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고르는 행복한 고민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책이 재미있을까? 하지만 고심해서 고른 책들이 실망을 안겨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겪지 않아도 될 <오 봉 로망>이 실제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폴 네옹, 안 마리 몽브룅, 아르멜 르 갈 세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받는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아무 공통점도 없을 것 같은 이들은 오 봉 로망에 어울리는 좋은 책을 골라주는 작가들이다. 이들의 사고 소식을 전한 이방과 프란체스카가 경찰을 만나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 과정에서 이들의 좋은 소설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현재까지가 나온다.

 좋은 소설이 무엇일까? 이 책을 알게 된 순간부터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이방과 프란체스카는 좋은 소설을 공정하게 선별하기 위해 좋은 소설 위원회를 구성한다. 일부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환영 할 일이다. 하지만 과연 책을 쓰는 작가와 출판사의 입장에서도 과연 환영 할 만한가? 자신들의 책을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일일 테니 당연히 못 마땅할 것이다. 그래서 이방과 프란체스카를 공격한다. 괴한들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기 쉬우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지는 외부의 공격에 과연 이방과 프란체스카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것이 이 책을 읽는 이유 같다. 이방과 프란체스카가 소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때,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지 그들의 생각을 엿보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매력이자. 이 소설의 재미라 생각한다.

 

 ‘베스트셀러 = 좋은 책이라는 공식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오래전에 경험을 해보았다.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앞세워 광고하는 현재의 서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한 번도 해보지 못 한 좋은 소설에 대한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해볼 수 있었다. ‘좋은이란 자체가 주관성이 짙은 단어라 개인마다 좋은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오 봉 로망>서점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리뷰는 서평단 모집 이벤트로 제공 되어진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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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의 배신
토마스 바셰크 지음, 장혜경 옮김 / 모멘텀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아니 우리는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다른 사람과의 활동을 강요받는다. 그룹을 배정받고, 팀 활동을 하며 그렇게 사회로 나갈 준비(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준비)를 한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교수님께서 팀 과제를 내어주신다. 그런데 이 책은 말한다. 팀 활동이 과연 옳기만 한 것인가?

  

 우선 책의 결론을 말하자면 옳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작은 실험에서부터 국가문제까지 팀워크로 인해 실패한 사례를 들먹이며 팀워크란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수의 사람의 의견은 쉽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말이다. 바로 내 옆의 친구와도 의견이 맞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현실에서는 합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유화주의자들 덕분이다. 어떤 의견이든 고개를 끄덕이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화목한 분위기를 위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을 토마스 바셰크는 그렇게 부른다. 갈등은 싫고, 불편하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의견임에도 문제를 제기 하지 않는다. 친절본능 부족한 삐딱이(유화주의자들의 반대개념으로 책에 나옴)들은 배척당한다.

 

 팀 활동에서 유화주의자를 자처하는 나에게는 정말 일침을 심어주는 글이었다. 글쓴이가 말하는 유화주의 자들의 행동이 마치 미래의 나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너 때문에, 너의 그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사회적 손실이 생겼다고 꾸짖는 것처럼 느껴졌다. 갈등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더 좋은 길을 모색하는 방법이지. 당연한 사실이지만 껄끄러워 피하기만 하던 나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팀이 나쁘다고 만은 하지 않는다. 유화주의 자들로 이루어진 팀이 나쁘다는 거지. 팀 활동, 타인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제대로 된 협력이란 뭔지, 정말 좋은 팀워크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 사람들, 모르면서 강요만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 이런 걸 가르치란 말이야! 그리고 스스로 유화주의자들, 친절하기만 한 예스맨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한번은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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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카운트다운 세트 - 전2권
Twin두사람 지음 / 감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서평은 책에 대한 스포가 없는 글입니다.

책을 고르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Intro.(11/3)

() 소속 사진작가 [류비안][주민하]의 약혼사진을 의뢰받는다.

약혼사진 촬영을 위해 [주민하]의 약혼자, [이지형]을 찾아간 [비안]은 오랜만에 피사체에게 꽂혀버리게 되는데....

