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기 노조의 자동화 협상 : 더 많은 숙련

노동계가 자동화에 반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자동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이해했고 올바른 선택을 내린다면 자동화로 인한 비용절감이 모든 당사자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는 데 기술 발달을 사용하고 비용 절감과 생산성 증대의 이득을 노동자들과도 나누라는 것이었다. 1955년에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 더 큰기술적 진보가 더 큰 인간의 진보를 가져올 수 있게 할 ... 정책과 프로그램을 찾는다는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면서 ... 협력할 것이다."
1960년에 GM은 디트로이트의 피셔 바디 사업부 차체 제조 공장에 수치 제어 드릴 기계를 도입하면서 이 기계의 운전원을 기존의터렛 드릴공과 같은 임금을 받는 직렬로 분류했다. 노조는 동의하지 않았다. 새 기계의 운전이 업무 범위가 더 넓고 추가적인 업무 역량을 요구하는 "새로운 업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보다 더근본적이었다. 노조는 고숙련 저숙련을 막론하고 회사에 이미 채용된 노동자들이 새로운 업무에 배치되는 데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선례를 만들고 싶었다. 경영진에게는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해석이었다.  - P353

생산 과정과 조직 운영 방식을 결정하는 데서 경영진이 통제력을 잃는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양자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1961년에 중재인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렇게 결론내렸다. "이것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상 의사결정의 일환으로 어떤기능을 제거하거나 여타의 방식으로 제조의 수단, 방식, 공정을 바꾸는 경우가 아니다."
이 결정에는 막대한 함의가 있었다. GM은 새로운 수치 제어기계를 다룰 운전원에게 추가적인 교육 훈련을 제공하고 더 높은 임금을 주어야 했다. 더 일반적인 함의는 "수치 제어 시스템을 다루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추가적인 숙련 기술을 획득해야 하며" "노동자가 자동화된 기계를 다루기 위해 들여야 할 추가적인 노동은 그들이 더 높은임금을 받을 자격을 갖는다는 의미"라는 것이었다. 사실 노조 입장에서 핵심은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 훈련이었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계를 다루는 데 필요한 기술을 따라잡고 그 기계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회사가 교육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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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적 제조시스템은 탈숙련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영국도 포함해서 대부분의 유럽 테크놀로지는 숙련된 장인이용처에 따라 부품을 일일이 조정하는 데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미국식 부품은 숙련 노동의 필요성만 줄인 것이 아니었다. 휘트니는 특화된 기계와 노동을 결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 접근"
구축하고자 했다. 영국의 한 의회 위원회는 미국의 무기 공장을 시찰하고서 이것이 주는 이득을 명백히 볼 수 있었다. "무기의 ‘조립‘을 맡은 노동자들이 일렬로 놓인 상자에서 부품을 꺼내 드라이버 정도만사용해서 슬롯을 제외하고 총의 모든 부분을 조립한다. 슬롯에는 밴드스프링이 들어가는데, 그것은 양 끝을 작은 끌로 눌러 붙여야 한다."
이것은 탈숙련을 일으키는 테크놀로지가 아니었다. 새뮤얼 콜트SamuelColt의 무기 공장에서 일했던 전직 감독관은 호환성 부품이 노동의 필요를 "절반가량 줄여주었지만 "1급 노동자들이 필요했고 그들을 고용하기 위해 가장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질의 제품은 잘 훈련된 노동력 없이 생산될 수 없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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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 - 분배에 관한 인류학적 사유
제임스 퍼거슨 지음, 이동구 옮김 / 여문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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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는 선물과 다르다. 공유는 강제적이다. 

이에 비해 증여 행위는 자발적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세가지 교환 양식 즉,
증여와 재분배 그리고 거래의 세 가지 유형에
공유도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Thomas Widlok, Anthropology and the Economy of Sharing

수렵채집인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결과의 각주에 소개된 

책이다. 이 책에 관심이 간다. 누가 번역해주면 좋겠다. 

공유와 성원권 간의 연결고리는 ..... 익숙하다...... 공유와 현존의 연결고리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분에 대한 요구를 제기하는 데 있어 현존의 중요성은 인류학, 특히 수렵채집사회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에 잘 정리되어 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사회에서는 고기와 같은 귀중한 물품의 배분은 전적으로 지분에 대한 요구에 따라 진행된다. 이를 ‘공유요구demand sharing‘라고 한다. 나누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분배를 요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분은 관용이나 자비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확보하는 것 (지분은 ‘요구‘이며 ‘공유sharing‘는 강제적)이다.

