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언어능력 = 야생적 사고

랑그와 파롤의 차이는 어린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는 것과 성인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의 비교를 통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 아이들은 모국어를 성인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한다. 왜냐하면 랑그, 즉 하나하나의 문법 모형을 직관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은 다양한 어휘를 그 모형 안에 집어넣고, 이렇게 생성된 문장이 의미를 지니는지 시험한다. 아이들은 한 문장 한 문장씩 배우지 않는다. 먼저 한 문장을 구성하는 기본 구조를 터득한 후 서로 다른 단어의 구조적 위치와 기능을 학습하며, 이후 자유로운 결합 실험에서 점차 풍부한 표현 능력을 갖게 된다. 반면 성인은 랑그를 학습하는 본능을 상실했으므로 파롤에 기대어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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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를 읽다 - 레비스트로스와 인류학을 공부하는 첫걸음 유유 고전강의 13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유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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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노프스키 혁명 : (서구적) 보편에서 특수로

과거 인류학자가 모든 문화를 하나의 거대한 체계 속에 포섭하여 그것들 사이의 공통성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면, 새로운 문화인류학은 문화에 대한 보편적 해석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각 문화 내부의 서로 다른 에믹의 의미를 중시하고 강조함으로써 문화의 공통성보다는 특수성을 더욱 드러내고자 한다.

놀랍게도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인류학은 인류 집단의 공통점에 가장 주목했던 학문 분과에서 정반대로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특수성에 가장 주목하며 서로 다른 문화의 독특성을 강조하는 학문 분과로 전환되었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레비스트로스 혁명 : 특수에서 (인류적) 구조로

레비스트로스처럼 ‘보편적 인류 지식’이라는 과거의 몽상을 견지한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시선을 돌려 다음과 같이 묻는다. “이렇게 쌓아 둔 표본을 가지고 우리는 무엇을 하려는가? 이런 표본을 정리해 인류에 관한 보편적 인식을 끄집어낼 수 없다면, 그토록 힘을 들여 그것을 수집하고 기록할 필요가 있는가?”

레비스트로스는 한 가지 방식을 찾아냈다. 이 방식으로 인류학자들은 다시금 인류의 공통성을 직시하게 되었다. 그는 물론 ‘안락의자의 인류학자’는 아니었다. 그가 주장한 ‘인류의 공통성’ 또한 인류학자에게 익숙했던 서구식 관념이나 가치관을 야만인에게 뒤집어씌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요한 것은 레비스트로스가 인류의 공통성을 탐구하는 데 주저가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인류학자들은 문화적 특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했고, 모든 보편성의 주장에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레비스트로스는 용감하고 영리하게 ‘구조’라는 새로운 관념을 제시해 보편성에 대한 인류학자의 관심을 확장시켰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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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과학사는 기본적으로 성공의 서사로서, 인류(특히 유럽인)가 어떻게 몽매함을 극복하고 진리를 발견했는지 묘사했다. 그러한 서사에는 명확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었다. 진리 추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는 좋은 사람이고, 여타 비과학—종교, 미신 등—적 태도로 과학적 지식을 거부하고 과학적 진보를 저해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었다. 과학사는 우리에게 좋은 사람이 어떻게 굳센 마음으로 힘을 쏟아 마침내 나쁜 사람으로부터 승리를 거두었는지 말해 준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과학사는 이와 같은 전제를 수정해 과학—과학적 지식, 방법, 과학자—을 역사 속에 위치시켜 해석해야 할 특수한 현상으로 본다. 과학이 인류의 수많은 지식 체계 속의 한 갈래라면, 과학과 다른 지식은 왜 그렇게 상이한가? 과학은 어째서 특정한 시공간적 맥락에서 생겨났는가?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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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가 수립한 구조언어학은 여전히 하나하나의 언어계통을 연구 단위로 삼는다. 그러나 야콥슨에 이르러 연구 방식이 보다 확대되었다. 그는 한 언어계통의 구조를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교 대조와 직관을 통해 모든 언어계통을 관통하는 공통 구조를 암시했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야콥슨은 이러한 계통 간의 구분을 무시하기 시작하면서 서로 다른 계통 사이의 공통된 현상에 주목했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나아가 노엄 촘스키는 언어의 구조가 선천적으로 내재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언어가 관계 구조를 지니는데, 각 언어의 관계 구조는 서로 대단한 유사성과 중첩성을 지닌다. 또한 언어의 근본 구조는 단지 하나일 뿐으로, 모든 인류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그것을 갖고 있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8개월의 여정이 끝난 뒤 그는 더 이상 그처럼 고된 방식으로 인류학을 연구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보다 중요한 구조를 탐구하는 데는 현존하는 자료만으로 족했다. 그 이상 인류 문화를 기록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그것은 인류학의 진정한 임무가 아니다. 인류학자는 그저 외딴 지역의 자극이 자기 문화에도 그것과 유사한 구조가 있음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체득하면 된다. 기이하고 다채로우며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현상과 우리에게 낯익고 우리가 보고도 못 본 체했던 현상은 동일한 구조의 논리를 따른다. 그러므로 진정 신선하고 특별한 발견이란 바로 구조의 발견이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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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온 후 레비스트로스는 야콥슨 그리고 그의 언어학과 밀접하게 교류했다. 인류학과 구조인류학, 언어학과 구조언어학은 거의 비슷한 과정을 통해 변천했다. 언어학 역시 인류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고, 언어의 표본을 열정적으로 수집하던 단계를 거쳐 결국 각각의 언어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이 공허하다는 점을 깨닫고 구조에 대한 탐구로 전환했던 것이다.

구조언어학이 번성하기 이전에 언어학에서 가장 중요한 분과는 음성학이었다. 음성학에서는 인류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성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새로운 언어의 발견과 수집에 따라 음성학의 자료 창고가 점차 확충되었고, 서로 다른 음성 요소가 그곳을 채웠다. 그러나 구조언어학이 성립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있었다. “부단히 확대되는 음성학은 우리에게 인류 언어에 대한 어떤 지식을 줄 수 있는가? 그토록 광대한 자료 창고는 인류 언어가 대단히 많은 음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외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만약 언어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바가 단지 인류의 언어 경험이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점뿐이라면, 우리는 그토록 멀리까지 가서 그처럼 많은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을까?”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한 구조언어학은 음성학과 상반된 길을 걸었다. 음성학은 확장적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언어 요소와 음성 규칙을 끊임없이 찾아내며 인류 언어 경험의 광범위함을 강조했다. 반대로 구조언어학은 수습적이었고, 인류 언어의 형성 방식이 무한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인간은 음성을 활용해 의미를 형성하고 표현하는데, 그 음성의 결속 방식은 유한하며 우리는 그것을 귀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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