[이지형]은 일명 바른생활맨. 말 한마디에 배려가 묻어있고, 행동하나에 친절이 스며있는 남자.

무채색의 인생을 살고 있는 [지형]은 이제 [주민하]의 남편으로 한 여자를 책임지려 한다.

그런 그때 나타난 [비안]이 무채색인 삶에 여러 가지 색을 입혀주기 시작한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뭘 하든 새로움을 선사해주는 여자.

그런 그녀가 던진 한 마디 말로 인해 [지형]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지형 씨, 나랑 연애 할래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대외적으로 임자 있는 남자나 여자를 빼앗는 소설은 많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도 여주나 남주가 불륜(혼인을 하기 전 이라도 불륜(=바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주인공들의 목숨의 위협 등 그 임자가 문제가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임자 있는 남자를 여주가 뺐는 경우만 따지겠습니다.) 임자 있는 남주를 뺏는 게 아니라 악의 구렁텅이로부터 남주를 구해내는 맥락으로 받아들렸습니다. 대외적으로 보면 불륜이지만 말이죠.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되려 악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느낌이 들어서 불륜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소설에서도 불륜을 입에 담지는 않지만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불륜이고 언제가는 끝이 나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민하][이지형]은 사랑하지 않으니 그리 문제가 없지 않나 싶다가도 대외적으로 약혼관계의 그 둘 사이에 낀 [류비안]의 모습을 볼 때 마다 저절로 불륜 이라는 생각이 강하게드네요.


 

결혼 다섯 달 남았다고 했죠. 그때 보내 줄게요. 당신.”

  불륜이란 소재는 보기 불편한 소재임에도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주인공들 덕분이라고 생각되요. 기한이 있는 사랑이지만 신파적이지 않고, 지탄 받을 사랑이지만 아름답습니다. 그 이유를 꼽으라면 [비안]덕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시니컬한 매력이란 뭔지 제대로 보여준 여자주인공. 능력 있는 여자라 당당하고, 이기적인 여자라 매혹적입니다. 돌려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입은 청산유수, 말빨 하나는 상 줘야 할 정도. 정말 속 시원한 여자 주인공입니다. 다만 가끔씩 욕을 하는데, 욕하는 여자주인공을 혐오하시는 분들은 별로 일 듯 하네요. 저는 그 욕이 시니컬함을 더 해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것이다. (서머셋 모옴)

  [지형]에게 연애하자고 한 것은 그저 사랑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이라고 여겼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받기보다는 주고싶어 하는 [비안]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명언 같은 사랑을 하는 [비안]을 어찌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을 사랑하는데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 되어서.”

이 책은 [비안][지형]의 사랑이야기로 둘의 사랑에만 포커스가 맞춰져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거의 밀당으로 이루어져요. 사람의 심리는 갑자기 변하지 않는 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권짜리 책들에 보이는 인물의 갑작스런 행동변화가 짜증나는데, 이 책은 두꺼운 두께에 그 모든 심리 변화를 담고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흔들리기에 괴로워하고, 흔들려서 미안하는 과정을 거쳐 바뀌는 [지형]의 모습이 인상 깊었달까. 1권 막바지에 이를 때 까지 남주가 너무 뒤로 빼서 걱정이 많았는데 2권에 들어서는 순간! 정말 타이밍 절묘하게, 남주가 지루해질 쯤 분위기 전환을 시켜주시네요. 덕분에 [지형]의 새로운 모습으로 2권을 끝까지 재미있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종합.

