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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자
임경선 지음 / 예담 / 2016년 3월
평점 :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 대게 소설 속 주인공은 불륜을 하는 사람의 배우자로 불륜의 피해자였다. 권선징악을 지향하는 독자로 불륜도 악으로 벌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을 하는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불륜이라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스스로가 무서워질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머리의 말을 듣기를 거부하고,
몸이 일으키는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일은,
인간의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리 자주 경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나의 남자 P.7 -
소설 속 주인공은 아들까지 있는 결혼 10년차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사랑은 잔인한 것이었다. 그의 카페에 앉아 그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고, 그가 틀어주는 음악을 듣고, 그가 만들어주는 밥을 먹는 사이 그녀는 그에게 젖어갔다. 왜 이제야 찾아온 것일까. 행복하면서도 온전히 줄 수 없음에 슬퍼하는 주인공을 보는 동안 욕을 할 수도 응원을 할 수 없었다.
몸이 약해지면서 마음까지 약하게 만들었다. 말하지 않으려고 버티고 버티던 결혼 사실을 그의 집에서 털어놔 버린다. 가지 말라는 그의 말에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는 착실한 아내를 연기해야 했다. 10주년 여행, 모든 것을 노력해야 하는 남편과 있으면서 그를 생각하며 결혼한 것에 대해,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걸어 버린 것에 후회한다. 여행에서 다녀온 날 밤, 늦은 시간임에도 그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깨닫게 된 그녀의 위치.
나에겐
서운해할 권리도,
불평할 권리도,
상처 받은 권리도
없었다.
- 나의 남자 P.133 -
그를 잊기 위해 노력했지만 남편과 지낼수록 서글퍼진다.
사랑한 것과 사랑받은 것, 그 모두가 어느 날에는 추억이 될 것이다. 후회는 없었다.
참 좋은 사람.
당신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그러게 더 빨이 알았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거 아니야..... 아니면 그냥 영원히 모르던지....
왜 날 심란하게 만드는 건지.
무심한 남편과 자신을 존중해 주는 성현의 사이에서 성현으로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사랑해야 하는 의무만 남은 사이에 질려버린 지운의 심정을 공감하면서도 걱정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될 수밖에 없었다. 불륜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더러움보다는 마음껏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소설이었다. 아슬아슬한 외줄 타는 곡예사를 보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