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e and Julia : My Year of Cooking Dangerously (Paperback)
줄리 파월 지음 / Lb Books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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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은 비정상을 정상처럼 만든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던가? 불면도 영혼을 잠식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새벽 1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았고, 조급함과 초조함(결국 또 한 숨도 못자고 출근하게 될까봐...)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그 새벽에 집중력까지 선사해주었다. 독서생활의 최대 난관은 넥플릭스가 아닐까 깨닫고 있는 요즘...조금 멀리해야지 하다가도 이렇게 불면의 밤에 그마저 없으면 나는 어찌할까싶어 고마운 마음도 든다. 

오늘 새벽 선택한 영화는 메릴 스트립 주연의 'Julie and Julia' 2개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2002년 미국 뉴욕주 퀸즈에 사는 평범한 공무원 줄리는 8년간 습작만 한 작가지망생이다. 1946년 프랑스에 살던 줄리아는 프랑스 주재 미외교관의 부인이며 요리를 좋아하는 유쾌한 미국인이다. 줄거리를 아주 간략히 요약하자면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줄리가 줄리아가 발간한 '하인이 없는 미국인을 위한 프랑스 요리 만드는 법 500여가지'를 1년 간 모두 직접 만들어본 뒤 블로그에 글을 올려 유명해진다는 이야기다. 2002년 당시에 줄리아는 생존해있었지만 둘은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줄리아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진지하지 못하게 쓰고 있다며 줄리에게 비난의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요리는 별 관심있는 이야기가 못 되었고, 나는 글을 쓰고 싶어했던...더 정확히 말하면 남들도 읽고 싶어하는 글다운 글을 써서 작가가 되고싶어한 줄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냐는 것이다. 심지어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하나씩 차분히 생각해보기로 한다.


2002년 줄리가 블로그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8년간의 습작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줄리는 1년간 줄리아의 요리 레시피를 직접 실행한 일지를 써서 작가가 되었다기보다 8년간 준비했던 이야기 실력을 마지막 1년간 실제 발휘해서 작가가 된 것이다. 즉 아무런 보상도 결과도 없던 그 8년이 있었기에 줄리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줄리아는 외교관 남편을 두었는데 책 출판이 거절되었을 때 TV출연을 권한다. 대다수의 남편은 이제 그만하자고 했을텐데...사실 줄리의 남편도 아내가 글을 다시 쓰게 만들고싶어서 블로그를 권한다. 중간에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결국 줄리는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작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인상적인 대사가 몇 개 있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작가가 될 수 없어"

"태어나서 뭐라도 한 가지 마무리해보고 싶어. 마감이 필요해. 마감이 없다면 난 중간에 또 그만두고 말거야"


한 개인이 보내는 일상은 매우 단조롭기 때문에 줄리가 블로그를 500여개 넘게 쓰는 동안 소재 고갈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러니 주변의 특이한 사람들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고...그러다보면 주변의 일반인을 온라인의 세계에 무방비로 노출한 무책임한 블로거가 된다. 줄리도 그랬던 것 같다. 남편이 집을 나간 일...상사가 괴롭히는 일 등 줄리의 블로그에는 줄리 자체가 담겨 있고 줄리와 관계된 모든 이들의 일상이 부분적으로 담겨있다. 그러나 이는 사생활 노출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것이다. 


'와일드' 영화가 생각났는데,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르다. 


메릴 스트립에 대해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5번 넘게 반복해서 본 것 같다. 

결론을 알면서도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내내 '제발 도망가요! 제발요!'라고 마음 속으로 소리지르는 나를 발견하며 놀라곤 했다. 그 둘은 멀리 떠나서 그곳에서 싸우고, 미워하고 심지어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로 여겨졌다. 함께 할 수 없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멀리 있지만 그와 그녀는 존재하기 이전부터 정해진 것처럼 서로에게 끌리고, 서로를 원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그와 그녀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여 더 바랄 것이 없는 그런 연인들도 있는 것이다. 없을 거라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늘 그런 경우는 없을거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간의 문제다. 발견하는 시간의 문제....