불륜인걸 환기 시켜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안]의 돌직구 성격과 [지형]의 변하는 모습이 그 불편함도 잊게 만들어 주네요. [주민하]라는 서브 까지 완벽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박수 쳐드리고 싶을 정도. 좋은 점은 앞에 주구장창 나열을 나했으니 이제 아쉬운 점을 쓰자면 대화 할 때마다 누구의 말인지 몰라서 다시 읽어야 했던 부분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형][비안]을 부를 때 외국인을 부르듯 비안.”으로 부르는 것이 눈에 걸렸어요. “비안아.”, “비안씨등등 호칭도 많이 있는데...... 호칭 때문에 생각난 것인데, [지형]31살로 나오는 것을 확인 했지만 [비안]의 나이가 안 나와 궁금하는 것은 사담. 제일 아쉬운 점! [비안]이 스스로가 나쁜 여자라고 하기도 했고, 뒷부분에 [지형]의 성격이 조금 바뀌었는데 왜 19금이 아닌가에 대하여. 읽는 내내 표지에 빨간 딱지가 없음을 한스러워 했습니다. 19금스럽게 분위기를 풍겨놓고 18금인지 의아한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책 소개가 너무 불친절 하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다시 책 소개 부분을 보니 이때까지 본 책 소개 중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책 소개인 듯합니다.




서평 끝 사담

.... 책 읽으면서 적고 싶었던 거 다 적은 거 맞겠죠?ㅋㅋㅋ

빠져 먹은 부분 있으면 나중에 추가하겠습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왜 이리 건전한 것입니까?ㅠㅠ

지형의 [낮저밤이]!!! ㅠㅠㅠㅠㅠㅠㅠㅠ 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감정선이 그렇게 굵지 않고, 처음 접하는 여주 남주 스타일이라 한번은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인물들 말빨이 너무 좋아서...ㅋㅋㅋ

그런데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자신을 사랑을 쟁취한 여주가 멀쩡한 남자 건드린 몹쓸 여자로 보일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추천해 봅니다. 전 잡식파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본 리뷰는 서평단 모집 이벤트로 제공 되어진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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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사자 1 블랙 로맨스 클럽
송주희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정도 스포가 있지만 책을 읽는 재미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서평입니다.

헬이 누구랑 이어지는지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앞부분은 설명 및 분석 글입니다.

 

 

뒷부분에 가면 감상을 볼 수 있습니다.

 

 

 

긴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이 책의 판타지적 요소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작가소개에 보면 수메르신화와 북유럽신화만을 언급했지만 읽어본바 수메르를 포함한 메소포타미아신화와 그리스신화까지의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세계관

(‘실제로란 말을 쓰면 진짜 신화 속 설정이고 책에서란 말을 쓰면 각색된 설정을 뜻합니다.)

기본적으로 세계관 자체는 북유럽신화를 모티브로 삼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오딘이 창조한 세상은 9개지만 여기서는 5가지의 세상이 존재합니다. 신족이 사는 아스가르드는 우벨이 되고, 인간이 사는 가운데 동산이라는 의미를 가진 미드가르드는 에덴으로, 거인들이 사는 요툰하임은 아마우니로 표현됩니다. 실제로 요툰하임은 얼음과 눈으로 덮여있으나 책에서는 불꽃의 나라로 표현함으로 신들에 대한 분노와 적의를 색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거인들이 신족에게 분노하는 이유 또한 신화와 비슷합니다. 실제로 최초의 거인 이미르는 오딘에 의해 살해당하게 되고 그 후속들이 복수를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책에서도 태초의 거인 이미르는 마르두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죠. 그리고 소인족의 나라인 알프하임은 포빌이 됩니다. 포빌은 거의 비중이 없으니 무시하셔도 무방한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헬이 사는 안개의 나라 니플하임(=)은 셰올로 표현됩니다. Hel() 자체가 북유럽신화에서 죽은 자의 나라이자 죽음의 여신(로키의 딸)이름입니다. ‘지옥’, ‘’, ‘구덩이를 그리스어로는 하데스라 하며, 히브리어로는 셰올(또는 스올(Sheol) - 어원 : 히브리어 샤알(묻다, 요청하다)의 파생어 - 죽은 자를 두는 일반적인 장소나 영역으로서, 무덤의 만족할 줄 모르는 상태 때문에 즉, 항상 더 요청하거나 갈구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이라고 한답니다. 5개의 세계를 잇는 무지개다리는 신화 속 비프로스트입니다. 좀 덧붙이자면 신화 속에서는 문지기이자 파수꾼으로 알려진 헤임달이 지키는 길목으로 라그나로크 때 불타서 소멸하게 됩니다.

