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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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알고 지내던 마케팅 전공하는 이가(나중에 교수되었다) 마케팅으로 세상을 다 예측할 수 있고, 세상을 다 제어 할 수 있다는 투로 이야기 하곤 했다.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들면서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럴 듯 한데 한참 듣다 보면 뭔가 좀 찜찜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남의 전공에 대해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공자의 입장을 옳다 그르다 쉽게 논박하지 못했었다. 그는 심지어 다른 전공을 쉽게 폄하하곤 했는데, 내가 아는 한도에서 방어만 할 뿐이었다. 그의 전공은 경제학도 아닌 변수가 훨씬 많은 마케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은 분명히 답하고 있다. 내 생각이 맞고, 그의 생각이 틀렸다고. 물론 그 자식은, ! 죄송, 그 친구는 아직 교수직을 잘 해 처먹고있다. 그가 아직도 그 자신의 생각을 고수 하고 있다면, 그 제자들은 또 다른 희생자가 될 것이다.

 

경제학은(더 넓게 확장하여 인문학, 사회학은) 과학이 아니다. 학문하는 방식에는 자연과학이나 모든 학문이 크게 다를 게 없지만, ‘사람을 다루는 학문은 자연을 다루는 학문과 달리, 재현 시험할 때, 결과가 반복되지 않거나 크게 벗어나기 일쑤다. 사람은 엄청난 수의 독립변수와 이에 따른 매개변수의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론적 접근이 가능한 한정된 일부 분야를 그 분야의 전부로 규정 짓는 것 역시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이는 조사의 범위에 벗어난 곳에서 벌어질 난수가 훨씬 크고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수를 최소로 한정하고, 주로 통계학으로 결과 처리하곤 하는데, 그건 다른 변수가 포함된다면 제안한 이론이 안 맞을 것이라는 것과, 신뢰구간 이외의 영역은 이미 포기했다는 의미를 내포하므로, 실제 상황에선 정확하지 않다는 것에 관한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제학도 과학이라기 보단 잡학에 가깝다.

 

이 책의 제목 역시 장하준의 경제학강의보단 원제목 Economics: The User’s Guide, 경제학 사용자 설명서가 보다 적절해 보인다. 아마 작가 장하준을 앞서 내세우는 것이 책 판매에 도움을 주리라고 하는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 크게 고려된 듯 한다.

 

책의 3, 경제의 관점으로 보는 역사는 흥미롭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왜 이런 것은 학교에서 안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3.1운동>삼점일운동으로 부르는데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실들이 때로는 경제학에 영향을 주었고, 때로는 경제학이 역사적 사건들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었다. 현대로 올수록 경제적 사건이 역사적 사건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여러 조각을 맞춰야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퍼즐맞추기 jigsaw의 큰 현대 역사판에서, 경제학이란 커다란 조각을 끼워 넣어야 현대의 역사적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이 가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4장은 다양한 경제학 학파들의 주장을 정리 요약해 놓은 것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의 백가쟁맹이 떠오른다. 각 학파들의 주장과 장단점을 한 눈에 비교 할 수 있어, 책을 보는 비전공자들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닦아 놓았다.(내 이래서 장하준 교수의 책을 좋아한다니까) 과거 정부들의 경제각료들이 시행했던 정책은 박정희정부는 개발주의 전통에, 노무현 정부, MB 정부는 공히 방향이 신고전주의학파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상당히 모호한 경향이 있다.

 

* p118~171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다른 분들보다 나의 이해를 돕기 위해)

1) 고전주의 학파(C) – 시장은 경쟁을 통해 모든 생산자들을 감시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보이지 않는 손, 리카도의 비교우의

-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요공급 법칙도 이 이론에 근거한다.

2) 신고전주의 학파(N) – 각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므로, 시장이 오작동 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만 놔두는 것이 좋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 현재 주류가 된 학파, ‘자유시장 경제라고도 부른다.

- 전경련에서 주로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최소한의 정부를 개입을 말한다.

3) 마르크스 학파(M) –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사유재산이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면서 저절로 무너질 것이다.

- 생명력이 자본주의만 못했다. 정치적인 요소가 너무 컸다.

4) 개발주의 전통(D) – 후진경제에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 놓으면 개발이 불가능하다.

- 특정한 창시자나, 이론가가 없다.

- 중상주의, 싱가폴의 절충주의, 한두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 전체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개발독재의 근대화 정책의 근간

5) 오스트리아 학파(A) – 모든 것을 충분히 아는 사람은 없으므로, 아무한테도 간섭하면 안된다.

