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어구 ‘~하기 전까지’가 문법적 오류일까?

Qualia Mind님이 게시물을 공유했습니다.

 

Qualia Mind 위 댓글 중에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란 구문이 비문이라는 Namu Li 님의 언급이 있어서 한 자 적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와 같은 유형의 구문은 전혀 비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Namu Li 님의 비문이라는 주장은 독자들을 오도하는 주장이라고 봅니다. 비문이라고 주장만 하셨지 그것이 왜 비문인지, 구체적 논거에 기반한 분석과 설명은 거의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주장 자체가 애초에 옳지 않은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란 문구가 논란이 된 자초지종을 알려드리죠. 즉 일전에 Sarah Kim 님께서 국내 한 교수의 오역문을 찾아내 비판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Sarah Kim 님께서 제시하신 문제의 원문과 오역문, 그리고 Sarah Kim 님 자신의 수정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원문: Even before I met you I was far from indifferent to you.
문제의 오역문: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당신에게 별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Sarah Kim 님 수정 해석: [나는] 당신을 만나기도 전에 이미 당신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어요].

 

한데 (위 오역문의 오역은 별개로 치고) Namu Li 님께서 한 가지 문법 오류만 지적하신다면서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란 문장은 비문이며 잘못된 언어 사용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아래 인용한 해당 댓글을 보시죠. 박문규 님께서도 Namu Li 님의 주장에 동의하신다는 취지의 답글을 다셨는데, 그것도 함께 참조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Namu Li 저는 한 가지 문법 오류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가 아니라 '당신을 만나기까지' 혹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이 옳습니다. 어떻게 '전' '까지'라는 시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잘못된 언어 사용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박문규 Even before I met you는 Even과 뒤에 나오는 두 번 나오는 Ernest 라는 이름에 대한 호감을 생각한다면 만나기 전에도, 만나기 전부터 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나무님이 '전'까지 라는 시점에 대한 말씀에 동감합니다.
논문, 서적, 신문 등 출판물의 적확한 언어 사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Namu Li 박문규 만나기 전부터, 전에는 등 다 옳은 표현이죠. 하지만 전까지는 비문일 수밖에 없어요.

 

위에서 보시다시피 Namu Li 님께서는 《어떻게 '전' '까지'라는 시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하고 설의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만 하셨지, 그런 시점이 왜 존재할 수 없는지, 이렇다 할 논거나 근거에 기반한 분석과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않고 계십니다. 게다가 오늘 저 위 댓글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거듭하시고 있습니다(오역 지적이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오역 지적과는 별개로 우리말 비문 관련 주장이 그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논할 것도 없이 애초에 그런 주장은 그른 주장에 불과합니다. 왜 그런지 다음을 보시죠. 위 해당 원문과 제 번역안을 제시하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원문: Even before I met you I was far from indifferent to you.
Qualia Mind 번역안: 나는/저는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도 당신한테 무관심한 건 전혀 아니었어요.

 

위 원문에서 ‘Even before’는 강조 용법으로 쓰인 문구라 할 수 있죠. 해서 우리말에서 강조를 나타내는 보조사 ‘-도’를 덧붙여 번역해줘야 원문의 의미를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Even before I met you’를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으로 번역하기보다는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로 번역해줘야 강조의 의미가 살아난다는 것이죠. 이때 ‘전에도’를 ‘전까지도’로 얼마든지 바꿔줄 수 있고 그러면 강조의 의미가 더욱 살아난다고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위에서 제가 제시한 번역안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그 뜻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음을 알 수 있죠.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가 비문이라는 주장은 정말 뜬금없기 짝이 없다고 봅니다.

 

사실이 이런데도 《'전' '까지'라는 시점[은] 존재할 수 [없다]》면서 ‘~하기 전까지’란 구문을 비문이라고 보는 건 앞 전(前)이라는 한자말의 뜻에 너무 얽매여 뭔가 역으로 잘못 추론한 탓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그 잘못된 추론을 밝히기 위해, 예컨대 ‘당신을 만나기 전과 후, 혹은 앞과 뒤’를 다음과 같이 도식화해서 보기로 합시다. 먼저 ‘당신을 만난 때’를 당신을 만난 사건 E가 일어난 시점 t로 나타내기로 합시다. 그러면 그 시점 t를 기준으로 앞/전과 뒤/후가 갈리는 다음과 같은 그림은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 시점 <------------- t -------------> 미래 시점

 

여기서 독자분들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가정컨대 내가 과거엔 전혀 몰랐던 당신을 만난 시점을 t라고 할 때, 과연 ‘나는 시점 t에 이르기까지(도) 당신을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면 맞는 말일까요, 틀린 말일까요? 당연하지만 논리적으론 틀린 것이 분명하죠. 왜냐면 엄밀히 말해 ‘시점 t에 이르기까지’란 표현은 당신을 만난 사건 E를 포함하는 시간적 표현이니까요. 즉 당신을 만나서 알게 된 사건 E를 포함하는 시간적 표현이기 때문에 당신을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면 앞뒤가 모순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시점 t까지(도) 당신을 몰랐다’란 표현도 똑같은 논리로 옳은 표현이 될 수 없습니다. 해서 이런 모순을 제거하려면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즉 ‘전’이란 낱말을 반드시 끼워넣어야 논리적으로 옳은 말이 된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당신을 만난 시점 t를 포함하지 않는 표현이니까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런 걸 부지불식간에 일상 화법에서 터득하기 때문에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당신을 전혀 몰랐다’란 표현이나, 반대로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았다’란 표현을 아주 자연스럽게, 아주 흔하게 쓰고들 있는 것입니다.

 

해서 위와 같은 예시적 분석과 설명에 따른다면, ‘~하기 전까지’ 유형의 구문이 비문이라는 Namu Li 님(과 박문규 님)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오류임 분명히 밝혀졌다고 봅니다.

 


 

■ 위 댓글 출처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Sarah Kim 님의 페이스북 글)

https://www.facebook.com/sarah.kim.31542841/posts/10156444885868447 

 

■ 위 논쟁이 시작된 Sarah Kim 님의 페이스북 글과 그에 대한 논자들의 견해

https://www.facebook.com/sarah.kim.31542841/posts/10156393828888447

 

■ Qualia Mind의 Namu Li 님 견해에 대한 비판 댓글을 공유한 글

https://www.facebook.com/qualia2/posts/437132580052563

https://www.facebook.com/qualia2/posts/444750555957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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