 

전체적인 세계관은 북유럽신화를 따르고 있으나 세부적인 설정이 조금씩 바뀌어서 북유럽신화와는 다르지만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며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일곱 주신

세계관을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했다면, 일곱 주신과 아버지는 수메르신화(메소포타미아신화)속 인물들을 차용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일곱 주신을 창조한 아누부터 보겠습니다. 수메르 신화의 최고신 안(An)은 악키드어로 아누입니다. 그 이름의 뜻은 그의 신직과 같은 '하늘'입니다. (신화 속) 아누는 두 명의 아내를 거느립니다. 그 아내들로부터 태어난 아들이 각각 바람의 신 엔릴(Enlil)과 물의 신이자 지혜의 신인 엔키(Enki)입니다. 이 들이 모든 수메르 신들의 조상이 됩니다. 이들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안은 모든 신들의 아버지이며 하늘을 관장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신화와 다르게 하늘만을 관장하고 땅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습니다. 책에서도 아누는 지상의 일은 주신들에게만 맡겨놓은 채 원초의 요람 이올레스에만 기거합니다. 다시 신화 속 이야기를 하자면 하늘에서 신들이 하나 둘 땅으로 내려와 도시국가를 건설하고 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 때, 아누는 땅에 잠시 내려왔다가는 적자인 엔릴에게 '운명의 서판'을 넘겨주며 땅의 모든 일은 엔릴에게 맡기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 버립니다. 그렇게 모든 실권을 엔릴에게 물려주었으니, 최고 신이는 이름표는 달고 있지만 지상의 실질적인 권력은 엔릴이 쥐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실권을 쥐고있는 신이 엔릴이 아니라 카옐이라는 점이 다르네요. 이 세 명 외에 수메르 신은 비의 신 이쉬쿠르(Ishkur)입니다. 책에서는 폭풍의 신으로 나오는데 하는 일은 카옐의 심부름으로 헬을 위한 상어잡는 어부로 전락해서 나오네요. 여기까지가 수메르 신입니다.


 

헬이 한때는 친구로 여겼으나 철천지원수가 된 발키리(Valkyrie)는 북유럽 신화 속 여 전사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신은 아니고 반신입니다. 이들은 모두 아름다운 미모와 신비한 능력을 갖춘 하늘의 천녀(天女)로서 나이를 먹거나 늙지 않고, 신을 섬기며 전장에서의 죽음과 깊이 관여하는 여성들입니다.


 

그 다음 발키리와 더불어 헬을 싫어하는 케레스(Ceres)는 아주 오래된 이탈리아와 로마의 여지신(女地神)입니다. 책에서 풍요와 곡물의 여신이라고 설명한 것처럼 그녀는 주로 수확, 특히 밀의 수확에 관계했습니다. 로마광장의 아벤티네 쪽(포메리움의 바깥)에 있는 그녀의 신전은 공화정 로마의 신전에서 가장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베누스(Venus)와 마르스(Mars)도 케레스와 같은 로마출신의 신들입니다. 베누스는 미의 여신으로 그리스의 아프로디테와 같습니다. 영어로는 비너스! 마르스는 전쟁의 신으로 그리스의 아레스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일곱 주신이라는 명칭 자체가 수메르 신화의 것입니다. [바벨론의 목록 토판에 3600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수메르의 신들 중에서도 고위신인 일곱 신이 있었는데, 그들은 세상의 운명을 결정하는 존재였다. '운명을 결정짓는 일곱 신(dingir-nam-tar-ta 7-bi)'은 서열이 있었다. 안을 제외한 다른 여섯 신들은 각각 수메르의 주요 도시 여섯 곳을 수호하는 도시신이었다. 가장 상위신은 하늘로 올라간 하늘신 안(아누) 이다.] 조금 설정이 바뀌고 인물도 많이 바뀌었지만 그 위상을 표현하기에는 적절한 설정이었습니다. 솔직히 주신들 중에 발키를 빼면 그리 비중이 높지도 않아서 그리 신경 쓸 부분은 아니나 알고 보면 더 집중이 잘될 것 같아서 찾아 봤습니다.