- 하이예크, 자유방임 정책이론, (사견으로) 무정부주의 같다.

- 마르크스 이론적 논쟁을 벌렸지,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6) ()슘페터 학파(S) –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기업이 대형화하고, 관료주의화 하면서 쇠락하게 되어 있다.

- 기술 혁신을 동력으로 한 자본주의 발달 이론. 전체적인 경제 문제를 못하는 한계.

7) 케인즈 학파(K) – 개인이 이로운 것이 전체 경제에는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

- 경제 정책을 하나의 단위로 보고 분석한다.

- 케인즈 거시경제학, 금융이론의 창시자로 금융을 핵심적인 요소(생산이나 소비, 무역이 아닌)

- 거시경제의 단기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기술 발전이나 제도 개혁 같은 문제를 제대로 대변해 내지 못한다.

8) 제도학파(I) – 개인이 사회적으로 규칙을 바꿀 수 있다 해도 결국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다.

- 베불린, 구성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전체적인 안목 부족.

9) 행동주의 학파(B) – 인간은 충분히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을 통해 의도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

- 조직에 대한 규칙의 필요성을 강조. 규칙을 통해 의도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여야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안목 부족.

 

개인적으로 케인즈 학파와 슘페터 학파의 이론이 제일 끌렸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읽었던 경제학 서적 중 대다수가 케인즈 이론에 관한 혹은 이 이론을 옹호하는 책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비전공자인 내가 경제학에 관심 있던 시기는 1997 IMF 때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였다. , 주류인 신고전주의가 잘 안 돌아가던 특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대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던 이론이 케인즈 이론이었을 것이다. 또한 내가 기술개발 쪽의 일을 하니, 기술개발을 중시하는 슘페터의 이론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즉 결과적으로, 내 스스로가 불균형인 정보를 선택하여 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한 셈이다. 그러므로 이를 깨우쳐준 이 책에 감사한다.

 

잣대를 잘못 들이대는 결과에 대해서도 증명하는데, 특히 그리스발 경제 위기시, (어디서 나온지도 모를) 그리스 사람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그래서 국가경제가 어렵다의 인과관계의 큰 고리가 잘못되어 있음을 이 책은 이야기 한다(멕시코와 그리스는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만일 원인 제공자를 구태여 찾는다면, 돈 많고 힘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일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한 국가의 생산력을 결정 짓는 사장 큰 요소는 노동시간보다, 자본대, 기술, 사회기반시설, 제도 등이고, 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준비 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반 이후엔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외의 내용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거나, 예측 가능할 정도의 깊이기 때문이다. 이는 내 개인적으로 알만큼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읽어 나가기 수월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새로 배울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다시 <User’s Guide>가 적절한 제목임을 알려준다. 또한 이 책은 저자가 한국사람이고, 한글로 되어 있지만, 영문으로 발행된 원작을 한글화 한 책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통계치가 제시될 때, 한국의 통계치(아무래도 가장 관심 있는 영역)가 가끔 혹은 자주 빠지기도 한다.

 

이제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좀 긍정적인 눈으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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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 / IVP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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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는 교회에서 권장도서로 선정되어 읽은 책이다. 아마 개인적인 관심사와 맞지 않아 사지도 읽지 않았을 책이고, 도서관에서도 뽑아 보지 않았을 책이다. 그러나...

 

항상 바쁜 것이 지금을 사는 현대인들(나를 포함하여)의 특징 중에 하나인데, 왜 바쁜지를 잊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많은 시간과 힘을 소모하여,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부름 받은 사람과 쫓겨 다니는 사람/경향(driveness)로 나누어 정의 하면서 이 책의 제1부는 시작한다. 누가 주인인가, 어떤 것이 진정으로 중요한가의 목적성에 달려 있다.

 

쫓겨 다니는 사람의 특성은 책의 p59~69 으로, 1) 무엇인가 성취했을 때 만족감 2) 성취를 표시하는 상징에 집착 3) 고삐 풀린 팽창욕 4) 온전한 인격에는 별관심 없음 5) 대인 관계 기술을 닦는데 신경쓰지 않는다 6) 일반적으로 경쟁심에 강하다 7) 화산처럼 격렬한 분노 8) 일반적으로 비정상 적으로 바쁘고, 노는 것을 싫어하고 영적인 예배를 피한다.

