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할 여자들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과학기술사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날 많은 경제학자가 여성의 ‘저임금 분야를 선택‘한다는 주장으로 남녀의 임금 격차를 얼버무린다. 그저 여성이 컨설턴트 대신 간호사를, 제약업계 로비스트 대신 조산사를 고집스럽게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의 젠더 관념이 지금과 달랐더라면 의사와 조산사의 분업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조산사의 역할이 분만실에서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좋은 보수를 받는 의학 전공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말 그대로 여성의 손에서 금속 도구를 빼앗지 않았더라면, 조산사가 의사보다 돈을 적게 받아야 한다는 것을 지금만큼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도구를 사용하는 직업이 꼭 고용시장에서 더 높은 급여와 지위를 자량해야 할까? (조산사의 일은) 수년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도구가 아닌 손으로 하는 일은 그리 전문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추정한다. 여성적인 일이 저임금 노동과 동일시되는 것은 우리가 여성이 하는 일을 기술적인 것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97-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내용 다음으로 장대익의 역자주 12가 이어진다.


수놈사이의 결투가 단순히 완력 대결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수놈들은 자제력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 물어뜯는 부위는보통 손가락이나 발 같은 신체의 끝 부분이지 어깨나 머리를 물어뜯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처럼 싸움이 적절히 조절된다는 사실은 어린 수놈인 바우터와 요나스 사이의 놀이나 어쩌다 일어나는 심한 싸움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수놈들은 사실상 이런 식으로만 싸우기 때문에 우리가 개개의 체력을 철저하게 테스트하는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에 입각해서 효과적으로 싸우는 능력이다. 수놈들은 자신의 손발이 다치지 않도록 재빨리 피할 수 있어야 하고 적의 손발을 민첩하게 붙잡지 않으면 안 된다. 스피드와 민첩함은 파워만큼이나 중요하다.

침팬지 사회처럼 수놈 간의 대립을 통제하는 금지나 규칙은 많은 수놈들로 구성된 사회의 특성이다. 이런 조건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거리가 있다.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포유동물들은 일정한 수의 암놈, 간혹 많은 수의 암놈과 적은 수의 어른 수놈으로 이뤄진 집단을 이루며 사는 것이 보통이다. 코끼리 같은 몇몇 종에서는 수놈이 사회의 일부분으로 편입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와 다른 대부분의 종에서는 한 마리의 수놈이 ‘자기‘ 암놈들에게 라이벌 수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수놈들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관용적인 경우는 드물다. 그들 사이의 접촉이 우호적인 경우는 더 드물며 수놈들끼리 동료가 되고 동맹을 형성하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 P165

침팬지를 제외한 다른 대형 유인원의 경우, 어른 수놈들 사이에서는 관용을 찾기 힘들며, 기껏해야 신경질적이며 비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할 뿐이다. 오랑우탄 수놈들은 다른 놈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우림속의 넓은 세력권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같은 집단 내에서 생활은 하지만 암놈들을 독점하려 드는 것이 보통인 고릴라 수놈은 침입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격한 싸움을 벌인다. 보노보 수놈은 함께 생활은 하지만 매우 경쟁적이다. 그들은 침팬지 수놈들처럼 함께 사냥을 하지도 않으며,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거나 함께 세력권을 방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 P165

보노보 수놈들은 자신들의 어미를 따라 숲을 떠돌고 어미에게 의지해 그들의 지위를 누린다. 어른 보노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높은 지위에 있는 어미를 둔 자식이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노보 사회는 암놈끼리의 동맹에 의해, 또 암놈의 지배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이다. 이는 그 자체로는 흥미롭지만 침팬지사회처럼 수놈 간의 복잡한 관계를 살피는 데는 적당치 않은 모델이다.

침팬지 수놈은 다른 동물들의 수놈 사이에서 나타나는 경쟁적인 경향을 극복하고 높은 수준의 협력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친척뻘인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독보적이다. 공동의  적에 대항해서 연합을 유지하면서도 동료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는 인간들처럼, 수놈 침팬지 역시 그들의 이웃에 대항해 공동연대를 형성할 필요성 때문에 경쟁심을 삭이고 의식화한다. 비록 아른험 동물원에는 대항해야 할 이웃 집단이 존재하지는않았지만, 몇백만 년 동안 자연 서식지에서 집단 간의 투쟁을 벌이면서 형성된 수놈 침팬지들의 심리에는 경쟁과 협동 모두 겸비되어 있다. 그들 사이의 경쟁이 어떤 수준에서 일어나든 간에 수놈들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해 서로를 의지한다. 이처럼 동료의식과 경쟁의식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다른 대형 유인원들의 사회보다 침팬지 사회를 더 친숙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자오, 사라시나 그리고 장대익.