 

 

대략적인 설정을 훑어 봤으니 이제 조금 세세한 설정으로 넘어가 볼까 합니다.



에사길라(Esagila)

마르두크를 위한 전당이었으나 카옐이 왕이 된 이후 법정이자 처형식의 장소로 바뀐 곳입니다. 에사길라의 설명 중에 24개의 기둥을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P235) 우리나라 국회의사당도 24개의 기둥으로 되어있는 부분에서 차용해 왔다고 생각되는 설정입니다. 24개의 각 각주는 24절기를 상징하며, 전면의 기둥 8개는 우리나라 전국 8도를 상징합니다. 또한 의사당을 둘러싸고 있는 24개의 기둥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뜻하며지붕은 국민의 의견들이 찬반토론을 거쳐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진다는 의회민주정치의 본질을 상징합니다. 실제로 에사길라가 존재하기는 하나 이미 폐허가 되어 존재의 흔적만 남아있답니다. 마르두크가 하늘의 별과 사람을 만들어 주었고 그 보답으로 신들은 마르두크을 위한 신전 에사길라와 바벨탑에 해당하는 지구라트를 바벨론에 지어 보답했답니다. 그러한 장소가 소설에서는 마르두크의 처형장으로 쓰여 마르두크가 얼마나 큰 치욕을 맛봐야 했을지 짐작하게 해줍니다.


  

나글파르(Naglfar)

발키리와 싸울 당시 나타났던 배입니다. 얼음성인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배여서 상상하면서 놀랐던 부분중 하나입니다. 북유럽신화 속에 나오는 죽은 사람들의 배입니다. 죽은 사람의 손톱과 발톱으로 만들어졌답니다.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죽음의 기운을 풍기고 다닐 것 같은 것이 셰올과 헬에 어울리는 배가 아닐까 싶네요.



운명의 세 자매

운명의 세 여신이라고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북유럽과 그리스에서 같은 의미지만 이름이 다르게 불리고 있습니다. 모이라이(혹은 모에라이)는 고대 그리스 어로 운명들, 배당, 혹은 수명이란 뜻합니다. 각자가 받은 몫이란 뜻의 모이라가 신격화된 이름으로, 로마신화에서는 파르카이(운명의여신)에 해당합니다. 클로토가 실을 뽑아 운명의 시작을 알리고, 라케시스가 그 실의 길이를 재어 생에서 사까지의 시간을 관측하며, 아트로포스가 가위로 실을 잘라냄으로써 사람의 죽을 시기와 방법을 결정합니다. 책에서 쓰이고 있는 설정입니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노루누 세 자매(노른 세 자매)라고 불립니다. 첫째인 울드(또는 우르드)는 지나간 과거를, 둘째인 베르단디는 현재를, 막내인 스쿨드는 미래를 관장한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스쿨드도 발키리 중 한명이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른 자매가 친근하지만 억양은 모이라이가 더 이쁘네요...



    