이러한 ‘공유요구‘의 맥락에서 ‘분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언뜻 보기엔 단순하다. ‘여기 있는 사람은 누구나.‘ 물리적인 존재는 필수적이다. 사냥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사냥으로 획득한 고기를 얻을 자격이 없다. ‘여기에 있는 사람‘에게만 몫이 분배된다. 

그러나 물론 이들에게도 성원권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냥에 참여하지 않은 구성원은 몫을 요구할 권리를 갖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구성원이 아니라면 배제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강력한 권리는 성원권과 현존의 조합에서 발휘된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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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는 연민보다 짜증에 가깝다!





터무니없이 엄격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화장실 정치는 유명하다. 예를 들면 가정용 물 공급을 둘러싼 갈등은 공식적인 논리로는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무국적 정착민들조차도 물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고 전염병은 남아프리카인과 모잠비크인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고 나서야 해결되었다. 이 모든 정치적 쟁점은 시민권이 아닌 현존에 기반을 둔 요구에서 이끌어낸 힘 덕분에 현실적으로 수용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구성원에게 속하는 권리를 조정하기보다는 우리가 인접성 adjacency 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질적인 요구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문제들을 다뤘다. - P67

진정한 의무를 느끼게 되는 것은 연민의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귀찮음이나 짜증에 가깝다.

실제로 진정한 의무의 신호는 동정심보다는 짜증으로 나타난다. 행실이 좋지 않은 동생이 마약에 돈을 다 써버려 집세를 내지 못한다거나, 그러고는 당신 집에 와서 소파에서 자겠다고 한다거나, 어쩌면 지난번처럼 소파에 토해놓거나, 아마도 기약 없이 당신의 아파트에서 머물겠다고 한다면, 당신은 뭐라고 할까? 결코 "아, 너무 안됐네. 관대하게 대해야겠다!"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편이 가깝지 않을까? "어쩌면 이리도 짜증나게 굴 수 있을까? 근데 어쩌겠어, 내 동생인데…………." 바로 이것이 진정한 의무가 주는 느낌이다. 지리학자 클라이브 바넷Clive Barnett과 데이비드 랜드 David Land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고립되고 관조적인 칸트적 관점이 아니라 실제 사회적 맥락에서 할당 결정 allocative decisions을 내린다. 나눔에 대한 생각은 활발한 사회관계 속에서 적극적인 주장과 요구가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펼쳐진다.  - P71

시민과 마찬가지로 ‘주민‘이 자발적으로 제기하는 서비스 요구는 내가 인접성이라고 부르는 이웃의 ‘압박‘관계에서 발생하는 요구가 ‘확장‘된 것이다. 남반구 대도시 중심 지역에 새롭게 이주해 살고 있는 도시인들은 우리가 여기에 살기 때문에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깨끗한 물도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한다. 최소한의 의미에서 우리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며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못해 이런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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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흙과 피 vs 흘린 땀과 흘린 피
또는 법적 시민권 대 육체적 유대


내 생각으로는 성원권과 현존에 대한 이러한 기준의 차이는 명확하다. 그러나 아프리카 남부를 살펴보면 이 두 원칙은 서구 정치 이론이 흔히 가정하는 것보다 더 역동적인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곳에서는 현존과 성원권이 종종 훨씬 더 유연하게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사회에서는 ‘피와 흙‘이 배제의 원칙으로 작용해왔다. 잘못된 혈통을 가졌거나 잘못된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추방되거나 배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남부 지역의 사회는 지금은 늘 그렇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longue durée 역사적으로 외부인을 배척하지 않았다. 오히려 때때로 ‘사람이 재산‘이라며 외부인을 통합하는 수단을 매우 정교하게 고안했다. 그리고 그러한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은 흙으로 상징되는 영토와 피로 상징되는 인간적 요소를 소속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좀 더 유연하고 유쾌한 개념을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었다. - P60

외국인들은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땀이 흙에 스며들고, 혹은 함께 고난을 겪으면서 흘린 피가 함께 살아가는 생생한 정신적 단결의 원천이 되어 어떤 장소에 지속적인 애착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관건은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가 누구인지와같은 법적인 시민권이 아니라 가뭄을 함께 겪고, 같은 땅에땀을 쏟으면서 공유된 물리적 존재가 만들어낸 육체적인 유대라는 점이다. 이처럼 오래된 정치적 전통에서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물리적인 존재는 실제로 성원권과 통합된 단일체가 된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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