 

이에 반해, 부름 받은 사람의 특성은 p102-111에 나와 있는데, 1) 자신이 청지기임을 알고 있다 2)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3) 흔들리지 않는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 4) 굳은 헌신을 몸소 실천한다.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1990년에 초판이 발행된 책이다. 요새는 (아마 2000년대 초반부터 기억함) 중요한 것과 급한 것을 구분하여, 영적인 상태로 돌아가자가 아닌, 중요한 것을 먼저 하자는 또 다른 처세 이론으로 보완하고 있다.(프랭클린 다이어리 참조) 그러나 저자가 책을 처음 쓸 당시에는 혁신적인 내용이었으리라.

 

2부에서는 적절한 시간 배분과 사용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사소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중요한 일에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그러기 위하여 정리정돈을 잘하자는 것. 특히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내 부하직원에게도 가르쳐 준다. 시간 낭비 없이 살려고 한다. 시간 역시 내 의지에 따라 통제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계획하고, 기록하고, 준비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 역시 지금은 범용화된 이론이 되었다. 어쩌면 시간관리에 관한 수많은 책들(시테크, 분테크, 초테크 등)의 하나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가끔씩 종교와 신앙에 관한 책의 내용이 경영학으로 분류된 책의 내용과 유사한 것을 발견하여 놀라곤 한다. 영적인 내용을 다루는 신앙 서적에 내용이 경영학 이론에 적용이 된 것인지, 아니면 경영학 이론이 기독교 이론에 접목이 된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혹시 회사를 관리하고 키우는 적용 예가 교회 성장학의 또다른 동력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만일 그렇다면 경영학 이론으로 교회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결코 성경적이지 않다. 교회 부흥 자체가 하나님의 우리에게 주신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3부 <지혜와 지식>를 보면서, 속으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 책의 내용은 좋은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정된 시간에 교양서와 신앙서적, 책 두 권이 있을 때 어떤 책을 선택 할 것인지(혹은 시간상 우선순위 결정할 때)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회 안에선 더 좋은 신앙인으로, 직장에선 더 훌륭한 직장인으로 활동하고자 하면서, 이중성을 모두 내포하는 교집합의 영역에선 우선권에 대한 선택은 늘 고민이 된다(진심이다). 물론 예수님께서도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로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로>로 명확하게 해 주셨고, 뜨문뜨문 되어 있던 지식에 대해 둘 다 열심히 해야 하는 명확한 근거를 만들어 줘서 감사했다. 꼭 목사님 같은 목회자로서만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세상에서 하나님을 증거 할 수 있는 중요한 논거가 되었다. 실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 것이 맞다.

 

제4부 하나님께 촛점을 맞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일기쓰기 같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제5부 쉬어서 재충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성과 감정과 의지의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참된 그리스도인을 만들고 참으로 균형 있는 강한 성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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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여름 2014-10-2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으로 딱딱한 책인 줄 알고 뒤늦게야 읽었던 책이지만 참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경영 이론과 교회를 말씀하신 님의 주장에 대폭 공감합니다^^

밀어준다 2014-10-29 09:21   좋아요 0 | URL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복음이 변질되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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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1932년에 쓴 소설로, 그 당시의 세계관으로 본다면, 작가의 매우 뛰어난 통찰력이 돋보인다. 우리는 80여년이 지난 지금 일부 합당한, 그런 사회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의 이해를 돕는 몇 배경 지식들

* 서기 2600년이 시대 배경이다.

*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 계급 –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고정되어 있다. 알파는 사회 지배계급, 베타는 행정계급 중산층, 감마는 하류층, 델타와 입실론은 일부러 기형으로 만들어 단순작업을 담당한다. 이들은 수천 개체의 일란성 쌍둥이로 인공부화소에서 태어난다.

* 신파블로프법 – 지속적인 반복학습과 수면학습을 통해 주입식 지식을 강요한다.

* 대전쟁, 세계정부 – 핵전쟁으로 문명세계는 멸망하고 새로운 단일정부가 등장한다. 작가가 집필했던 1932년엔 이런 개념이 아직 없었으리라.

* 새로운 기원 AF(After Ford) – 대전쟁 이후 들어선 지배자. 독재자 Ford는 일괄생산방식을 도입한 자동차왕 포드에서 따왔다. 컨베이어 시스템을 타고 병 안에서 아기들이 자라고 출산하는 것이 이야기 기반이 된다.

* 섹스 – 자손의 번식 목적이 아니라 단순한 즐거움 일 뿐이다. 이곳은 극단적인 자유연애 시대이다.

* 소마 – 마약성분에 종교성도 포함되어 있어 안락함을 준다.