겨우 살이

이야기의 뒤에 가다보면 겨우 살이 나뭇가지가 카옐을 반병신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나옵니다. 겨우 살이 나뭇가지를 보면 아시겠지만 손만 까딱하면 부러질 정도로 무시하기 쉬운 것이지요. 그런 것이 어떻게 카옐의 해칠 수 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북유럽 신화의 로키와 미스틸테인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신들의 왕인 오딘에게 아내, 프리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인 발두르와 회드르가 있었습니다. 회드르는 장님으로 태어났으나 발두르는 빛의 신이며 뛰어난 달변가라 모든 신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발두르가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는 예지몽을 꾸게 됩니다. 죽음이 두려운 발두르는 어머니인 프리그에게 갔습니다. 자신이 끔찍하게 아끼며, 모든 신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아들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자 프리그는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원칙을 깨고 세계의 모든 만물을 찾아다녔습니다. 신들의 여왕 프리그의 간곡한 부탁을 들은 모든 만물들은 절대 발두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발두르는 어떠한 것에도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발두르를 찾아오는 많은 신들은 그의 몸에 각종 무기를 집어던지는 방법으로 발두르의 불사를 축하하고 프리그의 사랑을 존경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아니꼽게 보는 신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장난과 변덕의 신 로키였습니다. 로키는 그 즉시 노파로 변신하여 프리그에게 접근하였습니다. 로키는 끈질기게 세상의 모든 만물을 들먹였지만 그 어떤 것도 발두르를 죽이지 못한다는 대답만 계속되었어요. 로키는 포기하지 않고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미스틸테인은 어떤가요?” 미스틸테인은 바로 겨우살이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프리그는 반복되는 질문에 지겨워져 심드렁하게 대답했어요. “어머, 미스틸테인도 찾아갔지만 그것은 너무 어리고 약해 누군가를 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따로 약조는 받지 않았어요.” 로키는 그 길로 겨우살이를 다듬어 마법의 창을 만들고 발두르의 연회장을 찾아갔습니다. 이때도 역시 수많은 신이 발두르의 몸에 무기를 던지며 경의를 표하고 있었어요. 로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자신이 발두르를 직접 죽이면 자신도 무사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마침내 로키의 눈에 한 신이 들어왔습니다. 발두르의 동생이자, 장님이 회드르습니다. 다른 신들과는 다르게 회드르는 어떠한 물건도 던지지 않고 있었기에 왜 던지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회드르는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저 역시 형님께 경의를 표하고 싶지만 장님이라 형님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걸요.”

 

그렇다면 제가 드리는 이 창을 던져보십시오. 위치는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제야 회드르는 표정이 밝아집니다. 회드르는 로키가 건넨 겨우살이 창을 발두르에게 던졌고, 발두르는 동생의 공격에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회드르는 크게 놀랐지만 이미 자신에게 창을 건넨 로키는 사라지고 난 뒤였죠.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회드르는 죽음을 맞고 신들의 세계에 멸망을 가져다 준 전쟁, ‘라그나로크가 일어나게 됩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 연약하고 여리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강인함을 갖고 있는 겨우살이 이야기입니다.

 

카옐

그는 모든 생명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쓰여야 할지도 알았다. 얼마나 귀한 가치가 있는지를. 모든 게 필요할 때 쓰일 수 있도록 그는 기꺼이 보살폈다.


 

겨우 살이 이야기와 카옐에 대한 설명이 겹쳐지는 순간 카옐 소름끼치게 무서운 인물로 각인 되어 버렸습니다. 이전에도 잔악하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느끼지 못 했는데, 설정 때문에 더 무섭게 다가온 것 같았습니다. 침착하게 미쳐서 집착하는 남주. 헬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자하는 모습과 이미 자신은 준비 되어있다는 부분에서 심히 지능적으로 차분하게 미친놈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기승전결 미친놈으로 낙인. 온전히 자신에게 와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난 그 바람이 왜 멜로로 안 보이는 건지.


 

1권의 초반에 약간, 2권의 어린 시절에서 약간 카옐의 심정이 비춰 지지만 커서부터의 심정이나 생각은 글로 표현이 안 되어 있어서 추측만이 가능하다. 어린 시절 순수하게 헬을 사랑했던 마음이 과연 남아있을까? 아누에 대한 복수심은 헬이 자신을 거부하는 모습으로 인해 비틀린 채로 커져버렸을 것이다. 이러한 마음은 어린 시절의 순수한 사랑마저 물들여 걷잡을 수 없는 집착으로 발돋움 하게 되고, 그것이 카옐의 능력과 만나 괴물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카옐의 속마음이 자세히 표현 안 되있다는 점이 카옐을 더 괴물처럼 느껴지게 한다.


 

 

아누가 저지른 가장 최악의 실수는, 너를 너무나도 뛰어나게 만들었다는 거야.”

아트로포스의 말




 

 



너무 뛰어난 능력으로 헬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현에 옮겼다. 그리고 헬이 스스로 오게 만듦으로 계획(?) 선공으로 책은 마무리가 된다. 헬이 아담과 만나는 동안 카옐이 밑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을 상상하며 책을 읽었더니 끝에 가서는 카옐이 최종 악당처럼 느껴질 정도. 아담과 다란하게 담소를 나눌 때가 아니라고!!! 이쉬쿠르의 바다에서 웃는 헬을 보며 과연 카옐을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마지막에 아담과 격리시켜버리는 부분도 계획이었다면 정말 소름 돋아 마땅하다. 어디까지가 계획일까.