이후 크라이머 대 크라이머, 소피의 선택,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 초기 그녀가 젊을 때 작품과 최근 시크릿 세탁소(요건 넷플리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영화는 하나하나 모두 큰 울림을 준다. 영어를 잘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메릴 스트립이라면....ㅎㅎ 유튜브에 그녀가 했던 졸업식 축사나 아카데미시상식 소감 등을 원어 그대로 이해하고 싶은데 100분의 1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영어를 조금 더 잘하고 싶다. 


내일은 '소피의 선택'을 다시 보고 리뷰를 쓰고 싶다.


원치 않았지만 불면은 이제 내 다정한 친구가 되겠구나....되도록 친절하게 대해야지. 친절은 가장 소중한 미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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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히로타 아키라 지음, 허하나 옮김 / 현암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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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리' 속에서 뭔가 의미와 가치를 찾는 내용일거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표지에 나온 개미 무리는 그런 나의 추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윌리를 찾아라..' ㅎㅎ

개미 집단이 가장 찾기 어려웠다.

털 없는 양, 살 없는 생선, 목 짧은 기림, 더듬이 3개인 곤충 등 그럭저럭 찾을만했는데 개미는.....정말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에 모두 검정색이고 기린이나 양처럼 형태적 특징이 없는 편이라 다른 곳을 향한 한 마리 개미를 찾기 어려웠다.

가까스로 돌출행동을 하고 있는 개미를 찾아냈고, 그 개미가 향한 방향으로 따라가보니 희귀한 개미들이 참 많다. 반대쪽은 모두 다 희귀해서 오히려 평범하고 보통인 모습을 하고 있는 개미가 특이해보이는 것이다. 뭐지....하고 물음표만 남기다가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이런 세상 저런 세상 다 있으니 이리저리 돌아다녀봐라. 네가 머물던 곳에서 다른 개미들과 다른 방향으로 향했기 때문에 너는 엄청 특히한 개미들만 살고 있는 나라에 갈 수 있지 않았느냐...그러니 힘을 내서 남들 사는대로 살지 말고 다르게도 살아봐라. 요런 느낌인데 좀 약하다. '꽃들에게 희망을'이 연상되기도 하면서 만3세~5세 사이의 아이들은 다른 그림 찾느라 이 그림책을 엄청 좋아하겠구나....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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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마음일까? 이게 정말 시리즈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양지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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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인상적인 문구만 적어둔다.

뒷페이지에 '핵심주제 마음, 미움, 관계'라고 쓰인 것이 인상적이다.

주제가 확실한 그림책이라니...ㅎㅎㅎ

 

그래, 나중에 어른이 되어도 싫은 사람이 있을지 몰라.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왜냐면 곰곰이 생각해 보거나 그 자리를 잘 피하거나 당당히 맞서거나,

어떻게 할지 스스로 정할 수 있을 테니까.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래, 싫은 마음은 예를 들면 어떤 것일까.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걸까?

왜냐하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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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M Dear 그림책
요안나 콘세이요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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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자기만의 방'.....'잃어버린 영혼'..

앞으로도 이 목록 위에 다른 책들이 추가될 것이다.

무엇이냐면 내가 끝까지 읽었는지 아닌지 좀처럼 기억할 수 없는 책, 읽은 것은 분명한데 읽었다고 하기엔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는 책(대부분의 책이 그렇긴 하지만 이 책들은 심각할 수준으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냥 제목과 작가 정도...그런데 나는 분명 이 책들에 대해 책장을 넘기며 읽었던 물리적 시간이 있노라고 확신한다), 그래서인지 읽기를 여러 번 시도한 책...