* 멋진 신세계 –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 5 1장에서 따온 제목이다

* 등장인물

 - 무스타파 몬드 – 총통, 지배자

 - 버나드 마르크스 – 주인공이다. 이름만 보고도 그가 완벽한 이 세계의 파괴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린다 – 존의 어머니, 사고로 문명세계에서 떨어지게 되어 존을 낳게 된다.

 - 존 – 혼혈(야만인), 기본적인 인간 본성을 추구하는 평범한 인간, 그러므로 여기선 문명사회의반사회인이 된다.

 

* 계급사회 – 개인의 자질이나 노력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지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계급이 고착화 되는 것 본다면, 현재의 상황으로 비추어 볼 때 완전히 허구로 몰아 갈 수 없을 것 같다. 단지 책에서는 부모 없이 계급이 정해지는 출발만 일부 다를 뿐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영어 유치원, 영재학교 등,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다시 말해 선행학습을 할 수 있고/없고의 차이가 특목고 등 좋은 고등학교 등 상급학교 진학과 직결되고, 이들에게 유리한 대학입시로 계급이 결정 지어지고, 입학 서열에 의한 대학에서의 차이가 이미 사회의 계급이 결정되고, 학자금 대출과 고학으로 간신히 마치는 학생과 어학연수를 다닌 학생들의 소위 스펙 차이, 고시보다 로스쿨의 차이가 부의 대물림은 물론 학업의 대물림 되는 현실인 지금, 또한 급여와 복지혜택의 차이가 큰 중소기업과 대기업 입사자로서 사회의 첫걸음부터 불평등한 구조로 순차적으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본다면 한 개인의 노력만 가지고는 거대한 큰 틀을 깨는 것이 그리 쉽지 못하다. 그 고착화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조차 불경스럽게 느껴질 지경이다.

 

과학의 발달은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꿈꾸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극단적인 문명 발달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살고 있는 알파, 베타 계급들은 인지 하지 못한 채 길들여진 행복을 누리며 잘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육체적 쾌락을 즐기며, 혹시 어려운 사건이 있다면 소마를 먹고 지나가면 그 뿐이다. 이 길들여진 규칙과 교육으로 느끼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문명이라는 이름 속에 아무 탈없이 극단적인 쾌락을 추구하면서 인생을 즐기며 살면 그 뿐인 것이다. 이들 낙원에는 너무나 안정되어 생활의 안정, 질병도 없고, 늙어 가는 것과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규칙이나 교육 역시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한 방법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한 교육일 뿐이고, 과학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어려움을 극복하고 느끼는 희열도 애초에 없다.

 

유일하게 우리와 닮아 있는 등장인물인 야만인 존은, 이 문명사회에 동화되지 못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세뇌된 교육을 받지 않아 인간의 본성을 추구하고 있어서 이다. 그렇기에 관심을 불러 모으지만, 그 사회에서 받아 드릴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킨다. 존 이외엔 세상이 완벽하게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것도 반사회적인 곳에서 무한의 대중에게 그만의 방식으로 저항한다. 땀 흘린 노동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느끼는 혼자 사는 것으로 책은 끝마친다. 그가 알고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세익스피어 전집에서 나온다(1932년도에 영국 작가가 쓴 책이다).

 

작가는 신, 문명, 순결, 인간의 의지, 행복 등 일상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을 <신세계>의 관점에서 재정의 한다는 점에서, 통찰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책에서도 그렇지만, 21세기를 가는 나에게도 만족스러운 접점을 찾지 못한다. 우리가 낙원을 꿈꾸지만 이런 식의 낙원은 아니지 않겠는가. 세뇌되고 교육된, 본능이 거세된 행복이 진짜로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인가 하는 점이다. 과학, 문화의 발달에 대한 가치는 비판 의식을 가지고 계속 고민하면 찾아가야 할 숙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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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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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죄로 15년 형을 받고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 이반 데니소비치(슈호츠)의 기상 부터 자기 전까지 하루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마치 내가 하루를 산 것처럼 실감난다. 껴입은 지저분한 옷이나 추위같은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가 현실감 있게 뚝뚝 떨어진다. (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대표작인지 알겠다)

 