 


 

 

 

    

Hel

얼굴을 붉게 물들일 때 는 피어나는 소녀였고, 어둠속에서 아담에게 속삭일 때는 이슬을 머금은 여인으로 다가왔다. 고혹적이면서 순수한 모습이 진짜 글로 표현될 수 있음에 감탄했을 정도이다. 헬의 발아래 죽음의 그림자가 넘실거릴 때는 죽음의 세계 속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뜯어고친 여왕의 모습이 보였다. 수많은 매력과 발랄함과 정말로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매력적인 여왕이었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나온 헬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순수함만을 가득담은 매력이 좋았는데... 현재의 헬도 매력적이지만....


 

책이 헬의 시점으로 전개 되는데, 생각과 감정의 흐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아담이 진심을 담은 말로 홀릴 때는 같이 홀렸고, 베리알이 고백할 때는 같이 의심도 했으며, 카옐이 나올 때는 같이 째려보면서. 가독성도 좋아서 카옐이 알 수 없는 말을 해서 머리를 굴려야 할 때 빼고는 내가 헬로 빙의해 술술 읽어나갔다.


 

헬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고 진실을 마주해가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에서 카옐이 왜 헬을 다치고 싶게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강하지만 연약한 여왕 헬!!



 




 

최종 평가


방대한 세계관으로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읽는 다면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것라고 예상된다. 신화에 관심이 있는 나로는 나름 쉬엄쉬엄 넘어갔을 정도? 첫 번째로 한번 슥 읽고 자료 찾고 두 번째로 읽었을 때는 정말 재미있게 카옐이 정말 잘 미쳤다는 것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아담의 자상한 진실성, 베리알의 카사노바같은 모습, 카옐의 정중하게 미친 집착을 헬에게 감정이입해가며 재미있게 봤다. 다만 겉으로 막 들어나는 로맨스가 아닌 숨은 로맨스라 달달하거나 찐한 로맨스를 바라고 본다면 실망할지도. 기억에 남는 건 기승정결 카옐 미친놈이다. 다시 읽을수록 카옐의 집착이 눈에 보이고 소름돋을 것이다. 진짜 카옐의 사고방식을 따라가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썼는지 머리게 쥐날 것 같다. 대한민국의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는 외국소설에서 보이는 알듯말듯한 로맨스를 품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존재하기 이전부터 가시밭길로 떨어질 미래를 가진 안개의 여신 헬과

그런 헬에 대한 카옐의 집착이야기.



 


 

<본 리뷰는 서평단 모집 이벤트로 제공 되어진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자료출처

http://blog.naver.com/naracom68/220281638860

http://blog.naver.com/shett22/80202922293

http://blog.naver.com/wogos/60201744339

http://blog.naver.com/pro_ana/220508530566

http://blog.naver.com/witewave

http://leeje10.blog.me/30027204136

http://brookeeze.blog.me/40010735399

http://blog.daum.net/juliel/13426237

http://negidung8ja.blog.me/130110163168

http://blog.naver.com/goback05/60199827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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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 주고 싶은 밤
안은찬(키덜트) 지음 / 스칼렛 / 201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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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에서는 스포가 살짝 포함되어 있으나 후에 책을 감상할때 방해가 되지는 않을 정도로.

로맨스소설은 개인취향차가 심하니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10. 연두색 원피스를 입고 집 앞에 서있는 너를 만나


17. 물러나기에도 너무 늦어 버린 감정에 이끌려 고백했고


19.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도 꺼내기 어려워 한참이나 시간을 들여야 했던 그때.

환자는 수술 중 사망하였습니다.”

나는 널 잃었다.



32. 너의 그림자를 찾고 있는 어느 날.


내가 기억하는. 잊을 수도 없는. 잊을 수도 없었던

19살 모습 그대로의 너 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아저씨가 견지욱이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라.”