주 12
침팬지 암컷의 성기 부풀어오름(sexual swelling)과 인간 여성의 은폐된 배란(concealed ovulation)  

암컷의 성기 주위가 발갛게 부풀어오르는 현상은 침팬제뿐만 아니라 다른 영장류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배란기에 가장 크고 선명하게 부풀어오르며 암컷의 성호르몬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침팬지 암컷은왜 이런 식으로 수컷에게 배란기를 선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설명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암컷이 이런 신호를 보냄으로써 수컷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그런 경쟁으로 말미암아 좋은 유전자 수컷이 자연스럽게 걸러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이런 현상이 수컷들이 저지르는 영아살해를 줄여주기 때문에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모든 수컷들이 한 암컷의 부푼 성기를 보고 그 기간에 어떻게든 교미를 했다고 치자. 나중에 그 암컷에게서 새끼가 태어나면 그놈이 어떤 수컷의 자식인지가 불분명해진다. 따라서 수컷들은 함부로 그 새끼를 살해하지못할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유독 인간 여성이 배란기를 선전하지 않는다. 이를 흔히 ‘은폐된 배란‘이라고 부르는데 많은 학자들은 이런 현상과 인간의 결속의 기원을 연관지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인간만이 배란을 은폐하는 쪽으로 진화했을까? 가장 유력한 설명에 따르면 배란 은폐는 부권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었기 때문에 진화했다. 예컨대, 배란 문제는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남성을 지속적으로 자신 곁에 묶어둠으로써 그 남성이 다른 여성을 찾아다니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경쟁 남성들에게도 배란 시기를 가르쳐주지 않음으로써 그 남성이 자신의 부권을 확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른 영장류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숙한 상태의 아기를 낳아 기르는 인간에게는 짝 결속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여성의 배란 은폐는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여겨진다. 영장류의 성을 종합적으로 비교·정리해놓은 책으로는 Primate Sexuality: Comparative Studies of the Prosimians, Monkeys, Apes,
and Humans (Dixon, A. F., 1999)가 있다. 역자 주 - P3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부 동물들은 정치 공동체에 기여했으므로 추가로 권리를요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군견이나 경찰견, 치료 동물 등 서비스 동물service animals 이나 실험동물 등을 들 수 있다. 일부 국가나 사회에서는이들에게 은퇴 연령이나 노동시간, 은퇴 후 입양 규정 등을 정한다. 이동물들은 이론의 여지 없이 사회에 복무하기 때문이다.
71 - P341

캐나다 퀸스대학의 동물권 철학자 수 도널드슨sue Donaldson과 월 킴리커Wilt Kymlicka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주폴리스‘zoopolis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여기서 ‘주 200는 동물을 뜻하고, ‘폴리스‘polis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즉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 공동체를 의미한다. 두 학자는 민주주의라는 원칙으로 인간과 동물을 아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주폴리스는 인간과 동물이 모두 속한 ‘동물 정치 공동체다두 학자는 "동물 운동은 난관에 봉착했다"는 문장으로 『주폴리스』를 시작한다. 동물복지, 동물 권리, 생태학 이론이 더는 운동에 활력을불어넣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정치적인 기획이 없다는 데 있다. 고통에 기반한 이론들은 ‘공장식 축산 반대‘라는 대문자 정치나 ‘채식‘으로 끝나는 개인적 윤리 지침에서 멈춰버리고 만다. 학계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철학, 지리학, 인류학에서 만개하고 있지만, 정치학에서 여전히 동물은 소외된 주제다. 우리가동물을 다룰 때 돌봄을 받는 대상, 해방이 되어야 할 ‘수동적 객체‘로만여길 뿐 우리 사회를 이루는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라고 생각지 않기때문이다. - P342