단지 하루를 지났을 뿐인데, 수용소라는 조그마한 공간 안에, 하나의 사회가 돌아간다. 점심 식사때 식당 배식자를 속여 죽 한끼를 더 먹었고, 벽돌쌓기를 즐겁게 해 냈으며, 동료에게 도움을 줘 소시지 하나를 얻어 먹은 자그마한 행운이 따라줬던 슈호츠에게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또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수용소니 그 안에 죄수가 있고, 죄수마다 사연이 있고, 점호가 있고, 간수가 있고, 독방이 있고, 그 안에 권력이 있고, 눈치가 있고, 작업이 있고, 경쟁이 있었다. 밖에서 볼 때 그들의 삶은 별일 아닌 듯하지만, 나름 한 무더기의 죄수들이 정해진 규칙 속에서 잘 적응하며, 편법을 이용하며 어려움 속에 살고 있고, 이런 일들이 모아져 또 하루가 되었다. 고생스러운 생존 속에 또 다른 삶이 있었다.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은 위키백과에 설명된 소개로 대신한다.(캐릭터에 대해 더 잘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http://ko.wikipedia.org/wiki/%EC%9D%B4%EB%B0%98_%EB%8D%B0%EB%8B%88%EC%86%8C%EB%B9%84%EC%B9%98%EC%9D%98_%ED%95%98%EB%A3%A8

 

과거 공산주의 독재국가 였던 러시아 반체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실감나게 독자에게 전해준 간접 경험이다. 러시아 문학 특유의 묵직함은 등장인물 속에 투영되어 있으며, 외부 감시, 사상과 투쟁에 대한 환경은 가혹한 추위에 대한 은유로 잘 묻어나오고 있다. 주인공 한사람의 눈으로 본 하루의 물리적으로 짧은 이야기 지만, 몰입도 최고이고, 묘사력 최고 이다. 작가의 사상이 언어로 녹아져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 된다는 것은, 우리가 같은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한편의 영화를 통해 느끼는 시각적 경험보다 훨씬 깊이가 깊은,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간접경험의 좋은 고전 문학작품으로 기억될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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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 Caffe - 커피 & 카페
가브리엘라 바이구에라 지음, 김희정 옮김, 로잘바 조프레 조언, 박종만 감수 / 예경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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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다 시원해 지는 사진첩 같은 책이 일품이다. 물론 책은 올칼라에 크고 무겁고 두껍고 비싸다. 그 안에 커피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커피의 역사, 문화, 생산/운송, 품종, Roasting/Blending, 에스프레소 내리기, 커피와 어울리는 요리 레시피 까지. 사진을 함께 담아 이해도도 높아지고, 책을 보는 동안(읽는게 아니라) 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책 자체가 멋있어 소장 할만한 하다. 가끔씩 약간 어색한 번역이 달리는 차의 과속방지턱 처럼 눈에 거슬리지만, 바로 옆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금방 잊고 넘어갈 만 한다. 이탈리아 사람이 쓴 책의 번역본이라 이탈리아인 시각으로 설명되어 있어 약간의 시각차를 두고 보면 된다.

 

커피는 크게 두 종류로 각각의 생산량은, 아라비카 종이 75%(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 로부스타 종이 나머지 25%(런던 선물시장에서 거래) 차지한다는 것을 알았다. 로부스타종이 아라비카에 비해 약간 길이가 짧고, 카페인은 두배쯤 더 들어있다는 것도 배웠다.

 

커피의 역사를 보다가 교황 클레멘트 8세에게 감사했다. 16세기 유럽에 이슬람에서 건너온 커피(성경에는 커피가 없음)가 한동안 악마의 음료로 불린 적도 있었다는데, 몇몇 사제들이 금지 시키자고 청원을 하자 이 교황이 맛보고 마셔도 된다고 했다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았으면 종교상의 이유로 술처럼 숨어서 마실 뻔 했다.

 

한 잔의 커피엔 인생이 담겨져 있다. 인생처럼 단 맛, 쓴 맛, 뜨거운 맛이 한 잔에 녹아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한잔을 마셔줘야 하루를 시작할 권리를 얻을 수 있다. 몇 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 시골 마을에서 마신 커피는 진짜 맛있었다. 플라스틱 잔에 굵게 빻아, 좋이 필터 없이 정제하지 않은 고체 설탕 만 넣어 마신 코삐는 맛에 탄복하고 향에 탄복하였다. 커피가루가 입에 묻어 나왔으나 전혀 개의치 못한 최고의 커피로 기억된다. 지금 이 책을 보니 로부스타 종을 직접 볶아 내린 커피였다. 깊고 짙은 맛, 정신이 번쩍 드는 맛이었다. TV 여행 프로에서 볼 수 있는, 아랍의 유목민들이 직접 볶아 내린 커피는 보기만 해도 시각적인 맛이 느껴지고, 그 무리 안에 은글슬쩍 껴들어 앉아 한잔 얻어 마셨으면 하는 유혹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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