준어로 삼자고 하는 것은 ‘젖이나‘를 [저지나]보다 [저시나]로 발음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저시나]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하자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요?

qualia 2020-06-20 21:33   좋아요 0 | URL
국립 님, 제시하신 비유가 그닥 잘 들어맞는 비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범주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설레다/설렘”에 대응하는 비표준어 “설레이다/설레임”이 언중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사용돼가고 있는 사례와 “젖이나”라는 말의 발음 사례가 [저지나/저시나]로 양분돼 나타나는 사례는 비교 자체가 다소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앞의 사례는 표기와 발음 양 측면 모두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례인 동시에 그 발생 빈도가 언어학자나 문법학자의 발상의 전환이나 심층적 연구를 요청할 만큼 큰 사례인 반면에, 뒤의 사례는 표기 측면에선 거의 발생 빈도가 0에 가깝고 발음 측면에선 [저지나]와 [저시나]의 각각의 실제 발생 빈도가 어떤지 거의 알려진 게 없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해서 앞의 사례와 뒤의 사례를 엮어서 동등하게 비교하거나 비유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얘깁니다.

아무튼 저는 현단계 한국어 표기 체계나 문법 체계 등등이 매우 비논리적이고 너무 허술하고 구멍이 뻥뻥 뚫린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문제 의식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 “바라다/바래다” · “바람/바램” · “설레다/설레이다” · “설렘/설레임” 등등에서 나타나는 현대 언중들의 표기/발음 변화 양상을 좀 더 깊이 조사 · 분석하고, 그런 양상에 내재된 음운학 · 발음학 · 언어학 · 문법학적 기제와 기반을 밝혀 이론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또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답글을 너무 늦게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