우선 두 학자는 모든 동물에게 보편적 기본권이 있다고 말한다. 보호자로부터 버림받지 않을 권리,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서식지를 침범당하지 않을 권리 같은 것들 말이다. 전통적인 동물권 이론과 동물 운동이 요구했던 바다. 그리고 동물을 세 범주로 나누어 각자의 개별권이 있고 이에 따라 대우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반려동물 및 농장동물을 포함한 ‘길들인 동물‘domesticated animals, 야생 영역을 지키며 제기준에 따라 사는 ‘야생동물‘wild animals, 인간 거주지에서 문화와 야생의경계에 사는 길고양이, 다람쥐, 비둘기 등 ‘경계동물‘timinal animals에게는각기 구분되는 정치적 권리가 있다. 요약하자면, 길들인 동물에게는 시민권을, 야생동물에게는 자치권을, 경계동물에게는 거주권을 부여해야한다는 주장이다" - P3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 번째 단계에서 나타난 위아래로 뛰거나 소리지르고 위협하는 행동은 ‘사회적 행동‘이었다. 거울 속의 침팬지를 다른 누군가로 생각한것이다. 반면, 두 번째 단계에서 나타난 행동은 ‘자기인식 행동‘이었다.
겨울 속의 침팬지가 자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갤럽 교수는 침팬지가 ‘자기인식‘을 할 줄 안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위해 2차 실험(마킹 테스트)에 들어갔다. 그는 침팬지들을 마취시킨 뒤,
눈썹과 귀 위에 빨간 물감을 칠했다. 거울 앞에 선 침팬지는 이젠 어떤반응을 보일까? 침팬지는 거울 속의 자신을 기억했다. 그리고 빨갛게표시된 눈썹과 귀를 만지고 긁어 댔다. 침팬지는 거울을 도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침팬지가 본 건 자신임이 확실했다. 자신을 타자(거울)의눈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자의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1970년 갤럽 교수는 이러한 실험 결과를 저명한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침팬지 : 자의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과학계는 물론 미디어가 들썩인 건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당시만 해도 ‘동물은 감정과의식, 마음이 없는 단순한 기계일 뿐‘이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이 학계 전반에 퍼져 있을 때였다. 거울 실험은 동물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냈다. 지금은 동물이 어떤 형태든 인간의 자의식과 비슷한 정신 작용을한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아졌고, 최근에는 유인원과 코끼리, 돌고래 등거울 실험을 통과한 동물은 ‘비인간인격체"conhuman person 라고 주장하면서 동물원 전시·감금과 동물실험 등을 금지해야 한다며 이들의 신체적권리를 주장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갤럽 교수의 거울 실험은 지금까지2,500회 이상 논문에 인용된 ‘세기의 실험‘ 중 하나로 꼽힌다. - P314

최근에는 미국의 변호사 스티븐 와이즈가 이끄는 비인간 관리프로젝트 NhRP, Nonhuman Rights Project가 비인간인격체 운동의 중심에 서 있다. 스티븐 와이즈는 동물행동학자 도널드 그리핀의 논의를 발전시켜 동물을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욕망이 있고,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고, 그런 자신을 인식하는 자율적 의식을 가진 게 100퍼센트 확실하다면, 그 중의자율성 지수AutonomyValue는 1이다. 이런 의식이 전혀 없는 게 확실하다면0이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는 0.5이다.
이를 이용해 와이즈는 동물을 네 가지로 나누었다. 제1 범주는 0.9이상으로 자의식의 존재 여부를 알아보는 거울 실험을 통과한 동물이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돌고래, 코끼리 등이다. 제2범주는 0.5 초과 0.9 미만인 동물이다. 고차원적인 자의식은 없지만 의사소통과 사고가 가능하며, 인지능력이 있다.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어류 등이 속한다. 그리고 우리가 의식의 존재 여부를 당분간 알 수 없는 동물을 제3법주(0.5)로,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종을 제4범주(0.5 미만)로 묶었다."
비인간권리프로젝트는 유인원, 코끼리, 고래, 돌고래 등 비인간동물을 자연인이나 법인과 같은 법률상 권리주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신체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동물의법적 지위 변경을 통해 비인간인격체의 전시·공연 금지, 동물실험 금지등을 노린다. - P3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