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과 귀족정
2만 명이 페이스북에서 한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중요한가? 미국 헌법의 정신에 따르면, 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또 중요한 일로 여겨져서도 안 된다. 2만 명이 아니라 20만 명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은 형법 조문을 착실하게 공부한 적이 없고, 판례를 찾아본 적도 없으며, 사건 경위에 대한 일차적인 이해는 더더욱 없는 사람이다. 그들의 판단은 감정적이며 전해 들은 말에서 비롯된다. 하나의 의견에 몰려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안에는 순전히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법은 더더욱 이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 조문을 공부하고 판례를 살피고 사건의 경위를 직접 이해하려면 전문적인 훈련과 경험의 누적이 필요하다. 이러한 훈련과 경험이 뒷받침되는 사람만이 사법 판단에 종사할 권리를 가진다. 그렇기에 사법은 사법 전문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그렇다면 2만 명, 20만 명의 의견은 모두 열외인가? 만약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이 일에 마음을 모으고 있다면,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사법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진 지고한 권리인 인민 주권을 행사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입법권은 인민에게 속한다. 그러나 일단 법률이 성립되면, 법률을 맡아 관리하는 일은 사법 전문가에게 넘어간다. 이것이 삼권의 분업이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