   드라마에서든, 영화에서든, 만화에서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라.>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 속 연인들이라면 따라 붙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볼 때마다 그렇게 와 닿지도 않은 말 중하나였다. 그렇게 절절해 보이지도 않고, 정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으로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아주고 싶은 밤>에서 만큼은 (작가후기를 읽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떠올리던 말 중 하나였다. 애달프지도 절절하지도 않으나 잔잔하게 전해지는 감동을 받았다. ‘키스보다는 입맞춤이라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그런 시기하지만 사랑을 하고 있던 시기에 [초롬]을 잃어버린 [지욱]19살 그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다. 그런 [32살의 지욱]에게 [19살의 초롬]이 찾아와 멈춰버린 시간을 흘러가게 만들어준다. 책장을 덮을 즈음에서야 [32살의 지욱]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마지막 줄을 읽으며 [지욱]의 앞날에 대한 기대감, 더 이상 [초롬]에게 얽매이지 않게 된 모습에 대한 안도감과 더불어 더 이상 [초롬]이 없다는 것에 대한 모순된 슬픔을 느꼈다.



벚꽃, 좋아합니까?”

  소설의 전반적인 계절배경이 겨울이다. [초롬]을 잃어버린 계절이기도 했고, 다시 만난 계절이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자체가 계절의 배경을 그대로 담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겨울의 눈 덮인 골목길, 가로등 불빛 아래 찍힌 발자국을 따라 가며 [지욱]의 추억을 읽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추억 끝에는 따스한 봄의 기운이 반기고 있었다.


가독성이 좋지도, 필력이 있지도 않아 문장을 곱씹어 가며 읽어야 했다. 곱씹을수록 문장이 아름다웠고 달달했다. 그 문장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져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흥행하지는 않았으나 잔잔한 여운으로 감명 깊은 영화를 본 기분. 책을 덮은 지금도 벚꽃 나무 밑에서 사랑을 외치는 지욱이 보이고, 눈물을 흘리며 웃는 초롬이 느껴진다.


해피 뉴 이어!

  1231, 지난 1년을 끝맺는 날이자 앞으로의 1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가득 찬 날. 나에게 1231일은 제야의 종소리를 감상하며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날. <안아주고 싶은 밤>에서 1231일은 연인을 잃은 날, 떠나보낸 날, 지킨 날. <안아주고 싶은 밤>에서는 날짜든 계절이든 말이든 하나의 의미가 아닌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져서 상당힌 모순된 감정을 느꼈다.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난 제야의 종소리, 그 소리를 듣기위한 카운트다운이 이렇게 슬프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특히 카운트다운 세는 부분에서는 감정이 복 받혀서 입술을 질끈 깨물어야 했다. 특히 1셀 때 진짜 시간이 멈췄으면 하고 바랐을 정도로 감정이입이 심했다. 숫자 하나 세고 대사하나 속마음 하나. 숫자 둘 세고 대사하나 속마음 하나. 독자를 울리기에 적적하지 아니한가!


   

This is Romance

격정적인 로맨스가 아니다. 달달한 로맨스도 아니다.

19살의 풋풋하지만 애달픈 사랑이야기.

그 사랑을 끝맺지 못한 남자의 뒷이야기.

그리고 그 사랑을 키워가기 위한 [초롬][지욱]의 이야기.


그 흔한 악역도 없이 단 3명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지루하지도 않았다.

인터넷 소설에 표현되는 19살의 허무맹랑한 사랑이 아니라 진짜 현실 속 19살의 사랑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처음 하는 사랑에 장난으로 마음을 감추고, 어설프게 표현하는.


[19살 견지욱][32살 견지욱]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었고, 깨달음을 얻고 반성하고 앞으로 한발 내딛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초롬]도 한결 같은 고운 마음씨가 아름다웠다. 이러한 해피엔딩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이러한 로맨스도 있다는 걸 알려 주었고, 이렇게 성숙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었다.



<본 리뷰는 서평단 모집 이벤트로 제공 되어진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뭔가 적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글로 표현하기는 힘든 소설이네요.ㅋㅋ

제가 느낀게 느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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