 요안나 콘세이요는 '잃어버린 영혼'으로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 서울 '알부스 갤러리'에서 원화전이 있다기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 책의 번역가가 알부스 갤러리의 아트 디렉터란다. 그런 인연으로 그런 멋진 전시회가 서울의 작은 갤러리에서 알차게 꾸려졌던 것이다. 내가 알기로 전시 기간을 연장까지 했었다. 예년이라면 꼭 가봤겠지만 코로나19 전염병 때문에 삼가해야 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트가는 길도 여러 번 생각하는 요즘이다. 


얼마 전 읽은 그림책 월든에서 소로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호수에서 목욕을 했다. 이는 하나의 종교적인 의식으로, 내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었다.

바다 근처에 사는 M은 외로운 것 같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파도만 그려놓은 페이지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

파도가 데이지 꽃밭과 같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란색으로 물든 바닷가가 그려져 있는데...이 역시 내 영혼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그런 생각이 드는 그림...이 정도 크기의 그림이 이정도라면..그리고 인쇄된 상태가 이 정도의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원화를 앞에 두었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크 로스코나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회가 실제로 한국에서 열린다고 했을 때....그리고 정말 그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마주했을 때(물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감상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의 관람이었지만...) 느꼈던 '다름'이 떠올랐다. 그런 경험은 하면 할수록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어지러운 생각들로 내가 누구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잠시 기대 쉴 수 있는 장소가 되어 내 영혼에 머문다. 나 스스로 믿을만한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예술은 삶의 큰 위로와 안식처가 된다. 


바다에 있는 M은 엄마를 닮은 파란 눈동자를 싫어하면서도 엄마가 있는 아이들의 존재..그리고 그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눈물처럼 짠 바닷물에 둘러싸여 있는 M은 바다가 어쩐지 엄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엄마가 싫으면서도 엄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바다로 향한 M의 마음일 것이다. 여러 은유와 상징이 스며있는 콘세이요의 그림은 훌륭해보인다(나는 그림을 잘 알지 못하기에 평가할 순 없겠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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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찾아와도 괜찮아
에바 엘란트 지음, 서남희 옮김 / 현암주니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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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귀여웠고, 제목이 마음에 닿아서 산 책이다.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는데 너무 화창한 오후에...즐거운 일들만 가득했던 학교여서 그랬는지 반응이 거의 없었다. 10살 인생에서 큰 슬픔을 느껴보긴 힘들었을테니까...그런 슬픔이 찾아오지 않도록 엄마와 아빠가 최선을 다해서 보살펴주셨을테니 그럴만도 하다고 느꼈다. 

아이들 수준에서 생각해보자면 잘 놀던 친구가 갑자기 '손절하자'(요즘에는 절교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고 큰 딸에게서 배웠다)는 말을 들었다거나, 나의 꼼수가 들켜 난처하게 되어 왕따에 처할 상황이라거나, 선생님이 전후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자신'만' 혼냈을 때 아이들은 큰 슬픔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를 생각해보자. 나의 큰 슬픔은....내가 고치고 싶은 성격 몇 가지를 고치고 싶다는 마음만 먹었지 이렇다할 노력을 하지 않는 나를 깨닫게 될 때 무척 슬프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식으로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는 예감이 들 때 엄청난 척추를 지닌 파도가 나를 덮치는 느낌이 든다. 가끔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어서 욕심부렸던 나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내가 되었다는 자괴감이 밀려올 때 나는 조금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남다르다'는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할 때 체념한다. 

 폭풍우도 일년 내내 가진 않는다.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 있다. 폭풍우가 왜 생기는가에 대한 원인을 찾다보면 폭풍우가 왜 잦아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답도 나온다. 슬픔도 원인이 있을 것이고, 그 원인이 평생토록 그 상태 그대로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기에(인간은 망각하는 존재다) 기다리며 버티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의 방법일 때도 있다. 


 정말 철학적인 이야기를 너무 쉽고 귀엽게 풀어나가려 해서 아쉬웠던 그림책이다. '이게 정말 마음일까?'와 같이 구체적인 사례가 같이 등장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어른은 이 그림책만 봐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여러 상황들을 떠올리겠지만 아이들은 그럴지 못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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